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別報告書】'어설픈 제국' 미국...니알 퍼거슨

[편집자 註] 911 테러 이후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환경 자체가 일대 개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전후 세계 정치 질서를 구속해 왔던 진영론이 자취를 잃은 상황에서 이제 테러 對 반테러 전쟁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동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가지 제기되는 쟁점은 바로 세계의 유일무이한 헤게모니 국가 미국의 향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미국마저 테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실정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니알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 대학 교수 겸 후버 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현대의 제국' 미국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는 이미 국내 번역된 '현금의 지배'(원제: The Cash Nexus)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그리고 최근 '미 제국의 대가'(Colossus: The Price of America's Empire)라는 저서를 통해 '신제국주의' 미국의 역할과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바 있다. 이하에서 소개하는 글은 미국의 보수적 연구단체 후버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Hoover Digest: 2004-No. 3(Summer Issue)에 실린 글이다. 원제는 "The Reluctant Empire"다.

여기서도 퍼거슨은 과거 영국과 달리 현대의 제국, 특히 '자유 제국'(liberal empire)으로서의 미국의 자취와 미래 행보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현대의 각종 지역 분쟁 과정에서 미국이 처한 곤경에 주목하면서, 미국의 약점 세가지, 즉 △ 경제적 약점 △ 인력의 부족 △ 주의력의 부족 등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고립이나 일방주의를 거부하고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논의는 자유 제국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신념과 더불어 미국 외 다른 대안의 부재라는 현실 인식에 역시 기반하고 있다. 즉 미국이 자유 제국으로 효율적으로 역할하기 위한 해법인 셈이다.




1.핀커튼과 슈와제네거

오늘날 미국은 특별한 종류의 제국이다. 매우 부유하며 무적의 군대를 지니고 있다. 문화적 영향 또한 대단하다. 4년 동안 미국은 발칸, 중앙아시아, 중동의 세 국가에 군사적 개입을 행하였다. 현재도 미국 군대는 코소보, 카불, 키르쿠크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미국의 침공은 군사적 점령과 정치 체제 변화로 이어졌고, 국가건설 수준의 제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제국과 비교할 때 미국은 종종 자신의 의지를 자국영역 밖으로 확대하는 것을 꺼려 했다. 그리고 미국의 제도를 외국에 이식하려는 시도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많은 측면에서 미국은 과거 영국의 헤게모니와 같은 야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영국의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건립되었지만 미국 역시 그 특성을 물려받고 있다. 휘그(Whig)당원의 용어를 빌리자면, 자신을 자유의 제국(empire of liberty)으로 규정하면서 애숭이 공화당원이 북미 대륙의 식민지화에 참여하였던 것이다. 독립적인 미국인들은 영국인에게 당했던 것보다 더 무자비하게 원주민들을 약탈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해외로 확대하려고 하면서 영국 제국과 미국 제국 사이의 차이는 분명해졌다. 1898년 이후 미국의 공공연한 제국주의 실험의 결과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혼합되어 있다. 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는 불행하게 끝났고 하와이와 푸에르토리코는 예외였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등장하는 변덕스러운 핀커튼 대위처럼 미국의 대외간섭은 3단계로 이루어졌다. 열렬했던 1막, 부재의 2막, 고뇌에 찬 3막이다.

미국이 反제국주의자의 역할을 선언했을 때에만(2차대전 때는 영국에 대해, 냉전기에는 소련에 대해) 미국인들은 제국주의의 역할을 은밀히 수행할 수 있었다. 그 때에도 미국의 힘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휴전이 이뤄졌고 베트남에서는 패배하였다. 모순적 태도로 인하여 중동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은 타격을 입었다. 1990년대 해외에서 참사가 이어졌고 2001년에는 본토에 대한 테러를 겪었다. 물론 이는 보다 공격적인 외교정책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불붙였지만,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하며 완화된 형태를 취해야 했다.

지난 2세기 동안 미국은 많은 국가를 침공하고 점령하였다. 그러나 정치, 경제적 제도로 볼 때 이들 중 미국을 닮아 간 국가는 거의 없다.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사정이 나아질 것인가? 그리고 미안마, 짐바브웨 뿐 아니라 2002년 5월 불량국가 리스트에 추가된 쿠바, 리비아, 시리아는 물론이고 악의 축인 이란과 북한을 다루기 위해 부시는 그가 생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가?

현재 영국과 폴란드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라크의 질서를 회복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3주 전쟁'의 허세를 부린 이후 미국은 연합군 임시행정처를 위해 유엔의 도움을 청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음을 느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권력을 새로 선출되는 이라크 정부에 빠르게 이양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중동에서 미국의 힘은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부시가 2003년 6월 중동지역을 방문했을 때, 후세인 정권의 전복은 중동평화의 교착상태를 제거하고, 이스라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이란과 시리아에 보낼 수 있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미국의 로드맵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해 가을 아라파트 의장은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자신의 통치를 재천명했고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 주변에 베를린 장벽과 같은 것을 쌓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테러리스트들의 타겟이 되었다. 동시에 알 카에다는 미국이 보호한다고 약속한 한 아랍의 독재자, 사우드(Saud) 왕가를 공격하였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별 진척을 보지 못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생화학 무기에 대한 연구는 동아시아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02년 12월 북한은 핵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1994년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유엔 감시단을 추방하였다. 2003년 10월 북한 외무부 대변인은 핵무기를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위협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었는가? 북한은 半기아 상태로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임에도 미국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북한의 독재자는 미국에 불가침 조약을 요구하면서 미국을 우롱하고 있다.

미국은 라이베리아에 소규모 군대를 파견하는데 있어서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입에 대한 여러 차례의 요청이 있은 뒤 2003년 8월 4,500명의 병력을 실은 세 척의 배가 라이베리아로 보내졌다. 모두 225명이 육지에 올랐는데 이중 50명은 말라리아 걸렸다. 2개월 후 미국인들은 모두 사라졌다.

어설픈 아프리카 모험은 미국의 힘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경제적으로 보나, 군사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오늘날 미국보다 더 강력했던 제국을 찾기 어렵다. 최근 외교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겪은 어려움이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힘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힘의 개념을 다른 것, 즉 부나 무기와 그 외 연성 권력(soft power) 등과 혼동하고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고도 힘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것이 현재 미국이 빠져 있는 곤경인 것이다.

2003년 10월 영화배우 아놀드 슈와제너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된 것은 미국의 힘의 특성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최근 영화 터미네이터3에서 슈와제네거는 인류 구원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어린 소년을 보호하도록 프로그램된 파괴되지 않는 로버트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는 많은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터미네이터의 운영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다. 미래의 구원자를 구제하는 대신 그를 죽이는 것으로 끝난다. 그의 오리지날 프로그램이 이 모순된 명령에 저항하면서 '정지'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번쩍이며 그를 파괴한다.

세 가지 측면에서 터미네이터는 미국의 힘에 대한 완벽한 메타포(metaphor)가 된다. 터미네이터는 젊은 남자의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슈와제네거의 나이는 56세이다. 실제 사람들은 나이를 먹기 마련이지만 슈와제너거가 영원히 '미스터 유니버스'로 남아있는 것은 한 세대 전부가 늙지 않는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단지 유일하다는 점에서 매우 미국적인 영웅상이 된다. 그는 미국의 국가건설 작업을 제약하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가 임무를 완수하기 이전 '중지'라는 단어가 그의 머리 속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터미네이터는 미국의 힘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외형적으로 아놀드 슈와제너거는 의심의 여지없는 큰 인물이다. 이보다 더 강하고 큰 몸을 가진 사람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의 몸은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는 왜 미국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강하지 못한가를 설명하는 세 가지 결함을 함축하고 있다

2. 세 가지 약점

미국 제국주의는 왜 과거 영국에 비해 힘이 부족한가를 설명하는 세 가지 약점이 있다. 이는 △ 경제적 약점 △ 인력의 부족,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으로 △ 주의력의 부족(attention deficit)이다.

1985년 이후 미국은 순채권국에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하였다. 미국의 순부채는 이제 미국 GDP의 1/4 수준에 이른다. 미국의 해외자본 의존은 외줄타기와 같은 행동이다. 외국인들의 기대가 바뀐다면 환율과 채권가격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미국 경제를 위협하게 된다.

미국의 인력 부족도 문제이다. 전투부대의 부족은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인구가 200만 이상으로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의 14배이다.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점령군의 숫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들의 의견이 옳았다. 미국이 이라크에 파견한 군대의 규모는 1920년 영국과 비슷한 규모이다. 그러나 당시 인구 숫자는 훨씬 적었다. 영국군 한 명 당 20명의 이라크인을 관리했다면 현재 미군 한 명은 160명의 이라크인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 가지 문제 중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세 번째, 즉 주의력의 부족이다. 이는 미국의 정치시스템에 내재된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의 성급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시스템적 문제이다. 정치적 프로세스가 장기적인 리더쉽에 방해가 된다.

은퇴한 장성 안쏘니 지니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안정적 세상이 살기 좋다고 우리는 믿어야 한다. 당신이 정책을 가지고 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면 미국은 세상을 더 크게 바꾸어 놓았을 것이다. 조기에 개입해서 더 강하게 싸웠을 것이다." 군인은 생각하기 쉬운 전략이나 정치가에는 그렇지 않다.

첫 4년의 임기를 맡은 대통령은 재선과 관련된 이슈가 나타나기 이전에 2년 반 정도 일을 할 수 있다. 의회도 중간 선거를 의식하게 된다. 미국의 정치는 세 가지 층위(국가, 주, 지방)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아마추어 정치가 무리가 기존의 정치가를 비난했던 2003년 여름 캘리포니아인들은 바그다드의 국가건설 문제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연방정부의 관료들도 동일체라고 보기 어렵다. 부서간 경쟁이 대부분 인간 기관의 규범이다. 그러나 2003년은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국방부, 국무성, 재무성 사이의 협력이 완전히 부재했던 시기이다. 이는 빌헬름 독일 시기의 합의제(polycracy)를 연상시킨다.

물론 대통령이란 자리는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은 전체적인 책임의식 아래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 많은 미국의 해외 개입이 간헐적이고 외교적 수완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너무 성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카이저(keiser)와 다르게 미국은 새로운 영토에 대한 관심을 부인한다. 미국의 점령은 일시적인 것이다. 점령이라고 간주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밖에서 미국 제국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교육받은 유럽인의 눈에도 미국은 제국주의적이다. 그러나 1960년에 한 신학자가 지적했듯이, 미국인들은 광적으로 자신들이 제국주의 행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제국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답은 예스이다. 성공적인 제국은 강제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지배자는 물론 지배당하는 자에게도 경제적 이득이 존재했다. 토착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얻으려면 이러한 배당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제국주의를 부정하는데 있어 문제는 다른 국가에 개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두 가지 실수를 범할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프로젝트의 비군사적 측면에 불충분한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둘째 더욱 심각한 것으로 비현실적으로 짧은 시간에 정치경제체제를 전환시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라크 민주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만 주둔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인들은 의도하지 못한 사이에 지역주민들의 협력 의지를 꺾어놓은 것이다. 만약 미국 주도에 찬성한다고 해도 미국인이 바로 떠나버리면 협력하고 싶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발칸반도에서도 미국인이 남아 있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는 장성이 있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속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하이티, 쿠바, 베트남 등 최악의 실패는 모두 비군사적 목적에 자원을 충분히 배분하지 못했다는 점과 시야가 너무 짧았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발칸반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3. 고립과 그 위험

오늘날 질병이나, 기후변화, 물부족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테러리즘, 핵확산과 같은 초국가적 위협으로 인하여 국가간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방주의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 동맹을 요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에 비해 더 지루한 것이다. 그러나 단일 전략은 승리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 성공적인 전범 기소는 다자간 제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 '명예로운 고립'이라고 불렀던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대영국제국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국가들의 힘을 필요로 했다. 2차세계대전과 냉전 이후 미국의 성공은 한 때 미국의 힘을 제한했던 그러나 미국에 힘을 실어주는 국제기구의 확산과 연관이 있다.

평화유지의 문제를 살펴보자. 외국의 도움이 없다면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효과적으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군사가 평화유지를 위해 훈련받은 것도 아니고 그들의 입맛에 맛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자국 군대가 저강도분쟁의 위험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 특히 상대적으로 원조예산이 관대하고 대규모 징집병이 있는 유럽 등과 평화유지의 부담을 나누어 지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의 위협도 사라진 현재 평화유지를 선언한 유럽의 군인들이 그 외 존재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결국 모든 제국들은 어느 정도 재력에 의존한다. 법치확립을 위한 투자가 없다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르크의 경제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저강도 분쟁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유럽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고립과 마찬가지로 일방주의는 결국 좋은 것이 못된다. 이는 제국의 현실적인 옵션이 되지 못한다.

물론 강대국간의 협력은 깨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경쟁 떄문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넘어 행동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내부 문제로 인하여 외부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지는 것이다.

4. 터미네이터

세계화의 패러독스는 세계가 통합되어 갈수록 힘이 더욱 분산된다는 점이다. 국제자본주의의 동학 덕분에 빈곤국가들도 과거에 비해 부유해졌다. 민주주의의 확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도 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과거 부, 정치력, 지식에 의존했던 독점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파괴수단들이 확산되면서 폭력에 대한 힘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힘은 단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부가 아니다. 오히려 힘이 있으면 시장 가격 이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힘을 국경 밖으로 확산하려는 제국의 경우 힘은 지배수단에도 의존하지만 피지배자의 동의에도 의존한다. 그러나 힘은 공유하면 약해진다. 한 국가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다른 국가는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장 힘이 강해진다.

미국은 군사적 대립에서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대를 파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포함하여 원한다면 파괴되지 않을 체제가 없다. 이러한 전쟁은 한국을 폐허로 만들 것이다.

2003년 가을 부시대통령은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며 중동이 향후 미국정책의 초점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사기를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재건이 달성되기 이전에 철수하라는 국내외 정치적 압력에 미국이 굴복한다고 해도 놀라울 것은 없다. 미국 터미네이터가 '나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선언했을 때 미국의 힘의 한계는 이미 모두 공개된 것이다.

5. 자유 제국

유럽의 비판자들과 다르게 나는 효율적인 자유 제국의 필요성을 믿고 있으며 미국이 가장 강력한 후보하고 생각한다. 경제적 세계화는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과 인도의 일인당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은 세계의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법적 제도가 미미하고 부패가 만연되어 주민들이 번영의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지역도 많다.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원하고 세계질서를 해치는 국가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100년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경제적 세계화는 정치적인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미국은 자유 제국의 역할을 수행할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타적인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럴 능력을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구조, 사회구조, 정치적 문화가 바귀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자유 제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제국주의의 부인이 가지는 위험을 지적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제국주의를 선언해햐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미국의 위치를 어떻게 지칭하든(헤게모니, 리더쉽, 지배 등등) 미국은 과거 영국과 현재 미국 사이의 기능적 동질성을 인식해야 하며 영국보다 일을 더 잘 수행해야 한다. 과거 제국의 역사에 대한 학습을 통해 미국인은 자만이 아닌 겸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미국이 현재 세계를 활보하고 있지만 지배력이라는 것이 영원하지 않고 순간적이라는 블레어 총리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힘이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미국인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