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경철 외부필자]외국인들의 매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채롭다.

우 선 이머징 마켓에서의 철수를 거론하는 측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를 이유로 삼고, 이익실현에 비중을 두는 측은 종목별 이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교체를,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우리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되었을 뿐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삼는다.

더구나 이러한 가정의 바탕위에서 "외국인들의 매도는 일시적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증시에 대한 저평가 인식이 강하다", "아니다. 중장기 펀드들의 청산이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중장기 매도에 들어선 것이다" 라는 등의 각양각색의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필자는 이중에서 어느것이 옳은지는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이 분석한 내용이 맞을지 틀릴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은 외국인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지만 실제 외국인이라고 해서 미국인만 있는것도 아니고, 홍콩,싱가포르,유럽,일본,영국의 투자자들이 모두 모여있으니 그 외국인들마다 각자 계산법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인 매도를 두고 분분한 추측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넌센스일지 모른다. 대개 주가가 오르면 상승의 이유를 찾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하는데 맞는 논리가 만들어지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작위적인 논리들이 시장심리에 불을 지르거나 반대로 찬물을 끼얹기 때문이다 .

사실 시장의 구루(guru)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신문을 펼치지 말라고 조언한 이유가 여기 있기도하다.

여기서 한가지를 가정해보자.

우 리중의 돈많은 누군가가 자금을 동원해서 시장에서 중소형종목 하나를 매집한다고 치자. 우선 이 종목이 저가에 있을때 사들이면 처음에는 보유 주식수가 빠르게 늘겠지만 내가 어느정도 지분을 사들이면서부터는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매집에 의한 유통주식수의 감소와, 추종 매수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신이 이 종목을 매집해서 이미 이단계까지 주가를 상승시켰다면 당신도 이제 이 종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매집 후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현재 평가익이 났다는 이유로) 그간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면 주가는 소액투자자들의 추종매도로 인해 당신이 매수한 평균단가 이하로 빠르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당신의 선택은 단지 하나다.

도리없이 매집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자금이 부족하다면 당신의 매집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이즈음이 되면 당신은 좋든 싫든 일정 부분 물량을 도로 내놓고 되사면서 거래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조정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존 보유자들 중에서 처음 손해를 본 사람부터 물량을 던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일부 이익을 본 사람까지 비교적 낮은 가격에 다시 물량을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매집은 점점 더 알려지고, 시장에는 추종매수가 또 다시 일어난다.

이제는 주가는 다시 상승하고 평균 매수단가는 급격히 상승함으로써 처음에 사들인 주식의 저가 메리트가 희석되기 시작한다. (적립식 펀드의 매수단가 낮추기와 반대로 평균 매수단가가 급격히 높아진다).

만약 이때 준비한 자금이 동이났다고 가정하자. 도리없이 이때부터 매집한 주식을 되팔면 처음에는 이익이겠지만 물량을 줄여나가는 속도만큼 주가가 급락하면서 평균 매도단가는 평균 매수단가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게 된다.

대개 주식시장에서 자금력이 모자라서 작전에 실패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때 당신이 매집한 주식을 고가에 되파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우 선 매집이 시장에 알려지더라도 앞서 설명한 방식대로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게 좋다. 매집의 주체가 지속적으로 사들이면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언제 팔까?" 하고 눈치만 보던 추종매매자 사이에서 처음에는 당신이 팔면 따라팔고 당신이 사면 따라사던 방식이 주류를 이루다가 주가가 심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상승을 보이게되면 나중에는 추종매매자들 사이에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매수경쟁을 벌이게 된다.

사실 당신이 이익을 실현할 적기는 바로 그때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는 매수자들의 매수경쟁과 자기확신에 의해서 새로운 수급이 형성되기 때문인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때 추종 매매자들이 최초 당신 수준의 자금력을 결집하고 있거나, 최소한 그만한 의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상황을 지금 외국인 매도에 대입해보자.

삼 성전자를 3만원에서 60만원까지 사들인 외국인의 평균매수가는 어림잡아 40만원 내외인데 ,이것은 외국인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평균 매수단가가 상승하는 영향에 의한 것이다. 때문에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 대박논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견 계산하면 그들이 최소한 10배의 시세차익을 거둘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평가익 기준으로 50 % 내외수준의 이익을 거두었을 뿐 막상 이들이 아무때나 자신의 보유지분을 시장에서 전면 매도하려고 든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아마 15000원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들지 모른다.

물론 외국인이 한 두명도 아니고 수십 수백의 투자자와 중단기 펀드가 모여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급이란 절묘한 것이다.

수백만의 투자자가 겹치고 어울리며 매매가 이루어지지만 주가는 마치 몇사람이 게임을 하듯 일정한 가속도를 만들고 가격의 괘적을 그려낸다.

그래서 주가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이 것은 단순히 계수상의 수치만도, 챠트라는 이름으로 그려진 그림만도, 밸류에이션이나 기타 다른 이름만으로도 규정되지 않는 거대한 심리적 흐름의 결정체다. 그래서 주가는 분명 가공의 계수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은 마치 움직이는 생물처럼 살아서 꿈틀거린다.

현 재 우리시장의 외국인 매도를 보는 눈은 각자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상황을 필터하고 살펴보면 결국 외국인 매도는 그들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지점에서 일어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외국인 매도 정도는 국내수급으로 막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중장기 추세는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무려 40%가 넘는 매집 주식의 이익을 실현할 적절한 타이밍이 도래한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 매도가 더 이어진다, 아니다의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앞 으로도 우리가 외국인 매도로 시장이 무너진다는 불안감에 휩쌓이면 외국인은 다시 사들이고, 이제 우리의 수급혁명으로 외국인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라는 확신이 고조되면 되팔면서 결과적으로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사들인 지분의 최소 절반은 매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게 그들은 이땅에서 거둔 수익을 유유히 챙겨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억울해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 것은 그동안 우리들이 업으로 쌓아온 부적절한 체제 (부정부패와 자본시장의 비도덕적 관행들)와 슬픈 현실(분단)의 결과로 우리 스스로를 저평가시킴으로써 외국인들에게 우리들의 국부를 가져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우리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가치로운 곳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진 한국시장에서 앞으로도 세계 3, 4 위권의 보유비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한국 주식을 결사적으로 보유해야 할 하등의 철학적 의무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는 더 이상의 변수가 아니라는 가정은 역설적으로는 정확히 맞는 말이다.

즉 외국인의 매도는 향후 우리 증시에서 상수이지 변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단기적인 매듭으로는 매수- 매도가 반복 될 수 있다)

사 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않고,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주식은 누군가가 사면 누군가는 판다. (파는 이가 없이 사는 이만 있는 경우란 거래자체가 없이 호가에 의한 시세변동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보면 우리의 수급이 기관을 중심으로 호전되고 이러한 수급혁명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렇게 사들일 주식의 물량은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이렇게 마음편하게 생각하면 답은 명료하다.

지 금 수급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와중에서 승자를 궁금해 할 필요 없다, 외국인 매도를 이기고 우리 수급이 장기적인 대세상승을 이끌어 낸다면 이 승부의 1라운드는 외국인이, 2라운드는 우리가 승자가 될 것이고, 이 현상이 추세하락으로 이어진다면 1라운드는 무승부, 2라운드는 다시한번 우리 투자자들의 처절한 패배가 될 것이다.

각자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지 냉정하게 판단하자.

필자는 전자의 시나리오에 강한 확신이 있다.

다 만 단기적으로는 오늘 이후 한차례의 하락만 더 있다면 일단 하락 가속도는 최고점을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어슬픈 반등으로 시간을 끌면 다시 한차례의 파고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물 구조상 주가란 원래 나쁠때는 아예 완전히 죽어버려야 반등이 쉽기 때문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