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外리포트】미국의 자산 경제 진단...스티븐 로치

[편집자註]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1990년대 말 증시 거품이 성장 역동성이 소득 주도에서 자산 주도의 富 효과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 전환의 기폭제로 자리매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자산 경제 등장으로 소득 창출 역동성에 의존했던 기존 거시적 경제법칙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로치는 자산 경제의 주요 특징으로 주식 및 부동산 붐, 기록적인 가계 채무, 사상 최고의 쌍둥이 적자 등을 적시하면서 이처럼 심각한 경제적·구조적 불균형은 미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다(原題: "Global: The Asset Economy," Morgan Stanley, June 21, 2004).



미국의 자산 경제 대두와 그 배경 요인

1990년대 말 증시 거품은 미국 경제 전환의 기폭제가 된 가운데 특히 미국 성장 역동성이 소득 주도에서 자산 주도의 富 효과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분수령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소비자, 기업, 정책 당국, 투자자에게 자산 경제란 기존의 거시적 법칙들의 전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미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에 가장 심각한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자산 경제 기원은 1980년대 말로 소급된다. 당시 이전에 미국 경제 활동의 주력으로서 자산 역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1952∼1985년 가계부문 자산 對 GDP 비율은 대략 평균 3.75를 기록하면서 약간의 등락을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증시 및 채권시장의 강력한 호조에 힘입어 同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령 1980년대 후반부와 1990년대 전반부 그것은 4.25로 치솟았다. 이후 위대한 증시 거품(Great Equity Bubble)에 힘입어 다시 약진했다. 1994∼2003년 가계 부문 자산은 84%나 확대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명목 GDP 증가율보다 50%나 높은 것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 가계부문 자산 對 GDP 비율은 1999년 5.25를 돌파했다. 이후 증시 거품 붕괴 역풍으로 2003년 동 비율이 4.9로 낮아졌으나, 이는 여전히 종전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자산 경제 등장은 1990년대 말 증시 거품과 2000년대 초 부동산 가격 급등 등 2가지 사태 발생을 매개로 하고 있다. 1994∼99년 가계 총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대략 19%에서 35%로 증가하였다. 장기 현대 경제사를 통해 볼 때, 주택은 미국 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증시 거품 팽창으로 이런 역할이 역전되는 가운데 1998년과 1999년 가계 총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부동산 비중을 능가하였다.


이후 증시 거품 붕괴 여파로 다시 종전 기준으로 재반전되었다. 그러나 2003년 말 가계 총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24%로 하락하긴 했지만,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평균 주식 비중에 비해 여전히 배나 높은 것이다. 한편 2003년 말 소비자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역사상 최고에 근접하는 37%로 상승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에서 富효과의 차이

미국 소비자들이 1990년대 대호황의 기적을 재현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산 인플레를 현금화해서 이를 소비자 구매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富효과가 신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富효과의 거시적 역할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왕성하게 소득이 창출될 경우 富효과란 금상첨화(icing on the cake) 격으로 가계들은 富효과에 힘입어 초과지출에 몰두하던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저축 확대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소득 기근 상황에서 富효과는 판이해진다. 그것은 소득 창출 부족을 보충하면서 기존의 소비자 생활방식을 고수토록 한다. 최근 수년간 이런 兩효과가 모두 작동하고 있다.

자산 경제에서는 주식의 부 효과와 부동산의 부 효과간에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주식 富효과란 투자자로서 가계 부문의 성공과 실패를 시가평가(mark-to-market)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실현된 자본이득은 물론이고 현재 및 장래 증시 호조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부양 효과를 반영한다. 거품기가 농후한 증시 상황에서 이런 후자의 '좋은 기분(feel good)'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것은 과잉 증시 거품을 소비자 과잉 지출로 전환시키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반면 부동산 富효과란 판이한 속성을 갖고 있다. 유형 자산 富의 현금화(monetization)는 부동산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이나 모기지 리파이낸싱을 통한 이익 실현이라는 2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 수년 동안 모기지 리파이낸싱 횡재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이 부동산 富효과의 혜택을 거머쥐고 있다.

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은 부동산 富효과 영향이 주식 富효과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량경제학 연구에 의하면, 주식 가격이 1달러 상승할 경우 소비자 지출이 3∼4 센트 증가하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성향은 1달러 당 7센트나 되고 있다. 이런 차별적 富효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즉 자산 가격 상승이 구매력으로 전환되는 수단으로서 부채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 경제에게 매우 중요하다. 부동산 富효과는 주식 富효과에 비해 훨씬 더 부채 의존적이다.

미국 가계의 채무 급증

이런 '레버리지 효과'는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채무 급증에서 입증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가계 채무는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나 지난 7년 동안 레버리지 증가가 더욱 가속되고 있다. 가령 2003년 말 GDP 대비 가계 총채무는 85%나 되고 있는데, 이는 거품 전인 1995년의 70%에 비해 무려 15%p나 높아진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는 기록적인 저금리와 주택 가격 급증이란 2가지 요인에 의해 합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채무 급증의 잠재적 여파에 대한 경고 조짐에 대한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준리에 따르면 40년來 최저인 시장 금리에도 불구하고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은 사상 최고에 근접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 소비자는 富효과 재원을 조달하는데 금리 상승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고정 금리부 채무를 선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최근 변동 금리부 모기지(ARM)로 선회는 이런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5월 신규 모기지 채무 달러 금액 가운데 ARM 비중이 50%을 초과하고 있는데, 이는 2003년 초 20%의 同비율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자산 경제의 함의 평가

자료상의 증거와는 별도로 자산경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비관적 그림이 등장한다. 1990년대 위대한 거품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들은 보유자산을 구매력으로 전환하는 황홀함을 발견하고 있다. 가계들은 가처분 개인 소득에 의해 정의되는 것 이상으로 지출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그러나 증시 거품이 붕괴될 때 소비자들은 결코 타격을 모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어 또 다른 자산군으로 끊임없는 전환이 발생하는 가운데 자산 주도의 소비 즐거움이 계속 호조를 보이게 된다.

요컨대 소득 기반 소비 시대가 지나간 다음 미국 소비자들은 전례 없는 채무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누구도 개인 저축률이 1995년 초 5.7%에서 2001년 말 1.0%(현재 고작 2.3%에 그침)로 하락한 것에 주의하지 않는다. 자산 경제에서 누가 자신들의 봉급에서 저축할 필요가 있을까? 누가 채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 논리에 의하면 자산 시장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영구한 저축 원천으로 등장할 것이다.

富효과 역할의 중요성이 최근 경제회복에서 강화되고 있다. 고용 및 실질 임금이 유례 없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최근 경기변동의 경우 개인소득에서 핵심적인 임금 및 봉급 부문이 전례 없이 취약하다. 물론 최근 수개월 동안 고용 성장으로 이런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4월 실질 임금 및 봉급은 2001년 경기침체 저점 때에 비해 겨우 3% 미만 상승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종전 6번의 경기회복기에서 처음 29개월 동안 발생했던 10%의 상승률에 비해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경기회복 동안 실질 개인 소득이 종전에 비해 2,800억 달러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소득 기근 회복에서 소비의 보완적 지원 수단으로서의 富효과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자산 경제에서 미국 경기변동의 고전적 패턴이었던 재량적 소비 삭감이란 생각이 도태되고 있다.

미국 정책 당국도 자산경제 기적에 편승하고 있다. 연준리는 사상 최저 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자산시장을 전례 없는 영역으로 팽창시키는 등 이 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위대한 조정자(Great Enabler)가 이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 과도한 채무의 소비자와 과도하게 노출된 금융 기관들은 오랫동안 지연되었던 통화정책 정상화에 극도로 취약하다. 재정 당국도 자산 경제를 부추기고 있다. 소득 기근의 소비자들은 끊임없는 감세와 막대한 재정적자를 통해 폭넓은 지원을 받고 있다.

쌍둥이 적자 문제

여기서 자산경제의 최대 맹점인 쌍둥이 적자의 지속적 악화 문제가 등장한다. 소비 수요와 관련해서 자산 기반 저축(asset-based saving)이 소득 기반 역동성의 대안으로 점점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저축이 급락하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를 통합한 미국의 국민 순저축률은 2003년 GDP 대비 2%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내 저축 결여 때문에 미국은 외국으로부터 잉여저축 輸入을 확대하면서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바 있는 올해 1/4분기 5,800억 달러의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5.1%나 되는 가운데 그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쌍둥이 적자는 자산 경제의 부산물이다. 또한 그것은 외국인 투자자 특히 외국 중앙은행들이 저축 기근과 자산 주도의 美 경제의 부족한 자금을 제공하는데 있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전례 없이 미국 자산 경제의 포로가 되고 있다.

자산 경제를 부추기는 경기부양책

자산 경제에서 기존의 거시적 법칙들이 재검토되고 있다. 적자, 채무, 저축을 재는데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던 소득 기반 측정 방식(Income-based metrics )은 이제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신 이제 조정 행동은 자산이 결정하는 富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1990년대 말 그랬듯이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회의적이다. 증시 거품 붕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 가치와 富 효과의 영구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저금리에 의해 자산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고 있기도 한다. 전례 없이 저축 기근, 과다 채무, 대외 채무 의존 심화 등의 막대한 문제점들에 직면한 미국은 자산 의존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서 현재 전반적으로 강력한 사슬 중 가장 약한 고리인 소득 기반 미국 경제의 불균형과 자산 기반 대안 경제의 의도적인 건전성간 현격한 대비에 봉착하게 된다. 서둘러 낡은 것을 폐기하고 새로운 것을 포용함으로써 미국은 소득 기반 불균형을 전례 없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것은 전례 없이 강력한 통화·재정 부양책이 없었다면 결코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이들 정책들의 정상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자산 경제가 혹독한 시험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