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2025. 2. 9. 12:30 from Lectura

- 2025.2, 천명관 

 

한국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는지는 다소 불분명하다. 어디선가 이 소설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본듯도 하다. 어쨌든 거의 2년 전에 제주도의 한 서점에서 집어든 책을 오늘에야 다 읽었다.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봐야 이야기책 하나를 읽는데 이렇게 오래걸린 이유는, 사놓고 시작을 늦게 한 탓도 있지만 한동안 읽기를 멈춘탓이다. 기구한 주인공의 삶을 따라 가기가 힘들었을까? 금복의 삶이 바닥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은 나름 견딜만했으나, 정점에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소설도 하나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영화로 치자면 매드맥스나 존윅 같은 소설이랄까? 오로지 이야기의 힘으로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고 감동하게 만든다. 사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확실히 '백년 동안의 고독'이 연상된다. 원래 이야기는 사실과 거짓 혹은 과장이 뒤섞여야 재미있는 법. 천명관 작가는 어떻게 하면 독자의 관심을 유지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 읽고나서 삼대에 걸친 흥망성쇠를 차분하게 되돌아 보면 그게 우리네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처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진 않을 지라도, 우리의 삶도 이 소설에서 이야기된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집착, 모험, 세속적인 성공, 욕망, 사랑, 잔인함, 복수, 배신. 소설이 현실의 반영이듯, 현실 역시 소설이라는 렌즈를 통해 재구축 될 수 있다.

 

삶은 의미를 찾기 힘든 건조한 순간들의 연속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한토막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실의 시대' - 아니마와의 로맨스  (0) 2025.01.02
The Value of Others  (0) 2024.08.17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2024.04.20
The Dawn of Everything: A New History of Humanity  (0) 2023.03.31
부채, 첫 5000년의 역사  (0) 2022.09.04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