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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 2026.7, 한병철 지음/김태환 옮김 플라톤에 따르면 '에로스'란결핍에서 출발해 아름다움과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영혼의 상승욕구이자 더 나은 존재와 지혜를 갈망하는 열정이라고 해. 상대방의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해,모든 육체의 아름다움, 영혼의 아름다움, 제도/학문의 아름다움을 거쳐 궁극의 진리에 도달하는 거라고 하네.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에로스의 종말이란, 결국 타자에게서 시작되는 영혼의 상승 운동의 종말로 볼 수 있겠다 싶어. 그렇다면 질문은, 왜 현대인들인 우리는 연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감정을,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가?...라는게 되겠지. 저자의 대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이미 타자를 타자로 볼 수 없는삶의 방식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사랑이 점점 더.. 2026. 7. 25.
모자무싸 - 현대인에게 악이란 무엇일까? 박해영 작가의 인물 중에 진짜 악인은 거의 없어.주인공과 대립을 하더라도, 알고보면 나름의 사정이 있지.결국에는 모든 등장인물에게 공감하게 되.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어.모자무싸에서 변은아의 전남친인 '마재영'.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의 아내와 불륜을 벌이는 '도준영'.이들은 마지막까지 '구원'받지 못해. 작가는 드라마 최종화에서도마재영에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아.똑같은 불륜을 저질렀는데,박동훈의 아내에게는 회생의 여지를 남기지만 도준영은 몰락해. 그들의 잘못은 무엇일까? 왜 작가는 다른 인물에게는 공감을 하고 보듬어 안으면서,이들에게만은 구원의 가능성 없는 최종 판결을 내릴까?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를 종교적인 렌즈로 들여다보면서,이들이 저지른 죄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 우리에게 .. 2026. 6. 2.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박해영 작가는 꽤나 종교적이야.생존을 넘어선 '그 다음'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래. '나의 아저씨'가 불교적인 관점이 강하게 느껴진 드라마였다면,'모자무싸'는 보편적인 종교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나의 아저씨에서 스님이였던 박해준은,이번엔 펜을 꺽어버린 시인으로 나와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모든 삶은 스토리라고.어차피 스토리 없이 살 수 없다면, 기왕이면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면서 살아가라고.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질문해. '네 삶의 목적이 뭐야'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잊은채로 살아가.멀리보지 않고 눈앞에 놓인 하루하루의 과제를 해치우듯이 살아가.그래서 목표만 보게되. 돈을 벌고 성공하려고 해. 그게 생존에 가장 유리하니까. 최동현 대표는 영화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2026. 5. 31.
황야의 이리 융심리학과 불교의 개념을 버무려 만든 소설. 헤르만 헤세의 책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수레바퀴 아래서' 정도만 접했는데, '황야의 이리'가 이런 소설인 줄은 몰랐다. 최근 융에 대한 관심으로 꽤 공부를 한 덕에 이 소설 속에 나타난 다양한 개념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융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소설인가 당황해했을 듯. 독서 후에 찾아보니 이 책은 헤르만 헤세 자신의 경험이 상당히 반영된 자전적인 사건들이 기반이 된 소설이라고 한다. 헤세 자신의 두번째 결혼 즈음해서 랑 박사라고 하는 융심리학자와 상담을 했고, 나중에는 융 본인과 직접 대화르 나눴다고 한다. 지적이고 근엄 했던 헤세가 통속적인 춤을 배우고 재즈 및 환락을 경험한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듯하다. 전.. 2026. 5. 9.
월든 - 2026.3,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강승영 옮김 미국판 자연인. 숲속에 들어가 혼자 살기를 시도한 철학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책. 비록 지금처럼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19세기 중반이였지만, 도시가 제공하는 편안함을 뒤로 하고 숲에서 혼자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였을터. 친환경주의자이자 미니멀리즘의 시조로 보면 될까? 그의 사상이 톨스토이와 간디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혼자만의 생각에 특이한 일을 벌인 괴짜만은 아닌 셈이다. 그 시대에 그가 가진 문제의식은 기술 문명의 발달로 갈수록 물질적인 삶은 편안해지는데 반해, 정신적인 삶이 빈곤해져가는 현상이였다. 이 추세는 그 뒤로 감소하기보다는, 속도를 더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에도 이렇게 삶을 빈곤하게 만드는 것은 번잡하고 본.. 2026. 3. 2.
이성과 감성 - 2026.2 제인 오스틴 / 권민정 옮김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고, '엠마'에서 중간에 포기한 뒤, 세 번째로 집어든 제인 오스틴의 소설. 1800년대 초 리젠트 시대의 영국 상류층의 일상과 그 당시 여자들이 결혼 및 연애에 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 전자에서는 현재와의 차이점이, 후자에서는 현재와의 공통점이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제인 오스틴 소설 읽기는 여러가지 의미로 즐거웠다. 당시 상류층. 이 소설의 대상이 되는 계층은 귀족 및 젠트리라고 불리는 중산층이다. 중산층이란 하인을 두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계층으로 일부는 노동소득으로 살아가지만 대부분은 상속한 유산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살아간다. 이 계층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 년 수입은 일년에 10.. 2026. 2. 7.
어둠의 심연/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 - 2026.1 조지프 콘래드 지음/이석구 옮김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유지되는 책이 고전이다. 당시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 나에게 가치가 없는 책은 읽을 이유가 없다. 고전으로 자주 언급되는 책을 읽었을때 나에게 울림이 없다면, 다음 이유 중 하나인 경우가 많았다. 완역본이 아닌 경우,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 내 삶이 부족한 경우, 나와는 결이 다른 경우 등등...이 책은 감상문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플롯은 단순하고, 오늘날의 기준으로, 쇼킹한 사건이랄 것도 없다. 훌륭한 백인이 야만의 땅에 교역서 소장으로 가서, (본국의 기준으로는) 본인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만, 실제로는 그 자신이 어둠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정확한 묘사보다는 심상이, 연대기적 진행보다는 장면 위주의 서술이, 마치 .. 2026. 1. 17.
나라는 착각 - 2026.1 그레고리 번스 지음/홍우진 옮김모든 사람에게 세상의 중심은 '자아'이다.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나'를 중심으로 사건들이 발생한다. 세상에 가장 확실한 것 한 가지를 들라면 '나'라는 자아개념이다. 영화 '매트릭스'나 필립 K 딕의 소설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이 현실과 가상을 섞어서 혼란스럽다 하더라도, 주인공들의 '자아'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유일한 개념이다. 감각이 우리를 속일 수는 있어도, '나'라는 개념은 속일 수 없다고 가정된다. 이 '자아'개념에 혼돈이 발생하는 것이 필립 K 딕 소설의 묘미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 같이 '자아'개념에 혼돈이 발생한 사람을 우리는 정신병자라고 구분한다. 정상인인 우리들의 '자아'개념은 얼마나 단단한 기반에 서있을까? 내가.. 2026. 1. 4.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2025.11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손영미 옮김여성심리에 대한 융심리학적 해설서. 다양한 신화/동화를 여성심리에 입각해서 해석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쏠쏠. 남성 심리의 원형은 비교적 많이 이야기된다. 대표적으로 로버트 무어의 왕, 전사, 마법사, 연인과 같은 책이 있다. 아니마/아니무스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남자안에 있는 여성성인 아니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무스가 여성 심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아니마와이 차이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여성심리의 원형을 늑대와 같은 야성을 지닌 여걸(Wild Woman)에서 찾는다. 여걸은 사회가 강요하는 정형화된 여성이 아니라, 예민하고, 장난스럽고, 강한 희생정신을 지니고 있고, 호기심이 강하며 엄청난 힘.. 2025.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