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3, Lois McMaster Bujold

부졸드 여사의 2003년 작품. 2004년 휴고/로커스/ 네뷸라 상 수상작이다. 우와.. 뭐 기본적인 수준은 보장된 셈. ‘The Curse of Chalion’의 후속작이지만, 등장인물들이나 플롯은 거의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봐도 된다. 전작의 주인공들과 사건은 거의 배경으로 활용되는 정도.

판타지이긴 하지만 궁정소설 및 로맨스가 혼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로맨스 적인 측면은 남자인 내가 읽기에 썩 재미있지는 않지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은 수준. 작가가 여자인 점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여자들이 바라보는 로맨스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플롯을 이야기하더라도 남자 작가가 풀어놓는 사랑 이야기와 여자 작가가 풀어 놓는 사랑 이야기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듯.

일단 읽기에 즐겁다. 후반부로 갈 수록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손을 놓기가 어려워 진다. 밀실살인 비슷한 트릭의 추리소설적인 구성을 중심으로 이 가상의 세계의 세력관계라든지, 종교적인 체계, 봉건적인 위계 등을 잘 엮어 놓았다.

이 세계에서 마법은 신과 악마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황금가지’의 프레이져 경이 한 구분에 따르면 이 소설에서의 마법은 사실상 마법이 아니라 종교인 셈. 비과학적인 믿음에 기반하고 있지만 신적인 존재에게 청원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마법을 과학과 종교와는 다른 영역으로 구분한 그의 구분에 따르면, 마법사가 자신의 기술에 의존하기 보다는 신적인 존재에게 청원함으로써 마법을 수행하는 이 세계의 마법은 마법이라기 보다는 종교인 것이다. 판타지이지만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인 셈이다. 부졸드 여사의 이 작품에서 가장 독창적인 점이다.

전자책에만 붙는 부록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말미에 용어설명집이 있다. 아직도 10%나 남았는데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하려나 라는 생각으로 읽고 있다가 급작스럽게 끝을 맞이했다. 약간 속은 느낌.

소설적인 재미는 보장되어 있으니, 궁정 이야기나 기사 이야기를 좋아 한다면 필독하시라.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