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스토리

2013. 2. 24. 09:19 from Lectura




- 2013.2, 수전 그린필드 / 정병선 옮김

현재까지 뇌과학이 밝혀낸 인간 뇌에 대한 축적된 지식을 쉽게 전달해 주는 책.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시리즈의 Companion Book 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내용이 깊다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알게 된 사실은 뇌의 작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기계를 이해하는 것처럼 모듈의 개념-즉 하나의 기능에 물리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특정한 뇌의 위치 혹은 뉴런의 그룹이 있다는 식의 생각- 으로 보기 보다는 수시로 변화하는 뉴런의 네트워크를 의식의 단위로 보는 것이 훨씬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를 통해서 뇌의 작용을 유추하려는 경향이 있는 나와 같은 전산전공자들에게는 놀라운 일일 수도 있는데, 뇌라는 것이 컴퓨터와는 그 기본 원리부터가 다른 시스템이므로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의식의 수준은 다양한 뉴런의 네트워킹 규모에 따른다는 점. 즉 뇌가 성숙하기 전의 유아나 약물에 의한 환각상태, 혹은 꿈을 꾸는 동안에는 뉴런의 네트워킹 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이에 따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보다 주관성을 띄게 되고, 의식이 깨어있는 동안에는 대규모의 네트워크가 발생하면서 세계에 대한 인식이 객관화 된다는 이야기는 내가 뇌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지식에 전혀 새로운 측면을 더해주는 내용이다.  

또한 뇌의 작동을 이해하는 모델로 뉴럴 네트워크는 지나치게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점도 재미가 있다. 실제 뉴런이 동작하는 방식은 단순하게 입력(수상돌기), 메모리(세포핵), 출력(축색)의 조합이 아니라, 축색종말과 수상돌기 사이의 시냅스에서만 해도 그 입출력을 전달하는 매커니즘에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이 다양한 형태로 작용하는 복잡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가 가지고 있는 뇌에 대한 지식은 미천하며, 어쩌면 뇌의 신비를 풀기 위해서는 현재의 MRI, PET, MEG 등은 모두 나름의 제약을 가지고 있다. 뇌의 반응 속도와 뉴런의 네트워킹은 밀리세컨드 단위로 진행되는데 반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뇌에 대한 정보는 아주 느린 간격의 스냅샷 정도이므로 현재의 기술로 뇌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 의식의 완전한 복제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며 '가능하지 않다' 고 단언한다. 당연히 이런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할까? 단순히 복잡성이 높다고 해서 복제가 불가능 할까? 우리가 뇌의 방식을 가장 낮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세포레벨도 아닌 분자레벨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자아를 찾아서
 2. 뇌를 이루고 있는 것들
 3. 기질과 환경
 4. 세상을 보는 뇌
 5. 기억을 담는 창고
 6. 인공 두뇌
 7. 감정을 느끼는 뇌
 8. 행복을 위한 약물
 9. 가장 뛰어난 뇌의 조건
 10. 말하는 뇌
 11. 의식의 수수께끼
 12. 뇌의 미래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 미제라블  (0) 2013.03.30
심플하게 산다  (0) 2013.03.17
군주론  (0) 2013.02.12
The Marriage of Sticks  (0) 2012.12.24
카운트 제로  (0) 2012.12.02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