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Have or To Be

2018. 7. 30. 09:19 from Lectura



- 2018.7, Erich Fromm


아마존에서 에리히 프롬의 책을 자주 할인해서 읽었던 책이지만 예전 기억도 되살릴겸 구매. 고전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읽고, 영문판으로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은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온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소비의 문제, 경제에 대한 고민들이 이미 이 책에서 논의되었다. 어렸을때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 사이의 비교였다. 다시 읽고 나니 프롬의 논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프롬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가장 저열한 물질주의에 기반한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도 공유하는 문제이다. 우리의 경제체제는 소비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정한다. 이를 위해 근면하게 일해서 번 돈을 소비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대량 소비는 다시 대량의 생산을 필요로 하고, 생산과 소비의 두 바퀴는 영원한 생산력 증대를 향해 굴러가게 된다. 우리의 여가시간은, 프롬에 따르면, 자동차/TV/여행/Sex로 채워진다. 하지만 우리들은 소비를 하면서도 부족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불만족은 궁극적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 삶의 방식이 인류 역사와 계속 함께한 것은 아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소유가 아닌 공유와 사랑에 기반한 삶을 설파했다. 비록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산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의 소비와 소유를 바람직한 삶으로 삼지도 않았다. 이렇게 소유에 기반한 삶의 방식으로부터 공감이 아닌 소유 관계로 살아가는 성격유형이 생겨났다. 프롬은 이를 ‘Marketing Character'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직업 시장에서의 교환 가치에 의해 정의하는 성격유형을 말한다. 이러한 유형은 시장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성격은 ‘명랑하고, ‘건전하고, ‘공격적이며, ‘야망적인’ 성격이다. 스스로가 설정한 가치가 아닌 시장 가치에 맞추어 살아가기 때문에 주도적인 삶을 살기가 어렵고, 소유를 목표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가진 무엇에도 애정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완전한 인간 유형으로 이상화된 ‘영웅’과는 다르다. 영웅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형이다. 영웅(Hero)이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존재이다. 그리고 영웅이야 말로 실존하는 삶의 형태이다.  

종교가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기에는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긍정적인 것까지는 아니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심지어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극복해야 할 시련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의 인간에게 삶의 시련은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부정적인 평가 이외의 것이 아니다. 모두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불행하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나, 정치, 경제시스템, 사회, 종교 일 수 있다. 오늘날 이처럼 압도적인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는 이유의 저변에는 영웅적인 삶에서의 분리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영웅’이라는 목표로 부터 멀어지면서 삶의 가치를 잃어 버린게 아닐까?

프롬이 생각하는 존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면, 신이 없는 영적인 삶(Spiritualism without God)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가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은 신화와 종교 영역에 남아있다. 종교에서 신에 대한 숭배를 제외하고 남는 것이 신화이고, 신화란 삶에 대한 인류의 지혜라고 보면, 이 책은 신화가 이야기하는 삶을 풀어서 설명해주는 해설서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