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로버트 B. 라이시
이 아저씨의 책은 몇 가지 읽어보았지만, 읽기가 참 지루하다. 한두 페이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을, 수많은 사례를 나열하면서 몇 십 페이지로 만든것 아닌가 싶은 의심이 좀 들 정도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책 역시 상당히 지루한 편이다.
내용 요약을 해보자면, 과거 미국의 황금시절(1940 ~ 70) 엔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계획경제에 가깝게 생산과 가격을 통제했다. 이러한 통제의 결과 기업체들은 시장에서 적정한 마진을 챙길 수 있었고, 이렇게 얻어진 이윤을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재분배했으며 이를 통해 중산층의 증대라는 정치적 안정을 이룩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는 시장이 대량 생산 체제였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들어올 수 는 없었기 때문에 혁신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웠지만, 기존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율을 얻으면서 국가에 기여하는 등의 여유를 부릴 수가 있었다.
이러한 안정된 체제가 무너진 것은 군용기술쪽에서 유입된 신기술인데, 이런 신기술의 영향으로 거대기업은 세계화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국내 시장도 경쟁에 휩쓸리게 되었다. 황금 시절엔 소비자의 권익보다는 노동자의 권익이 보호되었지만, 이제 추세는 역전되어, 우리는 소비자, 투자자로서는 무척이나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노동운동은 약화되었고, 비정규직화 등으로 중산층은 붕괴되었다.
자본주의가 생산에 관계된 것이라면.. 민주주의는 생산을 통해 얻어진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정치는 거대 기업들과 그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개인의 권리를 어느때보다도 약해졌고, 시민으로서의 존재감은 정치영역에서 그 중요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대충 이러한 내용인데.. 미국의 황금기가 만들어진 기저에 대한 설명이 아주 그럴듯하게 와 닿았다. 역시나 미국의 황금기는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지구적인 경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계획경제에 가까운 국가 주도하에 이루어진 안정이었다는 사실. 중산층이 자라나고,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이 충분한 이윤을 확보해야지 이러한 양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
최근 윌러스틴 교수의 세계체제론을 읽고난 소감에 따르면 어쩌면 위와 같은 미국의 현상들은 단지 자본주의가 진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가 헤게모니를 쥐고 난 뒤 그 헤게모니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라이시는 미국의 황금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된 이유로 군사기술에서 유래한 기술발달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거대 기업들이 공급망을 전세계적인 규모로 확대한 기본 바탕이 컨테이너의 발명에 따른 물류혁명이고 장거리에서도 기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통신과 IT기술의 발달등을 들고 있는데, 이것은 도구적으로 경향을 가속화 시킨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애초에 이러한 경향을 만든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좀 미약한것 같다. 오히려 헤게모니가 쇠락함에 따라 자본가들이 노동력이 좀더 저렴한 곳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한다는 월러스틴의 설명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미국과 같은 헤게모니 국가는 어쨌든 이러한 황금기라도 지나왔지만, 우리나라 같이 세계체제에서 반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그 한계를 들어낸 금융중심의 신자유주의는 답이 아닌듯 싶지만.. 딱히 다른 답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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