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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역사

2016. 10. 31. 04:03 from Lectura




 - 2016.10, 현웅 지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은 무엇인가? 깨달은 후에도 속세에 남아서 세상사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를 설명하는 불교철학에 대한 책이다.   깨달음(Bodhi)이란 ‘연기와 공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한다. 즉 모든 만물은 실재가 없으며 오로지 서로간의 관계에 의해서 존재하며,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사상이다.

불교의 핵심사상을 신비화하지 않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태도는 불교에 대한 접근을 훨씬 쉽게 만들어준다. 깨달음이라는 것이 깊은 산속에서 면벽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사유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역사(Sattva)란 중생이란 의미인데, 깨닫지 못한 모든 사람 및 동물의 삶을 나타낸다.  

보적 동자: 저희 동료들이 이미 보리(올바른 시각)를 구하겠다는 마음을 내었는데 그런 다음엔 어떻게 해야 ‘불국토청정’을 성취할 수 있으며, 그러한 ‘청정정토’를 구현하는 보살의 실천은 어떠합니까?
부처님: ‘불국토’란 바로 뭇 삶의 세계(중생계)를 뜩하는데, 이러한 불국토를 허공과 같은 초월적인 곳에 건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보살은 우리의 뭇 삶 속에서 정토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며, 바른 마음, 깊은 마음, 6바라밀, 각가지 방편, 자비와 희사, 8정도를 비롯한 37가지의 실천수행, 열 가지의 선한 행위 등이야말로 정토를 건설해 가는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깨닫고 나서 그 깨달음에 머무르는 것이 소승불교라면, 개인적인 깨달음을 역사에 적용하는 것이 대승불교이다. 깨달음에다 자비와 원력을 덧붙인 사람을 보살(Bhodisattva)라고 하는데, 보살의 역사적 의지는 ‘환상과 같은 자비’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보살은 그가 이룩하고자 하는 정토조차도 공인 줄 알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수:우리는 이 중생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유마: 중생(뭇 삶)의 존재란 환상적인 것이다. 마치 수면에 비친 달처럼, 거울에 나타난 모습처럼, 타오르는 불꽃처럼, 메아리처럼, 구름처럼…(중략) 그렇게 이 세계를 보아야 할 것이다.
문수: 그렇다면 자비니 실천이니 하는 것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으며 어떤 형태로 실천될 수 있는 것인가?
유마: 불교에서의 자비와 실천이란 이 세계가 환상적임을 일러 주어 깨닫게 해 주는 것을 뜻하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비의 실천이다. 
문수: 그러면 근심해 주고 안타까워 도와주는 우리의 실천은 어떠한가?
유마: 그건 우리의 실천을 모든 삶들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문수: 실천적 기쁨과 긍지는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유마: 역사적 성취에 후회 없이 기뻐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문수: 아낌없이 베푸는 헌신적인 희생정신은?
유마: 남을 돋는 행위에서 어떤 보답이나 자신에게 돌아올 어떤것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바가바드 기타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바가바드 기타 4장 14~15절
 나는 어떤 행위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나는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행위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행위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다.
 이 진리를 깨달은 이들은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대도 고대의 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대의 일을 계속 해 나가라.
 행위에 종속됨 없이 그대의 의무를 수행하라.
 
불교를 철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실존주의 철학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형이상학적인 논의를 배격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신이나 도덕 혹은 제일자와 같은 인간에 앞서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라는 것이다.

어쩌면 불교는 2600년을 앞선 실존주의 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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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