'SF'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6.06.06 사피엔스 1
  2. 2015.05.25 Ancillary Justice
  3. 2014.07.29 첫 권만 재미있는 SF소설들..
  4. 2014.07.21 Woken Furies

사피엔스

2016. 6. 6. 03:07 from Lectura



- 2016.6, 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


특이점에 대한 빅히스토리적인 각주, 혹은 최근 SF 트렌드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인류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최근의 SF는 단순히 우주를 모험하는 활극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과학 기술을 통해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물질과 마음의 문제를 극복한 이후를 다루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리처드 모건의 ‚다케시 코바치’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http://lectura.tistory.com/385) 항성간 통신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업로드/다운로드 해서 새로운 육체로 갈아입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culture 시리즈에서는 기술발전을 통해 물질적인 한계를 극복한 불사에 가까운 인류가 주인공들이다(http://lectura.tistory.com/36).


이런 다양한 SF의 아이디어들은 결국 기술발전을 통해 인류가 손에 넣은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들의 답변 목록이라고 볼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사피엔스라는 종의 시초부터 미래까지를 개괄한다. 이를 위해 인류학, 생물학, 경제학, 고고학 등의 연구결과를 오가며 흥미로운 지적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자칫하면 산만하기만 한 지식 나열에 가까울 수 있었을텐데,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적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해외로 혹은 멀리 휴가 혹은 여행 떠나는 것이 당연한 욕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 수천 수만년동안 인류는 휴가라는 개념이 없이 살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소유를 위한 소비는 대체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지만, 경험을 위한 소비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는 신선한 생각이었다.


-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향상을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파악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조직화해내는 방법의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보고 있다. 생물학적인 협조의 한계인 수백명 단위를 넘어서는 규모의 협력은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상상에 의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국가, 주식회사와 같은 가상의 혹은 상상의 실체를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 현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신뢰하는 덕분이며, 자본주의자들이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할 의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은행이 하나의 거대한 사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사기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 또 무엇을 이루었는지 주목한다. 은행이 포함되는 사기, 즉 신용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보다 나은 미래’라는 상상이 공유되어야 가능하다는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즉, 은행 시스템이란 단지 정교한 기술일 뿐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는 통찰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라는 제도가 가능한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사람들이 모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전세라는 제도가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 부처의 가장 심원하고 중요한 통찰은 따로 있다. 진정한 행복은 주관적 느낌이나 감정과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스스로의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부처가 권하는 것은 우리가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이 역시 불교 교리에 나름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내게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결론부분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다음 단계를 예상한다. 생명이 엄청나게 연장되거나, 심지어는 죽음을 극복하고, 인류를 포함한 다른 생물들에 대해 신과 같은 능력으로 진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종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이 그런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 수 없다. 혹은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와 행복의 정의조차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런 세상은 눈앞에 와있고, 이미 우리의 힘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이 진지한 거시역사서는 SF의 영역을 침범한다.


엄밀한 과학적 사실들에 기초해서 특이점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제안하는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우 면서도 흔치 않은 독서경험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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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Ancillary Justice

2015. 5. 25. 01:18 from Lectura



- 2015.5, Ann Leckie


휴고, 네뷸러, 로커스, 그리고 아서C클라크 상과 브리티시 SF 상을 수상했다는 대단한 소설.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정작 그닥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 Ancillary 라는 개념을 적용한 부분을 높게 평가받는 모양인데, 나의 영어 이해의 한계 때문인지 그렇게 새롭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간략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아마도 먼미래 인류가 다양한 행성으로 진출한 후에 Radch라는 제국이 나타났다. 이 가상의 문명에서는 전쟁 포로를 이용해서 Ancillary라는 것을 만들어내는데,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투함 인공지능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단, 독자적인 인격이 있는게 아니라 인공지능의 물리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 인공지능은 모든 Ancillary들을 동시에 관리하기 때문에 전능한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 이 제국의 지배자 역시 동일하게 같은 DNA에서 만들어진 수백개의 개체를 이용해서 제국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 제국의 지배자는 외국인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 분열을 겪게 된다. 그래서, 그 와 중에 서로 다른 자아가 모르게 암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한 전투함이 파괴되고...


리뷰를 찾아보면 이 책의 가장 큰 SF에의 기여는 수십 수백명의 개체와 연결된 전투함의 인공지능이 겪는 주관적인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점인것 같다. 그렇기는 한듯 싶은데, 스페이스 오페라로써 썩 재미가 있지는 않다. 액션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플롯이 복잡해서 예상못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좀 아쉽다.


2편 3편이 있지만, 더 읽게 되지는 않을 듯. 리뷰 중에 두  번째 읽으면서 더 좋았다는 걸 보고 나니 나중에 한번 더 읽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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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새로운 아이디어와 빠른 전개로 손에 쥐자 마자 후루룩 읽어버렸는데, 막상 다음 권을 읽자마자 지루해서 도저히 독서를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책들이 몇권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울(wool) 시리즈', '헝거게임', 그리고 최근에 읽은 '본(Bone) 트릴로지'가 바로 그런 시리즈입니다. 


지난 주에 읽은 '인피리어'는 본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데 정말 재미있는 페이지터너입니다. 트루먼쇼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주인공의 성장기가 결합되었는데, 손에 잡고 한 이틀만에 몰아서 읽어버린 듯 합니다. 뒷 이야기도 있다길래 궁금해서 바로 주말에 2편인 '디저터'를 빌려왔는데, 도저히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분명 1편과 이어지는 내용이고 전편에서 미궁에 쌓여있던 '루프'의 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으로 재미있어야 할텐데, 너무 지루하더군요. 등장인물은 여전히 계속해서 사건에 휘말리고 뭔가가 바쁘게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의 사건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클리쉐들이서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고, 정작 큰 이야기의 흐름은 지지부진합니다. 


이걸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첫편만 재미있는 시리즈가 좀더 생각나네요. 대표적으로 '헝거게임'. 이 역시 1편은 그 참신함으로 한숨에 읽어버렸지만, 후편 부터는 술술 읽히기 보다는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읽게되는 책이었습니다. e-book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울' 시리즈도 마찬가지구요. 


어쩌면 이런 작품들이 늘어나는 것은 출판계가 지나치게 잘 상업화되었기 때문일 수 있을듯 합니다. 신인작가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처녀작을 만들어내면 출판사들은 그 작가로 부터 후속편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게되는데, 이런 작가 쥐어짜기가 너무 효율적이 되어, 새롭게 할 이야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후속편을 쓰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편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성공한 1편에 기대어 인물과 스토리를 짜내는 것 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말이죠.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훌륭한 작가와 그저그런 작가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긴 작가 뿐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도 긴 시간의 흐름에서 보아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많죠. 매일매일은 그저 끝없이 반복되는 소소한 사건들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보다 긴 흐름의 추세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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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Woken Furies

2014. 7. 21. 15:30 from Lectura




- 2014.7, Richard K. Morgan


코바치 시리즈 세번째 소설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 편이다. 작가는 인터넷 인터뷰에서 ‘현재’까지는 코바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코바치라는 케릭터를 온전히 활용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디어가 없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다. 


아마존의 평은 시리즈 중 최고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읽으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원서로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2편의 Broken Angels 보다는 훨씬 더디게 읽혔다. Broken Angels는 화성인의 유물을 찾는 보물찾기류의 보다 친숙한 패턴을 따라가는 플롯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 편의 배경은 코바치의 고향인 Halan’s World로 돌아간다. Sanction IV에서 대박을 친 코바치는 고향행성에서 그런저런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deCom 중 하나인 여자를 술집에서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 과정에서 과거 유명한 사회주의와 유사한 운동의 지도자라고 스스로를 주장하는 디지털 인격을 만나게 된다. 


재미있게 읽은 두 번째 작품에 비해서 이번 작품에서 코바치의 분노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가 원리주의적인 광신자들에게 갖는 분노의 원인은 그 행위에 비해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내 코바치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다른 Neo Quallist들에게 갖는 막연한 경멸감도 공감하기 어렵다. 갑작스레 폭발하는 분노를 공감하기 어려우니, 파괴적인 행동들도 클리쉐 처럼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던 독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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