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재편 탄력받나' 촉각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통신시장의 재편 논의가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LG그룹이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 `신 3강체제 구축론'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윤 사장의 퇴진 이후 하나로텔레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매각작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 통신시장 재편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윤창번 사장 사임배경=윤창번 사장은 11일 주요 주주들이 참석하는 프리보드 미팅을 통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 사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이번 사의 표명은 사실상 경질에 의한 중도하차로 해석된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표면적인 원인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뉴브리지ㆍAIG 등 외국인 대주주들과의 갈등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외국인 대주주들이 2분기 실적악화를 빌미로 다시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압박했지만, 윤 사장은 직원조회를 통해 `구조조정은 없다'고 맞서면서 대주주와 윤 사장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
하지만 외국인 대주주와 윤 사장이 갈등을 빚은 구조조정 필요성의 본질적 배경은 무엇보다도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올들어 하나로텔레콤이 실적악화 및 주가하락에 시달리면서 윤 사장의 중도 퇴임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상태다.
하나로텔레콤은 데이콤과 파워콤에 맞대응하기 위해 하나포스 광랜을 적극 보급하고 마케팅 지출이 늘어나면서 2분기에 2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파워콤이 9월부터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윤 사장 취임 당시 3500원대였던 주가는 올들어 23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현재 2700대로 다소 회복한 주가가 하반기에 실적악화로 더욱 떨어질 경우,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대주주입장에서는 매각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윤 사장의 주도로 47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두루넷이 파워콤의 진입 등으로 가입자 유지를 위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점도 윤 사장의 중도퇴임을 촉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외국인 대주주들이 하반기에도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윤 사장 경질과 구조조정'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하나로텔레콤, 어떻게 운영될까=하나로텔레콤은 윤 사장의 중도 퇴임에 따라 당분간 권순엽 수석부사장의 대행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사장을 제외하곤 사내임원중 등기 이사가 없어 일단 비상임 이사인 데이비드 영 AIG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집행이사가 대표이사직을 승계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대주주측이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내정한 권 부사장이 이끌 예정이다.
신임 CEO 선임은 아무리 빨라도 10월말이나 11월초에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등기이사를 선임하고 이후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신임 CEO는 하나로텔레콤 외국인 대주주들의 매각의지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에서는 그동안 SK텔레콤을 겨냥한 윤 사장 카드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최근들어 LG그룹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만큼 국내에서 CEO를 영입할 경우 매각대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중립적인 인물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측이 대표이사 권한대행으로 내정한 권순엽 부사장, 박병무 뉴브리지캐피털코리아 사장 등이 유력한 신임 CEO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CEO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새로운 CEO 선임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윤 사장이 그동안 영입했던 임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노조의 반발도 우려돼 하나로텔레콤은 한동안 적지 않은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시장 재편논의 가열=현재 통신시장에서는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진대제 정통부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남중수 KT 사장 내정자 등을 잇따라 만나는 등 LG그룹이 LG텔레콤ㆍ데이콤ㆍ파워콤 등 이른바 3콤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신 3강체계 구축'을 위한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재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KT와 SK텔레콤도 유무선통합 및 방송통신융합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시장구조와 관련한 전략들을 암중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로텔레콤 외국인 대주주들이 윤 사장 경질을 통해 사실상 구조조정에 이은 매각작업을 본격화 할 것을 시사함에 따라 향후 통신시장의 재편 논의는 더욱 활기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의 외국인 대주주측은 우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매물가치를 상승시킨 이 후, SK텔레콤 뿐 아니라 LG그룹 등 다수의 인수그룹을 대상으로 매각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하나로텔레콤이 이미 오랫동안 시장에서 M&A대상 기업이었고, SK텔레콤과 LG그룹이 성급히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하나로텔레콤 외국인 대주주들이 향후 추진할 매각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통신시장 재편을 촉발할 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정렬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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