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에 등장한다는 출연자중에 한명이 한 인터뷰. 정확하게 집어서 하는 말인듯. 

특히나..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했던 점. '허용과 금지의 기준이 뭔지'를 아버지가 가르쳐야 한다는 부분은 절대 동감. 집에서 집사람이 아이를 잘 보는 편이고 신경도 많이 쓰지만, 아이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걸 절감한적이 있었다. 

또한가지 이런식으로 돈만 밝히면서 늦게까지 집에 안들어가는 가정이 많아지면 가정해체가 올 수 있다는 부분도 공감. 


원래 링크는 여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newspickup_section/347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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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2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서 구수하고 화통한 대구 아가씨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질랜드 처녀 캐서린 베일리(27)를 만나러 대구 계명대로 찾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대구에선 이미 만개했을 벚꽃을 만난다는 설렘에, 남자를 능가한다는 주량에 대구의 대표 안주 막창을 가장 좋아한다는 캐서린과 혹시 취중 인터뷰도 가능할까 즐거운 상상도 떠올렸다.

그러나 벚꽃이 활짝 핀 계명대 교정에서 만난 캐서린씨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체격이 당당해 보였던 화면과 달리, 키도 아주 크지 않았고 얼굴도 갸름했다. 평범한 얼굴도 큰바위 얼굴로 둔갑시킨다는 카메라의 착시 효과를 실감했다.

그러나 착시 효과는 외모만이 아니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신변잡기를 떠들던 ‘미수다’ 속 캐서린은 없었다. 그는 시청률에 목매 여성들의 섹시함만 강조하는 방송을 인터뷰 내내 비판했다. 또 내적인 만족보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돈만 벌고 떠나면 그만이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비판을 한다는 캐서린과의 인터뷰는 ‘미녀의 수다’가 아니라 ‘미녀의 경고’에 가까웠다.

실물과 화면이 다릅니다. 죄송합니다만 화면보다 체구가 작으시네요.

“많이 다르죠? 저는 사실 상당히 여성적인데 방송에선 터프하게 나와요. 방송에서 편집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센지 알게 됐습니다.”

편집을 많이 하나요?

“솔직히 말할게요. 미수다 녹화를 대여섯 시간을 합니다. 그런데 편집을 하면 우리가 한 중요한 말은 다 빠집니다. 제가 미수다를 1년 반 출연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잘하고 싶었죠. 그런데 가보니까 피디나 작가들이 원하는 게 있습니다. 제작진은 ‘네가 성공하려면 이렇게 말해’라고 요구합니다. 원하는 이야기 아니면 편집에서 빼죠.”

아무래도 방송을 하려면 편집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시청률 때문이죠. 한국 텔레비전은 시청률에 너무 민감합니다. 외국에서도 시청률 조사하지만 그냥 참고만 합니다. 그러니까 외국인 여성은 섹시해야 하고, 연애 이야기나 야한 이야기를 끌어내려 하는 거죠. 우리도 싫어해요. 미수다 출연자들 대부분 학생이거나 선생이에요. 다들 순진합니다. 코미디언이나 배우가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압력을 주는 것은 물에 놀던 물고기를 사막에 데려다 놓는 것과 비슷한 거겠죠. 방송이라면 공익적인 잣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국 <비비시>(BBC)처럼 그런 기준이 명확해야죠.”

그럼 미수다에서 말한 것처럼 막창을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에요?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2003년 한국 왔을 때 먹었지 지금은 잘 안 먹어요. 막창이라는 말을 제작진이 좋아해서 자꾸 하는 것뿐이죠.”

그럼 대본도 있습니까?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캐서린이 방송에 대해 이렇게 할말이 많은 것은 그가 뉴질랜드에서 방송과 영화를 전공했고 한국에서도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주는 효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뉴질랜드에서 대학 재학중이던 2003년에 밤샘 작업이 많은 전공 특성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생활비가 바닥나자, 대구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어머니를 찾아왔다. 한국과의 첫 인연이었다.

한국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까?

“학부에선 한국 문화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해요. 석사 공부는 집중이 필요한데 지난해 대구 홍보대사를 맡게 됐고 방송도 출연중이어서 일단 한 학기를 쉬고 있습니다.”

대구 홍보대사를 1년 해보니 어떻던가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대구시를 알리거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통역과 안내를 맡기도 합니다. 서울보다 외국인이 적은 대구에서 저처럼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있으면 대구를 찾는 외국인이 좀더 편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로 안 가고 대구에 정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느 나라나 수도는 고향이라고 할 수 없죠. 제가 영국에서 자랐는데 런던이 고향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음이 가는 곳이 고향이란 말이 있잖아요. 제게 감동을 준 사람이 있는 대구가 제 고향입니다. 서울은 공기도 나쁘고 사람도 억수로 많아서 못 살겠어요. 할매 때까지 대구에서 살 거예요.”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나 세계를 떠돌며 자란 캐서린이 대구를 고향으로 삼게 된 것은 대구에서 ‘제2의 어머니’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에 정착한 캐서린은 돈을 벌어야 해 일을 하면서 한국말도 배우느라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몸이 아팠지만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비가 수백만원 든다는 소리에 버티다가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일이 벌어졌다. 그를 병원에 데려간 은인이 대구에서 처음 들어갔던 홈스테이 아주머니였다.

대구 아주머니가 엄마가 되신거군요.

“절 살려주신 홈스테이 아줌마를 한국 엄마라고 불러요. 처음에는 너무 무뚝뚝했어요. 야단만 치고. 지금도 무뚝뚝하기는 마찬가지만 참 대단해요. 제가 힘들고 아프면 언제라도 달려와요. 속정 깊다고 하잖아요. 참 멋져요. 저도 한국 사람의 정이라는 것 배우고 싶어요.”

‘정’이라는 말은 외국인들이 알기가 좀 어려운 단어일 텐데 잘 아시네요.

“저는 외국 사람이 한국에 정착하려면 꼭 홈스테이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홈스테이를 하면 한국 가정과 한국 사람 본모습을 볼 수 있죠. 한국 사람들 집 안하고 집 밖에서 표정부터 달라요.”

어떻게 다르죠?

“한국 사람들 일본 사람 비판할 때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하죠. ‘웃으면서 칼로 찌른다’ 이런 말도 하는데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 비판할 때도 똑같은 말을 해요. 그래서 1년도 안 돼 한국 떠나는 외국인이 많아요. 외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접근할 때 느끼는 벽이 있는데 홈스테이를 하면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죠. 집 안에서 얼굴 부대끼고 살면 한국 사람들을 깊게 이해할 수 있어요. 밖에서 살면 그 벽을 넘기 어렵죠.”


공부·돈에 목매고 ‘과시’를 행복이라 착각
일본에 겉과 속 다르다지만 한국도 같아

≫ ‘미수다’ 대구 아가씨 캐서린
캐서린도 이 벽을 쉽게 넘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03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부닥치는 각종 스트레스와 싸워야 했다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받은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했나요?

“솔직히 어떻게 이런 데서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공기가 너무 나빴어요. 대구 공기가 서울보다 엄청 좋죠. 하지만 대구에서는 서양인이 많지 않아 저를 보는 시선이 고민거리였어요. 문화의 차이도 엄청났구요. 한국말도 못하고, 일은 해야 하니 엄청난 스트레스였죠. 그러니까 자동으로 병에 걸린 거죠. 다른 외국인들도 비슷해요.”

극복한 비결이 있습니까?

“한국 친구들이 ‘고통을 참으면 어느 순간 시원해진다’ 그런 말을 많이 해줬죠. 침이나 부항이나 이런 거 하면 처음에는 고통스럽지만 점점 시원해지잖아요.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생각하면서 참았죠. 그랬더니 어느 순간 고통에서 벗어나고 한국 사회를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왔어요. 저나 한국 사람이나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깨달았고, 지금은 대구처럼 편한 곳이 없어요.”

한국 사회를 너무 잘 이해해서일까? 캐서린의 한국 사회 비판은 신랄했다. 영어강사로 유치원생부터 회사원까지 가르쳐봤던 그는 자신이 개띠여서 공격적이라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국이 영어에 미쳐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교육열이 높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부를 안 하면 인생 성공할 수 없다 이렇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토익 토플 공부하는 것은 인정하면서 미술 음악 공부는 인정 안 하죠. 배고팠던 시대의 추억이라고나 할까요. 지금 한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진짜 부자예요. 그런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 걱정을 해요.”

그런 걸 보면 답답하겠어요?

“한국 친구들 보면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맞선 보고 결혼을 한다고 하죠. 또 다 쌍꺼풀 수술을 해요. 저는 무조건 말려요. 나중에 쌍꺼풀이 없는 게 유행하면 다시 수술할 건가요? 부자 나라지만 텅 비어 있는 삶이죠. 자기가 행복해야지 왜 남들의 눈치 보고 남들하고 비교하면서 사는지 이해가 안 돼요. 로봇처럼 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매일 술 먹고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하죠. 슬퍼요. 정말.”

한국 청소년들은 어떤가요?

“애들을 과외하면서 느낀 건데, 아버지가 없어요. 집안에서 아버지가 갖는 교육적 위치는 커요. 허용과 금지의 기준이 뭔지, 어른들과 애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한국 아이들에겐 아버지가 없어요. 밤에도 회사에 있죠. 그래서 아이들이 콤플렉스가 생기는 거예요. 자기가 가진 걸 못 보고 계속 밖에서 욕망을 갈구하죠. 그걸 물건과 음식으로 풀고, 집에 안 가고 거리에서 배회해요. 비만과 범죄가 늘죠. 가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리는 거죠.

서양은 그렇지 않습니까?

“서양도 1950년대까지는 일만 했어요. 남자들이 집에 안 가고, 술 마시고, 이혼율 높아지고, 결국 가정의 해체가 왔죠. 그래서 반성하고 5시에 칼퇴근을 시킨 거예요. 한국도 회식 같은 거 하면 안 돼요. 하려면 가족들 다 데리고 가야죠. 한국이 서양의 전철을 밟을지 극복하는 방향으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는 거죠. 늦기 전에 가정을 지키도록 한국 사회가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방송이 엄청 중요하죠. 엄청난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요즘 가족 해체를 다루는 ‘막장 드라마’를 혹시 보나요?

“아뇨. 저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요.”

한국을 비판하는 말이 보도되면 악플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서양인이니까 악플이 덜 한 편이죠. 일본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아마 난리가 날 거예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국인 은동령씨가 미수다에서 ‘단오는 원래 중국에서 온 축제다’라고 말했다가 정말 끔찍한 악플에 시달렸어요. 일본 사람의 말 한마디에도 그렇죠. 은동령씨는 멜라민 파동 때 택시기사에게 ‘중국 사람들은 바퀴벌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서양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왜 같은 동양인들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은 좀더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Posted by 중년하플링 :
무섭네요. 우석훈 박사의 글에서 '폭동' 이 언급되었습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1997년도 인수팀에서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이 '폭동' 이라는 대목입니다. '그랬단 말인가.. ' 싶기는 하지만.. 최근의 그리스를 보더라도 결코 멀리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근대사에서 배고파서 들고 일어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에 나름 만족했던 때문이기도 하겠죠. 대표적인 어른들 말씀... '보리고개 겪어봤어? 안 겪어봤으면 말을 하지말어'. 현대사에서 굵직했던 데모나 소요사태는 모두 정치적인 문제였습니다. 

이제 지금 우리나라의 주축인 30~40대는 모두 보리고개를 모르고 살아온 세대입니다. 이 세대들이 절대빈곤에 처하게되었을때, 중산층의 꿈도 사라지고 먹고 사는 일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처했을때,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먹고 사는 문제로 '폭동'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이미 정부던가 여당 일각에서 내년도 사회불안요소를 걱정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듯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통행금지 발언이 나왔던 걸까요? 어떤식으로든 걱정은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프레시안 기사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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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드디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추겠다는 것 같다. 이게 낮은가? 아직 충분히 정신 차렸거나, 어떤 일이 2009년도라는 시점에서 벌어질 것인가 실효성 있게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원래도 한국 경제는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희망하는 것과 달리 내년도 상반기에 세계 경제가 저점을 통과하고 무난히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건 지난 칼럼에서 이미 얘기한 바가 있다.

이 상황에 들기름을 쏟아 부은 것은 지금 여당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뒤죽박죽 예산들이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이다. 즉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의 기본 방향이다. 정부와 토목관련자들이 당분간 TV와 라디오 그리고 신문을 장식하며, SOC의 불가피성과 경제적 효과 등을 얘기하며, 마치 무당굿 하듯이 "내년에는 다 잘 될거야"라고 외쳐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루즈벨트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라디오 주례연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녹색 뉴딜' 정책은 실제 뉴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뉴딜정책에서 토목관련 예산은 10%이상을 넘지 않았다. 먼저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뉴딜 때 토목과 관련된 예산은 아무리 높게 추정을 해도 10% 이상 나오지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90%는 복지와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이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는 평균증가율 정도만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 오바마의 '새로운 뉴딜'의 방향 역시, 절반 이상이 의료복지와 노후된 학교시설 보수 등이고, 나머지 토건 예산도 오랫동안 보수되지 못한 고속도로에 대한 '리뉴얼' 작업 그리고 세계 10위권 바깥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고속망 설비라는 점이다. 뉴딜은,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토건 비중이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의 금융위기가 건설부문 과잉투자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터져나왔지만, 미국 경제 내에서 건설부문의 지출은 10%를 넘지 않는다.

한국은 평소에도 그 두 배 가까운 건설지출을, 국책사업이라는 형태로 억지로 끌어오면서, 지난 10년 동안 새만금과 각종 특구와 지역도시 등을 만들어냈다. 많은 지방공단의 입주율이 50%도 제대로 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국민경제의 나머지 남은 돈을 탈탈 털어 건설에 넣으면, 위기가 극복이 될까?

불행히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경기침체가 하반기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내수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내년 9월 이후 청명한 가을 어느 날, 한국 경제는 사회붕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빅뱅'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사람은 굶고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사람들의 밥과 일자리에 들어갈 돈을, 시멘트 사는 돈, 불도저 움직이는 돈, 그리고 토호들에게 토지 보상비로 풀 돈으로 쓰고, 정작 "배고파"라고 하는 국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 경제학 혹은 표준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경제원론 체계를 지지하는 그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약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결정적인 것이 '위기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 이론은 '일반 균형' 그것도 '장기 균형'이라는 개념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케인즈의 거시경제 이론을 교과서에 끌어다 놓았다. 그러나 케인즈의 경제이론에도 왜 위기가 생기고, 이 위기의 전개, 즉 '과정'에 관한 이론은 거의 없다. 지난 주에 내가 얘기한 위기의 패턴 분석 같은 것들은 표준 경제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콘트라티에프의 장기파동설과 '공황론'과 같은 비주류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패턴 분석들이다.

내년에 한국에서 벌어질, 1945년 시작된 한국 경제사 초유의 사건에 대해 경제학 교과서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같은 구조가 재생산된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어떠한 시뮬레이션 모델도 내년도의 한국 경제 상황을 모델 속에서 재현해줄 수는 없다. 이건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이론적인 문제이며, 동시에 모델 구조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는, 지금 부동산을 위해 국민들이 융자한 개인 부채가 상당하고, 이로 인해 실제 '소비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내년도에 '건설 일용직' 일부를 제외하면 추가적인 일자리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현 정부가 염두에 둔 2~3%의 지방토호와 재력가들의 '다주택 보유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어차피 내년 내내 부동산 경기는 일부 지방개발지에 대한 투기를 제외하면 꽁꽁 얼어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현 상황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국민 혹은 이사가 필요했던 국민들이, 이 공간에 대한 지출을 일시 정지시키고, 경제빅뱅이 초래할 최소 2~3년 간의 대공황 상황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할 '가처분 소득'을 지키려고 하는 상황이다. 불행히도 경제빅뱅이 진행되면 현재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는 영세민 혹은 도시빈민으로 경제적 위상이 변하게 될 것이다.

그 밑의 사람들은? 일부는 7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지방으로 공사장을 따라다니며 일용직 근로자로 살게 되는, 1939년 출간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연출될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서 답을 찾기가 어려우므로, 잠시 시계를 십년 전으로 되돌려 1998년 막 집권한 DJ 정권 내부에서 있었던 논의들을 잠시 생각해보자.

당시 나는 재벌사였던 어느 그룹의 내부에 있었고, 1월초 어느 날 기획실 간부들이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이후에 벌어진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매각하는 계열사의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게 받기 위해서 '기업 가치평가'를 맡은 컨설팅 회사들에게 줄 자료들을 정리하거나, 조금이라도 이 회사들이 나아보이게 하기 위해서 경영계획서 같은 것들을 영문으로 만드는, 그런 귀찮지만 어쩔 수 없던 일들도 했었다. 그리고 막 구성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몇 가지 자문을 해주기도 하고, 또 개혁적인 경제학자들끼리 정부에 대한 직간접적인 건의에 대한 논의들도 같이 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인수위원회, 그리고 청와대 경제팀에서 가장 심각하게 학자들의 건의에 대해 경청했던 것은 '폭동'에 관한 것이었다. 서울역으로 노숙자들이 밀려들고 있었고, 이런 노숙자들은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 등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여기에 잠시 후 기업에서 정리해고 이후로 쏟아지게 될 해직자들에 대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경제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들을 시급히 하지 않으면, 대규모 폭동으로 인해 정부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것들을 논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혼동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할 정치적 여건이 형성됐고, 자활 사업 등 한국에는 없었던 적극적인 복지정책들이 급하게 도입됐고, '사회안전망'이라는 복지담론이 성립됐다. 당시 급하게 도입됐던 이런 프로그램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나중에 당시 소장파 학자들이 기대했던 대로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와 같은 아카데믹한 논의는 추후에 하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1998년 1월과 2월, IMF 경제위기라는 엄청난 사건 속에서 새롭게 정권을 인수한 사람들에게는 '폭동'이라는 개념이 탑재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내 시각이 너무 비관적일까? 나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최근에 보여준 모습대로 '토건 위주의 재정정책'을 강행한다고 하면, 내년 상반기가 지나더라도 중산층과 하층민들, 즉 도시빈민들의 소비여력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고, 그 효과는 끔찍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제로 인해 9월 이후에 경제빅뱅이라는 클라이막스로 가게 될 것 같다.

경제학적이거나 정치적인 수사를 다 제외하고, 이번에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예산은, 솔직히 이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경제 위기 예산'이라기보다는, 2010년 6월의 지역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선심선 예산처럼 보이지 않는가? 어차피 내년이 되면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 지역에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짓고, 또 하천정비 등 별의별 사업을 '무슨 무슨 르네상스', '무슨 무슨 중심축 개발' 이렇게 해서 여야가 잘 합의해서 했을, 그런 선거용 예산 사업이다. 이번에는 그 선거용 예산을 1년 당겨서 미리 선거준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비상편성을 해놓고, 내년도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 간단한 원칙을 생각해보자. 지금 재정지출이 가야할 곳은, 지역복지, 노동, 그리고 창의성 이 세 가지이다. 창의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2~3년 경제가 힘들다고 해서, 산업활동이나 생산활동을 그만둘 수는 없기 때문이고, 글로벌 경쟁이라고 하는 것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과 발상을 위해서 예를 들어보자. 지금 사실 이번 국회에서 시급히 논의해야 했던 것은, 실업급여의 지급 기간을 한시적으로라도 1년 이상 장기로 연장하는 방안과 같은 것들이다. 어차피 내년에는 실업자 혹은 유사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어있는데, 1929년의 대공황과 달리, 이미 존재하는 실업급여 제도를 약간 손질하고 그 기간을 특별대책 등으로 연장하면, 가장 시급한 서민들에게 바로 재정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두고,온 국토를 헤집는다고 해서, 그게 내년도에 바로 '삽질 들어가게' 만들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멘트 사오는 돈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민들의 지급여력이 단기에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실업급여, 사회적 일자리, 창의성 사업, 이 세 가지만 주력해도 단기적인 충격을 받아내면서도 장기적인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정부는 도무지 이런 일들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년 9월과 10월, 아마도 한국 경제에 다시 폭동 형태로 배고픈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위기가 실제 닥칠 가능성이 높다. 배고픈 사람들이 가게에서 생필품을 집어가거나, 그중의 일부가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기 시작하면, 그 혼동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러 가지 형태로 국민경제 내에서 폭동의 위험은 항상 잔존하고 있지만, 그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경제 폭동이다. 이게 내년도 하반기에 실재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굶어봐라. 역사가 '근대의 탄생'이라고 찬미하는 프랑스 대혁명도, 경제적 눈으로 보면, 자식들에게 빵을 먹여야겠다고 길거리로 나선 여성들이 베르사이유 궁으로 행진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빅뱅이 여의도 증권가와 정가 그리고 과천의 관청에서 사무직들의 컴퓨터와 서류 위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는 2009년도 한국 경제의 전개과정에 대해 아직 하나도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국민경제라는 것은 부자들만의 것도 아니다. 경제를 구성하는 가장 아랫 단계에는 "배고프다"라고 아우성치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먹을 것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시기이다.

대기업와 중소기업에서 내년 한국 경제를 헤쳐나갈 힘과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시 자활 혹은 시민경제의 영역을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 복지로 연초부터 사회안전망을 대대적으로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할 것인가?

그냥 대책 없이 삽질만 하고 있다가는, 정말로 '빈곤형 경제빅뱅'을 볼 수 있다. 제발 폭동이라는 개념이 경제 과정에 존재한다는 것을 탑재하기 바란다. 한국은 좋든 싫든 이미 중남미형 경제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중남미에서 언제 폭동이 일어났고, 어떻게 전개됐는지, 내년 연초 경제팀은 그걸 연구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서로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Posted by 중년하플링 :

Q 소울메이트 남친과 헤어지고 듬직한 새 남편감 만났는데 통하질 않아서…

갓 서른이 된 직장 여성입니다. 얼마 전 남친과 헤어졌습니다. 섬세하고 모든 면에서 잘 통해 소울메이트라 여기며 부모 반대 무릅쓰고 7년 열애했던 뮤지션 지망생이었지만, 2년 전 제 남동생의 죽음 후부터, 듬직한 남편 데려다 가족의 빈자리를 메워 놓아야겠단 강박관념이 생기더군요. 2년을 끌다, 새 남자 만났습니다. 솔직하겠습니다. 사시 패스해서 군법무관 3년차. 곧 판검사 될 사람이라 멋져 보이는 것도 있었고 연말연시 분위기에 초반 한 달은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후, 매일 밤 고민합니다. 저랑 너무 다르거든요. 매번 불같은 연애했던 저랑 달리 연애경험 한번 없는 그. 문화와 사교가 중요한 저와는 달리 독서·여행·영화·공연 경험은 물론 사진조차 찍어본 적도 없는 무취향의 그. 친구도 없고 주말엔 집에만 있으며 절 좋아한다는 말 이외엔 화제 자체가 없습니다. 통화해도 할 말이 없어요. 정말 많이 답답합니다. 저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끌리고 심지어 내가 버리지 않는 한 날 버리지 않을 거란 희한한 확신까지 듭니다. 하지만 최근엔 하도 답답해 옛 남친을 만나 하소연까지 합니다. 이 통하지 않는 느낌, 불통, 고쳐질까요? 정들기 전에 정리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론 고쳐져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이거든요 …. 어쩌면 좋나요.

A 0. 감성적 교감은 충만했으나 사회적으로 취약했던 남친과 이별 후, 직업적 안정과 지위 갖췄으나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는 새 남자, 만났다. 과연 새 남자와 맺어질 수 있겠냐. 듬직한 남편감인데 소통이 전혀 안 된다 이거지. 거 문제는 큰 문젤세. 뭐가 문젠가. 따져 보자.

1. 먼저 일반론 하나. 결혼, 잡소리 다 걷어치우고 알맹이만 보자. 대체 왜 하나. 혼자서는, 불완전해서, 하는 거다. 정서적으로든 생물학적으로든 사회경제적으로든. 그 맥락에서 결혼은 본질적으로 거래다. 제 존재의 불완전을 상대의 자산으로 보정하는 거다. 하여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대차 대조 한다. 상대의 보유 자산이 과연 내게 교환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 타산을 속물적이라 타박하는 건 착각이다. 정작 비탄해 할 것은 그렇게 교환 가치를 지닌 것들의 목록이, 우리 사회에선, 천박할 정도로 단조롭고 물질편향이란 사실일 뿐. 애초 호혜적 이문 없는 관계란 지속 불가능한 게 자연의 법칙이다.


2. 이제 당신 이야기. 우선 듬직한 남편 들여 가족 내 상실감 보상받으려 했던 당신의 강박은, 납득할 만한 애도반응이요, 방어기제다. 그렇게 가족을 복원하려는 데, 옛 남친이 바로 그 가족으로부터 인증받지 못해 왔단 사실은 중대한 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거고. 새 남자에게, 스스로도 의아할, 상당한 호감 느낀 것 또한 당연하다. 옛 남친의 결격 사유가 곧 새 남자의 셀링포인트니까. 더구나 새 남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극히 단선적이라는 건 그 남자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거고, 그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삶에서 상당한 미덕이 된다. 당신이 배신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인 거고. 그렇게 당신이 옛 남친과 이별하고 새 남자에 끌리는 건, 우여곡절이야 왜 없었겠냐만,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3. 결혼은 언제 실패하나. 거래에 실패할 때 실패한다. 역시 이해타산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이었어야 했단 식의 주말드라마는 낭만적이긴 하나, 착각이다. 실패는 타산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타산의 목록이 잘못됐던 데 있는 거다. 자신에게 교환가치가 있는 게 뭔지 스스로도 몰랐던 게지. 지가 언제 행복한지도 모르면서 남들 목록만 베끼고 자빠져 있는 인생이 태반이니까. 결혼의 불행은 그러니까 거래, 해서가 아니라 그 거래에, 실패해서 오는 거다. 고로 결혼의 지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주고받는 것, 그 교환 목록의 밸런스다. 그 거래의 균형이 무너지면, 결혼도 무너진다.

그런데. 그렇게 손해나는 결혼보다 더 불행한 게 있다. 아예 거래할 게 없는 결혼이다. 당신 경우 보자. 물론 판검사란 직위, 관계에 대한 로열티란 덕목은 훌륭한 교환가치 지닌다. 근데 당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들의 목록 전체가 그 두 가지만으로, 통합결제 되는 건가.

»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그럴 수 있단 오해, 많이들 한다. 하지만 결혼은 에피소드 한두 개로 매듭 나는 단막극이 아니다. 마뜩한 결론도 없이 평생 틀어놔야 할 연속극이라고. 그 무지막지한 주야장천 평생생활극에서 당신과 그 사이엔 서로 주고받을 것들의 목록이 너무 적다. 취향이 다른 건 좋다. 하지만 취향을 의지로 만들어낼 순 없는 거다. 화제의 부족이나 대화의 절대량도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소통이 안 될 때 진짜 문제는 화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외롭다는 거다. 불통은 독백보다 외롭다. 아서라.

PS - 거래에 실패한 결혼의 결말은 그래서, 고독이다. 그 삶의 공복감은 밥으로는, 안 채워지고.

김어준 방송인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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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형성' 전달ㆍ촉진 물질 발견"
[연합뉴스] 2007-05-18 01:00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 "치매 치료에도 도움 줄 것"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서울대 강봉균 교수(생명과학) 연구팀은 생물의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신호 전달 체계에서 특정 단백질이 핵심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생물의 기억은 크게 1∼2시간 지속되는 단기기억과 반복 학습을 통해 24시간 이상 반영구적으로 저장되는 장기기억으로 나뉘며, 장기기억 형성에는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발현이 필수적이다.

강 교수 연구팀은 외부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 체계에서 시냅스에 존재하는 `CAMAP'라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 단백질이 학습 신호를 세포의 핵으로 전달한 뒤 장기기억에 필요한 단백질로 합성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작년 3월 장기기억에 필요한 단백질을 발견해 해외 학술 저널에 발표한 바 있지만 외부 자극 신호를 시냅스에서 세포 핵으로 전달해 단백질 합성과 유전자 발현을 이끌어내는 단백질이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연구에 주력해왔다.

연구팀은 `군소'(바다달팽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세포들을 결합하는 `접착 단백질'의 일종인 `CAMAP'가 시냅스에서 핵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또 핵 속에서 다른 단백질 `CREB'와 합쳐져 장기기억에 필요한 `전사인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바다달팽이의 꼬리를 반복해서 자극하면 반응 작용이 향상되며, 이와 같은 현상이 고등동물에게서도 유사하게 일어나는 점으로 미뤄 사람 역시 영어 단어를 반복해서 들으면 오래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로써 `외부자극→시냅스→세포 핵→장기기억 단백질 생성 및 유전자 발현'이라는 신호 전달 메커니즘에서 연결 고리 구실을 하는 단백질의 성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CAMAP'과 같은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전사인자들의 기능과 신호 전달 네트워크를 연구하면 장기적으로 인간의 기억을 제어하거나 치매ㆍ건망증 등 기억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처는 이번 연구가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인 뇌기능활용및뇌질환치료 기술개발연구사업단과 해양수산부 해양극한생물분자유전체연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교내 생명과학부 교수 2명의 `프리프린트' 검증을 거쳐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 `셀(Cell)' 5월호에 게재된다고 전했다.

zheng@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 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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