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9, Martin A. Lee

1891년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프랑스 혁명과 실존주의의 부상으로 사후 세계 및 도덕적 바탕으로서의 기독교가 부정되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지상에서의 지옥을 경험한 세대들은 물질적인 번영을 되찾는 것을 당면한 목표로 생각했고, 20세기 중반이 되자 선진국의 중산층들은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물질적인 풍요를 이룩하였다. 그런 물질적인 풍요 아래에서 자란 세대들이 품은 다음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 무렵 미국에서는 히피 문화가 발전하였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68혁명이 발생했고, 뉴에이지 운동이 전 세계를 휩쓸었으며, 인도출신의 구루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요가와 명상과 탄트라가 우리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있다. 

LSD는 60년대에 발생한 사회 변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다년간의 수련 없이도 구루들이 이야기한 해탈의 경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약물. 사이키델릭 운동의 선구자들은 이 약물을 통해 좁은 ‘자아’를 벗어나, 보다 큰 가치에 기여하는 개인들을 상상했다. 미움과 전쟁이 아닌 사랑과 공감에 바탕을 둔 사회를 꿈꾸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지만, 물질적인 측면을 넘어서 영적인 삶을 추구한 세대가 시도한 거대한 실험이었다.  

일반적으로 LSD를 환각을 보는 무서운 마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불법 약물로 지정되고 필로폰이나 헤로인과 같은 중독성 강한 마약과 같은 종류로 취급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의 약물 구분에 따르면 중독성이나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서 LSD는 대마초와 함께 알코올이나 담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분류된다. 오히려 최근 LSD는 다양한 중독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 약물로 재조명 받고 있다.   

LSD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구체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약물은 단일한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뉴런 사이에 연결이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강한 부분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창조성의 증대를 경험한다. 아울러 ‘자아’가 약화되면서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자아’라는 것이 별도의 실체가 없는, 뇌가 가진 기억과 감각자료에 바탕을 둔 가상적인 실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사이키델릭 운동에 연관된 많은 개인들이 등장한다. 초기에 LSD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The Doors of Perception’ 이라는 책까지 쓴 올더스 헉슬리, 교수면서도 사이키델릭 운동의 정신적 대부로 평생을 살다간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 CIA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지만 LSD 확산에 기여한 Alfred Matthew Hubbard, 사이키델릭과 관련해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여전히 그 배경이 비밀에 쌓인 Ronald Hadly Stark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LSD를 마약으로 팔아 돈을 벌려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LSD를 경험하게 되면 이 세상이 보다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기대였다. 우리 주변의 물질적인 삶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영적인 목표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의 꿈은 실패했다. 약물에 바탕을 둔 개인적인 차원의 ‘각성 경험’ 만으로는 단단한 현실을 바꿀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꾼 꿈의 가치는 유효하다.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과 사이키델릭 운동의 선구자들이 꿈꾼 영적인 삶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물질적인 삶을 넘어선 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오늘의 할인' 덕에 구매한 책. 할인이 없었다면 살 생각도, 읽을 생각도 못했을 책인데 부담 없는 가격 덕에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키워드는 LSD, 사이키델릭, 히피, CIA, 미국의 청년문화 일까? 60년대에 합성된 LSD의 시작부터, 70년대 초까지 청년문화 운동을 아우른다. 히피 운동의 시작과 전개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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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