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8, 제프리 밀러

진화론에 의거하여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발전하였고 적응하였는지는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쓴 현대인의 소비와 본능과의 관계!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몇 달 혹은 몇 일의 노동의 댓가를 바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사회적 지위를 위한 과소비에 대해서 인문학자적인 성찰을 했다면 제프리 밀러는 이 책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보여준다.

대다수 선진국 사회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자기과시 전략은 지능과 성격이 허락하는 한 돈을 많이 버는 정규직을 찾는 것과, 거기서 번 돈으로 브랜드 상품과 서비스를 정가를 다주고 구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주중에는 일하고,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쇼핑을 하며 보내게 된다.

우리는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도 구매를 한다. 몇 만원이면 살 수 있는 튼튼하고 저렴한 전자시계에 비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는 어떤 효용이 그렇게 많을까? 혹은 가죽 값을 훨씬 상회하는 여자들의 명품백은 과연 어떻 효용이 있을까? 말할 것도 없이 타인에게 그러한 제품을 보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메세지이다. 이와 같은 본능의 근원은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이어 받은 자신의 유전자를 보다 많이 퍼트리고자 하는 욕망이다.

공작새가 화려한 꼬리깃털을 자랑하듯, 사자가 멋진 갈기를 자랑하듯, 우리는 명품 시계와 보석과 비싼 자동차로 우리를 꾸미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숨어있다. 공작새와 사자는 자신들의 유전자가 발현된 신체적 특성인데 반해 우리는 소비사회의 마케터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소비하고 구매한다.

우리의 본능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소비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고, 이러한 간극은 바로 기업체의 마케터들에 의해 효용과는 거의 무관한 상품의 이미지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명품과 일반 소비재의 설명하기 어려운 가격차는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우리의 본능이 원하는 바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조절한다면 보다 합리적이면서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삶의 형태가 되리라는 것이 작가의 의견이다.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
  • 남자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자는 동성간의 경쟁의 일환으로 과시적인 소비를 한다. 이것은 침팬지 집단에서 암컷간의 위계에 따라 자원이 분배되는 사회구조에 따른 적응이다.
  • 소비자본주의는 매력적인 적응도 관련 형질들을 과시하는 자연적인 적응들을 우리가 잊도록 만듦으로써 살아남는다.인공 제품들이 이 형질들을 과시하는 일을 실제보다 훨씬 더 잘 하는 것처럼 믿도록 우리를 현혹시킨다.
  • 개인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5요인 :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정서 안정성
  • 이 중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성실성, 친화성, 안정성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개방성과 외향성은 사람에 따라 좋고 나쁨이 엇갈리는 특성이다.
  • 사회적 성공과 '일반 지능' 사이의 상관관계는 꽤 높은 편으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대학/대학원을 졸업하여 자신의 일반지능을 과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만, 교육기관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개방적인 논의가 어렵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