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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임페리움

by 중년하플링 2009. 2. 9.
2009.1 로버트 해리슨

도서관에서 로버트 해리슨의 책을 몇번 보고 난 뒤로, 이 작가가 역사 소설 분야에서 나름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대표작이라도 한번 읽어야 하는법. 그러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 들이 좀 낡은 것도 있고, 썩 손이 쉽게 가지 않는 독일 등의 시대라서 못읽고 있다가, 최근에 신간이 나와서 잡게 되었다. 이렇게 보고 싶던 책을 빳빳한 신간으로 도서관에서 구할 때... 나는 땡잡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책을 덮고 난 뒤의 감상. 이 책은 권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권력에 도취되는 인간들의 나약함. 그 권력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는 지난한 과정들. 권력을 가진자와 갖지 않은 자 사이의 넘어설 수 없는 간격. 이러한 것들이 '임페리움'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 아닐까 싶다.

키케로가 폼페이우스에게 도움을 줬지만 폼페이우스가 개선식을 마치고 돌아오자,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때 느꼈을 감정. 크라수스가 몇 번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키케로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느꼈을 감정. 유치하겠지만, 바로 이런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이 느끼는 권력 아닐까?

이런 권력을 지금도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공기처럼 우리의 주위를 휘감고 있는 독하면서도 달콤한 권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이 지나도 벗어나기 힘든 굴레일지 모르겠다. 이걸 벗어나면 좀더 평온해질 수도 있겠다.

키케로는 진정 민중을 위한 공화정의 수호자였을까? 카이사르는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였을까? 역사는 이들을 이런 잣대로 평가하려고 한다. 하지만, 피가 흐르는 살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의 실체는 오히려 '임페리움'에서 그리고 있는 인물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어떤 대의를 위하기 보다는 바로 눈앞에서 영향력을 느낄 수 있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권력' 이 정치가들을 가깝게 잡아끌고 유혹하는 추동력이지 않았을까? 대의라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한 포장? 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선전물? 이었을 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공화정을 위했다는 키케로의 진정한 모습은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는 공화주의자와는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당시 로마라는 사회가 현대의 기준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권력자들과 거리가 먼 일반 시민들은 '권력' 만을 추구하는 정치가와 '권력'을 수단으로 삼는 정치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가장 정확도 높은 방법..
1. 그들이 말한 것과 실제 행한 것의 차이를 보라.
2. 그들이 말하는 것의 일관성을 살펴보라.
3. 최종 결론은 그들이 권력을 획득하고 나서 보이는 행동으로 결정된다.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3권의 연작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임페리움은 이제 겨우 도입부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후속권이 기대되는 시리즈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