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1.04.21 틀리지 않는 법
  2. 2019.02.20 느릅나무 아래 욕망 1
  3. 2015.03.27 몰타의 매
  4. 2013.04.14 미덕의 불운

틀리지 않는 법

2021. 4. 21. 20:05 from Lectura

  • 2021.4, 조던 엘렌버그 지음 / 김명남 옮김

 

빌 게이츠가 추천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재미있게 읽고 난 후, 그가 추천한 다른 책을 읽었다. 제목은 '틀리지 않는 법'.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가 수학의 유용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나도 늘 궁금해하던 질문이라서 흥미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흔히 잘못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로 '선형성'에 대한 이야기. 과거 추세가 선형적이라면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류를 이야기한다. 그 다음 이야기가 추론과 기대이다. 수학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장 수학적이지 않은 것 같은 분야를 설명하는게 약간 사기 같기도 하다. 확률과 추론은 각각 통계학과 인공지능에 더 가까운것 아닌가?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귀기울일 만하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확실한 것을 찾는다. 그리고, 수학이야말로 그런 확실성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수학은 그렇게나 확실한 학문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알고 있는 것에서 언제든 모르는 것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수학도 마찬가지.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하기 전, 그리스 수학자들은 모든 수는 유리수, 즉 비율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트의 발견을 통해 그렇게 표현할 수 없는 숫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들이 알던 과거의 지식은 틀린것이 되었다. 완전히 평면이 세상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5공준인 평행성 공준은 반박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구와 같은 형태의 공간을 상상하면 제 5공준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힐베르트라는 유명한 수학자는 형식주의를 통해서 수학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하게 확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바로 유명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증명된 그것. 충분하게 복잡한 체계는 그 자체에 모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모순을 없앨 수 없다. 끊임없이 모순을 찾아내고 그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지속해 나갈 뿐이다. 그런 노력이 모순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역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은 알기 때문에... 어쩌면 수학은 모순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필요한 학문일지도 모르겠다. 

 

 "The function of the devil is to be always loosing the battle, but never finally lost. And the function of the good side is to be always winning the battle, but never to be the victor."       - Alan Wat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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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느릅나무 아래 욕망

2019. 2. 20. 17:17 from Lectura


-2019.2, 유진 오닐 / 손동호 옮김


리디북스의 ‘읽기’ 기능을 이용해서 출퇴근 시간 하루만에 ‘들은’ 책. 다음은 간단한 시놉시스.


배경은 서부가 아닌 시골 농가. 아버지 캐벗, 두 아들 시미언과 피터 그리고 이복 형제인 에벤이 살고 있다. 캐벗은 갑자기 집을 나가 세 번째 아내인 애비를 데리고 온다. 아버지가 죽고 나면 농장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던 시미언과 피터는 실망하여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애비는 캐벗과의 결혼은 통해 농장을 소유하려고 하지만, 캐벗은 애비를 통해 다른 아들을 낳아 농장을 상속시키려 한다. 에벤과 애비는 사랑에 빠지고 이를 통해 애비는 둘의 아들을 출산한다. 하지만 애비가 자신을 이용해 아이를 낳아  농장을 소유하려 했다고 의심한 에벤은 그녀를 떠나려 하고, 이를 막으려한 애비는 아이를 죽여 자신의 사랑을 증명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캐벗은 둘을 저주하며 보안관에게 넘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애비와 애번은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사랑을 재확인한다. 


시대적 차이 때문인지,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신화적으로 읽힌다. 다양한 상징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작품이 씌여진 시기와 작품의 배경도 약 100년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것은 극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신화를 통해 삶에 대한 은유를 읽을 수 있다면, 한 편의 연극을 통해서는 어떤 은유를 읽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갈등 구조는 부성과 모성의 갈등이다. 신실하며 가부장적인 캐벗이 부성을 뜻한다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느릅나무와 두 어머니는 모성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부성과 모성, 양과 음, 질서와 혼돈은 상반되지만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짝이다. 문명은 이 둘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한다. 캐벗의 투박한 농장은 캐벗과 이미 죽은 두 아내가 피땀을 흘려 만들어놓은 세계이다.애비와 에벤은 다음 세대의 어머니, 아버지인 셈. 이 둘은 결국 고난을 함께 하고, 전 세대의 성취(농장)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나서야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비록 임시적일지라도 다시 한번 새롭게 부성과 모성이 화합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극의 제목에도 들어 있는 ‘욕망’이라는 단어이다. 에비와 에벤 사이의 애정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농장을 탐한다. 시미언과 피터가 하루하루 노동의 단조로움을 이겨내는 것도, 에벤이 아버지의 무시를 견디며 농장에 붙어있는 것도, 애비가 늙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모두 농장에 대한 소유욕 때문이다. 욕망이란 다르게 보면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지향이다. 농장이란 이미 만들어진 문명과 가치(부)를 상징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농장을 욕망하지만, 결국 어떤 면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누구도 농장을 소유하지는 못한다. 심지어는 캐벗마저도 자신이 만든 농장을 파괴하려고 한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세계(가치)를 필요로 한다. 기존 세대가 이룩한 결과물을 상속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욕망이란 세대를 거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명의 추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이 사라지고 난 뒤 삶의 가치는 모두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지속되는 삶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이러한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가치있는 것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의 교리로 보면 이러한 욕망은 피해야 할 삼독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가치있는 것을 욕망하지만 사실은 이 욕망이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에 하나라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 이 연극에서는 삶을 힘들게 만드는 탐애, 분노, 어리석음을 모두 찾을 수 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대 위에서 너무나 하찮고 어리석게 그려지지만, 실은 우리 삶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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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2015. 3. 27. 15:21 from Lectura




- 2014.3, 대실 해밋/고정아 옮김


오래간만에 읽은 추리 소설. 역시 자주 비교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필립 말로와의 유사성과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추리소설이지만 군더더기를 제외한 깔끔한 단편 같은 느낌? 열린 책들 e-book으로 본 덕에 가끔씩 짬을 내서 읽기도 좋았고, 북잼 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해서 패드로 보던 중간에 아이폰으로도 볼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높아서 좋았다. 이 정도면 킨들에 준하는 이북 읽기 환경이라는 생각. 물론 전용 리더기가 없어서 한숨에 많이 읽기는 눈이 좀 피곤한다. 


여하튼, 소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처음에 진행이 다소 느리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 중간 샘 스페이드가 내뱉는 현실적이면서도 비정한 대사를 음미하는 재미도 놓치기 어렵고... 


요즘 같으면 몰타의 매를 둘러싼 역사추리소설 형태로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몰타의 매' 자체의 출처도 충분히 흥미롭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보물 찾기로 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전혀 다른 소설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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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2013. 4. 14. 09:12 from Lectura


2013.3, 사드/이형식 옮김


선한 자가 상을 받고 악한이 벌을 받는 단순한 법칙이 세상을 살면서 늘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이는 이 세상을 자신이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신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에서도 '욥' 이라는 사람의 실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미덕의 불운' 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욥과 정확하게 같은 운명을 겪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순수하게 선한 마음과 신에 대한 지고한 열정을 갖고 있지만, 하는 모든 일 마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불행한 여인. 그녀가 행하는 모든 착한 일은 주변의 착한 사람들을 파괴하고, 그녀가 나누는 인정은 자신의 불행으로 되돌아 온다. 때문에 사드는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신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행동에 따라  향후 그 사람의 일에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하는 도덕이란 없다고 단정한다.
 
  • 섭리에게는 대등한 악의 총화와 미덕의  총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개인이 어느 편을 택하든 그에게는 지극히 무관심한 일이에요. 

심지어는 종교와 도덕을 사기에 비유하며 조롱하기도 한다. 

  • 신의 의도라는 것의 실체는, 사기꾼이 가장 강한 자를 포박하는 데 사용하는 환상의 쇠사슬이야.

18세기 말 19세기를 산 사드 후작이 생각하는 종교와 도덕은 바로 약자를 옭아매기 위한 강자들의 사기술.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언급들은 20세기를 연 니체의 철학을 연상시킨다.  

  • 그러나, 쏘피, 네가 나에게 요구하는 감사의 정 따위를 자연은 모르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며 즐긴 쾌락이,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상대방에게 할애할 동기가 된다는 것은 절대 자연의 법칙에는 존재하지 않았어. 죽을 때까지 우리들을 위해 일하는 짐승들에게서 지금 네가 그토록 뽐내어 내세우는 그러한 감정의 예를 볼 수 있어?

사드 후작의 작품에 대해서는 익히 많이 들어왔으나, 본 작품은 그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완화된 묘사에 그치고 만다. 작품의 묘사가 문제 될 정도라기 보다는 무신론적인 사상이 눈에 띄는 정도. 과거의 족쇄를 풀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고, 오늘날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람들의 투쟁 덕분에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황량한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에서 의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온전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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