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쇠망사 1권

2017. 7. 19. 15:32 from Lectura



- 2017.7.17, 에드워드 기번/윤수인, 김희용 옮김


이북으로 읽었기 때문에 형광펜 표시를 한 내용이 남아 있어서 언제부터 읽었는지를 알 수 있다. 확인해보니, 제일 처음 남긴 형광펜 표시는 2016년 12월 15일이었다. 지금이 7월 17일이니 대략 7개월에 걸쳐서 읽었는데, 책 읽는 즐거움 보다는 의무감이 책을 다 읽었던 원동력이었다. 글 읽는 재미는 초반부의 설명과 중반 이후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 부분이 그래도 좀 있었다. 짧은 제위의 황제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중간 부분은 읽고 나서도 머리에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황.


5현제 이후의 시대는 그야말로 노골적인 권력욕과 불안한 정치의 연속이었다. 거대해진 제국을 운영할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노골적인 욕망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지루함을 안겨 준다. 그 기간 많은 황제들이 제위에 올랐지만, 정작 올라가고 난 뒤에는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살해되거나 지존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졌다. 반복되는 유사한 사건의 홍수 속에서 왜 그들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수천년이 흐른 뒤 보이는 패턴들은, 사건의 한복판을 살아갔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 싶다.


그런 혼돈이 서기 285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등극과 함께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데, 이는 카이사르가 공화정이었던 로마의 정치체계를 황제 1인이 책임지는 제정으로 바꾸었던 만큼의 큰 변화와 함께 이루어진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도입한 것은 1인 책임제가 아니라, 거대한 제국은 4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이것을 각각2명의 황제와 2명의 부황제가 책임지는 형태이다. 2명의 황제는 황위에 오르면서 2명의 부황제를 지명하고, 2명의 황제가 유고하거나 퇴위시에는 지명된 2명의 부황제가 황제로 올라서는 형태이다. 제국의 권력구조가 이렇게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제국의 확대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지리적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기 위한 권력구조의 개편은 결국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의 분리를 가져오게 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구절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발생하게 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종교화 되면서 주교들이 권한을 확대해가는 과정에 대한 부분.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교회공동체의 기본적인 골격이 초기부터 이 상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에 맞추어서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 재미있었다. 


1권은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즉위를 설명하면서 끝나는데, 2권 부터는 황제별로 할애하는 내용이 늘어나면서 좀더 천천히 진행이 될듯 해서, 1권보다는 읽기에 재미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래서 조금 쉬면서 회복(?) 한 후에 읽기 시작할 듯 싶다. 6권을 10년 사이에는 읽겠지.


기억에 남는 구절들…


 - 63page, 로마 제국은 라틴어 권역과 그리스어 권역으로 나누어졌다.

 - 78page,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사회에서 사치는 악덕과 어리석음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시정해 주는 유일한 수단인 것 같다.

 - 264page, 지구상의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야만족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무기력한 나태함과 미래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379page, 로마 황제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불행했다. 그들의 행적이 어떠했든 그 운명은 모두가 동일했다. 평생 쾌락에 탐닉했든 덕스러웠든, 가혹했든 관대했든, 나태했든 영광스러웠든 불시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 459page, 오랫동안 일에 매달렸던 사람은 혼자서 지내는 습관을 붙이기가 힘드며, 권력을 상실한 후에는 할 일이 없는 것을 슬퍼하기 마련이다. 

 - 531page, 그리스도교인은 민족 종교에 대한 사소한 존경심의 표시조차도 악마에게 바치는 직접적인 경배의 표현인 동시에 신의 주권에 대한 반역이라고 생각했다. 

 - 593page,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의 차이는 간단명료한데, 고대의 정서로 볼 때 이 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즉 유대인은 한민족이지만, 그리스도교인은 하나의 종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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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