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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11 [책읽고정리하기] 근대세계체제1

잘사는 나라는 왜 잘살고 못사는 나라는 왜 못살까? 이 의문때문에 나는 거시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추천 텍스트북까지 읽어보았지만, 결론적으로 현재의 경제학에서는 이 답을 찾지 못했다는 고백만을 들어야 했다. 현재 거시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발전된 국가들의 자본축척 속도의 차이나 인적자원의 우수함 등의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하려하지만, 현실 데이타와 일치하는 이론 체계를 성립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홍기빈씨도 주장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분석단위를 국가로 한정짓고 국가 내부적인 요인들의 차이점만을 찾으려고 하는 만일 똑같은 주제를 우리나라에 대입시켜 서울과 지방의 발전이 이렇게 크게 차이나는 것의 원인을 각 지역 내부적인 요인으로만 분석하려고 든다면 어떤 결론이 도출될까?

이마뉴엘 월러스틴은 먼저 자신이 세계체제를 연구하게된 이유에 대해서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한다. 국가나 정당과 같은 개별 집단을 연구하는데에서 오는 한계를 이야기 하면서 그와 같은 한계때문에 자신이 세계체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즉, 국가나 정당과 같은 개별집단의 관점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이와 같은 집단이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때 어디까지가 집단 자체적인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분석 단위인 집단 외부에서 오는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때문에 사회과학 연구는 '어느정도' 자기 완결적인 체제에 대한 연구가 되어야 하고 이는 세계체제가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상 진정한 세계 체제는 두가지 뿐이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제국, 다른 하나는 '세계경제' 이다.
고대에서 중세까지는 경제적으로 통합되지 않은체 지역적으로 폐쇄된 체제만을 이루거나, 결국 제국으로 이어지는 경제적인 통합 과정을 거쳤지만, 16세기 이후에와서는 제국으로 발전하지 않은 형태의 세계체제가 등장했고, 이는 결국 근대의 출발점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체제 개념의 특징을 몇가지 들어보면, 우선 핵심국가와 주변지역으로 나눌 수 있고, 경제적 생산활동의 결과물인 잉여가치는 주로 핵심국가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핵심국가와 주변지역 사이의 상대적인 격차로 나타나고, 이와 같은 격차는 세계체제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확대된다고 이야기한다. 핵심국가 자체는 변화할 수도 있고, 변화할 수 밖게 없지만, 세계체제내의 계층적 관계 자체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체제의 등장을 가능케한 것은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 체제의 등장을 들고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주장은 세계체제하에서의 자본주의가 그 비용은 정치체제에 전담시키면서 그 이윤은 개개인에게 불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현재의 정치,경제 체제가 불평등/불공평 하고 이는 개개인의 우열을 뛰어넘는 체제자체의 특성이라는 뜻이다.

광범위한 민의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조차 자국내의 경제 주체들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볼때 기존의 재미없는 사회/정치학자들의 이론에 비해 신선하게 들리고, 장막에 가려진 배후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마뉴엘 월러스틴의 저서는 분명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