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주가 그래프
2005.9.21


위의 그림은 1902~2004년까지 102년 동안 미국 주가를 몇 시기로 나누어 본 것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 한다면 지금 미국의 주가는 1982년부터 18년 동안의 장기 상승을 마치고조정 단계에들어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 그림을 보고 한국의 주가를 전망하기도 합니다. 지금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과거 18년 동안의 장기 정체를 깨고 1000를 넘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을미국에서 1966~1982년의 17년의 정체를 깨고 2000년까지 장기 상승한 시기와 비교합니다. 즉 한국 주가는 앞으로 미국 1982~2000년의 18년의 장기 상승의 시기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과연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1982~2000년의 장기 상승을 닮을 것인지 아니면 2000년부터 시작된 미국 주가 장기 정체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각각의 주장에는 각각의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논리의 비약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 상승국면 진입설;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비록지금 1989~2004년의 18년 정체를 깨고 1000를 넘어섰다고 하나개별 회사 또는산업 지수로 보면 이미 오래전에 1989년 수준을 넘어선회사나 지수가 많습니다. 즉 종합주가지수가 한국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잘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는 주가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인구 구조 및 사회 보장 수준, 고용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저축을 많이 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은 분명합니다.그래서 이 저축자금 중의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추세일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주가의 장기 상승 가능성은 높습니다. 물론 투자수익이 가능해야 투자자금이 몰려 올 것이므로 한국 기업의 영업 실적이 좋아야 겠지요.
소득 중에서 저축이 많아지면 자연히 금리는 내려가기쉽습니다. 이것도 금융자산 가격을 올리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항상 그러하듯이 이런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미국 장기주가 그래프에서 보았듯이 미국의 주가는 장기로 조정과정에 들어가 있습니다. 조정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상승과정에서는 어지간한 충격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정과정에서는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습니다. 이외의 사건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미국 금융시장 상황은 미국 국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 영향은 전세계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국제화 또는 세계화의 강도가 높아진 지금은 과거보다 더 그러합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금융시장, 자산시장에 의존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흡수할 힘이 매우 약합니다. 그래서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돈을 풀어서 이를 해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풀린 돈은 자연히 인플레이션이 되어 물가나 자산 가격을올려 경제라는 체력이견디기 어려운 수준까지 체온을 높일 것입니다. 사람들이 놀랄 것을 걱정하여찬물을 끼얹어 식히지 않으면 결국은 고열로 몸의 어딘가 고장이 날 것입니다. 어쩌면 얼음물을 끼얹어도 이미 발생한 열로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만 우리는 미래를 결코 완전히 알아 맞출 수가 없습니다.그렇게 모두 다 맞추려 할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영향을 줄 주요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그리고는 그 요소의 움직임을 계속 관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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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기자(cool@economy21.co.kr) 2005년 08월 22일
“모 두가 좋다고 할 때, 그때가 바로 천정이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꼭 그렇다. 한번도 쉬지 않고 가파르게 뛰어올랐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고 있다. 사상 최고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비관론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주가는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저물어간다.
주가 펀더멘털과 괴리, 미국발 악재 위험도…전문가들, “지나친 낙관론 금물”


광 복절 휴일 다음날이었던 8월16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1137.46까지 치솟았다. 1994년 11월18일의 최고 기록, 1138.75에 1.39포인트 모자라는 주가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가 돌파를 앞두고 시장에는 들뜬 기대와 조바심이 넘쳐났다. “확신이 필요하다”(대신증권)거나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대우증권),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것”(키움닷컴증권), “외국인이 주도하는 실적장세에 순응하라”(현대증권)는 등 자기최면을 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가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뒤 3일 연속 빠지면서 19일에는 1089.88까지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불안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기최면은 여전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부국증권), “후퇴는 있어도 후회는 없다”(미래에셋증권), “하락 추세 전환 아니다”(우리투자증권), “반등 시도 이어질 전망”(교보증권), “불안할수록 분명해지는 투자 척도”(한국투자증권) 등등. 돌아보면 우리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가 천장을 찍고 떨어질 때 시장의 분위기는 늘 그랬다.


“기대 지나쳐…일단 1000까지 빠진다”


대 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유동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일단 1000까지는 빠진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2분기가 피크였습니다. 2분기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기대가 너무 높게 잡혀 있어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거라고 봅니다.”

기 업들 실적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만으로도 주가에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유 상무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판관비 증가가 거의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익은 심지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거라고 잡혀 있다. 수출 전망도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 배당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아직은 ‘리레이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유 상무의 생각이다.

유 상무는 일단 1000까지 빠지는 걸 지켜보고 그때 가서 900으로 낮출 것인가 반등할 것인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900까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이익을 실현하고 1000 언저리에서 다시 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1000에서는 더 빠져도 최대 10%의 손실밖에 안 보겠지만 지금은 위험이 너무 크다. 한동안 조정은 불가피하고 냉정하게 그런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적립식 펀드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그거 다 해봐야 2%도 안 됩니다. 주가가 빠질 때 받쳐주기는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주가가 계속 오를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얼마나 계속 사주느냐가 관건이죠. 지금은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도 이체방크의 스티브 마빈 상무도 유 상무 못지않은 비관론자다. 그는 일찌감치 올해 초부터 한국 시장에서 주식 비중을 낮추라고 경고해 왔다. 1월에는 ‘셀 코리아’라는 섬뜩한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서비스부문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 전망까지 어둡다는 것이었다. 마빈 상무는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7월 말에도 ‘붐의 해부, 분열의 예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을 문제 삼았다.

마빈 상무 역시 유동성이 좋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KOSPI 주가는 2003년부터 미국의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국내에서는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미국 경제와 한국 수출, 내수 사이클, 기업이익이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부터 GDP 성장률과 주식시장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기업이익의 움직임과도 엇갈렸다. 주가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동성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마빈 상무는 펀더멘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미국의 그린스펀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거품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매력적이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관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개인은 여전히 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외국인들이 떠나게 되면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동반 몰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주가를 기차에 비유했다. “달리는 기차의 앞에 서지 마라. 그러나 우리는 그 기차의 연료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연료가 떨어진다면 그 기차는 멈출 것이다.”

비 관론자라면 모건스탠리증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 엔디 시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7월 말 ‘아직 진짜 바닥을 찍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은 이에 따른 타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에야 진짜 바닥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디 시에는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중국 경제가 위안화 절상 영향 등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한국 경제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한국의 예상 GDP를 3.8%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최소한 4.5%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 수출 하락 추세와 평균 이하의 내수 회복세를 감안할 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침체 국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 내수 회복 속도 지켜봐야



굳 이 비관론자가 아니라도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린다. 다만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 온통 낙관론에 쏠려 있었을 뿐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의식해 섣불리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전제조건을 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내수경기의 회복 속도다.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내수경기가 구조적인 불황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들의 6개월 뒤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홍 팀장은 지금 주가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주가수익비율로 따지면 9.5배 정도로 낮아 보이지만 EV/EVITDA(기업 가치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는 5.7배로 꽤 높은 수준이다. 흔히 EV/EVITDA는 6배를 넘어서면 오버슈팅, 4배를 밑돌면 언더슈팅이라고 하는데 지금 수준은 거의 오버슈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홍 팀장은 “지금 국면이 고점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과열 국면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거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끝장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과열 가능성을 지적한다. “올해 들어 KOSPI가 나스닥보다 25% 이상 더 올랐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동조화가 붕괴되면 3개월 정도는 추세가 유지되지만 결국은 더 크게 빠지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가까이 KOSPI가 나스닥을 앞질렀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찌감치 8월11일, ‘조정이 필요한 4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제유가와 환율, 미국 시장의 추가적인 조정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그때만 해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무렵이었고 이 연구위원은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는 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여전히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세계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선은 단기적인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브라질만 빼고 모두 주가가 크게 올랐죠. 바야흐로 세계적인 대세 상승 국면이라는 겁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미국 시장이 무너진다면 세계적으로 동반 몰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가 장 큰 걱정은 역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모든 조건을 다 감안하더라도 외국인들이 팔기 시작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주가가 8월16일 천장을 찍고 내려온 이후 3일 동안 외국인들은 3천억원 이상 주식을 내다팔았다. 가뜩이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칫 주가 1000이 다시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 등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국 시장의 소비 둔화가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업 실적이다. 수출이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거래소시장 532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1.63%나 줄었다. 무엇보다도 핵심 수출산업인 정보기술업종까지 부진을 면치 못해 우려를 더한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전기전자업종의 순이익은 62.4%나 급감했다.

증 권정보업체 Fn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목표주가를 합산해 계산한 종합주가지수 전망은 8월1일 기준으로 1168.65에 지나지 않는다. 목표주가에 이르더라도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업 실적에 비해 지금 주가가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만 올리고 기업 실적은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실적은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목표주가만 높여 잡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서치센터 팀장은 “모두가 1200, 1400까지 이야기하는데 딱히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낙관론에 가세하기는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까지 흔들린다면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쉽게 무너질 장은 아니지만 지나친 기대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지금 주가가 변곡점에 이르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이유도 없지만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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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기회” 낙관론도 팽팽

낙 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들은 오히려 조정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장밋빛 전망에는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논리가 서 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의 초입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매력적이다. 굳이 짧은 조정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이종우 한화증권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원래 대표적인 약세론자였다. 과거 몇 차례 대세 상승기에 그는 늘 신중론을 펼쳤고 시장은 그런 그를 냉대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았지만 시장은 늘 약세론보다는 강세론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시장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왔던 그가 강세론자로 돌아선 것은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그가 강세론을 외친 것은 1989년 리서치 생활을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오죽하면 본인도 적응이 잘 안 되고, 주변에서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7월부텁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우리 경제가 구조개편을 끝내고 마침내 바닥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이 이사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먼저 유동성 자체를 부정한다. “적립식 펀드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거 한 달에 3천억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는 하루에 1조원씩 1주일 넘게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시가총액이 30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0조원이나 됩니다. 이런 시장에서 한 달에 3천억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유동성 장세는 83년 장영자 사건 때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경기 회복과 실적 전망이 뒷받침돼야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동안 주가가 계속 올랐습니다. 어떻게 유동성만으로 이렇게 오르겠습니까. 그만큼 경제의 펀더멘털이 받쳐줬다는 이야기죠. 과거 경험을 보면 시장은 늘 옳습니다. 오를만 하니까 오르는 겁니다.”

이 이사는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10%씩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성장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보이는 것일 뿐 성장의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소비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계 부채 문제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충격이 완화돼 가는 과정이다. 소비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고 머지않아 반전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거라고들 하는데 이거 3년 전부터 했던 이야깁니다. 부동산이 하드랜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예요. 2100 수준이면 과거 고점의 절반도 안 됩니다. 여기서 더 빠져봐야 얼마나 빠지겠습니까.” 그는 외국인들이 떠난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실현일 뿐 주가가 빠지면 다시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1050을 그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뿐만 아니라 낙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나기는 피해야겠지만 소나기와 장마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완전히 털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그가 보는 낙관론의 근거는 크게 다음 3가지다.

먼저 외국인들이 파는 종목이 한정돼 있다. 고점 이후 4일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3500억원 수준, 그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한국전력, 하나은행 등 4개 종목이 2888억원에 이른다. 각각 이익을 실현할 만한 개별적 사유가 있었고 딱히 포괄적인 시장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금 유입은 15주 연속 계속됐다. 하반기 실적 전망을 봐도 굳이 외국인들이 떠날 이유가 없다. 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정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가 급등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99년의 경우 유가가 200% 이상 올랐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뛰어올랐다. 금리도 4.75%에서 6.50%까지 뛰어올랐지만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동력은 기업실적이고 미국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하반기에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재익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주가의 움직임을 ‘글로벌 밸류에이션 수렴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은 6.2배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 8.4배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는 결코 높지 않아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이처럼 주가수익비율이 세계적으로 상향 동조화하는 흐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의 조정을 장기 상승 추세에 수반되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 추세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80 언저리에서 하방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매물 소화과정일 뿐이며 오히려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입장이다.

허재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른바 ‘차이나 효과’에 주목한다. 중국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특히 소재 관련 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머징마켓의 지수는 이미 94년의 고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계속 오르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의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국제 유가나 금리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기존의 상승 논리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낙관론자들은 내수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4월부터 바닥을 치고 오르고 있고, 도소매판매도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수경기를 굳이 지난 2년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 팔아야 됩니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2년이 비정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내수는 이미 바닥을 쳤고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기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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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05-06-23 14:14]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900 포인트가 무너지면 사려고 했었는데..."

연초 급등 시점에 주식을 사지 못한 30대 회사원 강남길(가명)씨는 3월에 종합주가지수 1000이 무너지자 매수기회를 노렸다. 미국 금리인상과 북핵위기 등 잇따라 터지는 악재를 볼때 900선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좀처럼 주가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3달만에 다시 1000포인트를 회복했다. "이상하네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인데요. 이 정도면 벌써 800포인트대로 내려 왔었어야 하는데.."

한국 증시가 바뀌고 있다. 주가 저점이 900포인트대로 올라오면서 영원한 화두이던 1000을 넘어 꿈같은 지수 2000을 향한 출발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주식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강씨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얽매인 과거의 경험만으로 이번 장을 진단하고 예측하려 한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시의 변화는 경제구조에서 우선적으로 찾을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심한 경기변동성을 보여줬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됐다. 경제성장률이 들쭉날쭉해 장기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수습한 한국 경제는 2004년 이후 3-5%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이 고성장을 멈춘 것은 분명하다. 90년대까지 보여줬던 연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고성장보다는 안정성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영국도 구조조정이 끝난 1992년 이후 7년간 2.5%-4%대의 성장세를 유지했고 이 기간동안 폭발적인 주가상승을 경험했다. 같은 이익이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때 주가가 상승할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게다가 증시에 질적으로 우수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과거처럼 단기 시황에 따라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금이 아니라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돈이 들어오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4%대의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주식투자를 매력적 대상으로 만들었다.

과거 1000포인트를 돌파할때의 금리는 10%-15%대로 현재 금리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높았다. 따라서 안전한 투자대상을 놔두고 굳이 위험을 안고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저금리시대가 확고해 지면서 안전한 은행 예금과 채권형 수익증권에 묻어뒀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받고 은행에 있기 보다는 다소의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작년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적립식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이같은 자금이동의 대표적 사례다.

투자대상인 기업의 체질도 달라졌다.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영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철석같이 믿고 외형성장에 매달렸던 기업들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안정성,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국내 상당수 기업은 선진국 수준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구축했다.

믹룩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2004년 전세계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린 251개 기업 가운데 미국이 119개로 1위, 영국이 16개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삼성전자,포스코,한국전력 등 13개사가 1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일본,프랑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수익성 개선은 기업 경영상태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기업의 ROE는 2002년 이후 12% 이상에서 지속돼 구조개선과 수익성 증가가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과거 1000포인트 돌파 당시 ROE는 금리보다 현저히 낮아 금리보다 이익이 발생하지 못하는 버블(거품) 주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수익창출력이 금리보다 훨씬 높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가가 싸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점치게 한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2005년 한국의 예상 PER는 7.4배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과거 주가와 비교해도 현재 수준은 낮은 편이다. 1000포인트를 넘어섰던 1994년과 1999년 PER는 각각 20배,15배로 지금보다 2-3배 높은 수준이었다.

기업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중시 경영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차이점이다. 소버린자산운용 등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강화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안정적인 지분 확보와 함께 높은 배당,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중시 경영을 펼치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면 주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확보된 기업의 풍부한 잉여현금이 이같은 현상을 가능하게 했다. 배당으로 은행이자 수준의 안정적 이익을 얻게된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장기투자로 돌아서 과거 1000포인트 때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송기용기자 sky@moneytoday.co.kr

Posted by 중년하플링 :
주택담보대출은 '재앙의 시한폭탄'
[홍종학 칼럼] 미 대공황 전에도 비슷한 현상
홍종학(haasimi) 기자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기형적 대출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택을 담보로 하는 거액 대출이면서도 3년이라는 단기 대출이라는 점,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소득이나 신용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담보만을 믿고 해주는 대출(asset-backed lending)이라는 점, 이자만 상환하다가 마지막에 원금을 전부 상환(balloon payments)해야 하는 대출이라는 점 등은 미국에서는 극히 경계하고 있는 대출의 특징이다.

미국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의 전형적 형태로 미국의 법무성이나 주택도시개발성, 연방거래위원회 및 각 주 정부의 웹사이트에서 모두 경고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히 위험하게 취급하고 있는 대출형태이다. 그런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여 가계대출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가계대출을 증가시켜 가계대출을 연착륙시키겠다며 태연자약하고 있는 당국자의 모습에서 필자가 '폭탄돌리기'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것이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미국의 대공황과 일본의 장기불황을 심화시킨 대출

미국의 대공황 이전이나 일본의 거품이 붕괴되기 이전에 현재 국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대출의 특징은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무제한으로 투기자금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담보가액이 증가하여 대출액도 증가하게 된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이자의 부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거품이 붕괴되는 순간 이자는 물론 원금의 상환도 힘들어져서 부실채권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건전성이 위협받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자금회수에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되고 소비는 극심한 침체에 빠지게 된다.

미국인들은 대공황 이후 이런 대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모기지론(mortgage loan)으로 전환하였다. 모기지론은 2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위주로 하고, 매달 원리금을 납부하여 만기가 되면 상환이 완료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액을 소득수준에 연계시켜서 소득의 1/3이상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점이다.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이 없다면 대출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자가 만나본 LA의 대출중개업자에 따르면 이민 온 한국인들 중에는 탈세목적으로 실제소득보다 적게 신고를 하기 때문에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실제소득을 알고 있기에 서류를 날조하여 대출을 알선해 주었다가 상환을 못하게 되자 대신 갚아주기까지 한 일이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이 정도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철저하게 소득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금리인하가 소비를 진작시키는 이유

모기지론이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면 즉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의 대출금을 갚고 대신 원리금을 덜 내는 모기지론으로 전환한다. 전환 후에는 매달 부담하는 원리금 액수가 줄어들고 따라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여 소비가 증가한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모기지론이 증가하고, 주택가격도 상승하지만 동시에 소비도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최근 급증하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부담으로 인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근 국내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만들고 모기지론을 도입하였다. 법 시행 초기 필자는 미국식으로 철저하게 소득에 따라 대출을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단기 주택담보대출을 조속히 모기지론으로 바꾸겠다고 주장한 재경부에서는 소득이 충분한 경우에는 담보가액 대비 70%까지 대출해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담보가액 대비 60%까지 대출해 주는 편법을 도입하였다.

장기대출이면서도 소득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해 주기 때문에 필자는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재경부에서는 소득파악이 잘 안되는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하고 있으나, 이는 탈세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원래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채 그저 대출만 늘려보겠다는 것이 재경부의 의도가 아닌가 의심하였다.

재경부의 폭탄돌리기

모기지론을 도입하여 단기 주택담보대출을 대체하겠다는 재경부의 주장은 허구였음이 곧 증명되었다. 단기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 줄 모르고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재경부는 단기대출을 줄이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기 주택담보대출도 늘고 모기지론도 늘어 이중으로 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것을 방치한 점에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거품은 자금이 계속 공급될 때는 터지지 않는다. 자금의 공급이 한계에 달하거나, 외부적인 충격이 있거나, 이자율이 상승하거나 해야 거품은 터진다. 과도한 자금을 줄일 때 발생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 없는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폭탄돌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은 500조원에 달하고, 그 중 50% 이상이 부동산 관련 대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다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기형적 주택담보대출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

그런데도 재경부, 금감원, 한국은행은 여유롭다. 한국의 대표적 금융관련 기관들이 여유로운데 필자 혼자 불안한 것은 그들의 설명이 전혀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국민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중이나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모두 외국보다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그 대출의 대부분이 모기지론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해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상환하는 원리금에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자율이 급등하면 주택담보채권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데, 금융시장의 위험관리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는 변칙적인 담보대출의 실태나 적정한 위험관리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3년 만기 변동금리 위주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담보가치가 떨어지거나 이자율이 급등하면 큰 충격이 예상된다. 선진국의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과는 달리 이른바 LTV(Loan to Value ratio)로 불리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이 낮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급락해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 자료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금융기관의 건전성만 따진 것이며,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와 그로 인한 소비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고려하면 전혀 안심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비부진을 초래할 정도로 대출은 과도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개입할 것을 믿고 안심하고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니, 재앙의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투기꾼만을 위한 기형적 시장원리

한국의 주택시장,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형이다. 한국의 전세제도와 전근대적 주택담보대출시장으로 인해 투기꾼들에게 무제한의 자금이 공급되고 있다. 이렇게 공식적인 금융기관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투기꾼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를 선진국에서는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살려 조속히 선진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무시하고 있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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