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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The Player of Games

by 중년하플링 2010. 12. 4.



- 2010.11, Iain M. Banks


이언 M. 뱅크스는 확실히 SF작가 치고도 특이한 작가인듯 싶다. 원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소개글을 읽고 이 작가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페이스 오페라이기 보다는 사고실험에 가까운 듯 싶다.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가 제공하는 글 읽기의 쾌감을.. 뱅크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적어도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면 마일즈 시리즈의 'The Warrior's Apprentice' 정도는 되줘야 한다.


국내 번역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좀 요약하자면..Gurgeh 라는 모든 게임을 섭렵한 사람이 Culture에서 새로 발견한 외계제국인 Azad로 가서 그 문명의 핵심인 Azad라는 게임의 토너먼트에 참가하는데... 이 게임은 지금까지 그가 섭렵한 모든 게임들 보다 복잡하고 익히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Azad에서는 이 게임에서 최종 우승한 사람을 제국의 황제로 인정하는데.. 과연 Gurgeh는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정도이다.


가끔식 우리는 (혹은 나는) 게임을 삶에 대한 대용물로 생각하고는 한다.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많은 우연적인 요소가 있고, 또 얼마나 불합리한가? 전략적인 사고로 삶을 헤쳐나가기는 참으로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에 비해 게임이란 훨씬 단순하면서도 훨씬 논리적이다. 룰은 정해져있고, 기본적으로 이 룰을 벗어나는 일은 없으며, 이 룰안에서 모든 대결이 이루어진다. Azad 제국에서 Azad라는 게임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가장 우수한 개체로 인정 받아 황제로 받들어지는 것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이다. 단지 혈통을 이어받아 왕이되거나 황제가 되었던 지구의 과거 왕국들을 생각하면 더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인 셈.


Gurgeh가 Azad라는 제국을 여행하면서 Culture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마치 현재 우리의 문명을 두고 이야기하는 듯 느껴진다. 그만큼 Culture는 진보된 문명인 셈이다. Culture에서 사람들은 돈이 없이 살아가고, 소유라는 개념을 알지 못한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Azad 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우리처럼...). 하지만 그들의 제국은 Culture에서는 사라진 동물적인 생존 본능이 여전히 남아있다. 확장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동물적인 욕망. 바로 그것이 Azad 제국이며 그로 인해 그 제국내의 많은 지성체들은 고통을 받는다.


"넌 역겨워, Morat Gurgeh", 서쪽의 석양을 바라보며 Nicosar가 말했다. "네가 여기서 성공한 건 너의 그 맹목적이면서도 무미건조한 도덕때문도 아냐. 이 전투적인 게임(azad)을 너는 역겨운 춤처럼 생각하지. 이 게임은 싸우고 서로 투쟁하기 위해서 존재하지만, 너는 유혹하려고 해. 우리의 성스러운 게임을 너희의 더러운 포르노로 만들어버리지.. 넌 그걸 오염시켰어... male"

Gurgeh는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훔쳤다. 어지럽고 머리는 멍했다. "아마도 그건... 당신이 바라보는 관점이겠지, Nicosar". 그는 짭자름한 피를 삼켰다. "나는 당신이 이 문제에 있어서 완전히 공정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 "

"공정?" 황제는 Gurgeh의 앞에서 소리쳤다. 그로 인해 멀리 있는 불길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왜 어떤건 공정해야 하지? 삶이 공정하던가?". 황제는 Gurgeh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대며 말했다. "삶이 공정하던가? 응?"

Gurgeh는 황제가 자신을 흔들도록 내버려 두었다. 황제는 잠시 후 Gurgeh의 머리채를 놓고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지기라도 한듯 자신의 손을 감싸쥐었다. Gurgeh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니.. 삶은 공정하지 않지.. 적어도 원래는.. "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고, 난간 꼭대기의 조각돌을 짚었다. "아마도 공정이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어떤 것이겠지". Gurgeh는 계속 이야기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적이지. 당신은 그걸 추구할 수도 안할 수도 있어. 우리(Culture)는 그걸 추구했지. 그게 당신에게 그리도 거북스럽게 느껴진다면 미안하군"


이 장면에서 Culture와 Azad 제국 사이의 근복적인 차이점이 부각된다. Azad게임에서 경쟁하는 Gurgeh와 Nicosar 황제는 각각의 문명을 대표하는 게임의 참가자들이다. 결국 Gurgeh는 Nicosar를 이긴다. 게임을 투쟁으로 생각하는 Azad인 들은 자신들의 삶 역시 투쟁과 소유의 문제로 만들었다. 혹은 그들의 그런 삶이 Azad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와는 전혀 다른 책을 읽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려고 워낙 급하게 읽다보니 놓쳤던 행간의 의미와 복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되어서 그런 듯... Iain M. banks의 다른 작품들 역시 재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