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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7.13 유럽, 근로시간 단축제 재검토: '여가형'에서 다시 '근로형'으로?

유럽, 근로시간 단축제 재검토: '여가형'에서 다시 '근로형'으로?

[편집자 註] 7월 1일을 기점으로 한국도 주5일 근무제의 본격시행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근로형'중심의 사회가 '여가형'사회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다며 삶의 질 향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담론이 오고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보다 훨씬 앞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며 근로시간을 과감하게 단축한 독일이나 프랑스는 경쟁력 약화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들어 해당제도에 대한 재검토 방안을 심각하게 추진 중이다.


한국보다 훨씬 앞서 주5일 근무제 및 근로시간 단축제를 실시한 유럽이 해당제도에 대한 심각한 재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프랑스나 독일 등 일부 선진유럽국의 경우 주당 35근무시간제를 도입하며 실업률 해소 및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등을 꾀했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들어 점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재 지난 2000년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주당 40시간의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인 프랑스는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인해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근로시간 연장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기업인 지멘스도 일부공장의 근로시간을 기존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키로 2주전 노조와 합의하였다. 소위 글로벌 경제시대에 접어들며 더 일하지 않고선 밀려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한편 영국의 경우, 근로자 전체인구의 1/5이상이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주당 48시간 미만 근로조항과는 상관없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2002년 보고서기준)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력으로 무장된 아시아와 신규 EU회원국들과의 경쟁력에서 더욱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 근로문화 행태에 대한 심각한 재검토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유럽인들은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으로 실업률이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며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GIER)의 클라우스 F. 지머만 소장은 "미국이 근로형 사회(a work society)를 만들었다면 유럽은 여가형 사회(a leisure society)를 만든 셈이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유럽식 모델은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며 이를 재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유럽의 근로철학의 핵심은 '더 적게 일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였다. 근로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양보다 질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 결과 유럽인들의 평균근로시간은 미국인들과 비교해 한 해 10%정도 더 적게 일하게 되었고 독일의 경우 약 18%정도 더 적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에 더 중점을 두는 유럽인들에게 있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란 논리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이제 4시만 되면 퇴근행렬이 이어지고 여름철 한 달이나 휴가를 보내는 '근로자의 낙원'이 유럽에서 실현된 것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유럽인들은 살기 위해 일하고 미국인들은 일하기 위해 산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같은 사회적 통념을 지멘스가 뒤집고 나섰다. 지멘스社는 무선 및 휴대폰 제조공장을 헝가리에 이전시키겠다는 위협을 가하며 독일 근로자들의 위기의식을 조장시켰다. 실재 공장이 이전될 경우 독일에선 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데 10.3%의 실업률을 겪고 있는 독일에게 이것은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멘스의 페테르 고탈 대변인은 "노동비용 절감차원에서 이전 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고 있는데 주당 35시간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되는 시점이 온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주당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확대조정키로 합의한 지멘스 본사와 노조측은 해당 계약을 통해 크리스마스와 하계휴가비용으로 지불되던 연말 보너스도 삭제키로 했다. 물론 해당 계약이 지멘스 본사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조립공장에서도 해당안이 검토되는 등 확대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시간 늘리기' 바람은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 바바리아州의 경우 해당 공무원들의 근로시간은 기존 40시간에서 42시간으로 늘리기로 결정했으며 슈뢰더 총리는 연방기준 근로시간을 기존 38.5시간에서 40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의 경우 근로시간의 확대방안이 추진되는 주원인은 점점 줄어드는 稅收와 더욱 불어나고 있는 예산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주당 35시간의 근로시간제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면서 현 근로시간 시스템의 재검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긍정적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이는 오히려 경제성장에 제동을 거는 제도이며 전반적으로 고용시장의 발목도 잡게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참고자료
"Europe Reluctantly Deciding It Has Less Time for Time Off," New York Times, July 7, 2004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