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3
*다음의 글은 모 경제 월간지에 실릴 내용입니다. 이 글을 더 압축하여 싣게 될 것입니다.
투자수익이 확정된 투자
돈을 불리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다. 오늘 1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일년 뒤에 이자(*투자수익) 약 500원을 붙여서 10,500원을 돌려준다(*세금이 없다고 가정하자). 다시 외환위기가 일어나서 은행이 문을 닫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일년 뒤에 투자수익 500원은 확실하다. 저축액(*투자원금)이 5천만원 이하면 비록 은행이 부도가 나더라도 정부에서 원금은 되돌려준다.
은행에 저축(*투자)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투자수익이 안전하고 확실한 것이 또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투자하면 된다. 지금 1년 만기 국채에 1만원을 투자하면 1년 뒤에 투자수익 약 4%를 돌려준다. 정부가 부도가 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이것은 은행에 저축한 것보다 더 안전하다.
투자대상에는 은행 저축이나 국채 외에도 많이 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일 것이고, 주식일 것이고, 또 일반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금도 있을 것이고, 더 나가면 원유, 커피, 콩 등 국제 상품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또 많이 있다. 이런 기본 자산을 기초로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파생 상품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것이다. 또 여러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대신 투자해주는 각종 펀드도 많이 생겼다.
투자수익이 확정되지 않은 투자
그러나 아무리 투자 상품이 많이 생겨도 이것들은 은행 저축이나 국채 투자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미 앞에서 본 것처럼 은행 저축이나 국채 투자는 투자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이 거의 확정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투자에서는 투자 수익이 미리 확정되어 있지 않다. 주식 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오늘 내가 투자한 1만원은 일년 뒤에 1만1000원이 되어 투자 수익이 1000원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9000원이 되어 투자 손실이 1000원이 날수도 있다. 은행 저축이나 국채 투자에서 나오는 확정된 5%보다 더 높은 10% 또는 50%의 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은행저축이나 국채투자에서는 있을 수 없는 10% 또는 50%의 투자손실이 날 수도 있다. 이렇게 투자 대상별로 수익의 성격이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손실을 보면 심정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오늘 내가 주식에 투자한 1만원에서 일년 뒤 1000원의 수익이 은행 저축이나 국채투자처럼 확실한 것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은행 저축을 빼서 주식시장으로 몰려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주식 투자에서는 1년 뒤에 투자수익 1000원 보장과 같은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있다면 이는 주식시장이 아니다. 시장 금리가 약 5%인 지금 만약 누가 자신에게 1만원을 맡기면 주식에 투자해서 1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다.
투자에서 손실이 날 위험이 바로 투자 수익의 가능성의 근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지만 만약 주식에 투자해서 은행 저축이나 국채 투자처럼 거의 절대로 손해나는 일이 없으며, 확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수익률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바로 그 당시의 시장 금리 또는 확정 수익 상품과 비슷한 5%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주식에 투자해서 은행 저축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을 원하는 것은 바로 주식 투자에서 나오는 미래 수익이 은행 저축과 달리 확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때로는 투자원금이 줄어드는 투자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이것과 똑 같은 원리로 때로는 은행 저축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투자 또는 미래 수익이 확정되지 않은 모든 투자에서는 바로 이 미래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바로 투자의 알파요 오메가다.
투자수익의 불확정성은 바로 미래 불확실성에서 비롯
투자에서 미래 불확실성이란 바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에서부터 비롯된다. 주식의 경우 거의 매일 이런 저런 새로운 정보가 나오고 이를 투자가들이 이러 저러하게 해석하여 오늘의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과연 몇 사람이나 주식가격에 영향을 줄 국내외의 주요 정치 경제적인 변화를 미리 알 수 있으며, 그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미래란 온통 불확실한 것으로 가득 차있고, 보통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여기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주식투자란 그냥 행운의 여신이 입맞춤을 해주면 은행 저축보다 더 높은 수익이 나고 저주의 주문을 외면 손실이 나는 그런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불확실한 가운데도 한정된 확실성은 있어
그러나 만약 진정 세상이 이렇게 시시각각 불확실한 것으로만 굴러가고 있다면 인간은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 아마 모두 정신병자가 되어 버릴 것이다. 비록 이런 불확실성속에서도 나름대로 잘 변하지 않는 원리가 있고, 일정기간 지속하는 관행 또는 추세가 있고, 인간 유전자 속에 깊이 들이 박혀 있는 거의 불변의 인간 심리가 있다. 다시 말하면 투자란 미래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최대한 확실한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확실한 것이란 절대적인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로서의 확실성이다. 즉 가장 가능성이 높은 확실성이다.
확률로서의 확실성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과거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미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즉 과거에 장사를 잘 한 회사는 앞으로도 장사를 잘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중요한 일들은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싸이클을 그리거나 아니면 단절이 일어난다. 마치 영도에서 물은 더 이상 물이 아니고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것과 같다. 마치 일정하게 늘어나던 고무줄이 어느 순간에는 끊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확률로서의 확실성을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은 동시에 거의 가능성은 낮지만 일어나면 큰 일이 되는 그런 전환, 끊어짐 같은 것도 동시에 열심히 생각한다는 말이다.
확률로서의 가능성이란 무엇이든지 지나친 것은 지나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은 평균으로 돌아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부채가 100%, 200%,400%로 늘어나더니만 결국 외환위기로 무너져 버렸다. 부채비율이 100%에서 300%까지 가도 별일이 없는 것을 보고 이것이 400%, 500%까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대로 가면 위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주식가격이 너무 오래 경제 성장율보다 더 높이 올라가면 그 시기를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결국은 경제성장률보다 더 낮게 늘어나는 기간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국은 가계와 정부가 부채를 늘리고 그 빚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결코 이것이 계속될 수는 없다. 이것이 멈추는 날이 오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확률로서의 가능성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점장이처럼 예측하여 맞추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금 시작되었고, 앞으로 10년 20년 계속될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세계 인구의 노령화 현상이다. 이것을 짐작하는데 특별히 높은 아이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을 아는 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다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노령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읽기만 하면 된다. 또는 지구 온난화 현상, 전세계적인 물의 부족, 중국, 인도 그리고 러시아 등 30억 인구의 세계 경제로 편입, 자원 확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 등도 이미 시작된 일이자 앞으로 계속될 일이다.
그래도 남는 불확실은 투자전략으로 보완
이렇게 하고도 여전히 남는 불확실성이 있다. 없다면 거짓말이다. 여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그것을 그냥 안고 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것을 남에게 넘기려고 할 것이다. 또는 어떤 사람은 보험에 들 것이다. 어떤 사람은 피해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일반 투자가들이 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란 먼저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거나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 입을 투자손실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셋째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 손실을 보지 않을 정도로 싼 값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언제나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기적처럼 가끔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언제나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생에 몇 번 오지 않는 그런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투자다. 그런 기회가 왔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는 집중해야 한다. 보통 그런 기회는 바로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