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의 공정위 과징금 기사와 함께 안좋은 소식이군요. KT도 미국의 AT&T 꼴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공공성과 수익성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목표이지만, 현재의 KT는 두 가지의 극단사이에서 곡예를 펼쳐야 하는 상황인가봅니다. 최근의 공정위 과징금 문제도 이런 측면의 증상이라고도 볼수 있을것 같은데.. 독점적인 시장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수익성의 압력에 직면했을때 이런형태의 담합유혹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기사에 따르자면 결국 정부에서 KT를 다시 제어하려는 형태가.. 공기업형태는 아닐것으로 보입니다. 연기금을 통한 주식매입으로 경영권에 참여한다는 것인데(주식 사놓으면 돈 되겠군요. ^^),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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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시장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연기금이 KT의 주식을 매입, KT 경영진의 성실한 공익 의무 이행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낙순 의원(열린우리당)은 14일 `KT 민영화 3년, 평가와 과제'라는 정책자료집을 통해 "KT의 단기수익 위주 경영 폐단은 지배구조에서 비롯되고 있어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한 공공성 확보를 모색해야 한다"며 "해외 선진국에서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공익성 확보장치로 활용했던 `특별주'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별주 행사 주체는 정부가 직접 행사하는 것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독립위원회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6월 진대제 정통부장관이 "KT의 지분 매입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발언 이후 나온 것으로, KT 민영화 이후 제 1기간통신사업자의 공익성 한계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에서 내부논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KT의 공익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적인 KT지분 매입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는 민영화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수익성과 공익성을 양 날개로 하는 연기금이 KT 주식을 매입하고 각 연기금이 적극적 주주행동을 통해 KT 경영진의 성실한 공익의무 이행을 유도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KT지분 매입에 활용 가능한 연기금으로 우체국예금자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등을 소개하고, 이들이 5∼15%의 지분매입 한도 내에서 상법, 증권거래법 등 관계 법령상 KT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민영 KT의 독점력을 완화하고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여 전체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내망 중립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필수설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KT의 시내전화부문 회계분리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자회사 형태의 법인 분리와 같은 구조분리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윤규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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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대도박 ‘우정성유신(郵政省維新)’ 성공 -‘개혁’ 사기술 대성공?-

지난 8월 8일에 있은 참의원 본회의에서 고이즈미 수상이 추진하던 ‘우정성민영화’ 관련 6개 법안이 기명투표로 실시한 결과, 찬성 108표, 반대 125표, 기권 8표로 부결됐다.

이 로써 고이즈미 수상은 약속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9.11’테러를 자행하니, 어이없게도 일본 국민들은 1인 3역을 한 멋진? 광대 고이즈미의 ‘우정성 민영화’라는 개혁 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말았다. 일본 판 ‘9.11’은 결국 고이즈미 수상의 완승으로 끝나버렸다.

17자로 이루어진 와카(和歌:일본의 단편 시)와 같은 짧은 선전문구로 선전선동에 매우 능한 고이즈미의 ‘개혁장사’가 우매한 일본 대중들에게 먹힌 꼴이니, 이는 대단한 일본의 불행이요, 인근 여러 나라에게도 불행을 알리는 완벽하고도 확신에 찬 첫 경고임이 될 것이다.


멋진 9.11 한판으로 자민당은 중의원 총선거에서 단독으로 모든 상임위원회의 과반과 위원장을 차지하는 전과를 올렸으며, 중의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안정 의석인 269석조차 가볍게 넘기는 296석을 확보했다. 이는 480명의 과반인 241석을 훌쩍 넘긴 것으로 고이즈미 정권 연장에 크게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자민당은 토오쿄오 24개 소선거구에서 23개소를 휩쓸었다.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했던 도시권에서조차 민주당을 제압한 것이다. 그러기에 8명 올려도 될 비례대표 수를 7명만 올려 전원 당선되고도 1석을덜 올려 사민당에 빼앗기는 겸손함? 조차 보여주었다.

연립정당인 공명당이 얻은 31석마저 합치면 연립여당은 개헌발의선인 3분의2 의석인 320석마저도 훨씬 넘는 327석을 획득, 평화헌법도 개헌할 수 있게 돼 버렸다. 하여튼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은 1990년 이래 실로 15년만의 경사라 자화자찬할 만하다.


각 당이 차지한 정당별 의석수는 다음과 같다. 자민당이 중의원 해산 전 237석에서 296석으로 크게 늘었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이 177석에서 113석으로 크게 줄었다. 공명당은 34석에서 31석, 공산당은 9석에서 9석으로 제자리, 사민당은 6석에서 7석,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중심의 신당은 5석을 얻었으며, 반란파 무소속은 13석, 순수무소속 및 기타 6석을 얻었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연 립 여 당

야 당

자민당

공명당

민주당

사민당

일본공산당

국민신당
(우정민영화
반대파)

일본신당

무 소 속

비고

해산전

9.11


9.11


9.11


9.11


9.11

9.11

9.11


9.11


합 계
480 석


237

296

34

31

177

113

6

7

9

9

4

1

12
(무소속연합 1인
포함)

19


+59

-3

-64

+1

0



+7




# 9.11중의원 결과 의석 분포도

고이즈미는 우정성과 도로공단의 민영화를 통한 재정건전화를 개혁이란 이름으로 선전하고, 외교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들어 집중공략 했다,

물 론 고이즈미의 특기대로 우정성을 수구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 국민들로 하여금 몰매를 맞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작전에 우정성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하고, 결국 민주당은 우정성과 같은 길을 가는 모습으로 비춰졌으니, 선거는 고이즈미의 예상대로 흘러간 느낌이다. ‘개혁 대 반 개혁’ , ‘수구세력 대 개혁세력’으로 몰고 간 고이즈미의 단순 명쾌한 선거 전략에 민주당이 완패당하고만 선거였다.

구태의연하게 지난 중의원 선거 때처럼 민주당은 ‘선거책자 돌리기’에 머물렀다. 물론 각 분야, 특히 매스컴조차 우경화 바람의 선봉에 선 탓으로도 돌릴 수 있지만, 민주당이 야당답지 않았던 점도 선거 패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이 제 일본의 고이즈미 정부에 야당이 ‘세계평화’와 ‘아시아 평화’를 위해 반기를 든다 해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헨징(奇人-고이즈미 수상의 별명)’은 가지게 됐다. 그야말로 일본 우경화의 완성을 이제는 큰 반대 없이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길이 뻥뻥 뚫리게 된 것이다. 아우토반보다 더 좋은 고속도로가 우익의 총수 고이즈미 앞에 깔리게 되었으니, 이제 일본이 갈 길은 뻔하지 않겠는가? 그깟 야스쿠니신사 쯤이야 이제 제집 드나들 듯 하게 될 것임은 너무나 훤히 예상되는 일이다.


고 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물론 미국의 매파와 함께 큰 도박을 벌일 거사자금? 확보에 올인하게 될 것이다. 그 길은 바로 일제침략 전처럼 고이즈미가 개혁을 팔아가면서 행하려는 ‘우정성 민영화’와 ‘도로공사 민영화’를 통한 ‘거사자금’의 확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이즈미가 여러 분야에서의 민영화를 통한 ‘재정확보’가 과연 일본 내 복제문제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고이즈미는 현 5%(90년대 초에 3%이던 것을 올림)인 소비세도 꾸준히 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노인들에 대한 복지정책과 의료비 부담 인상 등 복지 후생정책은 줄곧 후퇴하고 있음에서도 그가 말하는 ‘건전재정확보’가 과연 어디에 쓰여 질지 매우 걱정이다. 설마 자위대의 군대로의 전환과 맞물려 군사대국화와 UN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저개발국에 대한 떡값 확보 때문은 아닐 런지? 자금 확보 후 행해질 일본의 행보가 더욱 염려스럽다.

제2의 탈아입구론 -대미굴종외교의 대가로 아시아패권 확보-

1853 년 미국으로부터 검은 군함을 타고 온 페리로부터 큰 충격을 받고 이듬해인 54년 일본은 미국과 불평등조약을 맺으면서 개국의 길로 들어섰다. 아울러 일본은 개국파와 반대파들 간의 국내적 소용돌이 속에 1868년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고 본격적으로 서구 따라하기에 올인하게 된다. 당시 일본은 서구 선진국에 대해서는 모든 산업과 문화의 선생 국가로 모시고 모방하면서 그들의 침략정책에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메이지전후로 불기 시작한 자유민권 사상으로 타루이 토키치(樽井藤吉) 같은 인물은 ‘같은 문화 같은 인종인 중국과 조선의 힘을 얻어 서구 귀축들에 대항하자!(일명, ‘동문동종(同文同種)에 의한 서양세력 축출)’는 ‘대동합방론(大東合邦論)’을 들고 나왔지만, 이는 중국과 조선의 국력을 정확히 모르던 시절에 나온 ‘연대론(連帶論)’으로 그 후 중국이 서구제국의 총칼에 잠식당하는 것을 보고 무참히 깨졌다.

이후 중국은 잠자는 사자로 일본인들에게 인식되었다면, 조선은 중국에 사대하던 종이호랑이만도 못한 반개화국(후쿠자와 유키친의 표현)으로 인식되어, 어느덧 일본도 서구처럼 이들 미개국을 침략의 대상으로 바꿔야한다고 일본인들은 생각했다. 일본인들이 새로이 중국과 한국을 인식한 다음에 그들이 취한 행동은 오직 침략뿐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대만 한국의 식민지화는 물론 잠자는 사자로 인식 된 중국의 침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사상적 기초를 후쿠자와 유키치가 제공했으니, 그가 쓴 ‘탈아론(脫亞論)’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미개국인 아시아를 버리고 (일본은) 서구처럼 돼야한다.’는 논리다. 일명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으로 널리 알려진 주장이다.


고이즈미의 ‘우정성 민영화’란 대도박이 성공한 데는 일본 내 우익세력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합작에 의한 것이었다. 즉, 방송?언론 등 우익대변 매스컴과 학계, 경제계(케이단렌 등)의 공조에 의한 합작품이다. 반면 민주당은 자민당에 이슈를 선점 당함은 물론 구태의연한 ‘정책 책자에 의한 공략’뿐으로 국민들에게 고이즈미보다 더 개혁적인 자신들의 정책을 시청각으로 보여주질 못했다.


금번 중의원 선거를 보면 마치 메이지유신 때처럼 ‘존황양이(尊皇攘夷:천황을 받들어 모시면서 서양 오랑캐를 배척함)’를 기치로 천황제를 철저히 이용하던 시골무사(사쓰마, 쵸오슈) 출신들과 비슷함을 느낀다. 중국, 한국의 국력 신장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일본 판 ‘민족주의’를 부추 킴으로써 이 번 선거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한국, 중국의 민족주의 경향을 지속적으로 일본국민들에게 주입시키면서 우경화 일변도로 사회분위기를 몰아간 것이 승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그나마 일본 내 양심 세력이었던 사회당과 공산당이 몰락하고 말았으며, 이번 선거에서는 2003년 11월 중의원 선거에서 확보한 177석에서 무려 64석을 더 잃고 만 민주당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고이즈미 일당독재체제로 간다 해도 이젠 막을 방법이 정치적으로는 일본에서 없게 된 것이다. 양심적인 시민단체는 눈 씻고 찾기도 힘들게 됐으니, 메이지 유신기의 자유민권운동 때만도 못한 것 같다.


군국일본의 앞길은 제국일본의 부활

이 제 일본은 자민당 일당체제 굳히기로 나아갈 것이 뻔하다. 사지에서 돌아온 개선장군 고이즈미의 임기연장은 물론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군대로의 전환 등 일본 우익세력들이 꿈꿔오던 ‘보통국가’가 나카소네 수상의 이념대로 20여년이 지난 현재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로써 점점 군사 및 정치대국화 돼 가는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패권 다툼을 벌일 것이 명약관화함으로 근린제국과의 불협화음과 외교 분쟁은 더욱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지유신 때처럼 일당독재가 불러온 이웃 일본의 고이미즈미 체제를 보면서 가장 찹찹한 기분이 드는 나라는 바로 우리 한국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우경화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겪어온 우리로서는 토요토미시대의 재 도래라 판단하고 고이즈미정권에 대하여 철저히 대비하여야할 것이다.

일 본은 이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를 고이즈미라는 예측할 수 없는 우익인물에게 일본 국민들이 9.11테러로 위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라도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에 따라 중국을 공격할 수 있음은 물론 북한 문제를 빌미로 언제든 한반도로 뛰어들 태세를 착착 갖추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일본세력들에게 이제 거칠 것이 없게 됐다. 우리로서는 매우 불행한 일로 임진왜란과 일제시대에 버금가는 시간대에 한일관계는 놓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로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처해있다. 이럴 때 일수록 조선말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민족은 두 번 다시 외세에 짓밟히지 않도록 남한은 국론통일과 국력 강화에 힘쓰면서 남북관계도 진척 시켜 평화통일을 이뤄야할 중차대한 시기에 처해있다. 지금 우리 끼리 지역간 계층간 이념간 노사간 싸우면서 국론을 축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웃 일본, 고이즈미의 기세등등함을 의식하고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막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그 경고음을 고이즈미 자민당의 완승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임진왜란 1년 전 현소라는 일본 스님이 조선에 염탐 차 건너와 조선침략을 알리는 시(詩) 한수로 암시해주고 떠났듯이, 21세기 들어 일본은 테러와도 같은 9.11 중의원 선거로 일본 우익세력들은 그들의 분명한 뜻을 이웃 한국에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장팔현 박사는
일본 京都의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원에서
국제관계 석사과정과
문학연구과에서
한일고대사(칠지도, 우전팔번경 등 금석문)를
연구하고 귀국한
문학박사 입니다.
2005/09/12 [01:18] ⓒon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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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눈/폴 크루그먼]‘美집값 거품’ 그린스펀의 때늦은 경고

앨 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 심포지엄에서 ‘주택 가격의 거품 가능성’을 강도 높게 경고한 것은 상당히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소 잃고 난 뒤에 외양간을 고치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동안 재정 감독관 역할을 했던 그린스펀 의장은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 1기 행정부의 무책임한 감세 정책을 지원했다. 연방정부의 세입을 줄이라고 국회에 강권했고, 이후 연방정부의 부채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아마도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이 당시 국회에 잘못된 충고를 했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적자라는 재난에 대해 우리에게 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지금 그린스펀 의장은 주택 가격의 거품을 가지고 비슷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심포지엄에서 그는 집값이 비정상적이라고 ‘쉬운 영어’로 말하지 않았다. 어느 때건 그는 쉽게 말하는 법이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최근 경제상황을 강조한 뒤 그는 “이는 일정 부분 투자 위험에 대비한 추가 비용(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리스크 프리미엄이 오래 계속된 뒤에는 결말이 좋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말은 “집값 거품이 터질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그는 주택시장 거품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었다.

“국지적으로 투기 수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으로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격 왜곡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요즘 ‘거치식 모기지론의 유행과 새로운 방식의 변동이자율 모기지론의 도입으로 인한 금융계의 위험 부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변동이자율 모기지론의 장점을 크게 선전했었다.

그린스펀 의장이 2년 전에만 지금과 같은 경고를 했더라면 사람들은 더 적게 빚을 얻고 더 현명하게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러지 않았고, 지금은 이미 늦었다. 주택시장이 이미 정점에 달했거나 곧 그렇게 되리라는 여러 징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자가 거품의 여파를 다루게 될 것이다.

후폭풍은 얼마나 호되게 몰아칠 것인가. 미국 경제는 현재 한 쌍의 불균형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건축시장의 활황과 과소비를 촉진해 국내 소비를 증가시켰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엄청난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필자가 즐겨 하는 이야기로, 요즘 미국인들은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사고팔면서 먹고 살고 있다.

어찌됐건 두 가지 불균형은 결국 제거될 것이다. 그러나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다면, 특히 무역적자가 줄어들기 전에 집값 거품이 터진다면 미국은 경기후퇴를 겪게 될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아직도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미국 주택 경기의 진정은 개인 저축률의 증가와 수입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면 무역적자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부동산 불경기는 건축 및 서비스 산업에서 실업자를 양산해낼 터이나 무역적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미국 상품이 더 경쟁력을 갖게 돼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지 못한다면 실업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미국 경제는 험난한 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 정도는 그린스펀 의장의 실책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프린스턴대 교수

정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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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기자(cool@economy21.co.kr) 2005년 08월 22일
“모 두가 좋다고 할 때, 그때가 바로 천정이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꼭 그렇다. 한번도 쉬지 않고 가파르게 뛰어올랐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고 있다. 사상 최고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비관론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주가는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저물어간다.
주가 펀더멘털과 괴리, 미국발 악재 위험도…전문가들, “지나친 낙관론 금물”


광 복절 휴일 다음날이었던 8월16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1137.46까지 치솟았다. 1994년 11월18일의 최고 기록, 1138.75에 1.39포인트 모자라는 주가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가 돌파를 앞두고 시장에는 들뜬 기대와 조바심이 넘쳐났다. “확신이 필요하다”(대신증권)거나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대우증권),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것”(키움닷컴증권), “외국인이 주도하는 실적장세에 순응하라”(현대증권)는 등 자기최면을 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가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뒤 3일 연속 빠지면서 19일에는 1089.88까지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불안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기최면은 여전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부국증권), “후퇴는 있어도 후회는 없다”(미래에셋증권), “하락 추세 전환 아니다”(우리투자증권), “반등 시도 이어질 전망”(교보증권), “불안할수록 분명해지는 투자 척도”(한국투자증권) 등등. 돌아보면 우리는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가 천장을 찍고 떨어질 때 시장의 분위기는 늘 그랬다.


“기대 지나쳐…일단 1000까지 빠진다”


대 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유동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일단 1000까지는 빠진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2분기가 피크였습니다. 2분기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기대가 너무 높게 잡혀 있어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거라고 봅니다.”

기 업들 실적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만으로도 주가에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유 상무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판관비 증가가 거의 잡혀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익은 심지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거라고 잡혀 있다. 수출 전망도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 배당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아직은 ‘리레이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유 상무의 생각이다.

유 상무는 일단 1000까지 빠지는 걸 지켜보고 그때 가서 900으로 낮출 것인가 반등할 것인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900까지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이익을 실현하고 1000 언저리에서 다시 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1000에서는 더 빠져도 최대 10%의 손실밖에 안 보겠지만 지금은 위험이 너무 크다. 한동안 조정은 불가피하고 냉정하게 그런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적립식 펀드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그거 다 해봐야 2%도 안 됩니다. 주가가 빠질 때 받쳐주기는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주가가 계속 오를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얼마나 계속 사주느냐가 관건이죠. 지금은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도 이체방크의 스티브 마빈 상무도 유 상무 못지않은 비관론자다. 그는 일찌감치 올해 초부터 한국 시장에서 주식 비중을 낮추라고 경고해 왔다. 1월에는 ‘셀 코리아’라는 섬뜩한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서비스부문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 전망까지 어둡다는 것이었다. 마빈 상무는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7월 말에도 ‘붐의 해부, 분열의 예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을 문제 삼았다.

마빈 상무 역시 유동성이 좋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가가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KOSPI 주가는 2003년부터 미국의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국내에서는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쫓아갔다. 미국 경제와 한국 수출, 내수 사이클, 기업이익이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부터 GDP 성장률과 주식시장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기업이익의 움직임과도 엇갈렸다. 주가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동성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마빈 상무는 펀더멘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미국의 그린스펀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거품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매력적이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관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개인은 여전히 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외국인들이 떠나게 되면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미국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동반 몰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주가를 기차에 비유했다. “달리는 기차의 앞에 서지 마라. 그러나 우리는 그 기차의 연료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연료가 떨어진다면 그 기차는 멈출 것이다.”

비 관론자라면 모건스탠리증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 엔디 시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7월 말 ‘아직 진짜 바닥을 찍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은 이에 따른 타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에야 진짜 바닥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디 시에는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중국 경제가 위안화 절상 영향 등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 들어서면 한국 경제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한국의 예상 GDP를 3.8%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최소한 4.5%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며 “이는 현재 수출 하락 추세와 평균 이하의 내수 회복세를 감안할 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침체 국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 내수 회복 속도 지켜봐야



굳 이 비관론자가 아니라도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린다. 다만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 온통 낙관론에 쏠려 있었을 뿐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의식해 섣불리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몇 가지 전제조건을 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내수경기의 회복 속도다.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내수경기가 구조적인 불황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들의 6개월 뒤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홍 팀장은 지금 주가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주가수익비율로 따지면 9.5배 정도로 낮아 보이지만 EV/EVITDA(기업 가치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는 5.7배로 꽤 높은 수준이다. 흔히 EV/EVITDA는 6배를 넘어서면 오버슈팅, 4배를 밑돌면 언더슈팅이라고 하는데 지금 수준은 거의 오버슈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홍 팀장은 “지금 국면이 고점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과열 국면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거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끝장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과열 가능성을 지적한다. “올해 들어 KOSPI가 나스닥보다 25% 이상 더 올랐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동조화가 붕괴되면 3개월 정도는 추세가 유지되지만 결국은 더 크게 빠지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가까이 KOSPI가 나스닥을 앞질렀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찌감치 8월11일, ‘조정이 필요한 4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제유가와 환율, 미국 시장의 추가적인 조정 등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그때만 해도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던 무렵이었고 이 연구위원은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는 건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여전히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세계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선은 단기적인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브라질만 빼고 모두 주가가 크게 올랐죠. 바야흐로 세계적인 대세 상승 국면이라는 겁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미국 시장이 무너진다면 세계적으로 동반 몰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가 장 큰 걱정은 역시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모든 조건을 다 감안하더라도 외국인들이 팔기 시작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주가가 8월16일 천장을 찍고 내려온 이후 3일 동안 외국인들은 3천억원 이상 주식을 내다팔았다. 가뜩이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칫 주가 1000이 다시 무너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 등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국 시장의 소비 둔화가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업 실적이다. 수출이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거래소시장 532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1.63%나 줄었다. 무엇보다도 핵심 수출산업인 정보기술업종까지 부진을 면치 못해 우려를 더한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전기전자업종의 순이익은 62.4%나 급감했다.

증 권정보업체 Fn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목표주가를 합산해 계산한 종합주가지수 전망은 8월1일 기준으로 1168.65에 지나지 않는다. 목표주가에 이르더라도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기업 실적에 비해 지금 주가가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만 올리고 기업 실적은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실적은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목표주가만 높여 잡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서치센터 팀장은 “모두가 1200, 1400까지 이야기하는데 딱히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낙관론에 가세하기는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까지 흔들린다면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며 “쉽게 무너질 장은 아니지만 지나친 기대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지금 주가가 변곡점에 이르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나친 비관론에 빠질 이유도 없지만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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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기회” 낙관론도 팽팽

낙 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들은 오히려 조정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장밋빛 전망에는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논리가 서 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의 초입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매력적이다. 굳이 짧은 조정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이종우 한화증권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원래 대표적인 약세론자였다. 과거 몇 차례 대세 상승기에 그는 늘 신중론을 펼쳤고 시장은 그런 그를 냉대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았지만 시장은 늘 약세론보다는 강세론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시장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왔던 그가 강세론자로 돌아선 것은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그가 강세론을 외친 것은 1989년 리서치 생활을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오죽하면 본인도 적응이 잘 안 되고, 주변에서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7월부텁니다.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우리 경제가 구조개편을 끝내고 마침내 바닥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이 이사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먼저 유동성 자체를 부정한다. “적립식 펀드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거 한 달에 3천억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는 하루에 1조원씩 1주일 넘게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시가총액이 30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0조원이나 됩니다. 이런 시장에서 한 달에 3천억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유동성 장세는 83년 장영자 사건 때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경기 회복과 실적 전망이 뒷받침돼야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동안 주가가 계속 올랐습니다. 어떻게 유동성만으로 이렇게 오르겠습니까. 그만큼 경제의 펀더멘털이 받쳐줬다는 이야기죠. 과거 경험을 보면 시장은 늘 옳습니다. 오를만 하니까 오르는 겁니다.”

이 이사는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10%씩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성장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보이는 것일 뿐 성장의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소비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계 부채 문제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충격이 완화돼 가는 과정이다. 소비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고 머지않아 반전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거라고들 하는데 이거 3년 전부터 했던 이야깁니다. 부동산이 하드랜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예요. 2100 수준이면 과거 고점의 절반도 안 됩니다. 여기서 더 빠져봐야 얼마나 빠지겠습니까.” 그는 외국인들이 떠난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실현일 뿐 주가가 빠지면 다시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1050을 그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뿐만 아니라 낙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나기는 피해야겠지만 소나기와 장마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완전히 털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그가 보는 낙관론의 근거는 크게 다음 3가지다.

먼저 외국인들이 파는 종목이 한정돼 있다. 고점 이후 4일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3500억원 수준, 그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한국전력, 하나은행 등 4개 종목이 2888억원에 이른다. 각각 이익을 실현할 만한 개별적 사유가 있었고 딱히 포괄적인 시장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금 유입은 15주 연속 계속됐다. 하반기 실적 전망을 봐도 굳이 외국인들이 떠날 이유가 없다. 오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정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가 급등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99년의 경우 유가가 200% 이상 올랐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뛰어올랐다. 금리도 4.75%에서 6.50%까지 뛰어올랐지만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동력은 기업실적이고 미국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하반기에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재익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주가의 움직임을 ‘글로벌 밸류에이션 수렴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은 6.2배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 8.4배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는 결코 높지 않아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이처럼 주가수익비율이 세계적으로 상향 동조화하는 흐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의 조정을 장기 상승 추세에 수반되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 추세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80 언저리에서 하방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매물 소화과정일 뿐이며 오히려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입장이다.

허재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른바 ‘차이나 효과’에 주목한다. 중국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특히 소재 관련 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머징마켓의 지수는 이미 94년의 고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계속 오르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의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국제 유가나 금리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기존의 상승 논리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낙관론자들은 내수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4월부터 바닥을 치고 오르고 있고, 도소매판매도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수경기를 굳이 지난 2년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 팔아야 됩니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2년이 비정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내수는 이미 바닥을 쳤고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기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