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2019. 8. 22. 14:35 from Lectura

 

  • 2019.8 최진석 지음

 

저자의 철학적인 사유 결과물을 들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철학이 무엇인지, 철학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였다. 

 

끊임없이 책을 읽어왔지만, 습득된 지식을 구조화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작업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시의 적절한 독서였다. 철학 공부를 대부분 과거 철학자들의 이론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철학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방편일뿐 철학의 목표가 아니다.  

 
  • 철학적 높이에 도달한다는 것은 가장 높은 차원에서 시대를 관념으로 포착하는 일이지 관념으로 포착해낸 결과들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지성을 발휘하는 단계로 올라서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이 철학의 활동이지 이미 훈련된 결과들을 금과옥조처럼 품어 안는 것이 아니다.

  • 이론은 사유가 아니라 사유의 결과물이다. 철학적 사유는 직접 세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유의 결과물인 ‘이론’에 갇히면, 사유의 대상인 ‘세계’에 직접 접촉하려는 용기가 약해진다. 철학적 사유 대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이고 당장의 세계가 아닌가.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한가지는 ‘수준의 도약’이다. 즉, 세계를 전술차원으로 고민하는 것과 전략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의 차이이다. 

 
  • 전략적 단계는 전술적 단계를 지배한다. 전술적인 단계보다는 전략적인 단계가 더 높다. 높을 뿐만 아니라 더 종합적이고 근본적이며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다.

  • 철학적 차원에서 사유한다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 비유하면, 전략적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한층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뜻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들의 움직임에 종속적으로 반응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적으로 사실들을 암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 깨달음의 결과를 통합시켜야 한다. 때문에 철학을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는 독립성, 과거의 전통을 끊어내고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위대함이나 창의적 활동은 논변에 빠지는 일이 아니라, 논변을 끊고 그것을 성큼 넘어가는 일이다. 논변을 지성적인 지혜의 높이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내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지식이나 이론의 피상적인 조합에 머무를 뿐, 인격적인 깊이에 닿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논변이 피상적인 것임을 인식한 후, 그것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단지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 이론은 사유가 아니라 사유의 결과물이다. 철학적 사유는 직접 세계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유의 결과물인 ‘이론’에 갇히면, 사유의 대상인 ‘세계’에 직접 접촉하려는 용기가 약해진다. 철학적 사유 대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이고 당장의 세계가 아닌가.

  •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나와 사회를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기풍으로 채우는 일은 결국 나와 사회를 인격적으로 성숙시키고 준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진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을 생각하는 듯한 관점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마도 중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이겠지만, 중국의 역사와 일부 일본의 역사를 예시로 든다. 중국이 우리가 모방할만한 선진국 발전 모델이라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것은 맞겠지만, 이러한 전략이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성공적인 길인지, 또 설혹 성공적이라해도 유일한 길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선진국들이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앞선 나라였다는 점은 맞겠지만, 철학적으로 앞선 나라라고 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직업적인 철학자의 편향성을 고려해서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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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