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고정리하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

- 2011.4, 존 커널리 지음 / 이진 옮김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동화를 비틀고 섞어서 짬뽕찌개 소설? 소설의 교훈은 ‘공짜점심은 없다' 정도일까?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동화들이 전달하는 메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동화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가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때로는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다는 이론을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예를 들면, 잠자는 공주는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 소녀를 상징한다는 것이라던지,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유아유기에 대한 공포, 즉 부모에게서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훨씬 두렵게 느껴진다는 것 등등...

읽다보니 결국 아이들이 깨우쳐야 할 인생의 가장 큰 Lesson Learned는 ‘공짜 점심은 없다' 를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주인공 데이빗은 결국 죽은 엄마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 이미 재혼한 아빠와 계모 그리고 그 사이의 동생까지 부정할 수 없고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각성하고 나서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삶이란 우리가 원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 간단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자신의 외부에서 끊임없이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건투를 빈다'에서 김어준 총수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이 바로 세상의 불확실성에 스스로 맞서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어렸을때는 단맛을 좋아했다. 도대체 왜 세상엔 쓴맛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쓴맛 덕에 단맛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사실을.. 단맛을 한동안 맛보았으면 쓴맛을 봐야 미각이 무뎌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달지도 쓰지도 않은 밋밋한 맛이 더 편해진다. 빵도 제대로 밋밋한 맛이 나야 맛있는 법이지.. 흠.

성인이 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쉽게 치워버릴 수 없는, 진부하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진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