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8,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미흠 지음 / 허익준 옮김
2008년 발생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중심으로 과거 공황 및 금융위기에 대해 연구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저자 중의 한명은 2008년 경제위기를 예언하여 단번에 유명세를 탄 누리엘 루비니 교수이다.
마침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에 따른 전세계적인 증시하락과 미국국채 투자등급 하락 소식에 따라 월요일에도 상당한 출럼거림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읽게 되어 현재 시점에서의 세계 경제상황과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서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공황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체계적이면서 깊이 있는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과거 학자들의 이론에서 공황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학파의 중심적인 주장을 잘 비교해주고 있고,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주 상세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거품의 형성과 폭락의 과정은 과거와 다소 다른점이 있다. 과거 철도나 기술주에 대한 광풍이 지나고 나서는 사회가 향후 몇십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남겨놓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거품은 단지 금융산업의 거래방식만 고도화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과거와 같은 향후 발전을 위한 기반 마련에 실패하였다.
비록,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위기는 넘겼지만, 채무조정 없는 진정한 회복은 어렵다는 것이 저자들의 관점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하고, 이런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파생된 세계 경제의 불균형도 여전하다. 이런 문제는 계속 유지될 수 없고 언젠가는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과거 1930년대 대공황에 대한 각 학파의 설명을 비교한 단원에서 일부를 정리하자면...
- 케인즈는 유효 수요가 부족할수 있다고 보았고 이런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흐름을 되돌리는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은 당시 혁명적으로 새로운 생각이었고, 이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 하이만 민스키는 케이스의 분석을 심화시켰다. 케인스의 분석은 자본주의경제에 근본적으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금융시스템은 기업가의 생명력을 투자에 대한 수요로 효과적으로 탈바꿈시키는데 필수적인데, 이 속에 투자열기에 힘입어 통제하기 어려운 확장의 잠재성 같은 것이 있기에 자본주의에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다음과 같다. 채무자는 헤지채무자, 투기채무자, 폰지사기성채무자로 나뉠 수 있다. 헤지채무자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수 있는 채무자, 투기채무자는 이자만 상환할 수 있는 채무자, 폰지사기성채무자는 이자조차도 상환활 수 없어 새로운 채무로 유지하는 계층이다. 버블이 많아 질 수록 경제안에서 투기채무자와 폰지사기성채무자가 늘어나고 이는 그 자체로 버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 통화주의자들은 통화공급의 붕괴가 소비, 수입, 가격 그리고 고용마저 줄이게한 원인이므로 통화공급을 늘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 오스트리아 학파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개입에 회의적이며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의 엔진이라고 본다. 때문에 거의 모든 종류의 정부 개입은 최종적으로 더 큰 버블을 유발하기 때문에 해롭다고 본다. 이런 견해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논리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 아마도 적정한 해답은 각 학파의 장점을 취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케이스식의 해법을 따르되 장기적으로 오스트리아 학파의 해법에 따라 자생력이 없는 은행이나 기업을 정리하는 형태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2008년에 미국에서 시행한 구제금융은 통화주의자들의 처방을 따랐고, 그 후 이어진 재정정책은 케인즈의 처방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 금융계 보수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금융계는 지나치게 단기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인해 트레이더들은 중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고위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인센티브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렇게 되면 고위험의 단기 상품을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현재의 금융 관행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런 개혁은 은행업에 사회 엘리트들이 몰리는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파생상품 생산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의 오류는 대출자의 신용문제를 감독하려는 인센티브가 줄어들어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난 점이다. 이에 대한 개선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은행과 투자은행 같은 중개인들로 하여금 문제의 MBS나 CDO의 일부를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있다.
- 신용평가기관은 채권발행사들의 등급을 매기고 그들에게 돈을 받고 있다. 이것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낳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교수가 A학점 받는 법을 학생에게 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과 흡사하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분리한 글래스 스티걸 법을 부활시켜야 한다.
-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저자들은 중국이 새로운 패권으로 떠오를 것을 예상하고 있다. 단지 그에 따르는 이행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런 시각은 세계체계 이론가들과 동일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계화는 더 많은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금융자본과 핫머니가 특정시장과 경제를 넘나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산가격의 변동성과 금융위기의 극악성도 그 정도를 더해갈 것이다. 불행히도 금융은 세계화되었지만 그에 따른 규제는 국가단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이 전 세계적인 위기의 발생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이러한 반발을 어떻게 하면 막아낼 수 있을까? 먼저 각국 정부는 자산거품의 형성과 붕괴빈도, 그 영향의 강도를 중일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스템과 통화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지금보다 확대된 정부의 안전망구축이 요구된다... “
어쩌면 작금의 금융위기는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에게 했던 일을 다시 한번 이루어낼 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회를 혹은 사회의 기득권을 가장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은 공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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