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4, Sam Harris
옳고 그름의 판단 근거는 최대한 많은 지성체의 복리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발전된 현대 과학의 결과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도발적' 주장을 담은 책.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반박하고자 하는 부류는 크게 두 가지인듯 싶다. 첫째 도덕적 판단 및 정치적인 이슈에 갈 수록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근본주의적인 종교. 둘째 모든 문화의 도덕적 판단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하였고 그 나름의 정당성이 있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도덕적 상대주의 관점이다. 첫번째 주장은 주로 근본주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우파에서 많이 나오는 주장이고, 두번째 주장은 문화인류학과 진화론을 근거로 좌파에서 많이 나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덕적인 판단에 있어서 그 지침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제 3의 길, 즉 과학의 결과물이 도덕적인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아래 문구에서 가장 잘 찾을 수 있다.
‘과학은 도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시각은, 무지와 불관용의 거대한 발전기인 믿음에 기반한 종교가 도덕적 지혜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근 한 세기동안 뒷받침하였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지닌 사회(미국)가 핵확산방지, 인종청소, 에너지보안, 기후변화, 가난, 교육문제와 같은 이슈를 해결해야할 때에, 동성결혼과 같은 이슈를 고민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어버렸다.‘
도덕적인 판단, 결론적으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종교나 극단적인 상대주의를 배제하고 판단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아주 상식적으로 느껴지지만, 막상 현실을 보면 이 주장이 그리 원론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와의 비교도 재미있을듯 싶은데, 이 책에서 저자인 마이클 샌댈 교수는 정의/도덕에 대한 판단, 즉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 공리주의나 자유주의적인 관점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동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대한 고민과 종교적인 관점을 고려해서 답을 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치에 있어서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가치판단을 배제해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본서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의견이 아닐까 싶다.
공리주의에 대한 샌델교수의 반론은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권리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과 중요한 도덕적 판단을 모조리 쾌락과 고통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샘해리스가 주장하는 과학에 기반한 도덕이 자유주의적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도덕적 판단에 믿음이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목적론적 관점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관점을 배제하자는 것이 지나친 주장일까?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과학이 도덕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논거 중 하나는 바로 ‘아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는 저자의 연구결과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실'와 ‘가치’를 분리하고 이 사이의 간극을 '믿음'으로 연결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은 그대로 믿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적어도 우리 뇌에서 믿는다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바는 크다. 지금까지 과학은 세계상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온순한 주장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그 기반을 무신론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미국에서는 문제가 될 수 도 있을 듯 하다. 책 자체로 재미난 사례들을 많이 들고 있어서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무신론자를 위한 도덕개론서랄까?
미국이 기본적으로 종교적인 나라이고, 상당수의 국민들이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제하고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사회로 느껴진다. 최소한 학교에서 창조론을 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우리가 미국보다 합리적인 사회라서 이기 보다는 종교가 다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일 불교적인 전통과 천주교가 없었다면 미국보다 더 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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