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말 기사) 대일외교에서 본격 가동된 노무현의 동북아균형자론김종성
출처: http://www.jkim0815.com/

월간<말> 2005년 5월호 기사

* 쉽게 잘 설명되어 퍼왔습니다.

노무현독트린, 대일외교에서 본격 가동





2004 년 7월 21·22일 제주 한일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간에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내 임기 동안에는 과거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거나 쟁점화시키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 당시 노무현은 “과거사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국내 여론의 질타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 지정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간 외교분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노무현은 대일외교에서 강경하고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3월 23일 노무현이 이메일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발표한 글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하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노무현은 “이제는 다르게 대응할 것”,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일본 과거사 문제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노무현의 입장 변화를 그저 ‘변덕의 발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자신의 입장 변화의 합리적 사유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는 이러하다.


‘우리 정부가 이제껏 참아온 것은, 일본이 형식적으로나마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일본 중앙정부의 방조 아래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며, 왜곡된 교과서가 다시 부활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일본이 이제까지 해온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일본의 사과가 무의미해졌으므로, 한국도 과거사 문제 등을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노무현의 이 같은 입장은 작년 7월 제주 정상회담 때에 밝힌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내 임기 동안에는 과거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었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간에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가급적’ 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유화적인 발언의 한켠에는 강경책의 가능성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일 공세를 강화한 덕분인지, 최근 수주간의 한일관계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강경하고 정부는 이를 뜯어말리던’ 종전의 양상과는 달리, 이번에는 국민과 정부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속에 대일 강공 드라이브가 진행되었다. 또 이는 중국인들의 호응까지 얻어 한·중 양국의 연합공격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5월을 ‘일제상품 불매의 달’로 선포했으며, 중국 내의 반일시위는 이미 일정한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독일 등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일 정도로 사태는 상당히 악화되었다. 거기에다가 이번 사안은 일본의 국제연합(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어도 지금 현재로서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결코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도 무방하리라 본다.

뜻밖의 사태 전개에 놀란 일본 내부에서는 고이즈미 책임론까지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4월 13일 “독도수호 및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 한국 국회특위 대표단”(단장 김태홍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무장관은 “1945년 이전에 한국에 아픔을 드린 것에 대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후문맥을 볼 때에 일본이 완전하고도 진실한 사과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뭔가 도피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본의 다급한 사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적어도 지금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에, 노무현의 강경하고도 단호한 대일외교가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국민여론은 분명 노무현의 대일외교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이 있다. 작년 11월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매번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에는 대미외교 또는 북핵외교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대일외교를 통해 종전과는 확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 대통령이 뭔가 외교적 비전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그리고 노무현의 공격적 대일외교는 이른 바 ‘동북아 균형자론’(東北亞 均衡者論)과 맞물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노무현이 강경한 대일외교를 구사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살펴보고, 뒤이어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작년 연말에 표방된 노무현의 외교 독트린을 검토하기로 한다. 동북아 균형자론과 노무현 독트린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통해 우리는 노무현의 대일외교에 대한 인식의 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거론한 것은 지난 3월 22일 육군3사관학교 제40기 졸업식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동북아 균형자론의 궁극적 목표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및 번영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것은 도덕적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동북아 균형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도덕적 방법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과연 동북아 균형자가 될 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는 한국이 그러한 자격을 갖고 있다는 근거로서 강력한 군대,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제력, 민주화 실현, 평화 지향적 역사 등을 거론했다. ‘대한민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논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노무현의 인식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상이 노무현이 스스로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의 대강이다.

이 같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놓고 국내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일 삼각연대에서 벗어나 중국-북한 편에 기우는 것’이라면서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이러한 입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작년 연말에 23일간(11월 12일~12월 9일)의 북핵 외교투어에서도 그 같은 대외정책의 기조가 천명된 바 있다. 기자는 월간 <말> 1월호에서 이를 ‘노무현 독트린’으로 개념화하여 그 내용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노무현이 발표한 내용은 지난 연말의 노무현 독트린을 좀더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노무현 독트린이 대일외교 현장에서 본격 가동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독트린이 작년 연말에는 북핵외교에 적용되었지만, 이번에는 한일관계에 적용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럼, 작년 연말에 천명된 노무현 독트린의 내용을 다시 검토함으로써 동북아 균형자론의 함의(含意)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보기로 한다.

월간 <말> 1월호에서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노무현 독트린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를 핵심 요소로 하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델은 유럽연합(EU)이다. 작년 12월 6일 프랑스 소르본느대학 강연에서 노무현은 “EU는 ‘평화와 번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며, 유럽은 EU 통합을 통해 제국주의시대의 약육강식과 극단대립을 극복하고 있다”고 격찬했다. 동북아에도 이러한 질서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하여, 그는 “과거사의 앙금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북아에 또 다시 배타적 국수주의가 등장할지 모르는 불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같은 날 프랑스동포 간담회에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의 구체적 모형으로서 ‘동아시아 공동체’(EAC)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무현 독트린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건설하기 위하여 ‘한국이 주도하는 도덕적 포용’을 그 수단으로 설정하였다. 노무현이 말한 ‘도덕적 포용’이라는 것은 덕치(德治)에 기반을 역내 통합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도덕적 포용의 주체로서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소르본느대학 강연에서 “프랑스는 전쟁의 고통을 받은 국가이면서도 독일을 포용하는 도덕적 결단으로써 과거를 청산했으며,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나라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면서 EU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프랑스를 모델로 한국도 동아시아공동체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의 ‘희망사항’이다.

한국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거론했다. 첫째로, 중·일 양국은 동아시아를 주도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아시아를 주도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이 불안에 떨고, 일본은 과거의 원죄 때문에 주변국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이 평화적인 역사를 갖고 있고, 독창적인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으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인데다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라는 점 등을 언급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은 강대국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소르본느대 강연)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상이 작년 연말에 노무현이 밝힌 외교 독트린 즉 노무현 독트린의 대강이다. 이번 3월 22일에 발표한 동북아 균형자론과 동일한 내용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뀐 게 있다면, 독트린의 명칭이 동북아균형자론으로 구체화되었다는 점과, 이번에는 그 적용범위가 대일외교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3월 22일에 나온 동북자 균형자론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반노(反盧) 진영에서는 “사석에서 우연히 나온 이야기를 외교정책으로 내세울 수 있느냐?”면서 그 의미를 폄하하기도 하였지만, 노무현 독트린은 위와 같이 상당히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이 북한-중국 쪽으로 기우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노무현의 의도는 분명 거기에 있지 않다. 리빈 주한중국대사가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한국 속담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미리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말이 있다. 소르본느대학 강연에서 노무현이 밝힌 바와 같이, 노무현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동아시아를 주도하기에는 부적절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을 바라보는 노무현의 인식이 그러할진대, 노무현이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편입되려고 한다는 것은 노무현의 의중을 완전히 오판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은 ‘노무현은 동북아의 중립자를 꿈꾸는 게 아니라 동북아의 주도국가를 꿈꾼다’는 점이다. 그 점은 작년 연말의 외교투어에서도 이미 강조되었고, 이번 동북아 균형자론에서도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동북아 균형자’에서 균형(均衡)이라는 표현의 뉘앙스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균형’에서 ‘형’(衡)은 ‘저울’을 의미한다. 衡의 고대적 용례를 음미해보면, 균형자가 단순히 중립자가 아니라 사실은 ‘주도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衡과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것이 권력(權力)의 權이다. 權 역시 본래 저울을 의미하는 표현이었다. 그럼, 어떻게 ‘저울’이 ‘권력’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전화(轉化)되었을까? 그것은 저울이 ‘판단의 기준’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특권 중 하나는 ‘판단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국가가 그 통치지역에서 최고의 판단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동아시아 고대사회에서는 저울이 권력의 의미로도 사용되었던 것이다. 진시황제 등의 고대 동아시아 제왕들이 중앙집권화의 수단으로 도량형 통일을 중시하였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무현이 사용하는 균형 즉 저울이라는 표현 속에도 그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노무현은 한국의 비전을 영세중립국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주도국가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동북아 균형자의 이미지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무현의 대일외교의 배경을 검토하기 위하여 동북아 균형자론(혹은 노무현 독트린)을 살펴보았다. 그럼,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무현의 대일외교의 배경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소르본느대학 강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노무현은 일본이 동아시아 주도국가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위에서 누차 강조한 것처럼, 그는 ‘한국이 도덕적 포용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이 보인 일련의 행보는 자신들이 동아시아 주도국가가 되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일본은 납치자문제와 유골문제를 빌미로 북한을 몰아세웠다. 일본은 그 과정에서 북한을 부도덕한 국가로 몰아세움으로써 자신들의 부도덕성을 은폐하려 했다. 자신들의 부도덕성이 은폐되지 않으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은 유골 감정결과를 조작하면서까지 북한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했다. 그리고 야스쿠니참배문제나 교과서문제 등을 통해, 일본은 “우리는 반성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식의 태도를 내보였다. 거기에다가 일본 지도부는 지방의회를 내세워 한국의 영토주권까지 위협했다. 그런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면서 의욕을 불태우자, 노무현은 일본의 무법 질주에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일본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렸으며, 미래마저 불안하게 느꼈던 것이다’(‘국민에게 드리는 글’).

이러한 우려에 기초하여 노무현은 일본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그들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 하고 왜곡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 등은 지난날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국민에게 드리는 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동북자균형자론(노무현독트린)에서는 도덕적 포용을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잘한 점은 칭찬하고 못한 점은 꾸짖으면서 상대를 덕으로써 포용하겠다는 것이 바로 도덕적 포용이다.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노무현은 일본의 부도덕한 면들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일본에 대한 노무현의 도덕적 비난은 민족공조와 관련하여서도 일정한 의미를 띠고 있다. 북한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본에게 “너희는 원초적 범죄자”라는 도덕적 비난을 퍼부음으로써, 북한에 대한 일본의 공격을 차단하는 의미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노무현의 일본 공격은 한-미-일 삼각연대에 바탕을 두고 있는 미국의 대북압박과 관련하여서도 일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도덕적 비난은 한-미-일 삼각연대가 그 근저에서부터 붕괴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를 비난하고 있지만, 노무현의 선택이 설령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더욱 더 강고한 민족공조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긍정적 측면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일본에게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 과정에서 노무현이 사용한 방법 중의 한가지는 독일과 일본을 대조하는 방식이었다. 4월 13일 독일 연방의원들이 주최한 만찬에서 노무현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독일 예찬론’을 역설했다.


“나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중합니다.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줄 아는 양심 및 용기와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금까지도 제2차 대전 관련 피해를 배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웃나라들과 협의하여 역사 교과서를 편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이러한 노력은 주변국들과의 화해는 물론 EU 통합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소르본느대학 강연에서 피력된 것처럼 노무현은 프랑스를 모델로 동북아 주도국가가 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칭찬하면서 독일의 노력이 EU 통합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프랑스와 독일은 제2차 대전 피해자-가해자의 관계다. 노무현이 높게 평가한 것은 ‘피해자가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가해자의 협력을 얻어 역내 통합을 이룩하고 있는 점’이다. 노무현은 그 같은 모델을 한일관계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식민통치 피해자인 한국이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가해자인 일본의 협력을 얻어 동아시아 통합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협력을 얻는 방법으로 그가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도덕적 포용이다.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무현이 일본에 대해 정력적 공격을 퍼부은 배경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노무현은 한국 주도의 도덕적 포용을 바탕으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연다는 자신의 외교독트린(동북아균형자론)을 최근의 대일외교에 적용하였던 것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노무현 대통령의 노심초사

2005-03-03 13:50 하재근 컬럼니스트

전에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분을 우연히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인터넷을 통해 글을 쓰는 처지인지라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어떤 어떤 이슈를 다뤄달라, 이런 건 좀 문제 삼을 만 하지 않느냐는 주문을 하곤 한다.

그 때 만난 분도 역시 그랬는데, 그 분은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노대통령이 매우 비분강개해하며 속을 끓이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런 게 시민사회에서 공론화가 안 되느냐는 거다.

그 문제가 뭐였는고 하니 바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기도였다. 그 당시 국내 정치에 여러 가지 정략적 문제거리들이 있었지만 우연히 만난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그 분이 나를 붙잡고 하소연한 것은 ‘일본문제’였다.

그 후 노대통령은 순방외교를 위해 출국했고 세계를 한 바퀴 돌았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의 유례없는 적극적 순방외교에 “대통령이 없으니 나라가 조용해서 좋다”는 둥, “우리나라 신경 안 쓰고 너무 밖으로만 도는 것 아니냐”는 둥 비아냥댔지만 항상 그렇듯이 초점을 놓쳤다.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역사적 의의가 있는지 큰 맥락에서의 진실을 밝히는 언론은 없었다.

국내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왜 외국에를 그렇게 열심히 다녔을까. 각각의 나라들과 경제협력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은 당연한 것이고, 대통령이 세계를 돌아다닌 목적을 큰 틀에서 보자면 그건 ‘세계 체제 다원화의 포석’으로 귀결된다.

노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통해 안전보장이사회의 민주성, 대표성,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UN개혁에 보조를 맞추기로 키르츠네르 대통령과 합의했다. 또 브라질에서는 “EU 성공 국제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 같은 성공이 다른 지역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균형된 다극체제, 국제법에 따른 세계질서 유지"의 입장을 공유하고 "우리나라도 2007-2008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출마 계획을 갖고 있는 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고이즈미도 역시 중남미를 돌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우군확보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외교전쟁이다. 태평한 건 한나라당 뿐인가. 또 법사위에서 뭉갰다지?

현실사회주의권이 망한 후 세계는 일극체제로 재편됐고 우리나라는 미국한테 ‘꼼짝마라’ 신세가 됐다. 이 상태에서는 미국의 종속국 신세를 벗을 길도, 신자유주의의 거센 공세에 저항할 길도 요원하다. 우리의 살 길은 오직 하나, 세계체제가 다원화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말마따나 EU의 성공은 그래서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UN은 민주성과 대표성의 원리에 따라 개혁돼야 한다.

유엔의 민주성과 대표성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2차대전 전승국과 백인선진국에 편중돼 있는 유엔의 주도권을 다른 집단의 대표가 나누어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의 패전국인 독일, 그리고 중남미, 남아시아, 동아시아 등의 권역대표가 함께 주도권을 갖는 것이 곧 유엔의 민주화고 대표성 제고다. 이것은 세계 일극체제의 다극화를 상징한다.

다극화는 미국의 일방체제를 깨는 첩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걸린다. 누가 동아시아 대표가 될 건데?(이미 나라 그 자체가 일종의 대륙인 중국은 빼고)

일본의 전략은 이거다. 일본은 동아시아 문제를 국제문제로 가져가려 한다. (북핵, 독도...) 그러는 한편 국제적 주도권을 장악한다. 동아시아 쟁점이 일본의 국제적 주도권에 의해 일본에 유리하게 판결이 나면 그 국제적 정당성 뒤에 숨어 일본은 동아시아에 자기들 이익을 관철시키고 동아시아를 주도한다는 거다.

일본이 이런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아시아 내부에서는 일본의 발언권이 씨알도 안 먹히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일본을 자기들과 같은 급의 문명국이자 동양의 대표선수로 대우해준다. 반면 동아시아 홈그라운드에서 일본은 ‘악랄한 쪽발이’놈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일본은 자꾸 밖으로 나갔다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려 한다. 백인들을 등에 없고.

노대통령은 여기에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건 거다. 그것이 바로 ‘민주성’과 ‘대표성’이다. “어떻게 일본 니들이 우릴 대표한다는 건데?” 이 거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아시아 권역을 누군가 유엔에 나가 대표한다면, 그리고 전승선진국 위주의 일방체제에서 후발주자들까지 포괄하는 민주적 다원성을 구현한다면, 그건 바로 식민지경험을 한 우리가 돼야 하지 않겠어?”라는 거다.

그것이 노대통령이 룰라에게 "우리나라도 2007-2008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출마 계획을 갖고 있는 데 도와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일본은 지금 미국을 등에 업고 있다. 큰형님을 등에 업고 하향식으로 내려오는 마름에게는 민주가 쥐약이다. “너한테 어떤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데?”라는 거다.

대통령이 3.1절에 일본의 과거 범죄 사실을 친 건 일본이라는 나라한테는 동아시아를 대표할 자격이 없으며, 우리가 그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사건이다. “니네 주제를 알렴. 일본에겐 자격이 없어.” 이것은 일본을 향한, 그리고 세계를 향한, 그리고 일본을 감싸고도는 미국을 향한 일성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기도에 대해 북한은 대놓고 “웃기지 마라”고 말했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시 신문기사 타이틀은 이렇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우리정부) 우회적 반대’. 북한에 비해 우리는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를 항상 새가슴으로 만든다.


그때 그때 눈에 띄는 나쁜 무리들에게 “예끼 이놈들아 물렀거라”라고 호통친다고 세상이 바뀔 것인가. 대통령의 노심초사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추측한다. 독도로 난리굿을 떨면서 국제문제엔 신경끄고 사는 수구집단들은 속시원해서 좋겠으나 독도문제가 시끄러워지면 질수록 독도이슈를 국제분쟁이슈로 만들려는 일본극우파의 장단에 놀아날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우리가 세계체제의 다극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그 다극화된 세계에서 동아시아의 대표 링크가 될 수 있는가다. 여기에 통일이 걸렸고 나라의 백년대계가 걸렸다.

평소엔 잘 안쓰는 말이지만 요즘 같아선 ‘왜놈’, ‘쪽발이’ 소리가 절로 난다. 왜들 그렇게 사니. 니들이 잘하면 중화패권주의에 맞서 한국-일본 동맹 구도도 생각해보련만, 쯧쯧쯧...
Posted by 중년하플링 :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과 군부의 반란

한국군의 세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지각변동의 발원지는 청와대 이다. 이제 군부는 한미연합사에 줄을 설 것인지, 아니면 합동참모부에 줄
을 설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미국의 힘이 작용하는 한국군의 세력이 과연 재편될 수 있을 것인지?...



<차례>
1. 평상시 작전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도록 만들어라"
2. 군부의 동요와 국방부의 반란... "군부에게 북은 무조건 적이다"
3. 채찍으로 군부 잡기... "신일순 대장의 목을 쳐라"
4. 해군작전사령부의 반란... "그것도 반란이야.. 알어?"
5. 기가 죽은 군부... "합동참모본부 NSC로 끌려 들어오다"
6. 진정한 자주국방이란... "독도를 지키는 것"

>> 한국군의 작전명령 계통 도표 보기 <<

## 평상시 작전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도록 만들어라" ##

"한 미 연합군은 1994년 상호 합의에 근거하여 평시 작전통제권은 우리 합참의장이, 전시에는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말
은 모 기관의 질문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적인 답변이다. 평시 작전통제권을 들먹이며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권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평시에 작전권"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전시에 돌입되
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작전에 대한 예비단계 및 훈련단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 작전계획에 따라 훈련하는 것, 작전
계획에 따른 예비조치... 모두 미군에 의해서 수립,시행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예를 들면 최근 빈번히 수행되는 한미 군사훈련을 살펴보면 평시작전권이라는 것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다.

작년(2003년)에 미국은 3월 19일부터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연습'(Foal Eagle)의 통합훈련을 실시했다. 한반도 남쪽애서 실시된 이 훈련에
는 이라크전쟁에 투입된 25만에 가까운 20만이 투입되고, 75대의 전투기와 전폭기,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한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칼빈
슨 핵 항모와 전투기 F-15E 1개 대대, 6대의 F-117 스텔스 전폭기 등 가공할 무력이 동원됐다. 이 통합훈련이 현 미국방장관인 럼스펠드가 주도한 작품이라
는 사실은 잘알려져 있다. 이어 작년 8월에는 을지포커스렌즈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다. 올해 3월 초부터 사상 최초로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북한과 인접한 평택에서 실시한 해병대의 '프리
덤 배너 04'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3월 하순에 연합전시증원훈련과 독수리훈련의 통합훈련이 실시됐다. 또 약 1,000여명의 미 해병대와 한국해병대와 함
께 인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야외기동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이 이렇게 대규모 군사훈련을 빈번하게 실시하는 이유는 작전계획 5030과 관련이 있다. 작전계획 5030은 이렇게 북한을 '집적거려' 북한이 보유한 얼
마 안 되는 자원을 소진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으로서는 미군의 군사훈련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저러다 갑자기 쳐들어 올지 모른다"는 것
이 북한의 솔직한 생각일 것이다. 미군이 전면전에 대비한 5027을 감추고 북한의 자멸을 유도하는 5030을 내건 것은 '북한 정부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것
이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정부의 붕괴를 목적으로하는 작전계획 5030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 이
어 남북화해와 교류를 지향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진척을 이루어 오고 있다. 즉 작전계획 5030은 노무현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립되었다는 것을 말하
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작전계획은 미군이 수립한다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생사를 미국이 결정하는 셈이다.

문제는 또있다.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과 상반된 작전계획 5030을 대통령은 왜 거부하거나 반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군통수권과 관련이 있다. 비
록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에게 군사비용과 월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군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권한은 없다. 자기 자식이 자기를 잡아먹는 군사훈련을 실
시해도 막을 권한도 없고 막을 방법도 없다.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 평상시 작전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평상시 작전계획'을 들먹이며 애써 국민을 기만하려 드는 것에 불과하
다.

## 군부의 동요와 국방부의 반란... "군부에게 북은 무조건 적이다" ##

정부는 분명 '남북협력정책'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북을 붕괴할 목적을 가진 '작전계획 5030'에 따라 군체계를 맞추고 훈련을 하고 실천
을 하고 있는 현실은 군대와 정부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군부는 대통령의 명령보다 미군의 명령을 우선시 한다.즉 합동참모부
의 명령보다 한미연합사의 명령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작전권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잘(?)짜여진 군관교육 시스템과 군사체계 시스템은 친미반공 장성을 100%로 만들어 낸다. 생도는 육해공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집요한 세뇌교육
에 접속하게 되며 군부대에 배치받은 군관은 진급하면 할수록 한미연합사의 체계에 익숙해지고 고위장성이 되면 될수록 미국을 지향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
길임을 알게된다.

지난 6월19일 육군사관학교에서 개최된 '2004년 무궁화 회의'에 NSC 이종석 차장이 강사로 초대돼 각군 장성을 상대로 안보관련 현안을 설명한 적이 있
다. 이때 이 차장이 "적개심 고취보다는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고취함으로써 강군이 된다"고 언급하자, 한 장성이 벌떡일어나 "그렇다면 대
적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 피아구분을 확실히 해달라"라고 역성을 냈다고 한다.

이종석 차장은 노무현정부의 대북화해 정책을 설명하면서 장성들이 협력하여 줄 것을 희망하는 발언으로 짐작되는데 장성들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
고 여전히 주적은 북한이며 적개심을 놓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의 몰골이 이렇다. 사상에서도 부시의 악의축 논리에 철저히 부합
하려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희망은 없다.

이들의 적개심은 비단 북한에 대해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조차 적개심을 품고 있다. '2004년 무궁화 회의'에서 군부의 행
각이 잘 설명하고 있다. 군부의 입장은 "허수아비가 왜 말이 많은가"로 해석할 수 있다. 도대체 허수아비 대통령이 무슨 짓(?)을 했길래...

이종석 차장의 강의가 있던날로 부터 이틀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6월17일 연합뉴스 기사에 의하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합참
의장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접 군 대비태세, 향후 군 운영 및 발전방향 등에 대해 보고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 하반
기에 첫 보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내용은 대통령이 군부를 압박해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장성들은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주한미대사를 잘 모시면 출세가도에 지장이 없었다. 그
런데 이제 대통령에게도 잘보여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본질적으로 코드가 맞지 않는 대통령에게 굽신거리자니 죽을 지경일 것이다.

대통령이 군에 대한 명령권은 없지만 인사권은 가지고 있느데 군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의 예속적 현실에서 답
을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간큰 배짱을 가졌다 할지라도 현실 적으로 진보적장관을 임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군부내에서 진보적 장성
은 단 한명도 없으며, 장성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것도 무리수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렇게 할수 있는 정치세력은 민주
노동당을 빼고는 이땅에 없다.

이런 것을 두고 '미국의 영향력'이라고 표현함이 적당하다. 이러한 한국의 힘의 판도와 대통령의 처지를 잘알고 있는 군부는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농락한다.

어쩌면 군부의 생각대로 대통령의 군 접수 의지는 자기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것은 인사권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방부 장,차관에 대
한 인사권만이 있을 뿐이다. 하는 수 없이 대통령은 군장성 가운데 쓸만한 넘 한넘을 골라 국방부장관에 임명한다. 그러나 국방부장관은 자기마음데로 장성
인사를 단행한다. 최근 조영길 국방장관이 국방부 정책실장을 안광찬 예비역 소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 실례로 충분하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국방부내 핵심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국방정책실장은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 한국측 수석대표로 되며,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
기지 이전문제 등을 협의하는 권한을 갇는 막중한 중책이다. 안광찬씨는 철저한 수구분자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미동맹의 정당성을 설명한답시고 동국대학
교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 인물이다. 안씨는 육사25기를 졸업하고 미국 육군지휘참모대학을 수료였으며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을 지낸 완벽한 친미파이
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안광찬 예비역 소장을 임명함으로써 군부에게 두가지 메세지를 전달했다. 첫째는 "군부는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
이고, 둘째는 "장성자리에서 쫓겨나 있더라도 다시 중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로써 군부를 안심시키고 단결을 도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군부와 대통령의 충돌은 대통령의 군 접수 의지에서 부터 시작되는 셈이며 군부의 핵심에는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있다.

## 채찍으로 군부 잡기... "신일순 대장의 목을 쳐라" ##

2004년 5월6일 밤 8시25분, 국방부 검찰단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신일순 대장을 부대 공금과 위문금, 복지기금 등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착복했다
는 제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소환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신일순(申一淳.57) 육군 대장은 육사26기를 졸업하고, 미 웨스트포인트
와 미군지휘참모대학을 거친 철저한 친미파이다.

신일순 대장은 합참의장 중심의 군 편재를 시도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반항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에 예속된 한국 군대의 현실 속
에서 사실상 최고의 파워를 가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자기가 중심이되어 군부를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군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보부에 포착되었
고 노무현 정부는 신일순 대장을 숙청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신일순 대장은 5월8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신일순 대장이 제거되는 과정에는 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 2004/05/02 15:21 : 국방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 대장에 대한 공금행령 관련 사실을 조사 중이다."
◎ 2004/05/06 15:47 : 육군, "주한미군 사령관(리언 J. 라포트)을 비롯 주한미군 장성들을 초청해 오는 8일 한미 군수뇌부 골프회동을 한다."
◎ 2004/05/06 21:05 : 국방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신일순 대장이 군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 2004/05/08 18:36 : 육군, "주한미군이 친선 모임을 무기한 연기하자고 연락해 골프회동이 취소됐다"
◎ 2004/05/08 21:28 : 국방부, "신일순에 대해 공금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것이 신일순 대장의 제거 과정이다. 신일순 대장을 숙청하는 과정속에 군부의 반발이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가
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군사계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사건을 두고 미국의 관심이 제일 클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 전문 일간 성조지는 5월12
일 1면 머리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안광찬 예비역 소장을 임명할 정도의 냉전적 시각을 가진 국방부는 분명 군부의 편이다. 그러나 신일순 대장을 숙청하는 작
업은 국방부에서 주도하였다. 국방부장관은 청와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부가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신일순 대장이 숙청되고 있
다는 현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5월6일 군부가 한미연합사 사령관 리언 J. 라포트 대장을 중심으로 단합을 과시하고 압력을 가하려 시도한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군부의 파워 신일순 대장
이 숙청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 군부가 골프회동을 빌미로 한미연합사 사령관 리언 J. 라포트 대장 주위에 집결하는 것 자체는 명백한 반역이다.

한 점문가는 군부가 시도한 골프회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군부의 친미파 실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친미파 군부는 놀란나
머지 주한미군에개 의지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군과 회담이 성사된다면 노무현 정부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된다"

골프회동은 무산되었다. 육군 관계자는 8일 "주한미군이 친선 모임을 무기한 연기하자고 연락해 계룡대 친선 행사가 취소됐다"면서 "미군측의 정확한 취
소 사유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골프회동은 왜 무산되었을까? 주한미군이 친선 모임을 무기한 연기하자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라는 육군 관계자의 말은 신빙성이 별로 없다. 골프회동이 무
산된 진짜 이유는 아마 공군작전사령부 장성과 일부 장성의 불참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골프회동에 참여 대상자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미연합사 사령관 리언 J. 라포트 대장,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본부장 켐벨 중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겸 지상군사령부 사령관 신일순 대장, 한미연합사 지
상군사령부 부참모장 박흥환 중장, 한미연합사 지상군작전사령부 사령관 모모모 중장, 한미연합사 공군작전사령부 사령관 천기광 중장, 한미연합사 해군작
전사령부 사령관 김성만 중장이 주축이 되었을 것이며, 이외에 국방부 내 친미파가 골프회동 참여 대상자였다고 보여진다.

이중에서 공군작전사령부 천기광 중장이 불참을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군은 지상군 중심으로 한국 군력을 편재하려는 한미연합사에 대한 불만이 있
다. 특히 F-15전투기 구매 때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공군의 성향 속에서 청와대에 대한 반역으로 비쳐지는 골프회동에 참여할 동기가 별
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천기광 중장 외에도 골프회동 참여 하지 않으려 한 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은 단지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반역의 음모를 노
골적으로 드러낸 골프회동에 참여를 희망했던 장성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어쨌든 골프회동을 통한 반역의 모임은 실패했다. 그러나 군부의 반역적 행동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해군작전사령부가 다시 반역을 일으켰다.
## 해군작전사령부의 반란... "그것도 반란이야.. 알어?" ##

2004년 7월14일, 해군작전사령부는 서해상에서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하여 교신을 하며 내려오는 북한 함정을 향해 함포를 발사했다. 만약 북한 함정
이 응사하였다면 즉각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에 너무나 태연하다. 화약고 위에서 담배를 피우
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런데 7월16일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과 관련, 북측 경비정의 교신응답 사실을 누락한 군당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
를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신일순 대장 숙청에 이어 두번째로 중대한 지시를 받게 된 셈이다.

남대연 국방부 공보관은 "북측 함정의 무선 송신은 함정과 2함대사, 해군작전사 까지는 보고가 됐으나 합참까지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
으며, 국방부는 북측은 15일 오후 늦게 "남측을 호출했는데 왜 응답하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내 항의했다고 전했다. "한미연합사가 합참
을 우습게 아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박정조 국방부 동원국장(육군소장)을 단장으로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관계기관 요원 9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구성되어 해군 2함
대사령부와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사흘간의 조사를 마친 합동조사단은 대통령에게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2함대의 작
전수행은 적절했으며, 보고의 누락은 실수"라는 '흐지부지 조사결과'를 내어 놓았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못한 멍청한 합동조사부와 게편에 앉아있는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도출한 조사결과는 대통령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7월19일 노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은 뒤 단호한 어조로 "국민과 대통령에게 하는 군의 보고는 정확성이 생명"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조
사가 미흡한 만큼 추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조사의 핵심은 현장에서의 작전수행이 적절했느
냐가 아니라 당시 상황이 정확히 보고됐느냐 하는 점"이라고 합동조사부를 질책했다.

합동조사부로서도 좀 당황스럽기는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관장하에 있는 합동참모부는 한미연합사 명령계통에 있는 작전사령부에게로 부터 제
대로 된 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해군작전사령부가 관행대로 했는데 대통령이 왜저럴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중은 딴데 있다. 대통령은 그간의 관행을 깨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 반역"이라는 것을 보여주려한 것이다. 그간의 관행이란 대통령
이 명령권은 고사하고라도 군사적 정황에조차 눈뜬 장님처럼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례로 김영삼 정부는 1993년 미군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전쟁준
비를 마치고 한국 내 미군가족을 소개시킬때 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해군작전사령부의 허위보고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막말로 "딱걸려든 것"이다.

7월23일 합동조사단은 다시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조사결과 해군작전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정보융합처 등에서 북측 응신이 허위내용이고 교란
전술용으로 보여 보고할 가치가 없어 누락시킨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보고를 제대로 하지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일부 관련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의
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대상으로 김성만(중장.해사25기) 해군작전사령관과 합참 정보본부의 백운고(육군준장.육사32기) 정보융합처장을 비롯
해 합참 지휘통제실장(대령)과 정보융합처의 과장(대령), 실무장교 등 5명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했다. 물론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과 김종환(金鍾煥) 합
참의장은 문책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관련자 엄중문책이 필요하다는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의 건의에 대해 "이번 사건이 처음 발생했고 군의 사기와 향후 재발에 대비해 관련
자들에 대한 경고조치를 지시했다"고 말하며 모두 보직해임하지 않고 경고 조치하는 선에서 징계가 마무리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군부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결과는 대통령
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때에 수구친미 언론과 집단은 노골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때렸지만 모든 것은 노무현 정부의 의중대
로 되었고,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7월24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다시 반기를 들고 나선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제출한 북 경비정의 'NLL월선 및 보고
누락'과 관련한 현안업무 보고에서 "해군작전사령부가 북 경비정의 교신유무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격전에 상급부대에 보고하면 사격중
지 명령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와 NSC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국방부가 하고자 하는 말은 "군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말과 같으며, 수구친미언론과 그에 익숙
한 국민들에게 노무현 정부의 친북성을 타격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조영길 국방장관이 "배신자 소리를 듣느니 한마디하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느
낀 모양이다.

이것은 조영길 국방장관의 착각에서 비롯된 실수다. 노무현 정부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였을 뿐만아니라 한나라당과 수구친미 언론으로 부터 옹호
도 받지 못한채 오히려 군부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결과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짤렸다.

해군작전사령부는 희생양이 되었다. 해군작전사령부는 그동안의 관행대로 한 것 밖에 없는데 화살이 자기를 향해 오더니 결국 국방부 장관을 맞쳤다. 이러
한 결과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부 내에 잔존하고 있는 군부세력과 한미연합사 각군 작전사령부를 중심으로한 군부세력은 힘의 우위를 판단하기에 충분했
을 것이며 "줄을 잘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 기가 죽은 군부... "합동참모본부 NSC로 끌려 들어오다" ##

군령권이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라도 제대로 받고 싶어하는데 그것마저 못하게 막는다면 죽은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미군
이 너무하다고 판단하고 나름대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서해상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한국 군부를 뒤에서 배후조정하고 있다. 한
판 승부는 불가피했으며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형은 조영길 국방장관 후임에 청와대 국방보좌관으로 있던 윤광웅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했다.

7월30일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군은 대통령과 장관이 결정하는 정책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나 일단 정부의 국방정책이 결정
되면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김종환 합참의장이 31일 NSC 상임위에 출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NSC 배석이 정례화되며 의장은 군사정책과 관련된 생각과 의
견을 제시하되 거기서 결정된 지침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이다. 군령권이 없는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군령권을 회복하는 것
이 자주국방의 첫단계로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노무현 정부가 평상시 작전권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다. 명분상으로 한국의 대통령이 평상시 작전권이 있으므로 그것을 빌미로 내세
울수 있다. 물론 미국은 "지금 한반도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평상시가 아니다"라고 말할지 모르나 노무현 정부는 "무슨 소리냐 지금이 평상시가 아니면 언제
가 평상시란 말인가"라 고 되받아 칠 것이다.

자동차 사고는 목소리 큰넘이 이기고 정치는 힘있는자 앞으로 줄서게 되어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권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대세를 읽지 못하
고 미군 앞에 줄을 서는자에게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윤광웅 장관은 국방예산 배분 방향과 관련해 또 이런말도 했다. "현대전은 통합전력을 발휘해야 하고 3군 전력이 중복되는 측면이 강하다. 공군이 우수해
야 전쟁 초기에 우세권을 장악할 수 있다. 공군력 뛰어나면 방공무기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공군 전력의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는 미군의 계획과 정반대의 발언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군은 한국군을 지상군 편재를 중심으로 하고 공군
과 해군 전력은 미군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한미연합사의 부사령관 급에 해당하는 한미연합사 지상군사령부는 한국 장성 대장이 맡는데 비해 한
미연합사 공군사령부와 해군사령부는 미군장성이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군부 장악 과정은 매우 엄중한 단계를 거치며 진행되고 있고, 또 미군에게는 당황스러운 현상이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는 NSC가 군 통수권
의 핵심이 될 것이며, 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작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군체계상 한미연합사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한미연합사 각군 작전사령부는 점
점 합동참모부의 통제를 받게 될것이다. 한미연합사가 점점 무력해 질수록 자주국방은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한 미 연합군은 1994년 상호 합의에 근거하여 평시 작전통제권은 우리 합참의장이, 전시에는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국
방부 한 관리의 발언이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의 키가 되고 있다.

## 진정한 자주국방이란... "독도를 지키는 것" ##

서해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한 한미연합사 작전에 따라 이루어 진다. 서해상 전함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해군작전사령부는 경
남 진해에 있는데 역시 한미연합사의 명령계통상에 있다. 물론 대통령은 명령계통상에 있지 않다. 북한도 남한의 정부와 군부를 별개로 보고있다. 즉 남
한 대통령이 군령권이 없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으며 남한군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도 잘알고 있다.

지난 서해교전의 책임을 두고 북한은 "군 통수권을 틀어 쥐고 있는 미국은 남조선 전투함선들의 침범과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
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북남(남북) 관계에 쐐기를 치기 위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라고 말했으며, 남-북 장성급회담에 앞서 북한군부는 "남한군이 미국
에 예속된 군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청와대가 대북화해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다. 미국은 한미연합사를 통해 한국의 군력을 마음대로 움직인다. 미국이 한국
의 대북화해정책을 방해 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가 바로 한미연합사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각군 작전사령부는 그 하나의 행동대원이 된다.

남북 화해정책이 급물살을 탈때마다 서해상에는 충동이 일어난다. 대통령은 항상 사후에 보고를 받고 한숨을 쉴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이버민족방위
사령부]는 이미 서해교전을 북한과 미국의 게임이라고 해석한 바 있으며 한국 장병들이 미군의 음모에 의해 희생된 애통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전함이 독도 앞바다에 출몰해도 총한방 쏘지 못하는 군부는 유독 미군이 그어 놓은 서해상의 NLL에서는 북한함정에게 함포를 마구자비로 쏘아댄
다. NLL은 미군이 지켜야 할 선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고 독도는 지켜야 할 섬이라고 미군이 말한적 없기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독도
는 미CIA가 만든 지도상에 일본 영토 다케시마로 되어있으며 미군의 작전계획상 일본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

NLL은 미국의 정치적 전략에 따라 우리민족의 운명이 벼랑끝에서 기웃기웃하고 있은 위험한 선이다. NLL은 국제적 규범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의 영
토가 되어도 우리민족의 땅이요 우리의 영토가 되어도 우리민족의 영토다. 오히려 독도는 일본과 일전을 불사하더라도 지켜야 할 우리 땅이다. 독도가 일
본 영토로 된다면 동해의 군사적 해상권은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며 대륙붕 지하자원 문제, 어자원 문제 또한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독도는 지금 경찰이 지키고 있다. 한국군이 미군에게 예속되어 있는한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일본군이 독도를 점령해도 미군의 예속하
에 있는 한국군은 일본군을 공격하지 못한다. 일본군을 공격하도록 작전명령을 내릴 권한은 한반도 내에 어느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이
다. 자주국방이란 동포를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영토를 침범한 외국군을 때려잡는 것으로 되는 것이 진정한 자국국방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보았을때 한국 군부의 이러한 성향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들에게는 '민족의식'이 없고 '생각'이 없다. 그들은 미국 주인이 가리키는 목표물
을 물고 늘어지는 도사견과 하나도 다를바 없다. 그들은 이미 한국군이라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미군일 뿐이다.

김선일씨가 참살되도록 방치한 참살정부에서 과연 자주국방의 꿈을 이룩할 수 있을까... 오늘(8월1일) 군검찰은 3성 장성 1명을 비리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노회찬의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
왜 ‘주한미군 지역역할’이 ‘사활적 문제’인가
2004-12-04 12:14서영석 (du0280@dailyseop.com) 정치전문기자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40년간 계속된 냉전시대의 종식 이후 세계는 크게 바뀌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식자층에게는 익숙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 이후 달라지고 있는 세계에서 받은 충격을 ‘역사의 종말’이란 용어로 표현했다. 새무얼 헌팅턴은 동서의, 혹은 미소의 대결이 종식되면서 역사의 변증법이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서 출발해 ‘문명의 충돌’이란 개념을 확립했다.



한반도에 갖혀 있는 우리는 어떤가. 문명의 변방이어선지, 여전히 냉전의 중세적 분위기에 젖어 있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각성이 정권의 교체를 불러왔고, 주류의 교체를 맹렬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칸트식 표현을 빌리면 냉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구세력들은 여전히 냉전적 사고의 ‘미성숙’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자, 이러한 냉전의 종식은 정말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동북아, 그리고 한반도에도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변화는 노무현 정부 들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90년대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었다. 김영삼 정부가 자칭 문민정부라고 했던 것은 일종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군사독재자와 제휴해서 집권했던 자신의 과거를 ‘문민’이란 용어로 분칠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시작된 변화는 그동안 국민의 것이 아니었다. 수십년간 한미동맹이란, 혹은 안보란 미명 아래 정보를 독점하고 그 독점된 정보 속에서 뭔가 이익을 누려왔던 군부와 극소수 집권핵심세력들의 것이었다. 그 정보 독점은 단순히 해제되는 것이 아니다. 집권세력의 변화 없이 해제되지 않는다.



▲ '글로벌 시큐리티' 홈페이지
김대중 정부와 ‘굴종의 시대’



김대중 정부 초기는 강고한 기득권의 세력과 타협의 시대였고, 중후반기는 불행하게도 굴복의 시대였다. 김대중 정부 핵심 엘리트들의 조급증에서 비롯된 인사정책의 실패는 반호남 연합전선의 구축이란 지극히 불행한 결과를 유발했고, 그것은 수구세력들이 장악한 야당의 우위란 형세를 만들었으며, 당연히 우리는 수구에 굴복하는 굴종의 시대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정보독점도 해제되지 않았다.



한미동맹, 대북선제공격,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 지역역할 등 지극히 민감한 용어들이 수구들의 대변지인 조선일보 지면에 실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등장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미국의 종노릇을 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들에 의해 한반도 정세는 그 주체세력인 국민과는 무관하게 흘러갔을 것이 뻔하다. 그것이 바뀌고 있는 것은, 노회찬이나 단병호가 그렇게 비판하는 바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란 점은 최소한 인정해야만 한다.



어떻든 노회찬이란 인간의 존재는 소중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작금의 역사적 변화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간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노회찬은 지난 총선에서 지갑을 주워 국회의원이 됐지만, 그의 존재는 열린우리당 의원 100명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 의원 100명은 참여정부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반면, 노회찬은 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뜻을 갖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역사적 의미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참여정부, 참여정부라고 하지만, 그 구성원을 행정부 전체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참여정부란 역사적 의미에 걸맞는 인간들은 극소수다. 여전히 냉전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이 외교통상부나 국방부에 즐비하다. 송영선이 바로 그 극명한 사례 아닌가. 노회찬이 결과적으로 참여정부가 갖는 역사적 의미에 충실하면서도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역설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참여정부의 구성성분인 냉전적 사고의 관료집단을 공격하는 것이겠지만, 어디 그것이 제대로 이용되는 것 봤는가. 수구신문이나 일부 무식한 인터넷 매체들은, 공격의 포인트를 항상 노 대통령으로 돌려놓지 않는가. 무식과 정치적 이해가 결합한 결과다.



▲ 미 군사 전문사이트 '디펜스 뉴스'
“무식과 정치적 이해의 결합이 역설 낳았다”



오늘의 주제는 노회찬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노회찬에 대한 짤막한 단상을 늘어놓았는데, 어떻든 노회찬의 ‘주한미군 역할 확대’발언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노회찬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조선일보 같은 수구신문의 지면에 그런 기사가 오를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무식하고 무지하기는 여전하다. 그것은 약간의 의도와, 국방부의 군부엘리트의 정보독점에서 비롯된 무지에 의해 진실과는 전혀 엉뚱하고 딴판인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고 있다. 뭐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기도 귀찮고 딱 한가지만 얘기하자면, 다른 건 몰라도 노회찬의 발언이 기밀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학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이론이 기밀이겠는가. 국내외의 학자들이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책을 수십, 수백권 만들 정도로 많은 논문들을 쏟아놓았다. 글로벌 시큐리티라든지 디펜스 뉴스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면 조선일보나 국방부로서는 기절초풍할만한 사실들이 매일같이 무더기로 실리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방부 관료들의 기밀양산 버릇도 여기에는 한몫 하고 있다. 나도 26년전 양수리의 한 골방에 앉아서 기밀문건을 한트럭 만든 일이 있었다. 아무거나 군사기밀 도장만 찍으면 끝이었다. 물론 도장 찍는 것은 육군병장의 몫은 아니었으나 내가 3급비밀이라고, 내가 대외비라고 하면 무조건 도장 찍었으니 그게 그거였다.



자, 전략적 유연성이라든지 지역역할이라든지,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라든지 하는 용어는 생소하다. 군사와 외교가 뒤범벅이 된 용어이며, 엘리트군단이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사기쳐 먹기 위해 교묘하게 포장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걸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런 용어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대외전략을 약간은 이해해야만 한다.(굳이 깊이 이해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미 코넬대 정치학과 서재정 교수가 쓴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라는 논문과, 백산서당에서 나온 ‘한반도 안보관련 조약의 법적 재조명’이란 책, 그리고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한울아카데미(서재정 교수의 논문도 이 출판사에서 곧 책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다)의 ‘주한미군 역사 쟁점 전망’이란 책, 그리고 이들 책에 인용된 논문 가운데 국회도서관에서 일일이 복사한 몇편의 논문들을 토대로 ‘썰’을 한번 풀어보자.



내가 몇번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전략은 냉전의 해체와 더불어 시작됐다. 그것은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부시 행정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았고, 그 핵심은 이른바 1-4-2-1 전략이다.(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서재정 교수 논문이나 내 지난 글들을 검색해보기를 권유한다)



내가 앞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를 밥맛 없는 인간이라고 했는데, 사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부시행정부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란 그룹인데, 여기에는 국제적 말썽쟁이들이 몽땅 포진하고 있다.



▲ '디펜스링크'의 인터넷 홈페이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밥맛 없는’ 이유



이 그룹이 출범하면서 밝힌 97년의 원칙선언문(이것도 인터넷 보면 원문 다 나온다)이 지금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네오콘들의 행동강령이 되고 있다. 이 원칙 선언문의 서명자로는 딕 체니(부시 행정부의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국방장관)가 눈에 띄며, 그밖에도 부시행정부의 매파인 폴 울포위츠, 잘마이 칼릴자드도 서명자다. 아버지 부시의 재선 러닝메이트였던 댄 퀘일도 사인했다. 문제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서명자다.



1-4-2-1 전략에서 재수없게 지목된 것이 이라크(뒤쪽의 1), 이란과 북한(2)이란 건 몇번 얘기했던 바이고, 어떻든 미국은 냉전체제의 붕괴로 소련이란 ‘절대악’이 사라진 만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작은 악’들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3개국이 ‘악의 축’이란 용어로 표현됐다. 자. 세계각지에 포진된 작은 악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자못 수준낮은 카우보우 심리가 미국에는 있다. 이걸 위해서는 해외미군들을 재배치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당연히 생길 것이다. 과거 군사력과 배치는 냉전시대 소련을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는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이 그 대상이다. 주일미군을 장차 아시아전선사령부로 격상시켜 태평양의 하와이, 괌과 더불어 미국의 전력투사 중추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한국은 그보다 한단계 낮은 주요작전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며, 이 구상을 위해 주한미군을 1개 사단규모로까지 감축시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일본의 아시아전선사령부에 스트라이커 여단형의 기동군을 배치해 필요하면 한반도에 즉시 투입하면 된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인 듯하다. 물론 배치대상은 비단 한반도만은 아니며, 아시아 분쟁의 또다른 진원지인 양안도 들어간다.



즉 미국은 동북아 주둔 미군을 재편해 기동군화하고, 거점을 일본에 두면서, 필요시 신속한 개입을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속기동군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당연히 주한미군이 주체 가운데 한 요소다. 주한미군을 변환시키고(신속기동군화, 경량 첨단군화) 재배치(병력 축소, 기지 이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한반도 이외의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재편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란 틀 속에 묶여 있는(묶여 있다는 표현도 중요하다) 한국군의 역할도 한국방어에서 미군의 작전지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 대만해협이나 동남아시아, 심지어는 중동에 파견되는 미군을 위한 기지와 후방지원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서재정 교수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조정은 한국을 미국의 해외전쟁에 자동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주한미군 중 일부가 이미 이라크전에 파견되는 등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노회찬의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미국의 압력을 비단 한국만 받는 것은 아니다.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은 일본이 ‘아시아의 영국’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것은 ‘신방위 가이드라인’으로 나타난 바 있다. 나토 역시 미국의 공갈에 못이겨 이미 아프카니스탄에 국제안전지원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세계전역의 해외미군을 기동군화해서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이든 해외미군과 그 지역에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의 군대를 ‘동시 패션’으로 파견하고 싶어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복잡한 문제이니 이 정도에서 그치고, 그러한 미국 전략의 일환에서 한미간에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져 왔는지 이해해야만 노회찬의 발언에서 비롯된 논란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사(즉 주한미군 + 한국군)의 작전반경을 지역적 내지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국방어에서 세계분쟁 개입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시켜 왔다. 우리로서는 김영삼 정부 시대였고, 미국은 아버지 부시에서 클린턴 행정부로 교체되는 시기였다. 물론 학자들은 엄밀하게 얘기한다. 1988년부터 시작됐다고 말이다.(이혜정, ‘한미동맹의 변화’ 제2차 한국학술연구원 코리아 포럼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우리의 전략” 발표논문,2003년)



냉전붕괴 이후 미국의 전략이 지역방위전략으로 바뀐 직후부터 이에 걸맞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1992년 한미 국방장관은 냉전종식 이후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 한미동맹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는 인식(맞는 인식이다!) 아래 한미동맹에 대한 연구(어떻게든 동맹은 지속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강요가 있었을 것이다)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미국의 랜드연구소와 송영선이 근무했던 한국국방연구원은 공동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은 1995년에 나오는데, 여기서 한미동맹은 장차 지역방어의 목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다.



미국의 전략이 굴곡을 거쳐 ‘1-4-2-1’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2002년 12월 제34차 한미안보연례협의회가 개최되는데, 여기서 한미 양국은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방안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토론의 장으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을 구성하기로 결정”한다.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이것이 바로 노회찬이 밝힌 문제의 문서의 근거인 FOTA다. FOTA의 한국측 협상팀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즉 NSC, 외교부, 국방부 등의 관리들이 포함돼 있다.



이 포타란 물건은 대체 뭣하는 물건인가.



내가 앞서 소개한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감축과 한미동맹의 과제’란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주한미군 재조정 협상 틀로 기능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는 2002년 11월 6일 미국의 피터 페이스 국방차관이 이준 국방장관(당시)을 방문하여 제의했고, 이 제안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이었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미국의 생각은 한미간의 문제로만 국한된 한미동맹의 성격을 지역방어로 바꾼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요, 우리 국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에 햄버거 씹으며 전쟁 감상하는 미국인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순전히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한국군이나 미군이 한국의 영역을 벗어나서 작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종료되면서 당시 이승만이 유엔군과는 별도로 북침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단독의 북침이 결정될 경우 미군이나 유엔군이 자동적으로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다른 용도 즉 한반도 이외의 지역분쟁에 써먹으려 하니 그 조약이 방해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포타는 말하자면, 순전히 이러한 목적을 위해 미국이 한국을 커스터마이즈하는 도구라고까지 할 수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지역역할이란 표현이나, 전략적 유연성이란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한반도 전쟁억지력 목적에서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꼴리는대로 써 먹겠다(유연성)는 것이며, 한국군도 다른 분쟁지역, 예컨대 대만 등지에 미국의 신속기동군 ‘쯔키다시’로 파견시키겠다(지역역할)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 이러면 무슨 문제가 생길 것인가. 미국이야 태평양 건너편에 있으니 아시아에서 피튀기는 전쟁이 일어나본들 군인들 빼고는 국민들 모두 코카콜라에 햄버거를 들면서 CNN으로 무슨 전쟁영화 시청하듯이 할 수 있지만, 한국군이 당장 미중분쟁에 개입한다고 해보라.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장거리 미사일인 뚱펑이 서울에, 부산에 날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북한정권의 붕괴를 위한 핵선제공격에 이용되는 것만도 끔찍한 시나리오인데, 한술 더 떠 미중분쟁의 희생양까지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못해 흘러 넘친다는 것은 더 끔찍한 일 아닌가. 우리 군이 굳이 개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파견만으로도 중국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는 사활적 문제”라고 언급한 배경이 무엇인지 지금쯤은 이해가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미국방문시 “전략적 필요에 의해 주둔군 수를 줄이고 늘리는 문제는 미국이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다만 내가 말한 융통성이라는 것이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한 배경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한꺼번에 변하지 않는다. 지금 참여정부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바로 그러하다. 수구들이 시청 앞에 모여 집회를 하고, 행정부 요소요소에 포진한 수구들이 준동하고 반항한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변했다. 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가 들어섰다고 갑자기 숭미가 자주로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시대정신이 중요해진다. 참여정부는 최소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참여정부의 실용노선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면서 불가피하게 수구들과 손을 잡았던 것처럼, 참여정부도 50년간 굳어진 한미동맹 자체를 부인하면서 자주노선을 천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분간도 하지 못할 정도에서는 이제 벗어나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진보함으로써, 급진적인(radical 이란 말의 번역어인 이 단어만큼 한국에서 오용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생각을 갖는 사람들로만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일들을 성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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