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미국...달러화 추가 하락 불가피

최근 국제사회의 이목은 연준리 통화정책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誌는 지난 6.29(火)字 온라인판의 '버튼우드'(Buttonwood) 칼럼을 통해, 금리 문제 이상으로 달러화 향방이 오히려 첨예한 쟁점일 수 있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와 그 보전 문제에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골드만 삭스의 지적을 인용해 미국의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라고 진단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원제: "America: the world's biggest hedge fund", 6/29, 2004.

美 금리보다는 달러화 향방이 주요 쟁점

지금 전세계 투자자들은 이번 6.29(火)∼30(水) 美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금리 결정이 내려질 경우 각종 매체는 그 소식을 보도하고, 나아가 성명서 내용을 분석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향후 금리 향방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느라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가운데 역시 6.30(水) 美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할 미국의 순투자포지션 관련 연례 서베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기울여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번에 연준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장 컨센서스가 수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오히려 미국의 순투자포지션 통계가 한층 중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통계가 달러화 추가 하락의 필요성을 여실히 입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그리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의 주요 이슈는 달러화 하락 문제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달러화 붕괴를 우려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 적자를 둘러싸고 각종 논의가 들끓었고,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부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막대한 적자나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이 지속될 수 없다고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것도 미국의 국채를 대규모 매수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하락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정작 달러화는 이후 반등세를 보였고, 이런 가운데 달러화 추가 하락의 절박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최근 들어 달러화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금은 온스당 400달러선으로 재차 복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달러화는 교역가중치 기준, 즉 실효환율 기준으로 4%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독특하고 이례적인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환율 결정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통화는 하락이 아니라 상승해야 맞다. 따라서 지금의 어색한 모습에 대해서는 일단 연준리가 인플레 압력을 제지하는 데 뒤쳐지고 있으며, 결국 명목 금리는 상승하더라도 정작 실질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설명 논리도 있다. 즉 시장이 다시 기존의 심각한 불균형 문제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달러화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인식하게 됐다는 것.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

경상수지는 기본적으로 두가지로 구성된다. 즉 무역수지와 대외투자소득수지가 그것. 미국의 무역적자는 거듭 악화 일로에 있다. 지난 2002년 초 이후 달러화 가치가 무려 23%나 급락했음에도 말이다. 특히 지난 4월 무역적자는 483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골드만 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외투자소득수지가 흑자를 보이지 않는 이상, 美 경상수지 적자가 6,000억달러(GDP 대비 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별 문제 아니다"는 반론도 있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에도 막대한 적자 문제를 별 부담없이 보전할 수 있었다. 미국이 투자하기에 좋은 장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반론에 대해서는 몇가지 맹점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점차 외국인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인들이 해외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의 純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 12개월간 -1,550억달러였다. 이에 대해서는 하등 비판할 이유가 없다. 사실 지난 1/4분기 중 對美 FDI의 수익률은 5.5%였던 반면, 해외 FDI의 수익률은 11.7%였다. 이 때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투자 수익률은 해외에서보다 일관되게 낮은 모습을 보여 왔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결국 주식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로 메워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기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중앙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다. 따라서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화를 매입하고 이를 대부분 美 국채로 환류시키기(recycle) 때문이다. 사실 해외 중앙은행들은 현재 美 국채 1조2천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경제성장세가 탄력을 받고 인플레 압력이 부상하게 될 경우, 혹은 일본의 경우 디플레 압력이 현저히 퇴각하게 될 경우 더 이상 시장개입의 명분은 지탱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시장개입을 중단한 모습이다. 더구나 해외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비축한 막대한 달러화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모든 문제들은 결국 달러화 미래 향방에 불길한 징조가 된다.

그렇다면 경상수지의 또다른 축인 대외투자소득은 어떤가? 지난 1/4분기 중 미국의 대외투자소득은 GDP 대비 0.5%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 사실 지난 2002년 중 미국은 GDP 대비 23% 가량의 대외 순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연말에는 25∼30%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도 대외투자소득은 흑자를 보이고 있다.

"대형 헤지펀드" 미국...금리 상승도 부담

왜? 이는 무엇보다 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금조달 비용이 해외 소득보다 낮다는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닐은 미국이 마치 대형 헤지펀드와 같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저리의 막대한 자금을 빌려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결국 다시 금리 인상의 문제로 우리를 되돌리게 된다. 즉 향후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이러한 미국의 대외투자소득은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6%에 이르게 되면, 향후 수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1%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순수히 금리 변화를 통해서만 그런 것이다. 물론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이처럼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마도 이는 두가지 문제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즉 인플레가 얼마나 급등하는가?,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에게 계속해서 저리의 자금을 지원해질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오닐은 "달러화에 대해 구조적으로 낙관론적인 태도를 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