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9.01.23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1
  2. 2018.11.18 Modern Man in Search of a Soul
  3. 2018.06.20 Thinking, Fast and Slow
  4. 2015.06.23 에디톨로지


  • 2019.1, Lisa Feldman Barrett

기대하지 않았는데, 삶에 대한 관점을 바꿔놓는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 처음에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한 뇌과학책으로 생각했다. 이런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우리는 객관적인 외부세계가 존재하고, 이를 감각을 통해 파악한다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뇌와 몸을 마치 컴퓨터와 센서가 연결된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 이런 패러다임 하에서 ‘주관’과 ‘객관’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우리의 외부에 있는 것은 ‘객관’이며,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동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실체이다. ‘주관’은 우리 뇌가 만들어 내는 외부의 심상. 때로는 이것이 ‘객관’과 충돌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무엇이 옳은 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뇌의 작동 방식은 충격적일 정도로 새롭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외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너무나 많고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순간순간 인식해서 판단을 내리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뇌는 그런 정보들을 축약하고, 선별해서, 기호화 한다. 이렇게 기호화 된 외부 세계의 표상을 concept이라고 부른다. 뇌는 concept을 만들 뿐 아니라, 늘 미래에 외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을 한다. 예측을 하고 예측을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순수한 인지를 기반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예측을 한 결과와 외부세계의 feedback에 따라, 다시 concept을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 Most of us think of the outside world as physically separate from ourselves. Events happen “out there” in the world, and you react to them “in here” in your brain. In the theory of constructed emotion, however, the dividing line between brain and world is permeable, perhaps nonexistent . Your brain’s core systems combine in various ways to construct your perceptions, memories, thoughts, feelings, and other mental states.

무엇이 놀라운가?

  • 뇌는 실시간으로 외부 세계의 인지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기호화를 통해 ‘주관적인’ 현실을 지각한다. 
  •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은 그 시점에 인식된 인지 정보에 바탕을 둔게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예측을 인지하는 것이다. 
  • 뇌는 수동적인 해석기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외부 세계에 대한 해석을 실시하는 주체적인 기관이다.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는 ‘실체’가 변할 수 있다(affective realism)

다음과 같은 문장에 위의 내용이 집약되어있다. 

  • "In every waking moment, your brain uses past experience, organized as concepts, to guide your actions and give your sensations meaning. When the concepts involved are emotion concepts, your brain constructs instances of emotion."

놀라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저자가 감정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이르게 되었다.  
  • 몇십 년간 학자들은 인간 감정의 ‘실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 각각의 감정에 특화된 표정, 신체 반응, 뇌의 영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 감정은 우리의 뇌가 가진 실체가 아닌 concept 이며, 이러한 concept은 필요에 의해 조합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우리가 감정을 실체로 인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이라는 concept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면서 실체로 느끼기 때문이다(social reality) 
  • 이러한 주장을 constructed emotion이라고 한다. 

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지금까지 설명이 어렵던 상당히 많은 일들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LSD와 같은 약물 섭취 시, 왜 지각정보가 교란되고 자아라는 ‘개념’이 약화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또한 명상의 효과와 불교도의 관점에 대한 과학적 기반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늘 심각하게 생각하는 ‘자아’ 조차도 뇌안에 있는 구조물이 아닌, ‘개념’ 일 뿐이다.

  • Your “self ” is your identity—a collection of characteristics that somehow define you, like your assorted memories, beliefs, likes, dislikes, hopes, life choices, morals, and values.
  • Buddhism considers the self to be a fiction and the primary cause of human suffering.
  • The fiction of the self, paralleling the Buddhist idea, is that you have some enduring essence that makes you who you are. You do not.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이러한 ‘개념’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문명화 될 수록, 그리고 일상에 매몰 될 수록 현실을 실제 그대로 볼 일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나쁘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한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인 현실이 단하나의 유일한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관점에 따라서 똑같은 무게를 가진 현실이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 Social reality is not just about trivial - sounding examples like flowers, weeds, and red apples. Human civilization is literally built with social reality. Most things in your life are socially constructed
  • Make something up, give it a name, and you’ve created a concept. Teach your concept to others, and as long as they agree, you’ve created something real.
  • you need an emotion concept in order to experience or perceive the associated emotion.
  • Living in groups has some drawbacks, of course, particularly a major dilemma that every human must face : getting along versus getting ahead. Everyday concepts like “ Anger ” and “ Gratitude ” are critical tools for dealing with these two competing concerns.
  • Social reality is a driving force behind human culture.

우리가 실제처럼 느끼는 감정도 객관적인 실체가 아닌 주관적인 개념이다. 고통과 행복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 주어진 환경이 고통스럽거나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해 내는 개념이 고통이나 행복이다.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같은 경험을 고통으로도 행복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 But stress doesn't come from the outside world. You construct it.
  • Apply this example to pain and the result is a plausible model of chronic pain : errant predictions without correction.
  • these results should help spread the word that depression is a brain disease and not just a shortage of happy thoughts.
  • When you have too much prediction and not enough correction, you feel bad, and the flavor of badness depends on the concepts you use. In small amounts, you might feel angry or shameful. In extreme amounts, you get chronic pain or depression. In contrast, too much sensory input and ineffective prediction yields anxiety, and in extreme amounts, you might develop an anxiety disorder. With no prediction at all, you’d have a condition comparable to autism.
  • Numerous experiments showed that people feel depressed when they fail to live up to their own ideals, but when they fall short of a standard set by others, they feel anxious.

그 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이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뒷받침 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의 가르침’, Martin A. Lee의 ‘Acid Dreams’, Jonathan Carroll의 ’The marriage of sticks’, Jordan B. Peterson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 "There is a kind of freedom in realizing that we categorize to create meaning, and therefore it is possible to change meaning by recategorizing. Uncertainty means that things can be other than they appear. This realization brings hope in difficult times and can prompt gratitude in good times."


Posted by 중년하플링 :

Modern Man in Search of a Soul

2018. 11. 18. 17:04 from Lectura


  - 2018.10, C.G. Jung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아주아주아주 단순하게 내가 기억하는 형태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꿈은 소망충족의 형태이다. 하지만 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암시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 또한 꿈은 인과관계를 모두 나타내지 않는다, 축약하거나 압축해서 소망을 표현한다. 

이 책은 프로이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칼융의  책이지만, 프로이드와는 다르게 종교적인 측면이 강하게 느껴진다. 현대의 인간은 맹목적인 종교로 부터는 해방되었지만, 그로인해 삶의 목적을 상실하기가 쉽고, 신경증이 발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적인 각성을 통해 삶의 목적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래와 같은 인디언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는데, 오늘날의 문제점과 일치한다. 

  - “We don’t understand the whites; they are always wanting something - always restless - always looking for something. What is it? We don’t know. We can’t understand them. They have such sharp noses, such thin, cruel lips, such lines in their faces. We think they are all crazy.”

인류는 근대 이후 물질적인 추구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했지만, 영적인 측면에서는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영적인 삶의 측면 없이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The modern man has lost all the metaphysical certainties of his medieval brother, and set up in their place the ideals of material security, general welfare and humaneness. But it takes more than an ordinary dose of optimism to make it appear that these ideals are still unshaken.

신경증이나 다양한 정신병의 원인 중 하나로, 목표를 잃은 현대인을 제시한다. 물질적인 만족 만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인간이기에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 실패하면 다양한 정신적 긴장이 나타나고, 때로는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우리의 잠재의식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다. 

  - What drives people to war with themselves is the intuition or the knowledge that they consist of two persons in opposition to one another. The conflict may be between the sensual and the spiritual man, or between the ego and the shadow. It is what Faust means when he says “Two souls, alas, dwell in my breast apart.” A neurosis is a dissociation of personality.

  - A psycho-neurosis must be understood as the suffering of a human being who has not discovered what life means for him.

  - When we speak of the spiritual problem of modern man we are dealing with things that are barely visible - with the most intimate and fragile things - with flowers that open only in the night.

짧은 논문을 엮은 것과 같은 구조의 책으로, 전체적으로 통일된 그림을 얻기는 어렵지만 영적인 문제점을 학문적인 방향에서 접근한 학자의 시도를 보는 것은 무척이나 새롭다. 융은 삶의 종교적인 측면이 삶 자체와는 분리된 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찍부터 고민했고, 심리분석 상담가는 환자의 이런 형이상학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중년의 위기를 맞는 전형적인 ‘소프라노스’ 와 같은 케이스의 근본원인을 삶의 영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 셈. 

책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구만을 가지고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음. 


Posted by 중년하플링 :

Thinking, Fast and Slow

2018. 6. 20. 15:52 from Lectura

  • 2018. 6, Daniel Khaneman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기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불합리한 행동을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사례는 쉽게 눈에 뜨인다. 왜 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데,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도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일까? 이 책은 인간행동의 배후에 있는 비합리성에 대한 설명이자, 우리의 사고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설명하는 메뉴얼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두 가지 사고 방식이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을‘System 2'라고 한다. 이에 반해 진화의 과정에서 훨씬 오래된 사고 방식이 있는데, 이를 ‘System 1’이라고 하자. System 1은 일반적인 상황을 다루며, 리스크나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지를 감지한다. 더 고민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그때 System 2가 호출된다. System 1은 가능하면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필요하면 System 2를 호출하는 역할을 한다. Associative memory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System 1은 주어진 사실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이다. 그래서 종종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럴듯한 인과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는 늘 스스로가 합리적이라는 ‘착각’속에 살아간다.  

  • When we think of ourselves, we identify with System 2, the conscious, reasoning self that has beliefs, makes choices, and decides what to think about and what to do.
  • The main function of System 1 is to maintain and update a model of your personal world, which represents what is normal in it. (p.71)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비합리적인 판단 기제는 Loss Aversion이다. 이것은 똑같은 기대수익/기대손실에 대면했을때, 수익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들어, 주사위를 던저 짝수가 나오면 100원을 잃고, 홀수가 나오면 100원을 얻는 도박이 있다고 가정하자. 아무도 이런 도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내재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과정에서 이러한 반응이 생긴 이유는, 기대 수익 보다는 기대손실이 개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였을 수 있다. 

  • all of us live much of our life guided by the impressions of System 1— and we often do not know the source of these impressions.
  • When directly compared or weighted against each other, losses loom larger than gains. This asymmetry between the power of positive and negative expectations or experiences has an evolutionary history.
  • Organisms that treat threats as more urgent than opportunities have a better chance to survive and reproduce. (p. 282)
  • The concept of loss aversion is certainly the most significant contribution of psychology to behavioral economics. (p. 300)

재미있는 설명으로 overweighting이 있다. 즉, 우리는 낮은 확률의 작은 위험이나 큰 보상에 대해서 실제보다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어쩌면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모든 조직의 배후에 있는 조직화 원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조직은 낮은 확률이 큰 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낮은 확률의 큰 징벌로 전체적인 규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시범 사례로써의 당근과 채찍이 효과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overestimate과 overweight 두 가지 오류 기제가 작동한다. 즉, 일부분의 사례에 대해서 실제보다 높은 확률을 적용하고, 이렇게 과도하게 책정된 확률에 대해서, 높은 가중치를 설정하는 오류이다.  

  • The combination of the certainty effect and possibility effects at the two ends of the probability scale is inevitably accompanied by inadequate sensitivity to intermediate probabilities. (p. 315)
  • The evidence suggests the hypothesis that focal attention and salience contribute to both the overestimation of unlikely events and the overweighting of unlikely outcomes. Salience is enhanced by mere mention of an event, by its vividness, and by the format in which probability is described. (p. 331)
  • Obsessive concerns (the bus in Jerusalem), vivid images (the roses), concrete representations (1 of 1,000), and explicit reminders (as in choice from description) all contribute to overweighting. And when there is no overweighting, there will be neglect. (p. 333)

그 외에도 고통의 기간은 중요하지 않고, 고통의 최대 강도와 종료 시점의 고통을 가중 평균하여 전체적인 경험에 대한 인상이 결정된다는 Peak-end rule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 Peak-end rule: The global retrospective rating was well predicted by the average of the level of pain reported at the worst moment of the experience and at its end. Duration neglect: The duration of the procedure had no effect whatsoever on the ratings of total pain.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기억을 통한 이야기의 재구축이다.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고정된 특정한 시점이다. 경험의 상태는 Duration neglect로 인해 사후 기억에 있어서 고려되지 않는다. 관관객들이 경험을 추구하기 보다 사진을 열심히 찍는 것은, 기억하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때로 이러한 사건 위주의 사고방식은 ‘경험하는’자아의 불만족 상태로 진행 될 수 있다.    

  • Attention is key. Our emotional state is largely determined by what we attend to, and we are normally focused on our current activity and immediate environment. There are exceptions, where the quality of subjective experience is dominated by recurrent thoughts rather than by the events of the moment. When happily in love, we may feel joy even when caught in traffic, and if grieving, we may remain depressed when watching a funny movie. In normal circumstances, however, we draw pleasure and pain from what is happening at the moment, if we attend to it. (pp. 394-395)

System 1의 특징으로 인한 오류는 스스로 찾아내기 힘들다. 우리는 늘 System 1을 기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 잘못을 수정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 The way to block errors that originate in System 1 is simple in principle: recognize the signs that you are in a cognitive minefield, slow down, and ask for reinforcement from System 2.(p. 417)

‘생각에 관한 생각' 이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이 되어있지만, 번역본은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읽다보면 무엇을 읽고 있는지, 산으로 가버리는 번역. 그 후에 재번역 되어서 나온 뒤에는 번역이 나아졌다는 평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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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2015. 6. 23. 23:53 from Lectura




- 2015.6, 김정운 지음


교보문고 샘 단말기를 구매하고 처음으로 읽은 이북. 일단 이북 단말기인 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아마존 킨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사용가능한 정도는 된다. 다소간의 인내심을 가지면 못쓸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 외국에 있는 관계로 한국에서 출간된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좋은 방법인듯 하다. 문제는 이북으로 출간되는 신간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뭐 차츰 나아지겠지. 


에디톨로지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한 주제를 가지고 밀도 높게 쓴 책은 아니다. 아마도 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놓은 듯 한데, 전체적으로보면 다소 산만한 구성에 가깝다. 하지만,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각각 재미있게 읽히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그게 반드시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 제목인 에디톨로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해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창의성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구성요소들의 조합을 달리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한 기술이 편집 혹은 에디팅인 것이고 이를 잘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 내용 자체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지만, 김정운 교수는 이러한 에디팅을 위한 기반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적인 작업은 단순한 에디팅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반 데이터가 풍부하게 갖춰져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 이를 위해서 자신의 대학원생 시절 DB를 활용해서 논문을 만들어냈던 일화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가 천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무에서 유를 개인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에디팅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서 시대적인 요구와 맞아 떨어진 사람이라는 시각도 무척 재미있다. 천재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시대를 타고나야한다는 시각은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인듯 하다. 최근의 천재라고 불릴 만한 사람으로 스티븐 잡스를 예로 든 것도 재미있다. 하기는, 살아 있을때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후 몇십년이 지나면 그를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천재가 만들어지는가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학위를 딴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학계의 미국학계 종속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이지만, 여전히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 중의 하나. 김정운 교수가 심리학 전공인지는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안정된 교수라는 자리를 집어던지고 일본으로 가서 전혀 새로운 영역인, 그림 그리기를 배우고 있다는 점. 자신의 상황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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