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탄생

2019. 12. 5. 10:02 from Lectura
 
  • 2019.12.5 레이 커즈와일 지음 / 윤영삼 옮김
  • @@@@-
 
대학원 시절에 인공지능을 전공했고, 뇌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이후 한동안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렸는데, 어느날 갑자기 AI라는 단어가 트랜드가 되어있었다. 어떤 분야를 얼추 아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부정적인 전망’의 함정에 빠졌는지, 그러한 추세에 대해 다소 시니컬한 태도를 가졌던듯 하다. 그 배경에는 아직 뇌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Breakthrough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졸업 후 처음으로 인공 지능 분야에 대한 지금까지의 발전 내용을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뇌과학 분야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많았고, 저자는 이런 결과에 바탕을 두고 강인공지능의 구현이 조만간 가능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 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뉴런이다.
  • 하지만, 기능적인 단위는 ‘패턴인식기’이며 각각의 패턴 인식기는 100개 정도의 뉴런 집합으로 이루어져있다. 
  • 대략 600개 정도의 패턴인식기가 모여 신피질의 구조적 단위를 이루는 ‘뉴런기둥’을 이룬다.  
  • 뇌에는 100,000 개 정도의 뉴런기둥이 존재한다. 
 
이것이 커즈와일이 이야기하는 지능의 근간인 신피질의 해부학적 구조이다. 이것은 컴퓨터의 CPU가 분해를 거듭하면 결국 수많은 논리게이트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라는 사실과 유사하다. 비교적 단순한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뉴런 사이의 연결을 조정하는 것이 뇌가 가진 복잡성의 비밀이다. 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면서 HHMM이라는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도 비교적 상세하게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뇌의 미시적 구조와 HHMM에 대한 설명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뇌의 구조적 특징과 연계하여 인간의 지능 특성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즉, 읽고 나서 ‘그럴듯 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 외에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루어진 알고리즘 발전 및 이의 적용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언급한다.
 
지금까지의 발전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예측한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책 읽기는 더욱 즐거워진다. 호르몬, 의식, 자유의지, 감정 등의 흥미로운 주제를 인공적인 지능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미래는 궁극적으로 생물학적인 진화의 한계를 넘어선 ‘마음의 자식들’ 혹은 ‘Singularity’이다. 즉, 인류의 생물학적 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지능들이 진화의 횃불을 이어받아 발전해 나가는 세계상인데 댄 시먼스의 ‘일루움’과 ‘올림푸스’를 연상시킨다. 
 
저자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SF처럼 보일 정도로 파격적이고 급진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을 한 사람이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사실은 쉽게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게 한다. 그 동안 간접적으로 접해왔던 실리콘 밸리의 AI 열풍의 근원이 이와 같은 선구자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다른 책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기회가 되면 읽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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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and His Symbols

2019. 11. 13. 13:09 from Lectura
  • 2019.11, Carl G. Jung
 
프로이드의 제자였다가 이론적으로 달라져 스승과 결별한 융,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학자, 이름을 많이 들어온 융이라는 학자의 이론이 궁금해  읽기 시작한 책.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프로이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오늘 날에는 오히려 융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융의 이론. 
 
융에 따르면 우리가 상징(Symbol)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활용을 넘어서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름이나 그림이다. 이것은 기호(Sign)와는 다른데, 기호의 경우 항상 그것이 지칭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내포하는데 반해, 상징의 경우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넘어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징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현실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개념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말하거나 글을 쓸때, 가능하면 명료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은 이런 노력이 피로한 경우가 있다. 떠오르는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기에 내 언어 구사 능력이 뒤쳐지기 때문인데, 상징을 좀더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이 합리적이라면 무의식은 상징적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면이 주로 나타나는 의식과 대별되는 무의식은 본질적으로 상징적이다. 때문에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들이 그 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롭게 작용해야 하는데, 이 둘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하거나 서로 반목할때 심리적인 동요가 발생한다. 때로 이런 동요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의 변화, 기억의 손실, 말실수와 같은 형태로 표면에 떠오른다. 의식적으로는 원하고 있는데, 무의식은 거부 한다거나 반대의 경우 무의식은 꿈 속에서의 상징을 통해 의식에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런 메세지를 이해 혹은 해석하는 행위는 의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이 책에서 융은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감각에 의해 인지되는 생리적인 욕구이지만, 인간이 의식을 발전시키면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배고픔과 배변과 같은 생리적인 수준의 본능도 있지만, 보다 상위의 본능이라 부를 수 있는 경향성은 모든 인간 사이에서 공유되고 계승된다. 위계에 대한 인식이나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등을 그와 같은 상위 본능의 예로 들 수 있다. 내가 임의적으로 지칭한 상위 본능은 상징적 이미지의 형태로 꿈이나 환상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렇게 발현된 상징을 융은 원형(archetype)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징들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다수의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징들은 차츰 종교의 상징체계 안으로 편입된다. 
 
종교와 신화는 과거로부터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내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가 부여될때 인간은 동물을 넘어서서 인간이 된다. 종교와 신화는 삶의 많은 면을 포괄하지만, 특히나 원형과 집단 무의식의 체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측면의 종교 혹은 신화는 어찌보면 과거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단계에서 만났던 문제들의 모범 답안지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조던 B 페터슨 교수와 조셉 캠벨이 무척이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꿈은 개인적인 차원의 신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듯 싶다. 신화를 통해서 인류 공통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꿈은 원형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이 의식에 건네는 조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고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이로 인해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신들은 다른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의지에 의해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또 하나의 미신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삶은 해결 불가능한 난제를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해결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약물, 알코올, 담배, 음식, 그리고 결국은 신경증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겸손, 인내, 절약과 같이 과거에 미덕으로 여겨졌던 덕목들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종교와 신화를 거부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꿈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융이 직접 쓴 글은 책의 1/5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의 제자로 보이는 다른 저자들이 쓴 글이다. 
  • Part 1 Approaching the Unconscious: Carl G. Jung
  • Part 2 Ancient Myths and Modern Man: Joseph L. Henderson
  • Part 3 The Process of Individuation: M.-L. von Franz
  • Part 4 Symbolism in the Visual Arts: Aniela Jaffé
  • Part 5 Symbols in an Individual Analysis: Jolande Jacobi
  • Conclusion: Science and the Unconscious: M.-L. von Franz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보니 융의 글에서 밑줄 친 문장이 가장 많았다. 영웅신화와 입문의식(Initiation)에 대해서 쓴 두번째 글도 재미있었고, 개인화(Individuation)에 대한 세번째 글도 흥미로웠다. 네번째 파트는 주로 현대 미술과 무의식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현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처럼 들렸다. 마지막 파트는 사례를 통해 상징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지음/ 강영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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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기원과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잘 설명한 책. 초반부와 종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을 설명한 중반부분은 읽을 가치가 있다. 아울러, 신용 기반의 화폐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미래에 대한 예상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 
 

전세계 경제에 대한 나의 이해와 덧붙여서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1980~ 2008년 사이의 호황 이후 전 세계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경기침체에 직면하였다. 

  • 이러한 경기침체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수요측면의 부족이 그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 각국의 중앙정부는 전례없는 경기 침체에 직면하여 두 가지 정책을 사용하였다. 

  • 화폐를 늘려서 경재 성장률을 이끌어내는 밀턴 프리드먼식 통화주의 처방

  • 공공 지출을 늘려 구매력을 확대시키는 케인즈식 처방

  • 이 두가지 정책의 동시 사용으로 정부의 부채는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대되었다. 

  • 실물 분야의 인플레이션은 억제되고 있으나(심지어는 디플레이션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자산 분야의 인플레이션은 심화되고 있다.

  • 사람들이 신용화폐에 대한 믿음을 잃기 시작하는 순간, 역사적으로 반복된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중앙은행의 설립 취지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자산에 투자해서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선 자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난 뒤에는 기대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인플레이션 자체가 아닌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 이기 때문이다. 

  •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자산투자를 통한 수익을 얻으려면 은행이 예상한 인플레이션보다 실질 인플레이션이 높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만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 투자가 성공적이 될 수 있다.  

 
화폐의 역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다른 책을 읽기 않았다면 시도해 볼만한 책.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설명한 앞 부분은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지루하다. 별셋. 
 
 
Highlights
  •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 

  • 물가는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도 없다면 굳이 화폐를 더 많이 발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 지난 2000년 동안 화폐의 역사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주요 고민은 물가 수준 하락이다. 

  •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과 국민에게 디플레이션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일단 통화량을 늘린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우려 심리를 잠재우려 한다. 

  •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통화량을 늘린 결과, 금리는 곤두박질쳤고 일부 국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양적완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이래 전 세계 증시 변동 추이를 보면 옳은 해석이다. 

  • 정치인들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더 많은 자금을 유입하고 국가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을수록 좋다는 희망만으로 말이다. 지출 위주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이러한 정책은 의사가 응급 상황에 진통제를 처방하듯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구제 방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화폐 발행량과 부채를 늘려 디플레이션의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야심차다. 

  • 인플레이션 게임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인플레이션 자체가 아니라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이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예상 인플레이션을 낮게 평가하면 채무자가 이기고, 높게 평가하면 채권자가 이긴다. 인플레이션의 재분배 효과는 향후 인플레이션율을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하는지에 좌우된다. 

  • 지난 수십 년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 첫 번째 이유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저축 과잉 global savings glut’을 꼽았다. 

  • 전문가들은 저금리 현상이 발생한 두 번째 원인이 ‘구조적 장기 침체 secular stagnation’에 있다고 보았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과 혁신이 줄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되어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투자 자본 수요가 감소했고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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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at Dawn

2019. 10. 9. 18:23 from Lectura
 
  • 2019.9, 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제목에 낚여 큰 기대 없이 구매한 책이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책.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간의 본성은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고, 여러 과학적 증거를 통해 ‘난혼’이 ‘자연스러운’ 성생활 방식이었다는 주장을 한다.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주장이다. 일정한 주거도 없이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는 자연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독점적인 일부일처제가 가능했을까? 적어도 우리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들인 침팬지와 보노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암수의 체격차, 페니스의 길이와 정소의 크기 등으로 비교해보면 인간도 침팬지 혹은 보노보와 유사한 성생활을 영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생활 방식은 농경사회의 도래와 함께 일부일처제로의 문화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주장이다.수렵채집 생활 방식은 전반적으로 ‘부족함’에 기반한 것이 아닌, ‘풍족함’에 기반한 사회였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인류는 필수적인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오히려 적었고, 고고학적인 증거를 통해 농경시대보다 균형이 잡힌 식생활과 영양상태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하에 남여간의 성적인 결합도 소유에 기반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우리의 생물학적인 성생활은 ‘난혼’에 가깝지만, 사회적 변화로 인한 문화적 성생활은 ‘일부일처’로 변화된 것이다.
 
  • “Just as Westerners’ behaviour is understandable in relation to their assumption of shortage, so hunter- gatherers’ behaviour is understandable in relation to their assumption of affluence. Moreover, just as we analyze, even predict, Westerners’ behavior by presuming that they behave as if they did not have enough, so we can analyze, even predict, hunter-gatherers’ behaviour by presuming that they behave as if they had it made.
  • The cultures we’ve reviewed, from steamy jungles in Brazil to lake-side Himalayan foothills, have each developed mechanisms for minimizing jealousy and sexual possessiveness. But the opposite also happens. Some cultures actively encourage the impulse toward possessiveness.
 
저자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 조상들의 ‘난교’의 증거를 제시한다. 침팬지 보노보와의 비교, 남자 성기의 모양을 통하여 우리 조상들은 짝짓기 경쟁이 아닌 ‘정자경쟁’을 했을 것 이라는 가설, 진화적으로 불필요한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가설, 관찰가능한 수렵채집인들에 대한 관찰결과 등을 예로 든다. 재미있는 가설은 원래 ‘난교’를 통해 경쟁하던 남자들이 일부일처제를 통해 경쟁의 필요성이 없어지자 건강한 정자를 생산할 유인을 잃어버렸고, 아마도 이런 것이 많은 불임부부가 발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다. 
 
  • The most recent estimates show that sperm dysfunction affects about one in twenty men around the world, being the single most common cause of subfertilility in couples(defined as no pregnancy after a year of trying). Every indication is that the problem is growing steadily worse. Nobody’s maintaining the spare fridge much anymore, so it’s breaking down.
 
과연 현대사회의 일부일처제는 실패하였는가? 수렵채집사회가 ‘난혼’ 사회였다고 가정하자,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일부일처제가 만들어지고 주도적인 결혼의 형태로 정착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제와서 우리들의 생물학적 본능이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해서 그 제도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농경사회가 소유에 바탕을 둔 사회구조이기 때문에 남여관계역시 소유에 바탕을 둔 제도로 변하였다고 한다면, 오늘날 그 바탕이 된 소유관계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 아직까지는 일부일처제의 영향이 남아있는 시대에 일부일처제의 영향이 강한 나라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인 상상력의 필요성인듯 하다. 어떤 제도가 됐던, 우리들의 성생활은 최고로 행복한 상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고, 현대사회가 변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이 커질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남여관계를 찾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분명히 ‘상상력’이고, 이러한 상상력은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때 의미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 “The people I feel sorry for are the ones who don’t even realize they have any other choices beyond the traditional options society pres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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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2019. 8. 22. 14:35 from Lectura

 

  • 2019.8 최진석 지음

 

저자의 철학적인 사유 결과물을 들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철학이 무엇인지, 철학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였다. 

 

끊임없이 책을 읽어왔지만, 습득된 지식을 구조화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작업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시의 적절한 독서였다. 철학 공부를 대부분 과거 철학자들의 이론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철학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방편일뿐 철학의 목표가 아니다.  

 
  • 철학적 높이에 도달한다는 것은 가장 높은 차원에서 시대를 관념으로 포착하는 일이지 관념으로 포착해낸 결과들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지성을 발휘하는 단계로 올라서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이 철학의 활동이지 이미 훈련된 결과들을 금과옥조처럼 품어 안는 것이 아니다.

  • 이론은 사유가 아니라 사유의 결과물이다. 철학적 사유는 직접 세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유의 결과물인 ‘이론’에 갇히면, 사유의 대상인 ‘세계’에 직접 접촉하려는 용기가 약해진다. 철학적 사유 대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이고 당장의 세계가 아닌가.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한가지는 ‘수준의 도약’이다. 즉, 세계를 전술차원으로 고민하는 것과 전략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의 차이이다. 

 
  • 전략적 단계는 전술적 단계를 지배한다. 전술적인 단계보다는 전략적인 단계가 더 높다. 높을 뿐만 아니라 더 종합적이고 근본적이며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다.

  • 철학적 차원에서 사유한다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 비유하면, 전략적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한층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뜻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들의 움직임에 종속적으로 반응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적으로 사실들을 암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 깨달음의 결과를 통합시켜야 한다. 때문에 철학을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는 독립성, 과거의 전통을 끊어내고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위대함이나 창의적 활동은 논변에 빠지는 일이 아니라, 논변을 끊고 그것을 성큼 넘어가는 일이다. 논변을 지성적인 지혜의 높이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내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지식이나 이론의 피상적인 조합에 머무를 뿐, 인격적인 깊이에 닿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논변이 피상적인 것임을 인식한 후, 그것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단지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 이론은 사유가 아니라 사유의 결과물이다. 철학적 사유는 직접 세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유의 결과물인 ‘이론’에 갇히면, 사유의 대상인 ‘세계’에 직접 접촉하려는 용기가 약해진다. 철학적 사유 대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이고 당장의 세계가 아닌가.

  •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나와 사회를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기풍으로 채우는 일은 결국 나와 사회를 인격적으로 성숙시키고 준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진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을 생각하는 듯한 관점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마도 중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이겠지만, 중국의 역사와 일부 일본의 역사를 예시로 든다. 중국이 우리가 모방할만한 선진국 발전 모델이라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것은 맞겠지만, 이러한 전략이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성공적인 길인지, 또 설혹 성공적이라해도 유일한 길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선진국들이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앞선 나라였다는 점은 맞겠지만, 철학적으로 앞선 나라라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직업적인 철학자의 편향성을 고려해서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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