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1.03.08 Spinning Silver
  2. 2021.01.03 A Deadly Education
  3. 2019.02.27 세븐킹덤의 기사

Spinning Silver

2021. 3. 8. 20:17 from Lectura

  • 2021.3, Naomi Novik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 Arthur C. Clarke

 

자신의 삶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하루의 삶에 고착되어, 그것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살아간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것은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실체의 새로운 측면이 펼쳐지고, 세상은 다시 한번 놀라움과 경이가 가득한 장소로 바뀐다. 판타지의 미덕은 그런 경험을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의 입장에  보는 .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할  있도록 많은 환타지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화려한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다. 중세시대 귀족과 영웅의 이야기들, 가만히 앉아서 하인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오게 하고, 파티에 가고, 화려한 옷을 걸치는  혹은 상상하기 힘든 괴물과 싸우고, 적을 물리치는 .

 

다른 한편  우리는 이미 마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뜨거운 물을 원할 때마다   있고, 요리를 위해서 연기를 마시며 불을 피울 필요가 없고,말이 없는 마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다니며, 심지어는 멀리 떨어진 사람과 작은 전자기기로 대화를 나눈다. 이런 모든 것들은 200 전의 사람에게 마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인간은 또한 적응의 동물이다. 생존에 문제가 되지 않고,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익숙한 것들은 인식의 뒷편으로 물러서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우리가  배은망덕한 이기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삶을 지속하기위해 만들어진 진화의 결과물이다. 과학기술에 의해 뒷받침되는 우리의 삶을 환타지 소설의 주인공들이 본다면 마법처럼 느끼지 않을까? 중세 사회구조의 밑바닥에 있던 일반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보자. 오늘날로 치면 하루 1$ 이하의 생활비 살아가는 세계인구 10% 정도의 절대빈곤층을 생각해 보자집은 좁은 흙바닥이고, 벽은 통나무로 만들어져있다.  사이의 빈틈을 통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다. 난방과 요리는 집안에 있는 하나뿐인 벽난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기는 탁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로인해 호흡기 관련 질병을 앓는다. 침대는 없고, 짚을 엮어 만든 잠자리가 전부이다. 이런 삶을 살던 사람이 오늘날 일반적인 도시인의 삶을 경험한다면, /그녀에게는 분명 마술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의 주인공  한명인 Wanda에게는 심지어 글을 쓰는 것과 숫자를 기록하는 것도 마법과 같은 일이다.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적합한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Miryem 그녀의 부모를 통해 일반적인 삶을 옅보게된다. 그녀와 동생들에게 일상적인 삶은 마법과도 같다. 자신들의 집보다도  방이 Miryem 외할아버지 집에서는 하인들이나 사용하는 방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술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환타지는 마법을 다루는 장르이지만,  책은 마법과 일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익숙해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으로 인해 하루를 스쳐가는 많은 마법 같은 순간을 놓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한편 겨울 나라의 왕인 Staryk에게는 Miryem 은화를 금화로 바꾸는 재능이 마법이다. 그가 Miryem 재능을 마법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무척이나 과학적이다.

 

“A power claimed and challenged and thrice carried out is true; the proving makes it so.”

 

 소설을 재미있게 만드는  다른 축은 탐욕이라는 주제이다. 소설에서 가장  악은 내부의 뜨거운 욕망으로 끝없는 제물을 탐하는 악마인 Chernobog이다. 불의 화신인 그는 Lithvas 왕에게 달라붙어 그의 욕망을 자극하지만, 또한 스스로가 끝없는 욕망의 희생물이다. 지나친 성장에 의한 욕망으로 인해, 그는 결국 몰락한다. 소설에서 계속해서 욕망을 추구한 인물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맞게 된다. Chernobog, Wanda 아버지, 겨울의 왕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Staryk  Miryem 통해서 끝없는 겨울을 추구하지만, 결국 악마를 자신의 왕국으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설을  읽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마법을 살고 있으면서,  마법에 대한 경탄을 잃고, 끝없는 욕망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틀리지 않는 법  (0) 2021.04.21
팩트풀니스  (0) 2021.03.14
Lords of Finance (금융의 제왕)  (0) 2021.02.14
그런 깨달음은 없다  (0) 2021.01.23
A Deadly Education  (0) 2021.01.03
Posted by 중년하플링 :

A Deadly Education

2021. 1. 3. 11:42 from Lectura

  • 2021.1, 나오미 노빅

 

세상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 모두는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존재는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의 본질은,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안전망이다.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수의 노력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위계(Hierarchy)가 필요하고, 위계는 필연적으로 빼앗긴 사람들(Dispossessed)을 만들어 낸다. 빼앗긴 사람들은 비록 위계안에서 불리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문명 밖으로 내던져진것 보다 나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을 참고 견딘다. 

 

당신이 빼앗긴 사람이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불공평한 위계를 뒤집어 엎고, 문명을 무로 돌릴 것인가? 위계 안에서 어떻게든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해리포터의 마법학교와 헝거게임을 뒤섞은 것 같은 이 소설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마법사 아이들은 마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maleficients 라는 사악한 존재들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사춘기 마법사들은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Scholomance라는 학교로 모이고,  졸업할때까지 이곳에서 마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말그대로 전쟁터와 같은 곳. 사악한 존재들이 끊임없이 아이들을 죽이거나 헤치기 위해 노리고 있다. 입학생 중에 1/4 정도만 살아서 나가는 학교.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자기자신의 재능과 능력으로 하루하루를 헤쳐나가야 한다. 친구 한명 없이 외롭게 생존을 이어가던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학교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주변 친구들과의 우정을 만들어내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해리포터와 같은 청소년 성장소설로 읽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우화로도 읽을 수 있다. 일상에서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부상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마키아벨리적인 삶의 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모든 행동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합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위계가 이미 이 시스템 안에 존재한다면, 그 위계안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면, 균형적인 판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느 순간에서는 High Risk/High Return의 결정을 해야 위계안에서 지위를 올릴 수 있다. 

 

  • We all have to gamble with our lives in here, we don’t get a choice about that; the trick is figuring out when it’s worth taking a bet.

 

이 과정에서 나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부주의 하거나, 단순히 운이 없는 사람들이 뒤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들에 대한 동정은 사치가 된다. 이런 행태를 악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은 어디까지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디서 부터 악한 것이 될까?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악이라 부르고, 우리와는 다른 존재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어떤면에서 무척이나 해롭다. 

 

  • She says it’s too easy to call people evil instead of their choices, and that lets people justify making evil choices, because they convince themselves that it’s okay because they’re still good people overall, inside their own heads.

 

주인공 'El'의 선택은 영웅적이다. 위계를 무로 돌리지 않으면서도, 빼앗긴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 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영웅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그 영웅적인 행동을 통해 본인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위계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해서 사회와 문명은 새로운 생명을 얻고, 다시 한번 새로운 사이클을 시작한다.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rds of Finance (금융의 제왕)  (0) 2021.02.14
그런 깨달음은 없다  (0) 2021.01.23
세습 중산층 사회  (0) 2020.12.23
디지털 미니멀리즘  (0) 2020.11.23
The Male Brain  (0) 2020.09.03
Posted by 중년하플링 :

세븐킹덤의 기사

2019. 2. 27. 10:06 from Lectura



  • 2019.2, 조지 R. R. 마틴/김영하 옮김

떠돌이 기사, 맹약 기사, 신비 기사 등 세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몇 백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지RR마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전개부터 독자의 예상을 넘어서는 결말들까지. 현대 장르소설로서 이룩할 수 있는 완성도의 상한선에 다가선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세 편의 중편은 너무 짧아서 금방 읽어버린다는 점. 

기사(Knight)라는 원형(Archetype)을 표현한 장르소설에서 신화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나, 현대의 독자에게도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주인공이 현대 원형 중 하나라고 해석 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덩크의 매력을 분석해 보면 실마리가 나타날 것 같다. 
 
  • 물질적인 가치를 쫓거나, 실리를 따져 행동하지 않는다. 
  • 기사도라는 행동 지침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옮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피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사도란 왕에서 봉신으로 이루어지는 중세의 위계질서를 따르면서도 약자에 무관심하지 않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위계질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약자를 위함 삶을 살기 위해 위계질서를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층의 일원이면서도 소외받는 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기사도란 그 시초부터 상반된 원칙을 지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지침인 것이다. 현실과 마주치면 기사도는 늘 틈을 드러내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도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며,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의미를 가진다. 

지나치게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은 기사도에 대응되는 ‘임원도(executive code)’를 만들었을법도 한데, 아직까지 들어본 바는 없다. 현대에서 생산하는 것은 기업이지만, 약자를 보살피는 업무는 정부가 되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없이도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세금만 잘 낸다면. 하지만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생산적인 일을 전담하는 기업 내부에서 약자에 대한 고려는 아예 그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 것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조직내부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아닐까?   

현실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약삭빠르지도 않고 순진한 사람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론적으로는 대단한 모험들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의 모험을 따라간 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얻었다.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n for Himself: An Inquiry into the Psychology of Ethics  (1) 2019.05.12
The Hacking of the American Mind  (1) 2019.03.04
느릅나무 아래 욕망  (1) 2019.02.20
The Female Brain(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2) 2019.02.11
피버 드림  (1) 2019.01.30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