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604867

.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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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 국가의 최정상급 정치인이다. 
당신은 평생동안 청렴함과 도덕성을 자부심으로 여기며 정치를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당신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신의 정치적 지위를 본 수많은 정/재계 관계자들이 로비와 청탁을 시도했고, 당신의 배우자, 두 자녀, 당신의 형, 당신의 친구가 모두 부적절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찰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시작했으며, 끝내 당신의 주변인들이 돈을 받은 단서와 정황증거를 모두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실질적인 피의자로 당신을 직접 지목하며 당신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받은 돈은 사실상 당신이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서 기소하려고 한다. 검찰은 배우자와 두 자녀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 불과하며, 배우자와 자녀에게 돈을 준 사람은 당신을 보고 돈을 준 것이지, 그들에게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당신이 직접 받은 돈은 단 하나도 없다.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당신이 당신의 주변 가족들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음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은 특별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단지 '상식적으로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선택 1.) 나는 결백하다. 무죄를 주장한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공인으로서 나를 믿어왔던 나의 지지자들을 배신할 수 없다. 설령 내 배우자, 내 자녀가 감옥에 간다 해도 사실은 사실이다. 나는 돈을 받지 않았으며, 돈을 받은 것은 내 배우자, 내 자녀들이지 내가 아니다. 나는 죄가 없다.

 

(선택 2.) 죄를 인정한다.

평생을 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내 배우자, 그리고 나의 자식들을 버려가면서까지 나의 명예를 지켜야만 하는가? 여기서 내가 받았다고 말만 하면 내 배우자도, 내 자녀도 모두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차라리 나의 명예를 포기하고 나의 가족을 살리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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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노무현은 왜 '자살'을 선택했나?

 

많은 외국분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외국 언론은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 '검찰의 비리수사'에 따른 심적 압박감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이 사건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로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은연중에 간주해버리게 됩니다. 진짜 노무현이 고뇌한 것은 무엇인지, 진짜 노무현을 괴롭힌 것은 무엇인지, 진실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저는 '노무현의 딜레마'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2. 배경 법률지식의 이해.

 

법률적으로 보면 (대개 다른 외국도 똑같습니다.) 불법행위 / 위법행위를 저지른 피의자는 직접적으로 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그 범죄 사실에 대해서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범죄자와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것을 법률상 용어로 '선의와 악의'라고 합니다.

 

'선의'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전혀 몰랐거나 모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지칭하고,

'악의'는 국어사전의 의미와는 다르게 '해당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람을 '악의'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법에서는 '선의'인 제3자는 철저하게 보호하는 반면, '악의'인 제3자는 가해자/피의자와 준하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게 됩니다.

 

검찰이 굳이 돈을 직접적으로 받은 권양숙씨나 받은 돈의 실질적인 이익을 취한 노건호, 노정연씨를 피의자로 잡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잡은 것은, 사실상 이번 사건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며 노무현 일가에 간 뇌물은 실질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준 것이지, 그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주변인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양숙씨의 소환 조사, 노정연씨의 아파트 계약서, 노무현의 1억짜리 시계와 같은 것들을 예를 들며 '박연차가 이렇게 여러가지 형태로 돈을 줬는데 노무현 당신은 이것을 하나도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고 검찰은 반문합니다.

 

검찰이 실질적으로 제시한 증거는 '박연차'의 구두 진술이 전부입니다. 그 이외에 물증은 존재하지 않으며, 물증에 준하는 증거 또한 거의 없으며 그나마 물증에 한없이 가까운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환갑 선물인 1억짜리 시계 2개인데 이것을 권양숙씨는 잃어버렸다고 진술합니다.

 

그래서 검찰은 '상식적'으로, 그리고 박연차의 구두 진술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기소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불구속/구속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소와 구속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구속을 하는 이유는 기소하는 과정에 있어서 피해자가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기타 구속하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사유가 있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서 구속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1) 검찰은 제시할 증거는 확실하게 없으며,

2) 그나마 구두로 증언하는 박연차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변인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고, 나아가 '상대가 대통령인만큼 자신이 돈을 주지 않으면 불측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로비에 대한 처벌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법적 이해관계자인 만큼 그의 진술에 진정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법정 공방에서는 자신의 결백함과 무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구요.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끝까지 괴롭힌 것은 '자신의 결백과 무죄'를 밝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가져다주는 결과는 결국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노무현의 딜레마'에 빠진다는 사실입니다.

 

 

 

3.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목적

 

검찰은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만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가족들이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 주변 가족들을 피의자로 잡지 않았습니다. 분명 권양숙씨를 상대로 100만 달러 (+40만 달러) 에 대한 기소를 했으면 권양숙씨는 거의 100% 불법자금 수수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 노건호씨와 노정연씨는 나름대로 해당 수수자긍메 대한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 자로서, 혹은 '악의'의 제 3자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끝까지 노무현만을 피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원한 것은 어디까지나 노무현 대통령인 만큼 그들은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연관시킬 무언가를 찾는 표적수사만 계속했고, 그들이 원한 것은 '죄인' 노무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죄인' 노무현이란 법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도덕적인 '죄인' 노무현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과 도덕이라는 개념은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라는 명제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듯이 '법적 잘못은 처벌을 받지만 도덕적 잘못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도덕적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잘못은 잘못이다.' 는 것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인정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4. 검찰이 만들어낸 '노무현의 딜레마'

 

글머리에서 밝힌 예제와 같은 상황에서, 당사자인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결국

(선택 1) 결백함을 계속 주장한다. 
(선택 2) 억울하지만 죄를 인정한다.

로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했었던 (선택 1) 결백함을 계속 주장한다를 선택할 경우, 법정 공방을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법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을 확률은 높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필연적으로 '자신은 죄가 없지만 자신의 가족들은 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수반됩니다. 즉, 자기 자신의 입으로 자기 자신의 가족들의 죄를 고발해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 넌 직접 네가 돈을 받은 사람은 아냐. 그러니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죄가 없는 결백한 사람이야. 하지만 넌 너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가족을 고발했어. 넌 가족을 팔고도 네가 (평생 주장해왔던, 신념이라고 여겨왔던) - 결백하다고, 도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니?' 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배우자도, 가족도 팔아버린 비양심적인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노무현은 작년 말 노건평이 세종증권 비리로 수사중일 때, 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형이 지금까지 죄를 부인하고 있는데, 동생된 입장으로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해버리면 형의 죄를 인정하는 형태가 되므로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가족을 매우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무현에게 자기 자신의 입으로 가족들을 팔아넘기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선택 2)를 고를까요? (선택 2)를 고르게 될 경우에는 가족들이 지은 모든 죄의 최종적 책임, 궁극적인 책임은 자신이 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가족들을 보호한다는 보장은 받을 수 없습니다. '내가 시켜서 내 가족을 통해서 돈을 받게 했다.'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 경우 가족들은 범행의 주체는 아니지만 최소한 공범으로서 처벌은 받게 됩니다. 이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도덕과 청렴함만을 부르짖던 자가 전가족을 동원해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만약 제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저 역시 (선택 1)을 선택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선택 1)이 그나마 자신이라도 살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 가족을 동원한 비리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선택 2)보다는 그나마 (선택 1)이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선택지도 결국 자기 자신의 도덕적 파멸을 불러옵니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의 딜레마입니다. 

도덕과 청렴함을 중요시하는 정치인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게 될 경우, 자신은 법적으로 무죄를 증명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가족을 팔아야 하는 과정은 피할 수가 없게 됩니다. 세상 어느 누가 자신의 가족을 기꺼히 팔고자 할까요? 그렇다고 자신이 평생동안 지켜온 신념을 배반하고, 자신의 명예를 버릴 수 있을까요?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몇주간을 매우 고통스럽게 보냈을 것입니다.

 

 

 

4. '노무현의 딜레마'에 숨겨진 무서운 메커니즘 경제학의 이론


노무현 대통령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검찰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과 청렴함이라는 브랜드를 훼손시키는 것입니다. 구속을 하든 법적 처벌을 받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평생 도덕으로만 먹고 살아온 노무현을 '도덕적으로'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부분에서는 진심으로 검찰을 존경하고 싶습니다. '대통령 주변인들이 뇌물을 받았다'라는 사실(fact)에서 '주변인이 아닌 대통령 본인을 기소한다.'라는 행동(Action) 단 하나만으로 검찰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메커니즘을 조성하여 (시장) 참여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애릭 메스킨 교수의 '메커니즘 경제학 이론'입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존 내쉬의 게임이론(역시 노벨 경제학 수상, 죄수의 딜레마가 대표적인 케이스)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최신 경제학 이론이지요.

 

메커니즘 경제학의 진정한 무서움은 과거 수많은 경제 이론들이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때' 나오는 결과만을 설명한 것인데 비해 메커니즘 경제학에서는 시장참여자가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그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항상 최선으로 나옵니다.

 

성경에서 나온 내용인가요?

두 아이에게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주려면 한 아이가 케이크를 자르고 다른 한 아이는 자른 케이크에 대한 선택권을 주면 된다고 하는 것이 바로 메커니즘 경제학의 기초입니다. 이 경우, 어느 한 아이가 비합리적이고 착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어서 케이크를 불공평하게 자르거나, 더 작게 잘린 케이크를 선택하거나 해도 그 결과는 항상 두 아이를 만족시킵니다. 설령 두 아이 모두 비합리적인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선택을 하는) 경우라도 결과는 항상 아이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기소 대상자만을 바꾸는 행위 하나만으로 노무현을 자신들의 승리 메커니즘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노무현을 딜레마에 빠뜨림으로서 노무현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자신들에게는 이익만을 가져다 주도록 한다는 이런 잔혹한 메커니즘을 만든 검찰이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고, 그는 항상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만들어낸 이 승리의 메커니즘에 빠지게 되자 그는 어떠한 선택도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이러한 고뇌 속에 그는 결국 자살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이 자살이, 검찰이 만들어놓은 '완벽에 가까운 메커니즘'을 깨는 선택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의 케이크의 예에서 부모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공평의 메커니즘을 깨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이는 부모가 준 선택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거나, 케이크를 아예 먹지 않겠다고 하거나, 케이크를 바닥에 엎어버리거나, (섬뜩한 이야기입니다만) 다른 아이를 사라지게 하거나 자기 자신이 사라지면 메커니즘은 깨집니다. 애시당초 목적(두 아이에게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누어준다)을 가지고 만든 메커니즘이 더이상 그 목적을 위해 작동을 하지 않게 되어버리지요.

 

그가 선택한 자살의 결과 검찰은 더 이상 노무현 일가를 몰아붙일 수 없게 되었고, 노무현의 도덕성에 더이상 흠집을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일가의 비리는 영원히 의혹으로만 남게 되었고, 재판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일이 없어진 만큼 노무현이 뇌물을 받거나 받는데 방조, 혹은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노무현이 도덕적으로 죄인이 될 가능성도 아예 사라졌습니다. 또 가족들이 기소될 가능성도 사라졌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노무현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그의 모든 것을 지켜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을 국민 그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슬퍼합니다. 애도합니다. 오열합니다.

 

 


5. 반드시 검찰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이유.

 

 

법에서는 간단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잘못한 자가 그 잘못에 대해서 처벌을 받는다.'

 

이 명제는 간단하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잘못이 있었다면 그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겠지요. 또, 그 잘못을 주체적으로 행한 사람인지, 아니면 직 간접적을 관여한 사람인지, 혹은 무관한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했습니다.

 

첫번째로, 100% 기소 + 처벌 가능한 권양숙, 노건호, 노정연이 아닌 불확실한 노무현을 피의자로 잡은 점.

                (잘못한 자의 선택) 
두번째로, 100% 입증가능한 확실한 잘못을 입증하기보다는

               오히려 입증하기 어렵고 그 결과가 불확실한 노무현의 혐의를 계속 입증하려고 한 점 (잘못의 입증) 
마지막으로, 150% 이해 가능한 불법자금 수수 등등... 정말로 일반적(?)인 죄명이 아닌,

                  '포괄적 뇌물죄'라는 불확실한 죄명을 적용하려고 한 점 (잘못에 대한 결론)


 

이러한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메커니즘 경제학이라는 툴로 설명하면 은근히 쉽게 풀립니다.

 

1. 어디까지나 노무현 대통령만을 노리는 표적의 고정. 
2. 행위의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의 브랜드 훼손으로 이어질 것. 
3. 노무현 대통령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것.

 

이상의 전제 하에, 검찰은 완벽에 가까운 메커니즘을 만들어 냈습니다. 무죄라고 주장해도 도덕적 죄인이 되고, 유죄라고 인정하면 법적 죄인이 되는 무시무시한 메커니즘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이 메커니즘안에 노무현 대통령을 집어넣기만 하면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 대통령은 죄인이  됩니다. 무시무시한 메커니즘이지요? 이 메커니즘을 위해서 검찰은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 것입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메커니즘을 구성하기 위한 결정적이고 완벽한 재료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분명 검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자가 그 잘못에 대해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분명 권양숙씨가 정상문 비서관을 통해서 박연차로부터 돈을 수수했습니다. 
노건호씨와 연철호씨도 박연차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았습니다. 
노정연씨의 집도 노정연씨 혹은 권양숙씨가 주도적으로 돈을 받아 산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잘못들은 모두 명백하고 확실한 '사실' 입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그 사실에 관여하고 행동한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권양숙씨가 돈을 받았으면 권양숙씨가, 노무현 자녀들이 돈을 받았으면 노무현 자녀들이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원칙'과는 어긋나게 핵심과 몸통찾기에만 주력했고, 수사 흐름을 시종일관 '노무현'을 중심에 두고 진행해 왔으며, 언론에 공개하는 내용도 어디까지나 주체는 노무현인 것으로 흘렸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입니다. 나아가, 기소 대상을 노무현의 가족들 혹은 노무현을 포함한 노무현 가족 전원으로 잡지 않고 모든 사태에 대해 뭉퉁그려서 노무현으로 잡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검찰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검찰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고 확신합니다.

 

앞서 설명한 메커니즘에 대해서 검찰은 우연의 일치라고 일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반문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인간이 고도의 정신행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며 의도가 없이, 정말로 우연히 노무현 대통령을 저런 딜레마에 빠뜨릴 가능성은 0%입니다.

 

만약 검찰이 정말로 우연히도 노무현 대통령을 메커니즘속에 몰아넣었다면, 2007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애릭 메스킨은 노벨 경제학상이 아닌 노벨 화학상이나 물리학상 혹은 사회과학과 관련된 상을 받았어야 합니다. '위대한 이론'을 창시한 것이 아닌 '위대한 발견'을 한 게 되니까요.


애시당초 수사에 목표를 설정한 자. 
그리고 그 수사를 설계하고 계획한 자. 
마지막으로 그러한 수사를 하도록 처음부터 의도를 가진 자.

이 모든 사람들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인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잘못한 자가 그 잘못에 대해서 처벌을 받아야'하니까요.

 

 

Ps 1.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사건에서 '무죄' 혹은 '유죄'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받았건 가족이 받았건 노무현 일가는 분명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최소 100만 달러 이상) 분명 공직자로서는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고, 이러한 잘못을 추궁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을 수사하고 추궁해나가는 검찰의 수사과정은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노무현 대통령을 딜레마에 빠뜨려야만 했을까요? 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런 정신적인 고통을 줘야만 했나요?

 

검찰은 분명 이번 사건을 '노무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에 이기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수사기간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그리고 주변인, 지인, 정치적 동지 모두를 훌어내는 데다가 자신의 신념까지도 부정하도록 만드는 수사방법. 그리고 소환조사 후에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 언론에 노출시키는 시간은 최대화했습니다.

 

이러한 수사방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습니다. 분명 이러한 수사방법은 '노무현이 진실이다 아니다'를 가리기 이전에 노무현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게 됩니다. 무죄로 추정되는 피의자 보호는 전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이 매번 언론의 의혹제기에 사실을 확인해주는 형태로 수사 중계를 해 왔습니다.

 

강호순같은 연쇄살인마가 경찰에 붙잡히면 그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줍니다. 그것은 강력범죄 현행범도 최소한 법원의 판결 전까지 그의 인권을 존중해주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그 최소한의 마스크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의 비리 여부 이전에 수사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명백하게 검찰이 져야만 합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원본링크입니다.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2291744

참 징하다고 생각한다. 
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검찰이나, 죄가 없다고 맞받아치는 노무현이나 참 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장하는 당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상대가 잘못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 왜 내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해온 죄밖에 없는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왔는가?

 

이런 생각은 양자 모두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이나 검찰이나, 원치않게 외나무다리에서 만났고, 그들에게는 배틀로얄의 룰이 내려졌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서 노무현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적어도 1주일 전까지는 생각해왔다. 
정말 거의 확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주 수사발표를 보고 그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정했다. 

노무현은 결국 패배할 것이다. 이는 노무현의 잘잘못을 떠나서 '승리'의 목적 자체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발생할 문제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무현이 승리할 가능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검찰이 승리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한번, 노무현 대 검찰이라는 희대의 스포츠 게임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보고, 중계해보고자 한다.

 

 

 

0. 죽은 제갈공명(노무현)이 산 중달(검찰)을 물리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이번 사건에서 대처하는 검찰을 보면서, 난 정말 대한민국 검찰의 존재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검찰을 두려워해야 마땅하다. 미네르바 사건도 그렇고, KBS 정연주 회장에 대한 조사도 그렇고 어떠한 수사에서도 그들은 궁극적으로 '승리'했다.

 

지난주에 작성한 '죽은 제갈공명(노무현)이 산 중달(검찰)을 물리쳤다'는 글을 통해서, 나는 짧은 생각이나마 노무현의 승리라는 것을 예상했고, 그것을 글로 옮겼다. 하지만 1주일동안 곰곰히 생각해보고 반성해본 결과, 진정한 승리자는 검찰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들이 '법원의 판결'이 최종 결전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법원에서 이긴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진다는 'Winner Takes All'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때, 검찰은 홀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해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겠다.

'노무현의 승리'는 무엇인가?
'검찰의 승리'는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이에 대한 답을 한번 내려보도록 하겠다.


 

1) '노무현의 승리'의 정의

미래신문 하나를 가상적으로 만들어 보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길 것이다.

 

미래 201X년, X월 X일, 마침내 대법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기소한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07년 6월, 정상문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권양숙씨에게 전달한 100만 달러에 대해서 해당 금액을 권양숙씨가 받아서 사용한 부분은 사실로 인정되나, 이러한 사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당 사실에 대해서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2) 2008년 2월 박연차가 연철호씨에게 투자한 500만달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이 투자금액으로부터 실질적인 이익을 취한 바 없고, 이 투자금액에 대해서 인지한 시점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의 시점인 점, 나아가 해당 투자행위를 통해서 박연차가 받은 대가가 확실하지 않은 데다가 그러한 대가가 노 전 대통령의 작위(혹은 부작위)를 통해서 얻은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3) 다만, 2006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받은 2억상당의 피아제 시계는 해당 물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해당 선물이 일반인의 상식과 공무원이 지켜야 할 기준을 초과하는 점, 그리고 해당 선물을 통해서 박연차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의사가 명백하고 실제로 그러한 이득을 취한(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 및 경남은행 인수 시도) 사례는 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작위/부작위를 통해서 박연차가 원하는 부당 이득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노무현 승리의 3공식에는 반드시 다음 3가지가 모두 만족되어야 한다. 
(1) 권양숙가 청와대에서 받은 100만 달러를 노무현이 몰랐다고 인정. 
(2) 연철호가 투자받은 500만 달러가 실질적으로 노무현의 몫으로 보기도 어렵거나,

     대가성을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결론
(3) 나아가 회갑선물로 받은 2억짜리 시계에 대해서 무죄를 인정받을 것.

 

정리하고 보면 노무현의 승리는 생각보다 정말 간단하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돈을 받은(투자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되고, 해당 2억 시계는 대가성이 없었다고 해명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노무현이 그리는 '노무현의 승리'가 될 것이다.

 

 

2) '검찰의 승리'

 

그렇다면 '검찰의 승리 = 노무현의 패배 = 노무현의 승리공식의 반대' 라는 명제는 성립할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검찰의 궁극적인 승리는 차원부터 다르다. 기간이 얼마이든 '노무현이 파란 옷을 입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다. 무슨 죄목을 걸든 상관없다. 일단 노무현이 모든 죄를 부정한다 해도 그 중 단 하나만 걸리면 된다. 마치 노무현은 100발 사격해서 100발 모두 피하면 승리가 인정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검찰은 전혀 다르다. 100발을 쏘든 1000발을 쏘든, 이 총을 단 한발도 맞지 않아도 대포를 쏴서, 미사일을 쏴서, 독을 던져서 노무현이 죽기만 하면 검찰은 승리하는 것이다. 배틀 크루져로 잡든, 고스트로 핵을 떨어뜨려서 잡든, 스팀팩 마린으로 총질해서 잡든, SCV로 데미지 5씩 천천히 잡든 잡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검찰과 노무현간에 승리의 프레임이 이렇게도 다르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노무현이 '궁극적으로는 패배할 것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 같다.


 

왜냐하면 검찰이 자신하는 '필승의 5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1. 포괄적으로 모른다고 잡아뗄까? - 최대한 죄목은 포괄적으로 적용하라.

 

애시당초 검찰은 노무현을 '감옥에 쳐넣을'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뇌물을 받은 죄인이다.' '무엇을 잘못한 죄인이다.'라는 전술적인 목표 따위는 세운 적도 없었다. 검찰의 존재의의는 우리 사회의 부당한 행동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정말 영리했다. 자신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검찰을 상대로 무엇을 어떻게 말하면 자신이 살아날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피의자로서의 권리'는 억울한 사람일수록 이용하기 힘들다. 억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고, 호소는 말로 표현된다. 그렇게 표현된 말에는 반드시 꼬투리 잡을 만한 건수가 한두개쯤은 나올 것이고 그 꼬투리를 잡거나, 혹은 자신이 말한 것을 한 두개쯤 뒤집어줄 수 있는 증거만 제시하면 어떠한 피의자라도 자포자기 모드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검찰의 사냥은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오히려 말을 더 아끼고,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은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말은 정말 하지 않았다. 어쩌면 노무현 일생에 있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 이는 여태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른 자신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 그는 실수하지 않았고, 즉흥적으로 답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만 딱딱 잘라서 말을 했다.

 

동시에, 질문자의 의도를 탐색했다. 그들이 질문하는 그 기저에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존재하고, 그 알고있는 것을 유추해보면 애초에 수사의 근원이 되는 박연차의 진술이 어느정도이며,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역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는 검찰청에서 자신의 사진이 찍히는 모욕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8시간에 이르는 수사를 받으러 봉하에서 서울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심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왜냐하면 검찰의 모든 공격 패턴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응할 방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봉하에 내려오면서 어쩌면 속으로 춤이라도 추고 노래라도 불렀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는 검찰의 함정으로 추측된다. 검찰은 노무현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이 생각하는 '승리'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었고, '검찰의 패배 = 노무현의 승리'라는 공식이 전혀 성립되지 않음을, 오히려 '노무현의 승리 = 검찰의 승리'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승리한 것은 자신이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어쩌면 검찰은 애시당초 이러한 시나리오를 그렸을 지도 모른다. 
'노무현의 승리가 검찰의 승리를 부른다.'는 시나리오를.

 

노무현의 승리의 기저에는 항상 이러한 내용이 성립해야 한다

'모든것은 증거가 없고, 노무현은 몰랐다.'

 

저 명제만큼 노무현을 지켜주는 것이 없었다. 아무리 정상문을 통해서 박연차가 돈을 보냈어도 노무현은 몰랐다고 말하면 살아난다. 아무리 연철호든 노건호든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노무현이 몰랐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고 할 만한 입증 자료가 없으면 노무현은 100번 싸워서 100번 이긴다. 이것이 노무현이 그리고 있는 '필승 패턴'이다.

 

검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이 승리를 확신하게끔 내버려뒀을지도 모른다. 
굳이 없는 증거를 열심히 찾을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노무현의 필승 패턴의 주문만 깨버리면 검찰의 승리는 너무도 당연해지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은 증거가 없고, 노무현은 몰랐다.'라는 승리의 주문을 뒤집을 수 있는 것. 
그것도 많이도 바라지 않고 딱 하나만 있으면 검찰은 승리하는 것 아닌가?

검찰은 이것을 실행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1억짜리 시계 2개'이다.

 

1억짜리 시계는 노무현이 2006년 60세 환갑때 회갑 선물로 박연차에게 받은 것이다.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인 만큼 준 것도 확실하고 받은 것도 확실하다. 이것을 노무현이 몰랐다고 할 리가 없다. 세상에 생일선물을 받아서 그것을 뜯어보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고 노무현이 입증할 수 있을까? 이것은 상식에 물어봐도 맞지 않은 것이다.

 

또, 그 선물은 회갑 선물로 받은 것이다. 사람이 환갑때는 자신이 살아온 60년을 한번쯤 돌아보면서, 하루쯤은 대통령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자연인이자 개인인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한번쯤은 생길 것이다. 생일 선물에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58세, 59세때와는 달리 60세 생일인 환갑이라는 것이 그러한 마음을 더욱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소에는 한번쯤은 의심을 해봤을 법도 한, 비싼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을 환갑이라는, 그리고 자신의 생일 선물이라는 말에 큰 의심을 하지 않고 넘기게 된다. 한번 독자들에게 물어보겠다. 만약 자신이 자녀된 신분으로, 부모에게 60세 환갑때만큼만은 평소 생일선물보다 더 좋은 생일선물을 보내지 않을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기는 할까? 그리고 부모된 입장에서 환갑 선물이 생일선물보다 '훨씬' 좋다고 그것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이 세상에는 존재할까?

 

검찰은 이러한 인지상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박연차를 추궁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대통령의 경조사에 무엇을 주었나?' 일지도 모른다. 박연차는 희대의 로비스트이고, 여당-야당을 넘어서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는 거의 다 로비를 시도했었다. 당연히 자신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큰 사람인 대통령에게는 가장 좋은 선물을 했을 것이고, 그 선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이미 검찰은 승리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검찰은 가장 결정적인 단서를 가장 먼저 확보한 후에 그것을 끝까지 숨겨둘 히든카드로 아껴둔다. 
분명 노무현은 '몰랐다. 그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라고 나올 것이었다. 

그러면 검찰은 '그렇다면 설마 이것도 몰랐나? 생일날 받은 1억짜리 시계도? 그건 실제로 당신이 받았으므로 당신도 알고 있는 사실은 아닌가?' 라고 회심의 일격을 날리려고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검찰은 애시당초 '포괄적 뇌물죄'라는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 형태의 다소 모호한 죄명을 거론한 것이다.

 

포괄이라는 단어는 정말 모호하다. 본인 뿐만이 아니라 주변인 중 한사람이 받아도 포괄의 범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포괄이라는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는 본인이 받은 것이 확실하면 아마도 주변인에게 간 돈도 본인에게 간 것으로 볼 수 있을것이다라는, 포괄적 해석을 포함할 것이다. 그래서 포괄적 뇌물죄를 슬로건으로 내건 후, 본인이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서 궁극적으로 본인이 받지 않은 다른 돈도 마치 본인이 받은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착시를 일으키고자 했던 것이다. 검찰이 생각한 포괄은 진정 무서운 '포괄'인 것이다.

 

 

 

2. 액수는 일단 최대한 부풀리고 봐야 한다. - 일단 의심스러운 돈은 다 묶어서 발표해라.

 

앞서 말했지만 이번 대결에서 승리의 프레임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노무현의 승리는 '모두 피하는 것'이라면 검찰의 승리는 '단 한발만 맞추면 되는 것'이다. 이 차이를 극복한 검찰의 전략을 살펴보겠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검찰은 '단 한발만 맞추면' 된다. 즉, 이 한발만 맞으면 노무현은 죄수복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검찰은 마치 기관총과 같이 전방향으로 일단 '갈기고' 본다. 일단 박연차를 통해서 의심되는 혐의는 모조리 다 찾아낸다. 앞의 글(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잡다)에도 언급했듯이 10억, 50억은 한글로는 작아보이지만 100만달러, 500만달러는 커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따라서 최대한 금액을 부풀려서 발표하는 것이 정말 필요했다.

 

왜 이렇게 검찰은 열심히 금액을 부풀렸을까? 

검찰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리가 있다.'라는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과거부터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는 몇가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본인과는 무관한 것이었고, 설령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정말 작았기 때문에 '고작 그것가지고 수사를 시작했나?'라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제 1단계 작업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형태로든 비리 의혹이 있다.'라는 인식을 전 사회에 심을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일단 관계가 있든 없든 최대한 노무현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부각하는데에 집중한다. 의혹이 있으면 일단 발표한다. 그리고 그 금액을 합산한다. 그렇게 되면 '전 대통령에게 1억짜리 비리가 있다.' 라는 소문에 사람들은 소문이라고 흘려듣게 되지만 '전 대통령에게 10억짜리 비리가 있다.'라고 하면 슬슬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 금액을 계속 부풀린다. '알고보니 전 대통령에게 50억짜리 또다른 비리 의혹이 있더라.' 는 소문을 낸다. 그리고 '전 대통령 주변 사람을 조사해 본 결과 이것이 일정부분 사실이더라.' 라고 흘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1억짜리 의혹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검찰이 멀쩡한 대통령 하나 못잡아먹어서 안달이 났구나!'라는 생각에서 '뭐야? 1억에 10억에 이어 50억짜리까지? 이인간 이제보니 제대로 해먹었네!'라는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왜 필요할까?

만약 처음 시작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1억짜리 시계를 두개나 받아먹었습니다.' 였다면 사람들은 '에라이 미친놈아. 대통령이 1억짜리 선물도 못받을 정도의 사람이냐? 남들 지자체장들과 6급 공무원들 세금 비리 한번 저지르면 10억짜리인데 그거 수사 안하고 고작 1억짜리 꼬투리 하나 잡아서 전 대통령을 수사해? 정치보복 하는거야?' 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에게 약 60억 정도를 받았다는 비리 의혹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1억짜리 시계 2개는 확실하게 선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라고 발표하면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노 전 대통령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결국 비리 덩어리였군.' 이라는 것이 나오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300만원짜리 양복을 산 손님에게 5만원짜리 넥타이를 권유하면 손님은 5만원이 그리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세트로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5만원짜리 넥타이를 산 사람에게 300만원짜리 양복을 권유하면 그 점원은 반드시 손님에게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과 같은 논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드시 조사받아야 한다!' 는 명분이 반드시 먼저 선행되어야지 검찰은 수사하기가 여러모로 편하다. 그러면 그 수사결과 10억짜리든 50억짜리든 1억짜리든 어떤 것이든 단 한방만 맞으면 검찰은 승리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 없이 '1억짜리를 두개나 받았네요.' 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면 분명 검찰은 '정치보복용 수사' 소리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는 이 대결의 양상이 '노무현이 한발이라도 맞을 것인가?' 라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죄이냐? 무죄이냐? 라는 질문은 '한발이라도 맞았느냐? 맞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 전까지 사람들의 인식 전환 과정에서 검찰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노무현을 의심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고, 60억은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오늘 어떤 신문에서는 이렇게도 표현했다. 

미네르바 박씨에 관련된 재판 결과 검찰은 패배했지만, 진정한 승리자는 검찰이라고. 검찰은 이 소송에서 패소해서 백수 박씨에게 일당 10만원씩 4개월동안 구치소에 억류한 1200만원만 보상하면 그만이지만, 대한민국의 언론의 자유를 4개월이나마 한번쯤 강하게 통제하는데 1200만원이면 정말 싼거 아니냐고.

 

이처럼 애시당초 검찰의 승리 프레임은 한두개의 전술(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전략적 승리)이 진정한 승리였을 것이다.


 

 

3. 대법원의 판결 직전까지 유죄는 추정된다. - 무죄추정의 원칙따위는 철저하게 무시해라.

 

이번 사건에서 빨대의 역할은 지대했다. 원칙적으로, 검찰의 수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외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다 필요해서 있는 말이다. 아무리 피의자라 하더라도 일단 법원에서는 무죄로 추정되기 때문에, 해당 수사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미네르바를 변호한 박찬종 변호사도 이러한 문제를 여러번 지적했었다. 검찰은 국가이고, 강한 존재이고, 원하면 언제든지 자신들의 수사 내용을 발표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피의자로 조사받는 사람은 그렇지 아니하다. 일단 기자를 마음대로 부를 권리따위는 전혀 보장받을 수 없고, 자신이 억울해도, 사실이 아니라도 그것을 어디에도 알릴 수 없다. 왜냐하면 피의자는 구속되어 구치소에 있기 때문이다.

 

왜 검찰수사에 최초발표, 중간발표, 최종발표라는 프로세스가 있겠는가?

왜 과거에는 열심히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최초발표는 200X년 몇월 몇일, 중간발표는 몇월 몇일, 최종발표는 몇월 몇일이다라고 하고 그때까지 열심히 엠바고 걸고 수사내용 숨기고 그런 수고를 했겠는가?

 

정말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이 원칙이고 그것이 법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원칙과 법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언론은 마치 매일매일 검찰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자신들의 행동을 아예 정당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검찰의 빨대로부터 정보를 매일매일 빼내왔고, 심지어는 홍만표씨가 '형편없는 빨대'라는 언급까지 했을 때에는 모든 방송사와 언론인들이 일제히 합심해서 그것을 방송한 빨대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라. 
검찰의 최초 발표는 있고, 중간발표가 매일매일이면 대체 최초 - 중간 - 최종발표가 존재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한가? 

왜 그렇다면 과거에는 멍청하게 검찰이 발표할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중간발표가 나면 일제히 논평을 하고 취재를 했단 말인가?

 

지금 상황이 비정상인 것이다. 
지금 상황은 검찰이 수사진행과정을 언론에 매일매일 흘리고 있는 상황인데, 검찰은 이러한 상황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방조하고 있다. 하다못해 검찰이 '언론이 이렇게 하면 안된다.'라는 반응을 한번이라도 보일 법도 한데, 올해 들어서 그런 일은 아예 없었다.

 

이쯤되면 한번쯤 검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열심히 검찰로부터 정보를 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검찰이 언론으로 정보를 '열심히 흘리고 있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노무현 게이트 사건에서 국민들은 약 4개월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검찰이 무엇을 했는지를 생중계할 수 있었다. '검찰총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만표 기획수사관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는 말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 들을 수 있었다. 검찰의 수사내용은 당연히 대외비이고, 그것이 대외비인 것은 적어도 피의자가 판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되는 엄연한 원칙이 있어서인데 그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미 언론에서 노무현은 600만 달러를 받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정사실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구속여부가 언급되고 있으며, 처벌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를 떠들고 있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서 노무현을 공략하면 노무현측에서는 반박을 하고 싶어도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는 언론에 자연스럽게 묻힐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아는가? 이번 노무현 관련 기사가 4000개였지만, 정작 노무현이 쓴 글은 단 4개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최초에 언급되었을 시점에는 노건평 문제로 아예 외부와 소통을 끊었으며, 칩거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노무현이 말한 것은 단 4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노무현이 아직 판결 전까지 전 대통령의 신분으로 있고, 무죄로 추정되고 있다면 4000개의 기사에 대해 4000번의 변론권은 허용했었어야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가? 사실상 이번 에 행한 언론사의 행위는 인터넷으로 치자면 '마녀사냥' 행태를 공식적으로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글쓴이에게 쏟아지는 4000개의 욕설과 비난, 비판에 글쓴이는 대체 어떻게 반박할 수 있단 말인가?

 

반박을 하지 않으면 마치 그것을 인정한 것으로 추인하고, 인정한 것으로 추인하면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리고 그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사실로 보도하는 이러한 지겨운 악순환을 인터넷 강국인 우리가 모르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겨우겨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 그제서야 '아니면 말고' 혹은 '왜 지금까지는 사실이라고 안했나?'하는 적반하장식 마녀사냥. 이런 것들을 네티즌이 하면 기자들은 불륜이라고 비난했고, 정작 자신들이 하고 있으면 마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는 로맨스가 되어버리니 참 우습지 않은가?

 

지금 마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들이 사실은 아직까지 법원의 1심 판결조차도 받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부각한다.

 


 

4. 직접 받은 것은 받은 것이다. 확실하게 물고 늘어져라 - 1억짜리 시계 2개

 

어쩌면 2009년 한해를 장식할 만한 희대의 멘트가 될 지도 모르는 말이 홍만표 수사관의 입에서 나왔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은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자신을 버려달라고 글을 올렸던 그날, 언론에서는 검찰로부터 '노무현이 박연차로부터 1억짜리 시계 2개를 받았습니다.'라는 제보를 받았다는 것을 발표했다. 그때 홍만표 기획수사관은 분명 진노를 표시하면서, "그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형편없는 빨대다." 라고 해당 빨대(검찰)을 폄하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한 이 말이 사실은 다음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감히 누가 우리의 히든 카드를 노출시켰나? 그런 형편없는 작자가 대체 누구인가?"

 

언론과 국민들은 처음에 홍만표 수사관의 '형편없는 빨대'라는 발언을 들었을 때에는, 적어도 검찰이 너무 나갔다. 자중하는 모습이다. 전 대통령에 대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적어도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렇게 적고 있었고, 검찰 측에서 서면조사를 시작할 때 '1억짜리 시계에 대한 내용은 질문하지 않았다.' 라고 분명하게 답변을 했었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검찰이 1억 시계에 대해서는 더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어느정도 주었다.

 

하지만 노무현의 직접적인 방문조사 이후에는 이러한 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5월 2일자 조선일보에는 아예 기사의 헤드라인이 '검찰 '노 전 대통령 1억시계' 뇌물죄 적용키로'라고 말할 정도로 1억 시계에 대해서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서면조사때만 해도 질문도 하지 않았다던 그것이, 지금 와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적인 뇌물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1억짜리 시계 2개를 박연차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노무현 측에서도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형편없는 검찰의 행태'라고 비난할 지언정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 그리고 홍만표 검찰수사관이 문재인씨의 서면조사에 대한 답장을 받았을 때에 분명히 문재인씨에게 이야기했다. "나같았으면 그때 주먹이라도 휘둘렀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정말 고맙다. 형편없는 빨대를 반드시 색출해낼 것."이라고 보도되었고, 기사화되었었다. 그때까지는 '친절한 검찰씨'였다.

 

하지만 어떻게 노무현이 방문한지 이틀이 지나지 않아서 1억짜리 시계 2개를 받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 이것은 명백한 뇌물이다. 포괄적 뇌물죄에 적용될 것이라는 말이 바로 나올까.

 

예상되는 결과는 뻔하다. 적어도 노무현은 1억짜리 시계 2개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1억짜리 시계 2개로 인해서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정말 높다. 이는 굳이 포괄적이라는 꼬리표까지 떼고 뇌물죄를 적용해도 먹힐 소지가 다분하다. 그것을 받았던 때가 2006년 6월이었고,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1년 6개월은 더 남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박연차씨가 받은 각종 혜택으로 노무현이 대가를 제공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100만달러와 500만달러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쉬운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은 결국 10억짜리 혐의를 몰랐다고 넘기고, 50억자리 투자금에 대해서 자신과 관계없다고 피할 수는 있어도 정작 1억짜리 시계 2개만큼만은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대포알을 피하고 미사일을 피해서 살아남은 병사가 정작 총알 두방에 쓰러지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노무현은 이 총알 두방으로 분명하게 죽는다는 것이다. 구치소에서 복역할 기간이야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복역을 하게 되면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사라지게 되고, 정치인 노무현은 확실하게 도덕적, 법적으로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멀리멀리 돌아왔지만 확실하게 노무현을 헤드샷할 무기를 결국 꺼낸 것이다. 2억어치의 시계라는 확실한 물건이 노무현을 100% 잡을 것이다. 결국 2번, 3번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이 나는 것이다. 애시당초 1억짜리 시계 2개를 받았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기 시작했으면 분명 역풍을 매우 세게 맞았을 것이다. '죄없는 자 돌을 던져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세상에 2억을 받았다고 대통령을 구속하고 감옥에 쳐넣으면, 10억에서 20억씩 포탈한 공무원들은 무기징역이나 사형감 아닌가? 이런 말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70억의 혐의(정상문의 13억원 + 권양숙의 10억원 + 연철호의 50억원)를 처음부터 씌우고, 끝내 2억원의 혐의를 적용시키면 상대적으로 역풍은 덜할 것이다.

 

왜냐하면 '뭐라해도 노무현이 받은 것은 사실이니까.'

 

 

 

5. 결국 사람의 싸움은 돈으로 귀결된다 - 추징금을 강하게 물려라.

 

나아가 정치인 노무현을 파탄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 노무현을 파탄시키는 가장 확실한 카드도 이제는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마 현 상황에서 노무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바로 '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확실하게 돈이 없다. 

그는 자기 자신의 재산형성보다는 정치에 신경을 더 많이 썼고, 장부상에 신고된 재산이 결과적으로는 10억이지만 정작 15억짜리 봉하마을 집에 몇억원의 재산, 그리고 10억원이 넘는 빚만 남아 있다.

 

가장 처음단계에서 의혹이 있었던 노무현 - 박연차 사이에 10억 소비대차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수사 결과 해당 소비대차는 명백하게 노무현이 박연차로부터 대출받은 것으로 결론이 나서 언론의 관심에서 가장 먼저 멀어져버린 의혹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를 것 같아서 언급하는데, 노무현이 박연차로부터 빌린 돈 십수억원은 (대출이자 7%) 지난 3월이 만기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갚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빚쟁이'상태라는 것이다. 

언론이나 본인의 입으로 '정치인 노무현은 도덕적으로는 파산했습니다.' 라고 떠들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파산이 노무현의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연봉 (대통령 재직당시 연봉의 95%, 영부인도 개별적으로 받을 수 있음) 이외에는 수익원이 전혀 없으며, 당장 그가 10억이라는 큰 돈을 마련하기에는 그의 재산은 너무나도 투명하게 밝혀져 있다. - 그가 그 돈을 갚을 현실적인 여력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뻔히 보인다.

 

이 상황에서 노무현을 가장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권양숙 여사를 기소하는 것이다. 권양숙 여사가 감옥에 가든 가지 않든 그것은 관심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권양숙 여사를 기소하고, 재판을 받게 하면 가장 확실한 처벌 한가지는 분명하게 받는데, 바로 '박연차로부터 받은 돈 100만달러'가 추징금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즉, 2008년에 빌린 10억원도 갚지 못하는 노무현에게 다시 10억원어치 추징금이 나오는 것이다. 확실히 이런 상황이 오면 노무현은 최소한 봉하마을의 집은 팔아야 하는, 파산상태가 된다.

 

돈이 없어서 저질렀다는 '생계형 범죄자'가 정말 생계를 고민하게 될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적어도 노무현에게 10억에서 20억정도 나올 만한 창구는 없어보인다.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은 지금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그리고 또다른 돈맥인 박연차 회장은 이미 자신을 배신한 데다가, 자신이 이미 그에게 10억원의 빚이 있다. 그리고 강금원 회장의 슬픈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은 분명히 알 것인데 '참여정부 시절 실세들은 지금 현재 대부분 백수상태에 있고, 그나마 개중에 많은 사람들이 감옥을 갔다 와서 직장도, 돈도 없는 상태'이다. 오죽하면 강금원 회장이 법인의 돈을 잠시 빼서 쓴 내역(이때문에 강금원씨는 구속중이다.)이 하나같이 추징금, 보석금, 집 없는사람 전세금 주는 것이었을까?

 

최소한 노무현 대통령이 받은 1억짜리 시계 2개 건만 해도 그렇다. 해당 건에 대해서 재판을 받게 되면 아마 99.9%의 확률로 추징금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추징금은 분명 '돈'으로 나오지 현물인 '시계'를 압류해가는 형태는 아니다. 본인이 경매 처분을 하든 어떻게 하든 돈으로 다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히 비관적인 생각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2억원이라는 추징금이라도 낼 현실적인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는 연봉 약 2년치는 된다.)  또한, 노무현의 주변 지인들 중에서 그런 돈을 선듯 대납해 줄 만한 용감(?)한 인물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뭐.. 그 추징금이야 어떻게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노사모에서 다시 한번 희망돼지를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날 집을 압류당하고 유일한 형제인 형은 구치소에 있고, 자식들 모두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징금조차 낼 수 없는 전 대통령을 위해 (재판에 따라 어쩌면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노사모에서 다시 희망돼지를 모아서 추징금 정도는 피하도록 모금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비관적인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면 한다.

 

 

(결론) 이상으로 검찰이 노무현을 '완전히' 망가뜨릴 최소한의 5가지 방법은 언급해보았다.

 

난 대한민국 검찰의 능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대한민국 검찰은 대한민국 상위 1%의 두뇌집단이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곧 권력에 직결되는 막강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다. 적어도 그들이 노린 상대는 확실하게 망가뜨릴 수 있으며, 탈탈 털어서 죄 하나쯤 건지는 것은 일도 아닌 그런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잠시나마 난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한 검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그런 환상을 가져보았다. 마치 소설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로 치자면 닉슨 엔 프로스트의 한글 버전처럼 돈키호테 같은 노무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잠시나마 가졌었다.

 

하지만 정말 1억짜리 시계 2개만큼만은 의외였다. 검찰이 지닌 꼼수가 그것이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 2억원어치의 뇌물은 노무현을 완전히 망가뜨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애시당초 노무현의 비리 혐의 금액은 약 100억원 수준이었다. 그중 10억원이 소비대차로 무혐의가 입증되었고, 정상문의 13억원, 그리고 권양숙의 10억원, 그리고 연철호의 50억원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 같은 반노무현지는 줄기차게 600만 달러, 70억원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했었고 그 모든 것이 포괄적으로 노무현의 죄인 것처럼 포장해댔다. 하지만 그 모든 혐의는 증거가 없으므로 유죄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겨우 2억어치 시계만큼만은 노무현이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겨우 할 수 있는 변명이 '선물로 받은 것이다. 대가성은 없었다.' 라는 진부한 멘트다. 
수십억씩 받아쳐먹은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똑같은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는 노무현이 되는 것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대통령으로서는 아랍연맹을 처음으로 방문합니다. 저의 방문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신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천년 전부터 우리 한국과 아랍은 서로 교류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러나 출토되는 유물을 보면 교류의 역사는 500년 정도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우리는 전 세계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있습니다만, 달력도 아라비아에서 첫 발명한 달력을 지금까지 쓰고, 그레고리력과 함께 쓰고 있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라비아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아라비아의 많은 전설들을 함께 배웁니다. 그와 같은 교육을 통해서 아라비아가 세계 역사에서 아주 번승하고 영광을 누린 때도 있었고 또한 세계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석유를 여섯 번째로 많이 쓰는 나라입니다. 말하자면, 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생산해 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하루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국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아랍권까지 교류하고 투자하는 경제적 활동들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와서 한국도 경제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보다 넓은 교류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랍세계 자체도 경제적으로 통합돼 가면서 보다 더 개방적인, 보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게 됨에 따라 한국이 아라비아를 매우 중요한 국가로 다시 주목하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한국에게 있어서 경제적으로 아랍권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 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도 그동안 경제성장, 발전의 경험이나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역량이 아랍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의 이번 방문은 한국과 아랍지역 사이에 이런 새로운 변화의 흐름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더 좋은 길을 찾기 위해, 새로운 천년을 보다 더 건설적인 관계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랍권이 새롭게 연맹을 강화하고 또 그 사이에 경제적으로 보다 더 자유로운 공동의 시장, 자유로운 시장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아가서는 아랍연맹 자체의 결속력이 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랍세계가 세계 질서 속에서 보다 더 큰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은 세계평화에 대해서도 아랍권이 더 큰 기여를 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은 아랍권이 이와 같이 세계 질서 속에서 보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지난 날 약 40년에 걸쳐서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해방되면서 바로 또 국가가 분단된 상태에서, 냉전체제 속에서 동서 양 진영의 첨단에서 민족끼리 서로 대립하고 전쟁을 치르는 불행한 역사를 지내왔습니다. 그와 같은 어려운 역사를 겪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많은 도움을 받게 됐고 보다 더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노선을 취해 가는데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세계질서 또한 냉전체제가 해체됨으로 해서 한국이 이제 좀더 독자적인 위치에서 세계 질서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금은 느끼고 있다. 우리 한국과 한국국민은 앞으로 한국 문제뿐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고통도 함께 나누고 세계 공존과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60년이 지났습니다만 그러나 아직까지도 세계 여러 곳에는 제국주의시대가 남겨놓은 질서의 잔재가 남아있고 또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한국도 그와 같은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북핵문제도 그와 같은 후유증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긴 역사에서 보면 60년이라는 세월은 매우 짧은 세월이고 앞으로 30년, 40년을 더 내다보면 세계질서는 지금과는 훨씬 더 다른 질서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에 있어서 보다 자주적이고 보다 더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번영하고 평화를 함께 누리는 질서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까 결국 아랍의 상호연대, 나아가 큰 통합이라는 것이 성공할 것이고 앞으로 그와 같은 통합을 통해 아랍권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개별국가의 번영과 아랍연맹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 한국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또 열심히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저의 희망 중 하나는 한국처럼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 장래에 있어서는 옛날의 제국주의세력이면서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그런 국가들과 대등한 능력을 가지고 세계평화에 당당하게 함께 참여하고 기여하는 그와 같은 일을 한국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평화 세력으로서 적극적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 한국의 희망입니다. 우리 한국이 이와 같은 꿈을 실현하는 데에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국을 평화를 애호하는 가까운 친구로 항상 생각해 주시고, 또 한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도와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 친구처럼 항상 도움을 청하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정치가는 ‘대게대게의 법칙’을 알아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대게’를 한 정치가는 대략 성공했고 ‘대게’를 하지 않은 정치가는 반드시 죽었다.”


시바 료타로의 칼럼집 ‘고노쿠니노 카타치’에 나오는 표현이다. ‘대게’라는 말은 ‘대강’으로 짐작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치가는, 혹은 어떤 조직의 리더는 현안에 대해 세세하게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식 논리이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하여간 그런게 있다. 각설하고.. 노무현은 ‘대게’하지 않았다. 연정은 대선공약에 없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약속위반이다. 지지도가 추락하게 되어 있다.


연정이 대선공약에 있다는 설도 있는데 유권자가 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니.. 일단 유권자 입장에는 대통령이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인식된다. 정부의 홍보에도 문제가 있었고.


2002년에 왜 그들은 노무현을 지지했을까? 노무현이 ‘대게’할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세력이 없다. 그러므로 ‘대게’할 수 밖에 없다.


‘대게’한다는 것은 집권초기에 고건을 중용했듯이 실무중심으로 내각을 꾸려놓고.. 대통령은 외교나 하고..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것을 말한다. 집권초기 대통령의 인기가 높았던 것은 그런 기대 때문이다.


엄 밀히 말하면 연정 때문이 아니라.. 고건이 떠났기 때문에 지지도가 추락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대게의 약속이 깨졌다고 국민은 판단한 것이다. 고건이 떠나서 유권자 입장에서 대통령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에..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대통령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표현이 고약하지만 양해를 바람.)


유권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고건이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물렁한 고건 정도는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셈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사 실이지 다수 유권자는 그랬다. 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려고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멸치선생 김영삼 졸부가 어떤 대학의 명예박사 하나라도 얻어걸리길 원하듯이.. 자신은 부패하더라도 대통령은 멀끔한 사람으로 뽑아서.. 그야말로 ‘다 이루었다’고 선언하길 원했던 것이다.


“개 혁은 끝났다. 민주화는 되었다. 울나라 선진국이다.” <- 유권자는 이런 상을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을 찍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노무현 찍었다가 실망했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그렇다.(나는 그들이 위선자라고 본다.)


노무현은 밑바닥을 겪어본 사람이다. 밑바닥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대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자만 해도 서프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노짱방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알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렇다면? ‘대게의 원리’를 잘 아는 노무현은 왜 대게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노무현은 사실이지 대게하고 있다. 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것이 그렇다. 초기에 고건을 중용하는 방법으로 대게해서 지지도를 올렸듯이, 이총리에게 권한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 인용하면.. 천금으로 천리마를 구한 이야기.. 이건 한메 한글타자에 나와서 다 아는 건데.. 중국 고사에서 어떤 임금이 천리마를 구하기 위해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으로 샀다는 이야기.. 죽은 뼈를 비싸게 사들이니 그렇게 구해도 없던 천리마가 도처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


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미래의 총리를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이다. 연정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실세총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두명의 권력자를 선출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차기 주자 입장에서 대통령 하나에 올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건 말로만 대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게하는 것이다.


현 우리당의 구조로 볼때 신당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당제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차기에는 2당연립정부가 출현하여 대통령과 총리를 나누어 갖는 체제가 정착될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1) 노무현의 당선은 대게의 법칙을 고리로 한 유권자와의 무언의 약속이다.

2) 유권자 중 일부는 자신에게 상을 주기 위해서 노무현을 지지했다.(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지금 등을 돌렸다.

3) 밑바닥을 겪어본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대게의 법칙을 안다. 고건의 중용과 이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것에서 보듯이 노무현은 대게를 실천하고 있다.


4) 연정안 및 개혁드라이브는 대게의 법칙을 어긴 것이다. 지지도는 추락하게 되어 있었고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었다.


5) 선거구제 개편, 다당제, 연정은 대게의 법칙을 쇼가 아니라 시스템화 하여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진정한 지도자가 가야하는 길은?

지도자가 할 일은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집단의 성원들에게 도덕적 자부심을 주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오너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일본은 한때 잘나갔지만 결국은 망가지고 있다. 대게대게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CEO들이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힘을 쏟을 때 일본의 CEO들은 선문답이나 읊조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이지 대게대게는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 모택동은 대게를 하느라 권력을 유소기를 비롯한 당권파에 내주고 키신저와 만나 시를 읊조리며 신선놀음을 했다.


물론 뒤로는 은밀히 사인방을 동원하여 공작했지만 공식적으로 모택동도 모르는 일로 되어 있었다. 즉 모택동의 대게대게는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등소평도 대게의 고수였다.


정치 일선에는 손떼고 양자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으로 건강을 과시하며 남순강화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등.. 그러나 그건 속임수다. 솔직하지가 않다.


결론적으로 지도자가 대게를 하면 나라가 흥하고.. 대게를 계속하면 나라가 망한다. 평화시에는 대게를 해야하고.. 위기시에는 대게를 하지 말아야 한다.


대게를 한다는 것은 아랫사람을 시켜 막후정치, 파벌정치를 한다는 것이 된다. 겉으로는 대게를 하는 척 위장하고.. 실제로는 배후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것이 일본식 막후정치의 폐해다.


필 자가 일본의 경쟁력이 다했다고 감히 진단하는 것은 일본의 CEO들이 지금 대게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가 신사를 찾는 것도 그렇다. 말로만 개혁을 외칠 뿐 실제로는 야스쿠니를 다니며 상징조작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고이즈미식 개혁이다. 고이즈미는 등소평의 통치술과 모택동의 뒷통수치기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CEO들도 고이즈미를 흉내내고 있다. 그들은 경영을 도외시 한 채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자파세력 불리기의 배후공작에 열중하는 한편 겉으로는 유명한 스님과 만나 담소하거나 다도를 수련하는 등으로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강한 이유는 중국식 ‘등 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정치’와 일본식 ‘대게대게 정치’를 지양하고 미국식 실적중심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노무현이 그러하고 경영자들도 일본의 경영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은 대게를 실천하지 않아 지지율이 추락한 것이다. 노무현이 대게를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왜? 필자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건 그렇다 치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자신감을 잃고 있을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지지율은 언제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하는 대게의 쇼를 포기하고.. 대신 시스템을 변화시켜 쇼가 아닌 실질적인 대게를 하고 있다.


지지율 올리기 간단하다. 고건급 재상을 임명해서 실무를 위임한뒤 현안에 개입하지 말고 고이즈미만 계속 때려주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재벌의 구조조정은 한 차례 겪었고 이제는 시민의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의식으로 시민이 거듭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말하기를 멈출 것이다.


지금 필자에게서 가장 큰 희망은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대게 어쩌구 하는 일본식 표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거고.. 일본이나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지지율 올리기는 너무나 쉽다.


개혁 그만두고, 현안에서 손떼고.. 광내는 일만 하면 된다. 유명인과 만나 시나 읊조리고, 가끔은 시장바닥에 나타나 막걸리도 마셔주고 그러면 된다. 유권자가 원하는건 자신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일은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대통령 당신은 간섭하지 말고.. 뒤에서 광이나 내고 잘한다고 추임새나 넣어 주시오. 행여라도 우리를 앞에서 이끌거나 뒤에서 채찍질할 생각은 마시오.”


노무현에게 실망했다는 당신들이 원하는 것 이거 아닌가? 그거 해주기 쉽다. 그래도 노무현은 안 한다. 왜? 자신있으니깐.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