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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16 How to Change Your Mind 1
  2. 2019.07.18 The Player of Games
  3. 2019.07.03 Enlightenment Now 2
  4. 2019.05.29 식스 웨이크

How to Change Your Mind

2019. 8. 16. 21:23 from Lectura
  • 2019.8, Michael Pollan

 

LSD, Psilocybin, MDMA 등의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사이키델릭’ 이라고 한다. 마약으로 분류되어 일반인들에게는 판매가 금지되어있는 약품이지만, 일반적인 마약과는 다르게 반복 사용을 통한 중독성 및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은 약물들이다. 단지, 흡입시 환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약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0년대 히피들이 대마초와 함께 열광했던 마약이다. 당시 히피들은 이 약물을 통해 경험하는 영적인 체험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Love and Peace’가 바로 이 약물의 영향이였던 것.

 

영적인 경험은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문명에서 그 존재가 기록되었다. 인류의 스승인 부처나 예수도 신비체험을 통해 진리를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자아가 사라지고 주변의 세계와 하나가 되면, 자아로 인해 발생하는 고뇌의 근본이 사라진다고 한다. 불교는 이런 신비체험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어떻게하면  일상의 삶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수행을 통해 자아라는 허상과 집착과 욕망을 놓아버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수많은 스님들이 평생 정진했던 무아의 경지를 약물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무아의 영적인 체험을 통해 말기암환자의 실존적 공포를 치료하고, 술담배 등의 중독을 극복하며, 다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 평상시 우리의 뇌는 자아라는 환상을 유지하고 자아가 수행하는 업무를 서술하는 뇌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를 DMN(Default Mode Network) 이라고 한다.

  • DMN의 지나친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울증, 불안, 중독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뇌가 특정한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할때 발생한다. 

  • 사이키델릭 약물은 DMN의 약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때문에 약물의 영향하에 있는 동안 ‘자아’가 사라지는 경험이 가능하다. 

  • 자아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된 집착적인 생각들과 관련된 뉴런의 연결이 약화되고, 이를 경험한 사람은 지속적인 환기를 통해 이를 강화할 수 있다. 

  • 사이키델릭 약물의 특징은 set와 setting이다. 즉 약물 투여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니라, 약물 투여 시점의 환경과 피실험자의 기대치 등이 경험하는 환각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 때문에 이 치료는 일반적인 약을 먹듯이 작동할 수 없다. 심리상담을 동반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과거 주술사가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 

 

 

영적인 경험이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는 설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정보이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기제의 과학적인 가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합리적인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자아에 집착하고, 자아를 외부세계와 분리할때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약물을 사용하던 하지 않던 자아에 집착하기 보다는 외부세계에 건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삶은 단계에 따라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것 같다.  청소년 시절과 청년기를 통해서는 자아를 확립하고, 나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작업에 집중하지만, 중년과 노년에는 다시 자아를 초월해서 외부세계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니체가 이야기한 낙타, 사자, 아이의 비유를 연상시킨다. 

 

LSD와 뇌과학을 접목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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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The Player of Games

2019. 7. 18. 14:15 from Lectura

 

 

- 2019.7, Iain M. Banks

 
어떤 것에 중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삶이 가능한가? 도파민 경로(Dopaminergic Pathways)를 통해 중독이 발생한다면, 약하든 강하든 중독 되지 않은 삶이 가능할까? 도파민 경로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이것을 너무나 효율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중독으로 가득 찬 상태가 되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자신을 확장하고, 주변 환경을 병합하고자 하는 본능은 가장 근본적인 중독이다. 중독과 건강한 생명 활동을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인 Gurgeh는 게임과 승부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 평온한 현실에 불만을 느낀 영웅은 모험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 은하계 저편의 Azad 제국은 말그대로 게임을 통해 사회적 위계를 결정하는 문명을 이루었다. 그 어떤 게임보다 복잡한 Azad라는 게임에서 최종 승리하면 그 문명의 황제가 된다.
 
  • The game of Azad is used not so much to determine which person will rule, but which tendency within the empire’s ruling class will have the upper hand, which branch of economic theory will be followed, which creeds will be recognized within the religious apparat, and which political policies will be followed.
 
Culture는 Iain M. Banks의 가장 그럴듯한 유토피아에 대한 사고 실험이다. 생산의 문제가 인공지능에 의해 해결된다면, 인류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돈이라는 중독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삶은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이에 비해 Azad는 기본적으로 권력에 중독된 사회이다. Hierarchy를 돈보다 근본적인 생물학적인 요소로 봤다는 점은 Iain M. Banks의 혜안. Culture의 특수기관인 Contact는 Azad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Gurgeh를 보낸다. 제국을 이루는 핵심 이데올로기인 Azad 자체를 통해 제국을 붕괴시키려 한다.
 
  • “Oh, it’s all so wonderful in the Culture, isn’t it, Gurgeh; nobody starves and nobody dies of disease or natural disasters and nobody and nothing’s exploited, but there’s still luck and heartache and joy, there’s still chance and advantage and disadvantage.”
  • He knew why the Empire had survived because of the game; Azad itself simply produced an insatiable desire for more victories, more power, more territory, more dominance…
  • In every scene, there was an element of… Gurgeh supposed it was dominance.
  • The Empire wanted to survive; it was like an animal, a massive, powerful body that would only let certain cells or viruses survive within it.

 

Azad 제국은 유기체의 본능을 그대로 반영한 문명을 만들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중독이라는 개념이 없다. 살아있는 것이 다른 생명을 정복하고 소유하고 착취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스스로를 제한하는 Culture와 같은 문명은 그들에게 견딜 수 없을만큼 부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그러한 Azad와 Culture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충돌이다. 
 
Look To Windward에서 유토피아로서의 Culture를 들여다 봤다면, 이 작품에서는 거울상으로서의 현실을 비춰준다. Azad는 사고실험으로 미래에 투영된 현실이다. Azad 제국이 오늘날의 현실과 더 가까운 것으로 느껴졌다면, 이 책이 무엇을 중심 주제로 삼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이번이 원서로만 3번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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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Enlightenment Now

2019. 7. 3. 15:29 from Lectura
- 2019.7, Steven Pinker

 

 
모더니즘과 계몽주의에 대한 길고 긴 찬사. 책의 소제목이 주요한 스포일러. 

 

다양한 출처의 자료를 통해서 인류의 삶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역사적인 유례가 없는 번영은 이성, 과학, 인본주의, 발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과학 혁명 이후로 인간은 물리적인 실체를 조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물질적인 진보를 이룩하였다. 이렇게 달성된 진보는 전반적인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 평균 수명, 건강, 행복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테러, 핵위험, 환경 오염, 급진적 종교의 부활 등 일상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현실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위협요인 중 어떤 것도 지금까지 이룩한 번영을 되돌릴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미 초반 1/3을 읽고나서 이성과 과학에 의한 꾸준한 번영의 역사를 인정한 나는, 왜 계속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으면서 나머지 2/3을 읽어야했다. 어쩌면 이 책은 미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염두하고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여러모로 독특한 국가이지만, 핑커 교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더욱 특이하다. 대부분의 발전된 나라에서 종교의 영향이 쇠퇴하는 현상과 물질적인 풍요 및 주관적인 행복도가 개선되는 현상은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 미국은 선진국 중 하나이면서도 종교의 영향력이 강하며, 많은 국민들의 행복도가 그나지 높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저자는 낮은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종교적 열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이렇게 종교적이면서 불행한 사람이 많은 국가이다 보니, 계몽주의가 이룩한 업적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도 많은 것 아닐까? 과학에 대한 의심이 유난히 많은 것 처럼 보이는 나라라는 점도 관련이 있는 사실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배경에서 무척이나 분명한 현대 문명/과학/인본주의의 성취를 한권의 책으로 변호할 필요성을 느낀듯 싶다.  
 
  • The Enlightenment principle that we can apply reason and sympathy to enhance human flourishing may seem obvious, trite, old - fashioned. I wrote this book because I have come to realize that it is not. More than ever, the ideals of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 need a wholehearted defense.

 
니체를 양차 세계대전과 파시즘의 사상적 원흉으로 지적한 부분도 좀 의외였다. 파시스트가 니체의 철학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다면, 저자 역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을까?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니체의 연약함에 대한 경멸이나 힘에 대한 찬사를, 곪은 상처에 발생하는 구더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파괴와 생산은 분명 함께 가는 면이 있다. 니체를 그런 형태의 우화로 읽는 다면, 대략학살과 전쟁이 니체가 주장한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이 논점은 어쩌면 이 책이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과학에 대한 다른 태도일지도 모른다. 현대 문명에 기여한 과학의 가치는 절대 과소평가할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 우리의 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물질적인 조건에서 자유로워진 오늘날 선진국 시민들은 삶의 목적과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인류 역사상 소수에 불과한 존재이다. 핑커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뇌과학과 심리학의 발달을 통해 심지어는 삶의 목적과 가치를 탐구하는 여정을 과학이 도와줄 수 있다고는 해도, 그 범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이런 한계는 과학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 the worldview that guides the moral and spiritual values of a knowledgeable person today is the worldview given to us by science. Though the scientific facts do not by themselves dictate values, they certainly hem in the possibilities.

 
과학이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가? 효율적인가? 덜 자기파괴적인가? 라는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과학이 줄 수 있는 도움은 많지 않아 보인다. 
 
행복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최선의 존재로서의 자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과학은 잠재력을 억압하거나 파괴하는 요소들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라는 질문에 있어서 신화, 정신분석학, 비교종교, 철학 등을 통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혜는 분명 과학을 통해서는 도달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날 생존을 벗어난 많은 인류가 고민하는 부분이고 계몽주의와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이며, 니체를 올바로 읽었을 경우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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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식스 웨이크

2019. 5. 29. 16:20 from Lectura

  • 2019.5, 무르 래퍼티 지음 / 신해경 옮김

무엇보다 저 ‘휴고/네뷸러 파이널리스트’ 라는 광고문구가 이 책을 구매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재밌는 있었지만, 새로움은 없었다. 

 

식민지 개척 우주선에서 깨어난 여섯 명의 클론. 전 세대 클론을 누군가 모두 살해했고, 범인은 알 수 없다.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는 상황. 깨어난 클론들은 남아 있는 단서를 조합해서 범인을 찾아내고, 경로를 벗어난 우주선을 고쳐야 한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얼터드 카본’, ‘나이트플라이어’, ‘히페리온' 등을 뒤섞어서, 재치있게 뽑아내면 아마도 이런 소설이 나올듯. 꽤 흥미로운 설정이고, 무엇보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어 주말 동안 한번에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 읽을 일은 없는 소설이라는 결론. 이번에 새로 구입한 책 다 읽고 나면 알라딘 중고 서점 행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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