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11, 리오 휴버먼 / 김영배 옮김

부제가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이다. 그리고 제목은 ‘휴버먼의 자본론. 제목만 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하여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논한 공황에 대한 이론을 곁들여서 설명해 줄것 같은 책이다. 글쎄.. 그런 내용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걸 목적으로 씌여진 책은 아니다. 일단 책 자체가 씌여진게 1950년이니..

영문 제목을 살펴봐야 이 책의 정체가 드러난다. ‘The truth about socialism’. 그렇다! 이 책은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미국의 좌파 지식인이 쓴 책인 것이다. 그것도 1950년도에!

아마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책을 사보지 않았을 듯 싶지만, 어쨌든 낚였다. 그리고, 낚인 덕에 한입 삼킬 수 있었던 지렁이는... ‘사회주의' 에 대해서 보다 공평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

사회주의를 자세하게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사회주의 하면 떠오르는 말은.. 수정 자본주의? 실패한 공산주의 실험 대신에 북유럽 등지에서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데올로기이지만 80 ~ 90년대 신자유주의의 득세 아래에서 과도한 복지지출로 요즘은 그닥 회자되지 않는 뭐 그런 단어? 딱 이 정도가 내가 사회주의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인상이다.

책의 핵심을 대략 정리해 보자면..
- 자본주의는 그 내부적인 모순으로 인해 주기적인 공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 자본주의에서는 늘 공급에 비해 수요의 증가 속도가 느리고 이로 인해 과다 생산된 물품이 발생한다.
- 이런 문제점은 생산수단을 공유화하고 계획 경제를 도입함으로써 해결 할 수 있다.
- 이런 방법을 통해 현재와 같은 극도의 양극와 사회를 극복하고 자본가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하는, 따라서 계급이 사라진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공산주의는 혁명을 통하여 이런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이라면 사회주의는 현 사회체제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사상이다.

신자유주의가 잘 나가던 80 ~ 90 년대가 아니라 세계경제가 비틀 거리는 이런 때에 이 사회주의를 되돌아 보니 이거야 말로 자본주의를 대신할 경제체계가 아닌가 싶다. 월러스틴이 이야기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사회를 대체할 만한 사회일 수도 있다. 자본가들을 인정하더라도 세금을 통해서 과도하게 발생한 이익을 국가가 회수하고 이를 복지정책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면 되는 것 아닐까?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떠나서 결국 우리는 생산을 최대화하면서 분배를 보다 공평하게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비유해보자면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다는 것. 출력 높은 엔진은 갖추었지만 속도를 줄여야할 브레이크가 없으니 마구 달리다가 사고나고, 마구달리다가 사고나고가 반복된다. 여기에 브레이크, 즉 높은 세금을 통해 자본가들이 생산한 초과 불로소득을 어느 정도 회수한다면 경제 발전 속도는 좀 낮아지겠지만 대신 오늘날과 같은 공황은 사라지지 않겠지.

아마도 2050년쯤 나타날 바람직한 사회는 지금 처럼 자본가들도 있고, 노동자들도 있지만 소득불평등은 많이 완화된 사회. 능력이 있든 없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은 보장이 되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약간의 위험부담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회. 부자들은 노력해서 불로소득을 얻더라도 대부분을 세금으로 되돌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만족 하며 무리하게 자본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 사회. 가 아닐까 싶다.

사회주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추구하기가 참 만만치 않은 정책인듯 싶다. 극단적인 사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고, 현실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치밀하게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단기간에 걸쳐서는 효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정책이다.

결국 이런 사회를 현 체제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자본주의가 동작하는 이런 원리를 알고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을 지원해야하고, 단기간에 뭘 바라기 보다는 중장기 적인 거시적인 정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와...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독재를 통하지 않고 이런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 뿐인듯 싶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