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찾아 본 월러스틴 옹의 세계 체제 분석 코멘터리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증가하는 인건비 압력을 피해 캄보디아로 다국적 제조업체들이 이동하는 경향에 대한 글입니다. 


글의 주제는 여전히 같습니다. 계서적/착취적/양극화 된 현재의 세계체제 보다도 악화된 새로운 체제를 만들것 인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 없었던 보다 인간적인 체계를 만들 것인가? 갈림길에 우리가 서 있다는 노학자의 견해입니다. 


Commentary No. 351, April 15, 2013

                                                "End of the Road for Runaway Factories?"

Ever since there has been a capitalist world-economy, one essential mechanism of its successful functioning has been the runaway factory. After a period of significant accumulation of capital by so-called leading industries (usually about twenty-five years), the level of profit has gone down, both because of the undermining of the quasi-monopoly of the leading industry and because of the rise in labor costs due to syndical action of some sort.

When this happened, the solution was for the factory to "runaway." What this means is that the site of production was transferred to some other part of the world-system that had "historically lower wage levels." In effect, the capitalists who controlled the leading industries were trading increased transaction costs for reduced labor costs. This maintained significant income for them, if nonetheless lower than in the previous period when they still had a quasi-monopoly.

The reason why labor costs were lower in the new location is that the runaway factory recruited labor from rural areas that were previously less involved in the market economy. For these rural workers, the opportunity to work in these runaway factories represented a rise in real income, while at the same time for the owners of the runaway factory these workers were being paid less than those who had been working in the previous location. This is what is called a win-win solution.

The problem with this seemingly wonderful solution has always been that it was not lasting. After about another twenty-five years, the workers in the new location began to launch syndical action, and the cost of their labor began to rise. When it rose enough, the owners of the runaway factory had only one real option - to runaway once again. Meanwhile, new leading industries were being constructed in zones that had accumulated wealth. Thus, there has been a constant movement of the location of industries of all sorts. Quasi-monopolies after quasi-monopolies! Runaway factories after runaway factories!

It has been a marvel of capitalist adjustment to a long process of constant change of circumstance. This marvelous system has however depended on one structural element - the possibility of finding new "virgin" areas for relocation of runaway factories. By virgin areas, I mean rural zones that were relatively uninvolved in the world market economy.

However, over the past 500 years, we have been "using up" such areas. This can be measured quite simply by the de-ruralization of the world's populations. Today, such rural areas are reduced to a minority of the world's surface, and it seems likely that by 2050, they will be a very, very small minority.

To see the consequences of such massive de-ruralization, we need only turn to an article in The New York Times of April 9. It is entitled "Hello, Cambodia." The article describes the "flocking" to Cambodia of factories that are fleeing China because of the rise of wage-levels in China, a previous recipient of such runaway factories. However, the article continues, "multinational companies are finding that they can run from China's rising wages but cannot truly hide."

The problem for the multinationals is that the incredible expansion of communications has caused the end of the win-win situation. Workers in Cambodia today have begun syndical action after only a few years, not after twenty-five. There are strikes and pressure for higher wages and benefits, which they are receiving. This of course reduces the value for the multinationals of moving to Cambodia, or Myanmar, or Vietnam, or the Philippines. It now turns out that the savings of moving from China are not all that great.

The Times article notes that "some factories have moved anyway, at the request of Western buyers who fear depending on a single country." Conclusion of a manufacturing consultant: There are risks of moving to Cambodia, but "there's a risk in staying in China, too." In any case, is there somewhere to move the runaway factory? Or is Cambodia the end of the line?

The bottom line is that the combination of already enormous and still increasing de-ruralization and the rapidity with which workers can learn of their relatively low wages and therefore begin to take syndical action has resulted in a continuing rise in the pay levels of the least skilled workers, and therefore a worldwide negative pressure of the possibilities of accumulating capital. This is not good news for the large multinationals.

This is all one element in what has become the structural crisis of the modern world-system. We are experiencing a combination of ever-increasing austerity pressures on the 99% with a capitalist system that is no longer so profitable for capitalists. This combination means that capitalism as a world-system is on its way out.

Both sides are seeking alternatives - but obviously different ones. We are collectively facing a "choice" over the next decades. One possibility is a new non-capitalist system that replicates (and perhaps worsens) the three essential features of capitalism - hierarchy, exploitation, and polarization. The other possibility is a new system that is relatively democratic and relatively egalitarian. The latter system, one should underline, has never existed in the history of the world. But it is possible.

In any case, Cambodia is not the future of the modern world-system. It represents rather the last vestiges of a mechanism that no longer performs its task in salvaging capitalism.

by Immanuel Wallerstein

Posted by 중년하플링 :
원본 링크는 아래 한겨레의 기사 입니다.

자본주의 근본위기…새 체제 선택 분기점‘대전환’의 시대
제1부 자본주의 어디로 가나? - 세계 석학과의 대담

서재정 교수(이하 서)=요즘 누구나 ‘위기’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금융위기, 어떤 사람은 더 일반적인 경제위기를 얘기한다. 신자유주의의 위기,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 자본주의의 위기란 말도 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월러스틴 교수(이하 월)=우선 위기란 말을 너무 막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승하던 경기곡선이 하강하는 상황을 위기로 해석한다. 나는 그런 식으로 위기란 말을 쓰진 않는다. 1945년 이후 세계를 보면, 미국이 세계체제 속에서 확실한 헤게모니 국가였던 25년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는 세계경제도 역사상 최대의 팽창이 이루졌다.

그러나 미국의 헤게모니는 7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경기순환 관점에서 보면 ‘콘트라티에프 B국면’(50~60년 주기의 경기순환에서 침체국면을 뜻함)에 들어섰다. 경기침체기의 전형적인 특징은 막대한 이윤을 얻던 독점기업의 지위가 다른 기업의 진입으로 흔들리고, 가장 이윤이 높던 산업의 이윤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임금이 좀더 싼 곳으로 산업을 옮기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본을 금융영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러 형태의 빚 메커니즘을 통한 투기이다. 또 나는 이것을 ‘실업의 수출’이라고 이른다. 이런 방식으로 1970년대엔 유럽이, 1980년대엔 일본이, 그리고 1990년대 초엔 미국이 성공했다. 하지만 금융투기는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콘트라티에프 B국면의 막바지 단계에서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매도프의 폰지사기 사건은, 더이상 금융투기로는 이윤을 계속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완벽한 사례이다.


서=현재 국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세계경제가 경기순환의 하강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전보다 더욱 심각하게 의문시되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 패배 이래 약 30년 동안 쇠퇴를 거듭해왔다. 이후 미국의 여러 행정부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 과정을 역전시키려고 해왔다. 어떤 행정부는 인권외교나 일부 진보적인 조처들을 시도했고, 다른 행정부는 군사력을 확장하는 정책을 펴거나 ‘스타워즈’ 같은 첨단 군사력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행정부도 이 과정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월=지금 국제 상황은 미국도 돌이킬 수 없는 다극체제다. 아주 복잡하고 혼란스런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른바 금융의 붕괴, 경기 불황에 빠져 있다.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다. 4~5년 안에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작동해온 방식이다. 헤게모니의 쇠락에도 새로운 것은 없다.

서=미국 헤게모니의 쇠락과 결합된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정상적인 흐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그 자체로 어떻게 되나? 전체 세계체제가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게 불가능할 정도인가?

월=우리는 정상적인 경기 하강국면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위기라는 점에서 앞으로 20~30년 안에 안정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가 사라지고 다른 종류의 세계체제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썼던 글들에서 수차례 설명한 얘기이지만, 자본이 부담해야 할 세가지 기본 비용은 인적 비용과 투입 비용, 과세 비용이다. 모든 자본가들은 꾸준하게 상승하는 이 세가지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미 비용 부담이 너무 많은 데 반해 생산으로 얻을 수 있는 잉여가치는 너무 줄어든 시점에 이르렀다. 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균형 상태에서 과도하게 이탈해 일시적으로라도 다시 균형 상태로 회복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분기점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 체제보다 나은 체제나, 또는 더 나쁜 체제를 갖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서=위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70, 80, 90년대에도 아주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체제의 종말이나 자본주의 종말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세계체제는 어려움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70년대 세계경제는 석유 위기를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았고, 80, 90년대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에서 그렇게 되기 어려운 이유는 뭐라고 보나?

월=이번은 아주 힘든 국면이다. 체제 붕괴를 1년이나 10년의 문제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체제 붕괴는 50~80년 걸리는 사안이다.
석유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미국이 깊이 개입했다. 미국이 그 위기를 부추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1973년 유가 인상을 밀어붙인 두 나라가 사우디와 이란이었는데, 이란의 샤 국왕은 석유수출국기구 가맹국 내에서 가장 친미적인 지도자였다. 유가 인상에 따라 뭉칫돈이 산유국으로 옮겨갔고, 그 돈은 다시 미국 은행에 예치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정부와 소비자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정부와 소비자 모두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다. 결국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 공생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는 미국이 전적으로 부채에 의존해 살아가는 믿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채란 언젠가는 되갚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노르웨이, 카타르 같은 나라들은 한편으로는 자국 상품을 계속 구매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로 투자한 돈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미국이 지탱하기를 바라는 미묘한 상황이 전개됐다. 결국에는 이들 나라들이 달러에서 서서히 손을 떼면서 달러는 붕괴하고 있다.


서=세계경제가 경기순환의 관점에서 콘드라티예프 B국면에 놓여 있는 동시에 위기의 말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말기에 들어섰다고 한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가.

월=현재 상황은 지난 20~30년간 진행된 과정의 한 부분이다. 과거에도 이런 경기침체는 몇 차례 있었다. 독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선도 산업을 육성하는 게 지금까지 일반적인 위기 탈출 방식이었다.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5년쯤 뒤에 일시적인 회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앞서 말한 자본의 세가지 비용을 더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오래전 물리학에서는 한 곡선이 점근선(Asymptote)을 따라 올라가 정점의 70~80%까지 도달한 상태에서 갑자기 붕괴를 시작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지금 세계경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세가지 비용곡선의 70~80% 지점에 와 있고,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다.


서=미국의 오바마 새 행정부를 어떻게 보나? 오바마는 당신이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핵심요인이라고 주장하는 세가지 비용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전체 임금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종의 전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또 오바마의 야심에 찬 재정지출 프로그램은 인프라와 신기술 투자를 통해 투입비용 상승에 제동을 걸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오바마는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치유할 뿐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 같다.

월=세계무대에서 오바마가 가진 힘을 고려했을 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의 중심이 8~10곳으로 분산된 상태에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이다.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정상회의를 보자.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 각국 대표들을 초청하지 않은 채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대부분 나라의 대표들이 2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다 모였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리우정상회의를 통해 미주정상회의를 완전히 격하시켰다. 5년 전엔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이다. 오바마는 세계인들의 맘에 들게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지도국가로 만들 수는 없다. 사람들은 미국이 지도국가가 아니라, 단지 기후변화와 같은 많은 사안에서 협력하는 국가의 하나가 되길 원한다.

오바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 내 문제에 머물 것이다. 국내 소요를 막기 위해 사회민주의적인 정책을 펴는 일이 대표적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리를 짓는 데 돈을 쓸 것이다. 전국민 의료보험도 시행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적이고 지역적인 일이다.


서=우리는 아주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 브레턴우즈협정 이래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아 70년대 위기에서도 살아남았던 달러가 최근 뚜렷하게 약세다. 금융위기는 달러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흔들었고, 어떤 이들은 세계통화로서 달러는 이미 붕괴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은 아무리 기술적으로 정교하더라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전장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탱해온 두 축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가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월=세계 주요 패권국들은 각자가 충분할 정도의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타협을 통해 최상의 조합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예컨대 ‘상하이협력기구’(SCO) 같은 조합이다. 또 러시아나 중국은 브라질과 중남미 국가들과 은밀하게 거래를 하며 주도권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도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다. 서로 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과 동아시아, 유럽과 러시아 등이 가능한 조합이다.

서=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한 금융위기 극복방안이 나오고 있고, 국경간 자본거래에 대한 새로운 감독체계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논의들은 자본주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은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역사적 체제다. 이에 대한 논의에서도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세계경제의 체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고 국제기구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다른 쪽에선 힘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인간과 자연을 ‘상품화의 사슬’에서 해방시켜야만 민주적이고 평등한 세계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세계체제 대안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월=평등한 세상에 대해 수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여년 동안 벌어진 논쟁들은 ‘자코뱅’(전위주의)의 시각에서 전개됐다. 이 때문에 모든 게 국가지향적이었고, 또 누구에게나 결과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을 똑같은 종류의 사람으로 변화시키려 한 것이다.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다 그랬다. 이제는 이런 자코뱅적 시각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두 갈래 전략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덜 나쁜 악’을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현재 해야 할 일을 10년, 20년 뒤로 미루기를 원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차악은 있게 마련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건설하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하고,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뉴헤이븐(예일대)/정리·사진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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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인 안토니오 네그리는 그의 제자인 마이클 하트와 쓴 공저 '제국'을 통해선진국의 정치ㆍ경제ㆍ군사적 네트워크가 전 지구를 장악해가는 양상을 '제국'(Empire)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세기 등장한 제국은 단연 미국이었다. 미국은 20세기 전반부터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잠식해갔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는 로마제국에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미국의 힘은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은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고, 금융경색이라는 격랑은 미국호를 좌초 직전으로 몰고 갔다.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함께 '세계체제론'을 분석한 조반니 아리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장기 20세기'(그린비 펴냄)를 통해 이 같은 미국의 위기는 자본주의가 지닌 내적 모순에 비춰 필연적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탈리아 제노바의 축적순환, 네덜란드와 영국의 자본 축적체제 등 13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자본주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미국이 쇠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제노바-네덜란드-영국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축적 순환은 노동과 기계 같은 실물 부문의 투자가 증가하는 실질적 팽창국면과 실물 부문의 신규 투자가 점차 중단되고 금융 부문이 주요 산업으로 부상하는 금융적 팽창 국면으로 구성된다.

  특히 금융부문은 헤게모니 국가의 특권적 우위가 있는 부문인데, 이러한 금융적 팽창은 헤게모니의 쇠퇴국면에 반작용하는 요인으로작용하기 때문에 헤게모니의 쇠퇴는 단선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다시 한 번 반전하여 자본의 수익성이 상승해 호황을 누리는 국면이나타나는데 이를 '벨에포크'(belle epoque.경이적 순간)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국은 1960년대 말부터 시작해 실물보다는 금융쪽에 기대는 금융적 팽창국면으로 진입했다는 것.

  즉,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체제를 재편했던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되면서 고정환율제가 변동환율제로 전환됐고, 이동자본에 대한규제가 제거됐으며, 공공채무의 증권화가 진행되는 등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시작됐는데 이는 미국의 자본의 수익률이 하락하고20세기 초반의 실물적 팽창이 끝나면서 이를 금융적으로 해결하려는 증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1990년대 '신경제' 호황도 결국 '벨에포크'의 또 다른 증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브레턴우즈체제와 발전주의 정책, 초국적기업망, 냉전체제, 국제연합이라는 틀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전개한미국의 세계 헤게모니가 앞선 세계 헤게모니 국가들이 그 정점에 머문 기간에 비하면 매우 짧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미국의 몰락과더불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두지만 대서양 연안의 각 국가들이 연합으로 지배하는 방식, 동아시아가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등장하는 방식, 그리고 헤게모니 국가가 부재한 카오스의 세계가 그것이다.

  저자는 "영국 헤게모니에서 미국 헤게모니로 이행기에 평화주의적 사회세력들은 장기의 전쟁과 체계의 카오스의 시기로 미끄러져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이 지금 가능할지는 열린 의문이며, 그 대답은 우리의 집합적 인간 행위자들에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번역한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장기 20세기'의 중요성은 자본주의의 경향적 법칙을 역사적 자본주의라는 문제의식과 결합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역사적 구조를 설명한데 있다"고 말한다.

   656쪽. 3만5천원.

  

buff27@yna.co.kr
(끝)
Posted by 중년하플링 :

2008.10

 

월러스틴 교수가 세계체제에 대해서 개론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세계체제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 지게 되었는지 세계체제론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가정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근대세계체제1'을 읽으면서 뭔가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독자가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해소하기 위한 책으로 보면 좋을듯 하다.

 

크게 5가지 꼭지로 세계체제를 설명하고 있다.

 

 - 세계체제 분석의 역사적 기원 : 사회과학 전공학문들에서부터 역사사회과학까지.

   세계체제가 발생하게 된 학문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 '근대세계체제'에서도 이야기한바 있는 사실이지만, 현대의 학문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고하게 나누고 있는 경향 들에 대한 종합적인 반발로서의 세계체제론을 이야기한다.

 

 -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서의 근대 세계제체 : 생산, 잉여가지 그리고 양극화

   현재의 세계체제가 성립하게된 배경과 체제의 기본 동인이 되는 자본축적, 국가의 역할, 핵심부와 주변부의 발생 이유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국가체제의 번영: 주권민족국가, 식민지 그리고 국가간 체제

   근대국가와 세계체제안의 자본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좀더 상세하게 살펴본다. 세계체제의 이해에 가장 핵심이 되는 장이 아닐까 한다.

 

 - 지문화의 창조: 이데올로기, 사회운동, 사회과학

   지금의 세계체제가 중도적인 자유주의에 의해 주도된 역사, 그 이후 1968년 이후 발전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약화된 세계체제 기저의 흔들림, 좌파 사이의 여러 다양한 의견 사이의 대립과 반목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 근대 세계체제의 위기 : 분기, 혼돈 그리고 선택들

   왜 지금에 와서 세계체제가 다시 위기에 봉착했는지, 자본 수익율이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경향과 이러한 추세가 점점 세계체제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 앞으로 다가올 혼돈의 시대와 그 이후 다시 나타날 새로운 세계체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 헤게모니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독점내지는 과점이 가능한 상품이 자본의 초과수익을 가능케 하고, 이러한 상품이 지리적으로 밀집한 국가가 헤게모니를 쥐게 된다.

  '헤게모니는 자본주의적 기업, 특히 독점적인 선도산업들이 체제 안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일종의 안정성을 창출한다'

 

- 헤게모니가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산의 효율성을 이룩하고 나서 헤게모니를 쥐게 되면, 이러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군사적, 정치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이때 이러한 군사적 정치적인 비용으로 인해 헤게모니 국가 자체의 효율성이 줄어들거나, 다른 경쟁국가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고 나면 헤게모니를 상실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일찍이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시작하며, 이에 따라 헤게모니적 패권의 우월한 지위가 상당 정도로 감소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며, 마침내 이 우월성을 소멸시켜 버린다. 이 우월성이 사라지면서 정치적인 힘 역시 사라지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군사력밖에 없으며, 헤게모니가 단순히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뛰어넘어 실제로 그 군사력을 사용하게 되는것은 헤게모니가 약화되었다는 첫번째 징후이자 동시에 이후의 쇠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표시이다'

 

- 핵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착취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표준적인 국제무역론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현실적인 국가간 무역에서는 선도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이 더 유리한 교역조건을 갖추고 있고, 이를 정치적인 압력등을 이용하여 주변부국가들에게 강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재료와 돈이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흘러들어가고, 핵심부는 원재료를 가공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덧붙여 세계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헤게모니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이후.. 이러한 징후는 여러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자본가들이 제조업을 떠나 투기적인 금융업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장기적익 수익율저하에 저항하는 방법이었으며,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여 주변국들과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전형적인 핵심국가의 몰락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체제론의 이해를 위해 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앞으로 더 읽어야 할듯 싶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