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첫 5000년의 역사

2022. 9. 4. 18:01 from Lectura

  • 2022.9,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 정명진 옮김
 
인류학자가 쓴 인간 경제 생활의 역사라고 할까? 경제학자들이 현상을 설명하거나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모델이 아닌, 실제 인류가 어떤 식으로 경제적 삶을 이어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원시적인 경제활동이 경제학자들이 만든 상상의 산물에 가깝다는 주장을 접할 수 있다. 
 
  •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등장을 설명하기위해 가상의 '물물교환' 경제를 상정한다. 
  • 하지만, 실제로 인류학적인 연구의 결과 인간들은 그와 같은 물물교환 경제를 일상적인 경제생활의 기초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물물교환은 상호간에 신뢰가 없고, 반복적인 거래를 기대하기 힘들 경우, 폭력보다는 나은 이방인 사이의 거래 방법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 역사상 대부분의 인류는 상호호혜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경제'를 기반으로 살아왔다. 
  • 표준모델에서는 물물교환->화폐->신용거래로 발전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인류사회는 신용기반 상호 호혜 경재(인간경제)->화폐 -> (화폐가 없는 경우) 물물교환 형태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 시장과 자본주의는 별개의 시스템이다. 자본주의는 시장 없이는 발달할 수 없지만, 시장은 자본주의 없이도 발전할 수 있다(이슬람 사회의 예)
  • 국가는 상비군을 운용하기 위해 시장과 화폐를 동시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강제하였다(마다가스카르 식민지 정부 사례)
  • 자본주의는 끝없는 성장과 탐욕을 그 특징으로 한다. 고대의 많은 사회는 구성원들이 이 파멸적인 탐욕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주기적인 부채 탕감 정책)
 
설명에 따르면 '부채'는 상호호혜 경제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주고 받는' 메커니즘의 핵심이였다. 작은 마을 공동체에서 살아갈 경우, 이웃집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른 기회에 그 이웃에게 도움을 줄 것을 거절한다면 이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였을 것이다. 때문에 '부채를 갚는다'라는 말에는 단지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도덕적인 의미가 포함된것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누군가가 별다른 이유없이 '부채' 갚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도덕적인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과거부터 자본주의의 특징은 '끝없는 성장' 즉 탐욕이였다.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자본의 메커니즘에서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부채/신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용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뒷받침 될때, 화폐의 가치는 유지되고 사회에 공급되는 재화는 늘어나면서 자본주의는 건실하게 성장하게된다. 이런 사례로 네덜란드의 주식회사, 스페인의 콩키스타도르,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충분한 성장기회를 찾지 못하는 경우, 자본가 계급은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시스템 안에 있는 저소득자들을 그 재물로 삼았다. 즉, 값싼 부채를 지움으로써 초과수익을 저소득자들에게서 자본가들로 이전시키는 식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거품과 공항의 사이클을 오가며 양극화를 강화시켜 나갔다. 점점 더 많은 돈이 자본가 계급에 집중되었고, 민중봉기 같은 형태로 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면 결국 파탄을 맞게 되었다. 
 
오늘날 성장을 거듭한 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거의 전 영역을 그 지배하에 두게되었다.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은 화폐로 치환가능해졌으며, 이제 화폐가 없는 삶/자본주의적인 논리를 따르지 않는 삶은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정도가 되었다. 한편으로 또 한번의 공황을 목전에 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보다 인간적인 경제시스템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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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