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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0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2. 2023.03.31 The Dawn of Everything: A New History of Humanity
  3. 2022.09.04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4. 2022.06.02 일본의 굴레

채털리 부인의 연인

2024. 4. 20. 19:02 from Lectura

 

- 2024.3.24,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이미선 옮김

 

로맨스 소설을 가장한 문명 비평서. 야하다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로맨스 소설? 사용되는 단어가 다소 직접적이어서 그렇지 파격적으로 야한 내용은 없다고 봐도 좋을듯. 

작가가 이야기한 그 시대의 문제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한 문제이다. 

 - 문명사회는 미쳐 있었다. 돈과 소위 사랑이라는 것이 사회의 두 가지 큰 광증이었다. 돈이 단연 첫 번째 광증이었다. 개인은 각자 따로따로 미쳐서 돈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주장했다. 
 - 암캐 여신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개들은 크게 두 무리가 있었다. 하나는 암캐 여신에게 오락과 소설과 영화와 희곡을 바치는 아첨꾼 무리였고, 다른 하나는 훨씬 덜 화려하지만 훨씬 더 야만적인 족속으로 고기, 즉 돈이라는 진짜 알맹이를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 ‘돈만 생가카지 맘씨다. 필요한 것들로 마라자면 우리에게는 거의 다 이씀니다. 돈 때문에 살지 맘씨다’

작가가 일찌감치 예상한 바와 같이 산업화 이후 다른 삶의 목적을 갖지 못한 현대 문명은 맹목적으로 돈을 추구하고 있다. 가정이라는 말은 따뜻한 의미를 잃고, 그냥 모여사는 곳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쥐어짜이고, 그렇게 번 돈을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교육을 시키기 위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아파트를 사서 한몫 잡기 위해 소비한다.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지출이라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하고 있다며, 위에 서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정당화 한다.
 
  - 코니가 보기에 좋은 말은 전부 그녀 세대에게서 소멸되어 버렸다. 사랑, 기쁨, 행복, 집, 어머니, 아버지, 남편 같은 역동적이고 근사한 말들은 지금 반쯤 죽어 있었고 날마다 죽어 가고 있었다. 집은 우리가 사는 곳일 뿐이고, 사랑이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기쁨이란 즐거운 찰스턴 춤에 쓰는 말이고, 행복이란 점잔을 빼며 남들에게 허풍을 떨기 위해 사용하는 위선적인 말이며, 아버지는 자기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개인일 뿐이고, 남편이란 함께 살면서 정신적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는 남자였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작가에 의하면 남자는 다시 한번 남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여자들도 여성스러워질 것이다. 모든 돈을 쫓는, 암캐 여신을 쫓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일그러져 있다. 보기 흉하게 돈의 노예가 된 삶.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결합을 통해, 관능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황당한 소리처럼 들린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차이를 아는가? 두 유인원 종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깝다. 처음에 학자들은 둘을 같은 종으로 구분했다. 둘다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며 식습관이나 외양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사회적 협력을 위한 행동전략에서 차이를 보인다. 침팬지는 인간과 비슷하다. 폭력, 위협, 외교 등의 전술을 활용한다. 이에 반해 보노보는 섹스를 상호 협력의 수단으로 삼는다. 

로렌스의 주장이 그렇게 황당하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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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 2023.3, David Graeber, David Wengrow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Hierarchy 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원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재조차도 가지고 있는 본능에 가까운 원형이라는 개념은, 그의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가상의 개념을 실제처럼 생각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국가, 부족과 같은 가상의 개념에 기반해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는 이론이다. 
 
이 책은 권력이 복잡한 문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인간의 협력의 정도가 복잡해 질 수록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위계 질서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약인가? 오늘날 전세계를 포괄하는 관료주의 체계의 효율성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개인의 자유란 먼 과거에나 가능했던 황금 시절 전설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수렵채집사회, 부족사회, 족장사회, 국가로 고도화 된 인간의 협력 모델에 대안을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본 저서이다. 
 
인간의 자유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아무 때나 원하는 데로 사는 곳을 옮길 수 있는 자유
  • 지시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자유
  •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자유

 

이 세가지 자유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관계에서 발생하는 명령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하고, 명령을 무시하려면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위 세가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상당히 체계화된 국가로 생각한 많은 고대사회들에서 위 세가지 자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개념의 자유를 억압 할 수 있는 국가(state) 역시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 영토 안의 무력사용에 대한 독점
  •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관료주의
  • 카리스마에 바탕한 개인 및 단체의 경쟁
 
오늘날 우리가 보고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위 세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이것은 최근의 발전이다. 고대사회에서는 왕이라는  지위는 의외로 허약한 기반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메리카에 존재했던 제국들은 위 세 가지 요소들 중 두가지 정도만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체계이다.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잉카, 마야, 올멕 문명을 우리가 생각하는 '제국'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실질적으로 잉카나 북미 인디언들의 정치체계는 부족으로 보기엔 훨씬 고도화 되어 있고, 국가로 보기에는 강제력이 작았다. 
 
고대 사회를 들여다보면 볼 수록, 수렵사회->부족->족장->국가(왕)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의 진화적 단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위와 같은 모델화는 현실 증거에 기반하지 않고 이론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가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들은 국가의 개념이 더욱 복잡해지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과거 역사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자가 나타났을때 많은 사회에서는 이런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정치체계를 고안해 왔다. 전체 인류의 역사로 보면 개인의 자유를 체계적으로 억압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국가라는 개념은 예외에 가깝다. 
 
유럽인들이 북미와 남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인들이 유럽식 생활방식과 인디언식 생활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백인이든 인디언이든 관계없이)  인디언적인 생활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들은 당시 백인들의 문명을 물질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나 화폐가 사람들을 탐욕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하였다. 
 
르제 지라르의 ‘Mimetic Desire’라는 개념과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권력의 시작은 무척이나 관련이 깊다.  동물적인 욕구를 벗어난 인간의 추상적인 욕구는 모두 그 욕구의 대상 자체가 가진 가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나, 권력과 화폐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저자인 David Graeber가 화폐의 기원을 밝히는 ’부채 그 첫 5,000년‘ 이라는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두 저서 모두에서 화폐나 권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간 사회에 도입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과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런 개념들은 인간 속성과 문명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명성과 돈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시민들은 전체 인류역사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우리가 그와 같은 mimetic desire를 추구해서는 행복에 다다를 수 없는 이유가, 그 욕망이 생물학적인 진화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최소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우리의 삶을 지극히 관념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살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여기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사회는 가능하다. 최근의 고고학적 인류학적 증거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관점으로 검토하면 많은 인류의 정치체계들이 현재와는 다른 원리에 의해 조직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생각을 근거로 우리의 상상력을 제약하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사회체계를 만들기 위해 자유롭게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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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첫 5000년의 역사

2022. 9. 4. 18:01 from Lectura

  • 2022.9,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 정명진 옮김
 
인류학자가 쓴 인간 경제 생활의 역사라고 할까? 경제학자들이 현상을 설명하거나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모델이 아닌, 실제 인류가 어떤 식으로 경제적 삶을 이어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원시적인 경제활동이 경제학자들이 만든 상상의 산물에 가깝다는 주장을 접할 수 있다. 
 
  •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등장을 설명하기위해 가상의 '물물교환' 경제를 상정한다. 
  • 하지만, 실제로 인류학적인 연구의 결과 인간들은 그와 같은 물물교환 경제를 일상적인 경제생활의 기초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물물교환은 상호간에 신뢰가 없고, 반복적인 거래를 기대하기 힘들 경우, 폭력보다는 나은 이방인 사이의 거래 방법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 역사상 대부분의 인류는 상호호혜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경제'를 기반으로 살아왔다. 
  • 표준모델에서는 물물교환->화폐->신용거래로 발전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인류사회는 신용기반 상호 호혜 경재(인간경제)->화폐 -> (화폐가 없는 경우) 물물교환 형태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 시장과 자본주의는 별개의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시장 없이는 발달할 수 없지만, 시장은 자본주의 없이도 발전할 수 있다(이슬람 사회의 예)
  • 국가는 상비군을 운용하기 위해 시장과 화폐를 동시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강제하였다(마다가스카르 식민지 정부 사례)
  • 자본주의는 끝없는 성장과 탐욕을 그 특징으로 한다. 고대의 많은 사회는 구성원들이 이 파멸적인 탐욕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주기적인 부채 탕감 정책)
 
설명에 따르면 '부채'는 상호호혜 경제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주고 받는' 메커니즘의 핵심이였다. 작은 마을 공동체에서 살아갈 경우, 이웃집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른 기회에 그 이웃에게 도움을 줄 것을 거절한다면 이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였을 것이다. 때문에 '부채를 갚는다'라는 말에는 단지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도덕적인 의미가 포함된것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누군가가 별다른 이유없이 '부채' 갚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도덕적인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과거부터 자본주의의 특징은 '끝없는 성장' 즉 탐욕이였다.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자본의 메커니즘에서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부채/신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용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뒷받침 될때, 화폐의 가치는 유지되고 사회에 공급되는 재화는 늘어나면서 자본주의는 건실하게 성장하게된다. 이런 사례로 네덜란드의 주식회사, 스페인의 콩키스타도르,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충분한 성장기회를 찾지 못하는 경우, 자본가 계급은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시스템 안에 있는 저소득자들을 그 재물로 삼았다. 즉, 값싼 부채를 지움으로써 초과수익을 저소득자들에게서 자본가들로 이전시키는 식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거품과 공항의 사이클을 오가며 양극화를 강화시켜 나갔다. 점점 더 많은 돈이 자본가 계급에 집중되었고, 민중봉기 같은 형태로 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면 결국 파탄을 맞게 되었다. 
 
오늘날 성장을 거듭한 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거의 전 영역을 그 지배하에 두게되었다.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은 화폐로 치환가능해졌으며, 이제 화폐가 없는 삶/자본주의적인 논리를 따르지 않는 삶은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정도가 되었다. 한편으로 또 한번의 공황을 목전에 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보다 인간적인 경제시스템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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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

2022. 6. 2. 10:58 from Lectura

  • 2022.5 테가트 머피 지음 / 윤영수, 박경환 옮김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국가이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모델이 된 나라이다. 때문에 일본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과거와 현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일본에 대한 책 중 가장 깊이를 갖춘 분석이다. 한두가지 단편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 경제,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일본의 특이성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요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책을 읽고 나서 머리에 남은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일본의 정치체계는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 자민당은 수십년간 일당독재에 가까운 정치 세력이지만 국가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얻는 형태로 작동하지 않는다. 
  • 오히려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진산하는 세력으로 국가적인 어젠다를 추진할 만한 역량 및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 
  • 그나마 전략적인 관점의 책임이 있는 관료는 재무성이지만 이들 조차 제한적이다. (재무성과 정치권이 영향을 주고 받는 메커니즘은, 마치 요즘 우리나라의 검찰과 국민의 힘과 비슷한 듯 싶다)
  •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리더쉽을 발휘 할 수 없다. 
  • 이 같이 기형적인 정치체계의 근원은 우선은 미군정 시대로 올라간다.
  • 미군정은 일본이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나기를 원했고, 이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민주적인 헌법을 만들었다.  
  • 당시 일본의 지배세력은 미국이 강요한 헌법을 받아들이면서도 과거에 이어오던 통치 방식을 완전히 민주적으로 바꿀 의지가 없었다. 
  • 때문에, 헌법상의 정치 체계와 현실의 정치 체계가 다르게 동작하는 모순이 발생하였다. 
  • 일반적인 국가라면 이렇게 원하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할때 어떻게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 하지만, 일본의 특이성은 이 같은 현실과 당위의 차이를 당연한듯 수용하는 것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 이는 메이지 유신 시절에 막부가 천황을 상징적인 주권의 소유자로 만들어 놓고, 실제 권력을 휘두르면서 나타났던 역사에서 기인한다. 
 
일본 민주당 개혁 시도의 실패, 여성들의 자발적인 비혼으로 인한 출산율 급락 등 많은 이슈들이 현재의 우리나라와 너무나 유사한 점이 놀랍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적 역동성이 일본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 일본과 정확히 같은 길을 가지는 않겠지만, 반면교사를 삼을 만한 내용이 차고 넘친다.  
과거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다시 한번 주도권을 쥔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인가? 인구 구조상 2020년이 국력의 최고점이 될 확률은 높지만, 일본처럼 읽어버린 20~30년을 겪을 것인가?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이 가진 정치적인 역동성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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