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2020. 11. 23. 15:24 from Lectura

 

  • 2020.11, 칼 뉴포트 지음 / 김태훈 옮김

기술이 발달할 수록 우리의 시간은 잡동사니에 소비된다. 먹고, 잠자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 쉽게 이루어질 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우리는 그런 시간들을 생산적이지도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게 소비한다.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장난감은 바로 핸드폰. 이것 덕분에 우리는 무의미한 시간 소비 활동을 짬을 내서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시로 이메일/SMS/SNS를 확인하고, 생각이 날때 마다 새로운 딜을 찾아다닌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동료와의 어색함이 참기 힘들어 대화를 시작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바쁘게 확인할 필요가 있는 양 핸드폰을 바라보며 , 무례를 감춘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러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이 이윤을 창출 하기 위해 정교하게 엔지니어링 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신문에서부터 시작된 광고사업의 거대한 후계자인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들은 A/B 테스트를 통해 보다 많은 반응을/클릭을 이끌어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가 별다른 일이 없으면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 앱을 열어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우리들이다. 

 

저자가 제시한 해법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무의미한 행위를 대신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을 만들라는 방안이다. 마약에 빠져드는 이유가 그것을 대신할 만한 다른 활동을 찾지 못해서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가 해로운 행위에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것이 개인의 의지력 문제만은 아니라는 다양한 증거가 있다. 이때문에 습관이 중요하고, 하루하루의 삶에서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

 

  • 편의성이 안기는 만족감은 일시적이며, 그 혜택을 놓치는 데 따른 아쉬움은 금세 사리진다. 반면 시간과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스스로 정하는 데서 얻는 의미 있는 기쁨은 아주 오래간다. 

  •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는 손쉬운 딴짓보다 나은 양질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디지털 도구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친구의 목소리를 듣거나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것이 포스트에 붙는 '좋아요'로 대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해결해야 할 문제, 난관, 필요의 존재에 그 가치가 좌우되는' 활동으로만 삶이 구성되면 존재론적 절망에 취약해진다. 

  • 실존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투브 이전에는 아무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술을 마시면서 깊은 질문을 회피했다. 21세기 주의 경제의 첨단 기술은 특히 이 일을 잘한다. 

  • 컴퓨터로 접속할 때 로그인해야 한다는 사소한 불편만으로도 차라리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경우 해당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놀라며 인정한 대로 이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사실 편리하게 딴짓을 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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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le Brain

2020. 9. 3. 12:39 from Lectura

 

  • 2020.9, Lousann Brizendine

 

같은 작가가 쓴 ’The Female Brain’에 대한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작인 ‘The Female Brain’에 비해 비교적 짧은 책이다. 

 

루안 브리젠딘 박사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의 뇌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여자의 뇌가 estrogen, progesterone, oxytocin에 기반해서 움직있다면, 남자의 뇌는 testosterone, vasopressin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 인형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과 차나 로보트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의 차이는 뇌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행동교정을 통해 유아의 장난감 선호를 바꾸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다. 

  • 남자와 여자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부분 및 각각의 방식도 다르다.

 

저자는 남자의 일생을… 사춘기 이후 성호르몬에 의해 공격성, 성적 추구, 지위를 추구하다가 노년에 들어 감성적이고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개인이 되는 것으로 그린다. 여기서 묘사된 사례들은 다소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하지만, 호르몬이 우리의 기분과 모든 일상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호르몬의 노예인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어쩌면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 

 

재미있게도 리뷰를 쓰기 전에 한글 번역본을 검색하던 중, 과학 칼럼리스트들의 글들을 검색했는데 대다수가 남자와 여자의 뇌 구조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였다. 이 부분은 2019년에 출간된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라는 책과 관련이 있는듯 싶다. 좀더 찾아보니 남여의 뇌에 차이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과학계에서도 꽤나 뜨거운 감자인 것으로 보인다. 남여의 뇌에 구조적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은 페미니즘에 기초한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만일 그렇다면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남여의 신체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뇌에 차이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남여의 호르몬 생성과 사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 남여의 성적 지향과 성에 대한 태도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 성적 지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뇌이다. 

 

차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차이인가? 저자도 이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책 말미에 동성애자인 남성과 이성애자인 남성 뇌 비교에 대한 장을 추가적으로 할애하였다. 결론은 동성애자인 남성의 뇌는 이성애자인 남성의 뇌보다 여성에 가깝다는 것. 성정체성을 제외한 다른 특징에 대해서는, 특정 기능의 성별 차이가 개체간 차이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남여의 뇌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편으로 성적 차이가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다. 쉽게 결론내리기는 어렵겠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참고로 본서의 번역본은 ‘남자의 뇌: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라는 제목으로 2019년 11월에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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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y Planet

2020. 8. 30. 17:54 from Lectura

 

  • 2020.8, Darrell Bricker and John Ibbitson

 

세상에 대한 우리의 예측은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변화란 선형적이지 않고 지수함수적이라는 것이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이다. UN은 현재 70억명인 세계인구가 이번 세기말까지 110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많은 암울한 전망은 이런 인구폭발 현상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 인구로도 지구는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데, 여기서 더 늘어난다면 얼마나 지옥 같은 세상이 펼쳐지겠는가?

 

이 책은 UN의 인구 예측이 과거 추세에 기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금 세계 각국은 출생률 감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인구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생률과 평균수명이다. 

  • UN의 출생률 예측은 과거 데이터의 추세에 바탕하고 있다. 

  • 하지만, 많은 증거를 통해 출생률의 감소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 속도는 더욱 빨라 질 것이다.

  • 많은 선진국은 이미 인구 대체 비율인 2.1을 하회하는 출산률을 보이고 있다. 

  • 아직 높은 출산률을 유지하고 있는 개발 도상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현재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출산률이 낮아질 것을 의미한다. 

 

출산률을 낮추는 주요한 추세는, 경제성장과 도시화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 추가적인 일손이라는 아이의 의미는 퇴색되고, 기르고 교육시키는데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짐이 된다. 이런 변화는 모두 더 낮은 출산률로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한번 출산률이 낮아지면 이를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많은 연구 결과는 여자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인당 GDP가 올라갈 수록 더 적은 아이들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높은 출생률을 유지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소득 증가, 인터넷 보급에 의해 윗 세대 보다 적은 아이를 낳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의 경우 인구정점을 지났고, 향후 이민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다면 인구감소가 예측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어쩌면 더욱더 자주 접하게 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디플레이션 시대로의 이행이 바로 이와 같은 인구변화 때문이 아닐까? 신비하게도 사람들은 통계적인 증명을 통해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주변에서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확장이 아닌 축소의 경제를 예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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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telling Animal

2020. 8. 16. 19:50 from Lectura

  • 2020.8, Jonathan Gottschall 지음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사람들은 차가운 통계와 과학이 아닌, 맥락을 갖춘 이야기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살아간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주변 사람에 대해서, 뉴스를 통해서 주인공과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야기에 몰입해서 보낸다. 소설, 드라마, 게임, 영화, 뮤지컬, 주변 사람에 대한 가십까지도 따져보면 모두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단순히 남는 시간을 채우는 오락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해석하는 틀이다.  다니엘 카네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는 우리 뇌가 사실보다는 픽션에 기반하여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 안에는 과학자와 소설가가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가로 보낸다. 이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이야기 중독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런 습성은 과연 생존과 진화에 도움이 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우리가 이야기에 좋아하는지 가설을 제시한다. 몇 가지 증거를 통해 이야기가 단순한 현실 도피나 시간을 때우는 행위가 아닌, 복잡한 사회 관계를 잘 헤쳐나가기 위한 시뮬레이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가치 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만나 해결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유사한 상황에서 각자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 It seems plausible that our continuous immersion in fictional problem solving would improve our ability to deal with real problems.

  • In one study, they found that heavy fiction readers had better social skills — as measured by tests of social and empathic ability — than those who mainly read nonfiction.

  • Trouble is the fat red thread that ties together the fantasies of pretend play , fiction , and dreams , and trouble provides a possible clue to a function they all share : giving us practice in dealing with the big dilemmas of human life.

 

현실은 너무나 많은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고, 우리는 그 모든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여 처리할 수 없다. 때문에 그중 일부를 선별하고, 이를 인과관계 혹은 그럴듯한 인과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설'에 기초해서 과거를 해설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은 연역법도 귀납법도 아닌 상정 논법이다(abduction).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 과거의 기억을 왜곡하기도 하고 음모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The storytelling mind is allergic to uncertainty , randomness , and coincidence. It is addicted to meaning. If the storytelling mind cannot find meaningful patterns in the world , it will try to impose them. In short , the storytelling mind is a factory that churns out true stories when it can , but will manufacture lies when it can’t.

  • Conspiracy theories offer ultimate answers to a great mystery of the human condition : why are things so bad in the world?

 

이야기의 현실적인 가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면에 있을 수 있다. 거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그룹으로 함께 일하고, 회사를 이루고, 민족을 이루고, 나라를 이룰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연설이 그처럼 중요한 이유, 철학자들의 시대정신이 그 처럼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모두 스토리를 추구하는 우리 종의 특징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이야기’ 일 수 있다. 뇌에서 과거와 미래 현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 덕분에 인류는 집단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결국 그 이야기들이 오늘날의 문명까지 이어져 왔다.

  • David Sloan Wilson proposes that religion emerged as a stable part of all human societies for a simple reason : it made them work better.

  • Story, in other words, continues to fulfill its ancient function of binding society by reinforcing a set of common values and strengthening the ties of common culture.

 

우리가 인생의 의미라고 하는 것들도, 단지 자신에게만 일관된 이야기일 수 있다. 융도 정신분석가의 의무 중 하나로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주는 것을 이야기했고, 때문에 종교와 신화를 참조하였다. 

  • Psychotherapy helps unhappy people set their life stories straight ; it literally gives them a story they can live with. And it works.

  • We are , in large part , our personal stories. And those stories are more truthy than true.

 

오늘날 우리는 소설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만, 이야기는 다른 형태로 모양을 바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오히려 문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야기에 탐닉하는 것일 수 있다. 식량이 많아지면서 몸에는 좋지 않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당 위주의 식사가 우리의 건강을 망치는 것처럼, 이야기를 즐길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들은 이야기로써의 가치보다 자극적인 소재만으로 이루어진 Junk Story의 지나친 소비로 정신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한 건전한 추구가 좌절된 현대인들은 인공적으로 급조된 양산형 이야기에 파묻혀 삶을 소비한다.

 

인생을 관통하는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써 내려간 이야기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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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2020. 7. 16. 16:46 from Lectura

 

-2020.7, 사피 바칼 지음/이지연 옮김

 

모든 국가는 흥하는 시기를 지나고 쇠락하게 된다. 아무리 위대한 회사라도 성장과 확장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침체를 겪게 된다. 모든 생명은 탄생, 성장하고 쇠락 끝에 죽음에 이른다. 이처럼 성장하고 쇠퇴하는 것은 확고한 ‘자연’의 질서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기업에 집중한다. 왜 어떠한 기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에 마치 성공에 도취된 것 처럼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가?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자는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상품이나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룬샷’이라고 칭한다. 새로운 상품을 ‘제품형 룬샷’이라고 하고, 새로운 전략을 ‘전략적 룬샷’이라고 하자.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은 모두 둘 중 하나의 룬샷에 기초하여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 이런 룬샷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예술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 창업가형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기업이 룬샷을 통해 성공을 맛보면 성공한 전략을 반복하거나 제품을 더욱더 새롭게 개선한다. 이런 활동은 창업가형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 할 수 있는 근면한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 이런 활동을 ‘프랜차이즈’라고 한다.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해서 조직하고, 둘 사이의 아이디어의 흐름을 이어주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 세력이 사내에서 우세하여 다른 한편의 의견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균형을 이룬 룬샷형 혁신과 프랜차이즈의 선순환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코닥, 팬암, 애플 등의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귀중한 통찰을 어떻게 조직을 혁신이 계속해서 창출되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설명한 마지막 부분이다. 

 

초기 조직에서 조직원들은 개인의 커리어에 신경쓰기 보다는 집단으로서의 목표에 몰입한다. 하지만,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면, 대략 150명, 개인들은 인센티브가 불명확한 집단의 목표에 헌신하기 보다는 각각의 개인적인 커리어를 신경 쓰면서 사내 정치를 시작한다. 개인이 이런 판단을 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다섯 가지 이야기 한다. 

 

  • E(지분비율): 조직의 목표에 기여했을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

  • F(조직적합도): 현 조직의 업무에 대한 나의 전문성

  • S(관리범위): 한 명의 관리자가 몇 명의 부하직원을 관리하는지의 정도. 조직의 관료화 정도

  • G(직급 상승에 따른 연봉 상승률): 승진에 따른 연봉 상승률

  • M: 개인이 프로젝트에 기여하기 보다는 사내 정치를 선택할 유인이 커지는 조직의 크기

  • 수식은 다음과 같다: M=ESSF/G

 

결론적으로 어느 정도 달라질 수는 있지만, 150명이 넘어가는 조직의 경우 개인적으로 프로젝트에 기여를 하기 보다는 사내 정치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통찰은 조직이 커질 수록 사내정치가 심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어렵게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즉, 조직이 클 수록 사내 정치가 활발해지는 현상을 다른 인자들을 조정해서 피할 수 있다는 함의이다. 결론은 보다 수평적이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는 조직화이다. 이런 조직의 실례로 들은 것이 DARPA이다. 지금까지 접한 논문 중 많은 논문이 DARPA 지원을 받은 것을 알았지만, DARPA라는 조직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무척이나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지만, 거대한 조직의 월급쟁이인 현실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는 듯 보인다. 다시 한번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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