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5, Sean Carroll

입자물리학에서부터 자유의지, 도덕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거대한 주제에 대한 책. 결론적으로 새롭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현대 과학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형이상학의 해체를 시도하는 책이라고 봐야 할듯. 물리학자인 작가의 이력때문인지 물리학에 대한 정리로는 좋지만, 철학 방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는 힘들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안다. 세계는 물질이고 이를 벗어난 다른 것은 없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의 존재 이유는? 그런 것은 없다. 우리는 단지 물리법칙에 의해 여기에 존재하고, 맹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게 전부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 질문에는 각자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을 과학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과학을 활용해서 무엇이 부적절한 목표인지를 판단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삶의 목표는 신의 뜻에 맞추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과학이라는 틀을 활용해서 그 주장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삶의 목표나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도덕적인지에 대한 수많은 답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중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거짓이라고 판명되거나, 참일 확률이 적은 주장이 있다면 이런 주장은 먼저 걸러질 수 있다. 그렇게 걸러지고 남은 많은 관점은 각자의 주관대로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한 관점이 다른 어떤 관점보다 더 참이거나 더 우월할 이유는 없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Poetic Naturalism이다. 

이런 관점에서 Jordan B. Peterson 교수가 이야기하는 Chaos vs Order 라는 이야기는 어떨까? Peterson 교수에 따르면, 많은 영웅 신화가 혼돈을 마주해서 극복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질서와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생명의 기본 작용을 혼돈과 질서의 유기적인 관계로 이해한 것이다. 세상은 혼돈이다. 인간은 삶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런 혼돈과 마주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기 때문에 혼돈과 마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바로 천국으로 기억되는 이유. 하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천국을 나와야만 한다.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댓가가 혼돈과 마주침인 이유이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혼돈과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 얻어진 것이, 일상의 편안함인 질서이다. 이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혼돈과 마주침을 피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질서에 머무르다보면, 그 사람의 삶은 화석화되어 버린다. 순수한 혼돈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질서는 생명을 말려버리는 사막이다. 생명은 삶은 이러한 혼돈과 화석화 된 질서 사이를 계속해서 방황하는 어떤 것이다. 혼돈을 질서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이론은 Poetic Naturalism 입장에서는 훌륭한 하나의 관점이다. 과학적 사실과 불일치 하는 면은 없으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 이론의 또다른 장점은 누군가 머리 좋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신화와 종교라는 형태로 집대성한 우화를 현대적인 과학의 관점에서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학이라고 해도 수학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증명하거나, 물리학 처럼 실험을 통해 증명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위의 진술이 물리학이나 수학적인 진리와 배치되지 않는다. 또한 뇌과학이나 진화론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이 있다면, 이러한 지식을 포함하기 위해 위의 이론이 수정될 여지도 충분하다. 저자에 따르면 Jordan B. Peterson 교수의 이론은 신이라는 존재를 가정하고 있는 기독교적인 믿음보다는 훨씬 Poetic Naturalism에 부합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문장들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 It's a different kind of challenge to accept the world for what it is, to face reality with a smile , and to make our lives into something valuable.
  • Poetic naturalism sits in between : there is only one, unified, physical world, but many useful ways of talking about it, each of which captures an element of reality.

전체적인 구성은 여섯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다. 
  • Cosmos : 저자가 이야기하는 Poetic Naturalism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물리학이 이해하는 현실 세계의 작동 원리를 정리해준다. 
  • Understanding : 인식학적인 파트. 베이시안 정리를 이용해서 외부 현실에 대한 가정을 수정해 나가는 방안을 설명한다. 
  • Essence : 1,2 파트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의 해체를 시도한다. 
  • Complexity :  창조론과 진화론을 비교하며 신이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무의미함을 이야기한다. 
  • Thinking : 의식과 자유의지에 대한 파트. 
  • Caring : 가치와 도덕에 대한 파트.

인상적인 구절들...
  • Looking for causes and reasons is a deeply ingrained human impulse.
  • The reason why there’s a noticeable distinction between past and future isn’t because of the nature of time ; it’s because we live in the aftermath of an extremely influential event : the Big Bang.
  • The question being addressed by Bayes and his subsequent followers is simple to state , yet forbidding in its scope : How well do we know what we think we know?
  • there are many ways of talking about the world, each of which captures a different aspect of the underlying whole.
  • something is “ real ” if it plays an essential role in some particular story of reality that, as far as we can tell, provides an accurate description of the world within its domain of applicability.
  • Does new , credible evidence seem incompatible with your worldview ? We should give it extra consideration , not toss it aside.
  • Can we make sense of consciousness and our inner experience without appealing to substances or properties beyond the purely physical ? Can we bring meaning and morality to our lives , and speak sensibly about what is right and what is wrong?
  • Poetic naturalism is “ poetic ” because there are different stories we can tell about the world, many of them capturing some aspects of reality , and all useful in their appropriate context.
  • That there are no objectively true moral facts out there in the world ? Yes . But admitting that morality is constructed , rather than found lying on the street , doesn’t mean that there is no such thing as mor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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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