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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윌버의 '신' : A Sociable God - 2025.4, 캔 윌버/조옥경, 김철수 옮김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합리주의를 넘어선 자아발달의 이론'? 삶에는 내재하는 목적이 없으며, 절대적인 진리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기 어렵다는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오늘날의 삶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논리와 합리성만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의 끝은 최대의 생산성과 최대의 소비로 만족을 추구하는 삭막한 삶이다. 모두들 과거의 교조적인 종교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물신적인 삶을 새로운 종교처럼 따른다. 이런 삶을 벗어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까? 60년대 히피 운동이 추구했던 영성은 마약과 프리섹스로 끝나는 철부지들의 어설픈 반항일까? 종교는 과학적 합리주의가 없었던 과거 세대의 미성숙했던 관념으로 현대인은 돌아볼 필요가.. 2025. 4. 5.
달려라, 토끼 - 2025.2, 존 업다이크/정영목 옮김 해리 '래빗' 앵스트롬은 고교 시절 잘 나갔던 농구선수. 지금은 임신한 아내(재니스)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주방용품 판매원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차를 타고 집을 나가, 멀리 가버리려다가 실패하고는 고등학교 시절 감독을 찾아간다. 그리고, 우연히 식사를 같이 루스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어떤 분야에서 일류가 되면 이류가 되는 게 뭔지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재니스와 내가 해온 그 웃기는 일, 그건 정말 이류였단 말입니다.'그녀는 래빗의 아내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세상의 관습에 순응하지 않는 고유한 매력이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많은 남자들과 관계하면서 낭만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지만, 래빗에게서 뭔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자신을 .. 2025. 2. 16.
고래 - 2025.2, 천명관  한국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는지는 다소 불분명하다. 어디선가 이 소설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본듯도 하다. 어쨌든 거의 2년 전에 제주도의 한 서점에서 집어든 책을 오늘에야 다 읽었다.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봐야 이야기책 하나를 읽는데 이렇게 오래걸린 이유는, 사놓고 시작을 늦게 한 탓도 있지만 한동안 읽기를 멈춘탓이다. 기구한 주인공의 삶을 따라 가기가 힘들었을까? 금복의 삶이 바닥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은 나름 견딜만했으나, 정점에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소설도 하나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영화로 치자면 매드맥스나 존윅 같은 소설이랄까.. 2025. 2. 9.
'상실의 시대' - 아니마와의 로맨스 - 2025.1.2 무라카미 하루키/유유정 옮김어떤 이야기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원형(archetype)적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어떤 이야기가 왜 원형적인가하는 설명을 듣다 보면 무척이나 그럴듯하게 느껴지는데, 사실은 훌륭한 이야기를 사후적으로 짜맞춘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늘 마음 한구석에 가졌더랬다.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지금까지 세번쯤 읽었던듯 싶다. 처음 읽었던 것은 대학교 1학년때의 일로 기억하는데, 읽을 때마다 어쨌든 재미는 있었고,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뭔가가 더 있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이제 오십이 되어서 읽은 이 소설은 최근 알게 된 융심리학에 비추어 봤을때 원형적인 구조가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였다.  융은 아니마(anima)와 .. 2025. 1. 2.
The Value of Others - 2024.8, Orion Taraban유투브에서 Psychacks라는 채널로 유명해진 '오라이언 타라반' 박사가 최근 출간한 책. 문장은 장황하고 중언부언을 반복한다. 아마도 편집자가 적극적으로 수정했다면, 더 나은 책이 되었으리라. 유투버라는 후광 때문인지 저자가 쓴 원문에 별로 손을 안댄 모양. 소프트웨어로 치면 스파게티코드라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2/3에서 1/2 분량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글이 촘촘하게 씌여졌는가와는 별개로 저자는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 해준다. '(남여) 관계란 가치가 교환되는 방식이다. 이때 교환되는 가치는 서로 동일하지 않은 종류의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비슷한 수준의 효용을 줘.. 2024. 8. 17.
채털리 부인의 연인 - 2024.3.24,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이미선 옮김 로맨스 소설을 가장한 문명 비평서. 야하다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로맨스 소설? 사용되는 단어가 다소 직접적이어서 그렇지 파격적으로 야한 내용은 없다고 봐도 좋을듯. 작가가 이야기한 그 시대의 문제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한 문제이다. - 문명사회는 미쳐 있었다. 돈과 소위 사랑이라는 것이 사회의 두 가지 큰 광증이었다. 돈이 단연 첫 번째 광증이었다. 개인은 각자 따로따로 미쳐서 돈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주장했다. - 암캐 여신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개들은 크게 두 무리가 있었다. 하나는 암캐 여신에게 오락과 소설과 영화와 희곡을 바치는 아첨꾼 무리였고, 다른 하나는 훨씬 덜 화려하지만 훨씬 더 야만적인 족속으로 고기, 즉 돈.. 2024. 4. 20.
The Dawn of Everything: A New History of Humanity 2023.3, David Graeber, David Wengrow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Hierarchy 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원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재조차도 가지고 있는 본능에 가까운 원형이라는 개념은, 그의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가상의 개념을 실제처럼 생각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국가, 부족과 같은 가상의 개념에 기반해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는 이론이다. 이 책은 권력이 복잡한 문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인간의 협력의 정도가 복잡해 질 수록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위계 질서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약인가?.. 2023. 3. 31.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2022.9,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 정명진 옮김 인류학자가 쓴 인간 경제 생활의 역사라고 할까? 경제학자들이 현상을 설명하거나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모델이 아닌, 실제 인류가 어떤 식으로 경제적 삶을 이어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원시적인 경제활동이 경제학자들이 만든 상상의 산물에 가깝다는 주장을 접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등장을 설명하기위해 가상의 '물물교환' 경제를 상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류학적인 연구의 결과 인간들은 그와 같은 물물교환 경제를 일상적인 경제생활의 기초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물교환은 상호간에 신뢰가 없고, 반복적인 거래를 기대하기 힘들 경우, 폭력보다는 나은 이방인 사이의 거래 방법으로 선택되는 경우.. 2022. 9. 4.
일본의 굴레 2022.5 테가트 머피 지음 / 윤영수, 박경환 옮김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한 국가이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모델이 된 나라이다. 때문에 일본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과거와 현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일본에 대한 책 중 가장 깊이를 갖춘 분석이다. 한두가지 단편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 경제,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일본의 특이성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워낙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요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책을 읽고 나서 머리에 남은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정치체.. 2022.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