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리뷰

2021. 2. 14. 11:25 from 내가 쓴글

예전에, 아마도 30년 전 쯤?, 읽었던 듄은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닥 재미가 없었달까? 

 

듄 영화와 관련해서 다시 한번 신장판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워낙 디자인이 예뻐보여서 내용과 관련없이 안살 수가 없었다. 배달되어온 책을 보니... 오.. 이쁘다. 이건 내용을 떠나서 디자인 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는 책이다. 

 

표지 디자인이 참 예쁘네. 6권으로 된 책은 모두 표지가 별도로 되어있다. 

 

 

1권은 노란색 표지이고, 2권은 주황색 이런 식으로 각권이 다른 색깔의 하드커버로 만들어져 있다. 하드커버 판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성의있게 만들어진 만듬새는 거의 처음인듯 싶다. 장르소설이지만 제본과 장정은 사회과학서 같은 느낌. 

 

여하튼, 감동하면서 1권을 읽어보니... 이건 재밌네! 오.. 재미있다. 

 

내가 30년 전에 읽은 책은 아무래도 축약본이였던듯. 책이 이뻐서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재미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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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회사 술자리에서도 자주 이야기하고 인터넷에서도 나름 잘 분석이 된 직장 상사 유형론이라는 것이 있다. 직장 상사를 능력의 축과 부지런함 두개의 축으로 구분하는 내용인데, 이에 따라 4가지 타입의 직장상사가 나오게 된다. 즉, '똑게', '똑부', '멍부', '멍게'가 각각 그것이다. 


이 유형론에 따르면 부하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똑게형 상사이지만, 현실에서는 멍부 스타일이 가장 많다는 것이 그 핵심이 된다. 나중에 이 상사유형론은 동일한 구분의 부하직원유형과의 상성을 논의하는 아래와 같은 분석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상당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다. 이 유형을 본 많은 사람들을 본인을 똑부, 내지는 똑게스타일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가 아는 전형적인 멍부인 김부장은 과연 스스로를 멍부로 생각하였을까? 이런 성격 유형이 인기있는걸 보면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이 멍부 혹은 멍게여야 한다. 하지만, 내가 멍부/멍게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확증할 수 있을까? 내가 느낀 불편함은 바로 이런 인식론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주변사람들이 평가하는 유형이 있고 이 유형이 상당히 맞다라고 생각해도, 나 스스로 어떤 유형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보자, 대부분의 회사일은 비교적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회사 업무를 이해하거나 파악하는데 있어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이해할만한 지능이 필요로 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기초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시간을 갖고 파악하면 지능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는 못해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추측이다. 질문을 바꿔서 누군가 회사 일을 할때 본인의 지능이 딸려서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이야기하는 멍청함과 똑똑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서 이야기하는 똑똑함은 지능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업'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즉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관심,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하직원이 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것이고,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본인의 업에 관심이 없으면 '멍청한' 상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똑똑한데, 자기의 일에서 삽질을 연발하는 사람들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고, 세부적인 사항이나 실무적인 내용에는 관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다. 주로 보고서를 멋지게 만들거나, 윗 사람에게 실제로 발생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데 힘을 쓴다. 때문에 상사와 관련되어 일할때는 스마트 하지만, 아랫사람과 협의를 할때는 본인의 협소한 관심사를 벗어나면 통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위 유형론에 나온 '부지런함' 역시 다르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부지런함은 개인의 근면성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승진에 관심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근면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조직에서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승진의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주변 사람에게는 '부지런하다' 라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일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일이 없는 경우에도 만들어서 진행한다. 


결론을 내려보자. 


나는 지금하는 일이 좋다. 승진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면 '똑게'일 확률이 높다. 윗 사람에게 어필을 하는데 그래도 존재하는 일을 기반으로 부지런을 떨면 '똑부',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승진을 하고 싶어서 필요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면 '멍부' 되시겠다. 하고 있는 일도 관심없고, 승진도 관심없고 그냥 먹고 살려고 회사를 다닌다. 이러면 '멍게'이다.  


그럴듯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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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이제는 사라진  hitel paran에서 2004년부터 사용했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게 이 블로그를 운영해 온 셈이다. 애초에 그냥 책읽고나서 내용 정리하려고 시작한 블로그였으니, 뭘 기대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였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한 것을 보니 스스로 꽤 대견하기도 하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불완전해서 오래전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별도로 일기를 적고 있지는 않으니, 그나마 이런 블로그나 Facebook 등이 내 삶의 자취를 담고 있는 몇 안되는 장소인셈. 


작년말과 올초에 새롭게 시작한 업무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해서 읽은 책이 있었어도 감상문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핑계다. 아무리 바빠도 글 몇자 적어서 올릴 시간이 없었을까. 이제 날씨도 좋아지고 했으니,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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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Les Misérables

2012. 12. 25. 16:27 from 내가 쓴글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큰 감동과 기억에 남을 시간을 선사한 영화이다. 


불행하게도 19일에 선거 뒤 본 다음, 영화가 끝나자 마자 출구조사 발표를 보고 맨붕상태에 빠지게 된 사연도 있긴 했지만... 크리스마스인 오늘 조조할인으로 두 번째 보고 나니 영화 자체에 대해서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레미제라블이라는 이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서구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은 기여를 한 점을 먼저 떠올려야 할듯 싶다. 


우선 이 이야기의 배경은 1815년과 1832년 사이의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 뒤 1862년에 빅토르위고의 소설이 나왔다. 이를 프랑스에서 1980년에 뮤지컬로 만들었고, 다시 1985년에 카메론 메킨토쉬가 영어버전으로 브로드웨이에 올렸다. 이런 배경 위에 2012년에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 


내가 영화를 보며 느낀 감동의 상당 부분은 저 위에 열거한 '제작자'들이 의도한 것들이리라...


2시간 30분의 이야기 속에 종교, 구원, 인생, 사랑, 정치, 혁명, 도덕, 희생... 모든 키워드 들이 녹아들어있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궤적이 너무나 명확하게 정제되어있기 때문에 거의 신화에 가까울 정도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각 인물들이 정형화되어 나타나기 보다는 피와 살을 가진 인간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배우들과 감독의 공일듯 싶다. 


여기에 놀랍도록 귀에 친숙한 멜로디로 무장하고 무대위에서는 즐길 수 없는 다양한 배경을 눈앞에 펼쳐주니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있을까?


혁명에 성공헀지만, 다시 왕정이 들어선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과 우리나라의 현상황이 일부 겹쳐지기도 하지만, 19세기의 프랑스 민중(Les Miserables)과 오늘날의 한국의 노동자들을 동일시 하는 것은 무리이리라. 오히려 저렇게 피를 흘리며 쟁취한 권리를 갖고도 자신들 위에 군림하는 정치세력에 투표하는 한국의 상황은 프랑스의 혁명당시처럼 명쾌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깃발을 휘두르는 대중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극복하고 결국 삶에서 희망을 찾은 장발장의 인생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다른걸 제쳐두고라도 이 영화에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절망, 분노를 공감할 수 있다. 비록 시대와 상황이 다르더라도 화면에서 울고, 절규하는 주인공들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낭비하며 살아온 인생을 참회하며 울부짖는 장발장, 인생의 바닥에 떨어져 즐거웠던 예전을 회상하는 팡틴,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에포닌, 혁명 동지들이 가버린 건물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마리우스는 모두 화면을 보는 관객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눈물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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