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부는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왑 체결을 발표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 인하를 발표했다. 이에 이번 시사경제에서는 소장님과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한미 통화스왑 체결과 금리인하 문제를 중심으로 최근 경제상황을 설명하기로 한다.
-지난 10월 30일 한미 정부간에 내년 4월을 기한으로 300억 달러 통화스왑을 체결했는데, 이에 따라 1,5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며 일단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양상입니다. 통화스왑 체결의 효과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지요.
이미 지난주 특집에서도 설명했지만 현재 한국 외환시장의 달러수급은 완전히 무너져 있는 상태입니다. 달러 부족액이 대략 2,0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00억 달러 통화스왑 체결을 통해 300억 달러를 확보한 것은 300억 달러만큼 수급완화에는 기여할 것입니다. 다만 달러 부족액이 2,000억 달러에 달하므로 300억 달러 통화스왑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달러 환율은 스왑거래로 확보한 300억 달러의 자금이 소진되는 시점부터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달러수급 상황을 다시 설명해보기로 합시다. 먼저 달러 수요면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이탈로 2007년 약 290억 달러의 순매도에 이어 올해에도 10월까지 약 330억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중입니다. 연말까지는 순매도액이 약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정부가 밝힌 바와 같이 내년 6월까지 국내 은행들이 상환해야 할 단기외채가 800억 달러입니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올 연말까지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주요 공급자인 수출기업들은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는데, 경상수지 적자분의 3~4배는 될 것입니다. 이런 달러 수요들을 전부 합치면 대략 2,000억 달러 정도에 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달러 공급 면에서 보면,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10월말 기준으로 2,122억 달러입니다만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더 적다고 할 수 있으며 당장 현금화도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정부기관들이 대규모 투자손실을 보고 있는데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민간 금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은행이나 한국투자공사 역시 상당한 규모의 투자손실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로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여 매도 자체도 어려워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보유증권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8월부터 미국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과 일본 등 미국채를 대량 보유한 나라들에 국제공조 차원에서 미국채 매각 자제 요청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는데 각국 중앙정부가 일거에 달러를 매각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빠질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폴슨 재무장관이나 버낸키 FRB의장이 각국 정부에 매각 자제를 요청했을 것입니다. 각국 정부가 미국 금융위기를 우려하여 보유한 미국채 매각에 나선다면 그야말로 불 속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각국 정부도 이에 동의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8월까지 주요국의 미국채 보유 추이를 살펴보면 멕시코와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 역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유한 미국채를 매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미국이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수뇌부와는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중국의 세계경제 공헌을 내세워 협력요청을 해오고 있습니다.
통화스왑 체결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자신도 주체하기 어려운 형편에 남에게 돈을 융통해줄 여유가 없습니다. 7,000억 달러라는 거액의 공적자금도 미국 금융기관 부실처리에 크게 모자란 판에 남에게 융통해줄 자금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리만브라더스 파산 이후 9월 18일 6개국과의 통화스왑 체결에 이어 9월 29일에는 10개국으로 통화스왑 체결을 확대한 것도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월 29일에 FRB가 한국, 멕시코, 브라질, 싱가폴과도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신흥경제권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의 미국채 보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채 매각을 자제해준 대가로 통화스왑을 체결해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한미간의 통화스왑 체결이 이명박 정부의 영웅적 협상결과의 산물인 것처럼 소설을 쓰고 있는데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한미간 통화스왑이 아무런 비용 없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통화스왑은 달러와 원화에 내재된 환율변동 위험을 거래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한미 양국간에 원화와 달러를 맞바꾼다고 할 때 계약환율을 얼마로 정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미간 통화스왑이 체결되기 전날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0원대였으며, 3영업일 전의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를 상회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원/달러간 통화스왑의 계약환율은 1400~1500원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에는 달러 부족으로 발생하는 환율상승 부담을 한국은행이 대신 지면서 달러를 빌려와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각 기피로 인한 달러 공급부족이 경상수지 적자액의 3~4배에 이른다고 말씀하셨는데 달러 수급 불균형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십시오.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2007년 3,700억 달러 정도였으며 올해는 4,000억 달러 전후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4,000억 달러의 4분의 1만 시장에 안 나와도 1,000억 달러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올 연초 930원대에서 4월에 1,000원대로 올랐고 다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부터는 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1,4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연초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50% 이상 오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보가 아니라면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팔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운영자금으로 써야 할 달러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은 달러를 계속 보유하려 할 것입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더더욱 달러를 내놓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것이 달러 수급 불균형의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도 이제부터 불황이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불황은 하룻밤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 안개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달러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수출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10월 27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습니다. 3분기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9%로 둔화되고 있어 경기대책 차원에서 긴급 금리인하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같은 금리인하가 환율 등 한국경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할 때 올바른 판단이었을까요?
한국은행이 얼마 전 긴급히 금리를 0.75% 인하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화급한 문제는 환율안정입니다. 원/달러 환율을 빨리 정상적인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이 실물경제가 불황으로 빠지는 것을 완화할 수 있는 최상위 정책과제인 것입니다. 환율이 폭등하는 상태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모두가 생산을 올 스톱하게 됩니다. 기업들은 기존에 확보한 원자재를 활용해서 생산을 하고 있을 뿐, 환율이 폭등한 뒤로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공장을 돌리겠습니까? 더욱이 내수가 빠르게 급강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나마 아직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생산 정체 현상이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폭등으로 기업들의 생산 정체가 본격화되는 것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기업들의 생산 정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율폭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원가부담이 급증하여 생산이 중단되면 대기업도 생산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에서 1,300원이나 1,400원으로 급등하게 되면 원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입원가가 30~40% 상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원가구조를 보면 원재료비가 70% 정도이고 인건비는 10%, 물류비 등 기타 관리비가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30~40% 이상 오르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전체 원자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은 15~20% 이상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않는 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됩니다. 더군다나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도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연쇄도산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폭등은 고유가보다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유가는 에너지절감 노력이나 원화 강세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가 상승은 원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금리정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악성인 것입니다. 따라서 실물경기 불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원/달러 환율을 정상 궤도로 하루빨리 환원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인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자산시장에서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 현상과 생산경제에서 수요는 없는데 제품가격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미 올 연초부터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원/달러 환율 안정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달러를 많이 공급하거나 달러 수요를 줄이면 됩니다. 달러 공급을 늘리는 것은 통화스왑 체결이나 외환보유를 활용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런 방식으로 달러공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적극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내놓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화금리를 높게 유지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국내 수출기업들만 보유달러를 지속적으로 내놓아도 원/달러 환율은 크게 안정될 수 있습니다. 달러 금리는 1-2%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의한 환차익 효과가 크지 않는 한 달러를 보유할 유인은 적습니다. 이런 점에서 원화 금리를 달러 금리에 비해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원화금리를 높게 유지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을 억제하는데도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할 리 만무합니다. 가계들이 소비를 늘릴 리 만무합니다. 이미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인 상태인 것입니다. 일부 건설업종과 내수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대기업들의 현금유동성이 충분한 상태이며 불황이 시작되는데 금리를 내린다고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국내외적으로 위험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 금융기관이 대출을 확대할 리도 만무합니다. 대출확대는커녕 은행 등 금융기관 자신들조차 원화자금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어 시중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판에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한국은행 스스로가 국제공조를 내세워 자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타이밍상으로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모든 정책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보다 커야 하고, 정책 시행의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합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금리인하는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지금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달러 부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면이 압도적으로 더 큰 상태입니다.
한은 통계에 의하면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3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9% 성장하고 있고, 실업률은 3.1%로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반면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통계에 의하면 올해 주택가격도 거의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통계만을 보면
정부의 엉터리 통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서는 버블이 붕괴되는 자발적 구조조정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가격 불균형을 시정하는 버블 붕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버블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또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가계나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스스로 돈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은행들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가 56조원, 2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가 97.5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권시장은 가격폭락으로 차환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의 은행채 상환을 위한 원화자금 확보가 시급해진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하지만 한국은행이 원화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해주게 되면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 매입이나 은행채 매입으로 원화 유동성을 공급해주면 시중은행의 원화자금 경색은 완화할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원화 유동성 부족이 화급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유동성 공급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이나 주가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를 하게 되면 부작용만 키울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과거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의 경우를 보아도 금리인하가 버블붕괴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시장의 가격은 스스로 조절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자산가격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산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자산시장의 자율적인 위험조절 기능이 교란되고 기업들의 정부 의존도가 커지는 도덕적 해이만이 늘어날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효과 없는 정책남발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커질 뿐입니다.
-지난주까지 주가가 급락하자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대량 매수에 나서 주가를 부양했는데, 앞서 말씀하신 내용으로 보면 이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기금을 통해서 주가하락을 막으려는 것도 어리석은 짓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연금의 평균 운용수익이 시장금리 수준을 초과하는 일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이론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연기금은 1,2년 단위로 운용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30~40년 이상의 장기간의 단위로 운용되는 특별기금입니다. 5년 임기의 특정 정권이 정치적 수단으로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금이 아닙니다. 연금을 동원하여 주가 하락을 막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스럽습니다. 이제부터 불황이 시작되는 마당에 연기금을 투입하여 주가하락을 얼마나 막을 수 있겠습니까?
자산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조정이 일어나도록 해서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정도 가격이라면 주식을 매입해도 되겠다고 생각되면 정부가 개입을 안 해도 투자가 들어오게 됩니다. 실제로 10월에 주가가 1,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자 기관들은 매각했지만 개미투자자들은 대규모로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과 수익을 적절히 판단해가며 투자하도록 맡겨야지 이렇게 연기금을 쏟아 붓는 것은 연기금을 말아먹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만약 불황이 장기화돼 투자한 기업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연기금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것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희희낙락하는 대통령이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금융위기는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인위적 가격부양 개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당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산시장의 가격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최근 일부 인터넷 매체 보도에 따르면 마치 한국경제가 정상적인데도 우리 연구소와 특정 네티즌이 한국경제가 위기다라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소위 ‘소통’에 나서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아마 그 언론매체나 기사를 쓴 기자가 작문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약 청와대와 재정부 관료들이 정말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한 마디로 ‘집단 바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무지한 사람은 대통령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
이미 미국의 그린스펀 전 FRB의장조차도 최근의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자신의 정책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폴슨 미 재무장관도 금융감독 규제정책과 금융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와 금융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정권에 관계없이 온갖 투기부양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기에 엄청난 부동산 버블이 생겨났고, 지금 그 버블이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똑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마저도 최근 금융기관들이 140%에 달하는 예대비율에 이를 정도로 과다대출을 했다고 시중은행들을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은행 경영진의 임금동결을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 스스로도 한국경제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원/달러 환율이 왜 폭등했습니까? 그 동안 온갖 정책실패가 누적된 결과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명박정권은 세계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동산가격 띄우기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한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자신들 1%만을 위한 종부세 인하 등의 황당한 정책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와서 종합대책 운운하며 엄청난 재정확대 부양책이라는 것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미국발 경제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의한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할 때에도 90년 말의 IMF사태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니 모두가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람들입니다. 도무지 앞뒤도 없고 기본적인 경제상식도 없으며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정책실패가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작금의 경제위기가 이명박정부의 책임은 없는데 우리 연구소나 특정 네티즌이 선동해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몰아친다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국가를 경영할 자격이 없는 자들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우리 연구소가 2004년 유료화 시작 때부터 지난 해까지 4년 동안 연간 300만원짜리 <경제보고서> 회원이었습니다. 지금도 정부관료들과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은행, 여야 정당 국회의원 등이 개인회원 자격으로 100여명이 넘게 <경제시평>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의 인트라넷에 띄우며 <경제시평>을 돌려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한국경제에 대해 황당한 선동을 하고 있다면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권이나 한국은행이나 모두 탈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엉터리 자료를 왜 보아온 것입니까?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한 채 우리 경제시평을 통해 사태를 파악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말도 안 되는 뒤집어 씌우기를 한다면 그야말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 연구소도 절대로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와 한번 해볼 자신이 있다면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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