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소비 부진 지속으로 한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용카드 붐 붕괴로 인한 과다한 가계채무가 소비 지출을 옥죄고 있다. 그리고 이례적인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대중 투자 가속,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등 구조적 장벽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경기가 내수경기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 한편 중국경제 둔화로 성장의 유일한 견인차인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압력과 내수부진 지속이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기도 인하하기도 어려운 궁지에 몰려있다(原題: "Koreans' Wallets Are Slamming Shut," BusinessWeek, JULY 12, 2004).
소비 부진 지속과 경제회복 지연
조국열은 올해 호황을 기대했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현대 자동차 딜러점 판매직원인 그는 트레이더들과 은행원들이 신형 소나타 세단과 산타페 SUV를 적극적으로 구입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1월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가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높은 6.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품질 개선에 대한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조는 "사람들은 단지 신차를 구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자가용을 여전히 운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낙관적 전망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 이제 올해 경제성장률이 5%로 전망되고 있으나 소비자 지출은 이런 성장 달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과다한 개인 채무 및 중국으로의 제조업 이전으로 인한 장래 일자리 손실을 걱정하는 평균적 한국인들은 필수품을 제외하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2001년과 2002년 한국 성장의 견인차였던 가계 지출은 1/4분기 중 전년 동기에 비해 1.4% 감소했다. 이로써 소비는 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청에 의하면 냉장고, 자동차, 에어컨 등 등 내구재 판매는 4월 전년 동월에 비해 6.7%나 줄었다.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의 병행
낙관적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반도체, 이동전화, 철강, 초대형탱커 등 전방위적 수출 호조가 투자 촉진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경우 2/4분기부터 소비자 지출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리고 재경부 장관은 달러 매입을 통해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한국 원화 약세 방침을 분명히 하였다. 이것은 분명하게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매달 수출 선적은 전년 동월에 비해 3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2/4분기가 끝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냉랭하다. 여전히 한국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벌들을 위한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의 허찬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가장 취약한 내수를 희생시켜 경제의 가장 강력한 부문들을 지원하고 있다" 고 말한다.
신용카드 거품 붕괴와 가계 채무 급증
한국 소비자들의 냉각은 지난해 신용카드 논쟁에서 발단되었다. 1998년 금융위기 와중에서 은행들은 기업 여신을 기피하고 대신 소비자 여신에 주력하였다. 성장 회복을 열망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하였다. 카드 대출 한도 확대로 젊은 소비자들의 지출이 촉진되었고, 카드 발급업체들은 신규회원들에게 최고 8.50 달러의 현금을 지불하는 등 소비자들을 유혹하였다. 신용 조회도 없었고 쇄도하는 카드 신청으로 한국의 신용카드는 1999년 3,900만 개에서 2002년 1억 400만 개로 급증하였다.
한편 가계 채무는 1998년 1,570억 달러에서 3,830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현재 한국은 소비자들이 과다한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은행들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싱크탱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부족은 구조적이다. 신용카드 거품 소진에도 불구하고 가계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미미한 회복 기미조차 부동산 가격 하락에 의해 둔화되고 있다. 한국 은행들은 보통 1∼2년 정도의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모지지 대출의 만기는 15∼30년이 보통이다. 이들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은행들은 기존 금리로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올해 주택 가격이 5∼10% 하락할 전망이다. 가령 부동산 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일 경우, 은행들은 일부 대출의 연장을 거부하고 부동산 차익을 통해 자동차와 가구과 같은 내구재를 구입하는데 익숙한 가계들은 지출을 단념할 수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보다 큰 구조적 약점은 기업들의 심화되는 양극화에서 비롯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례 없이 강력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보다 많은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고, 따라서 그들의 수출 收入 확대는 신규 일자리 창출, 임금 인상, 납품업체에 대한 주문 확대 등을 통해 나머지 경제로 자동적으로 더 이상 확산되고 있지 않다. 전영욱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소수 그룹들이 톱 리그에 속하고 있으나 다수 기업들은 경쟁력이 없는 상반된 두개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점차 톱 리그는 부진한 국내 판매 대신에 해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내수는 올해 5개월 동안 23.8% 폭락한 22만 5,420대를 기록했으나, 수출은 22.7%나 급증했고 따라서 회사는 20억 달러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남광호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우리는 내수 개선을 원한다. 그러나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내수 정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록적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유럽에서 주방·욕실 타일을 수입해서 국내 주택업체들에게 판매하는 마니社는 상기 글로벌 거대업체와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올해 마니사의 매출은 거의 절반 가량 폭락했다. 김 규실 마니 매니저는 "우리 사업 파트너의 대부분은 현재 비즈니스 환경이 아시아 위기 때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정책 처방의 딜레마
이런 문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한국은 어려운 시점에 있다. 한국은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창출되는 수출 순익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경제의 속도조절에 들어감에 따라 한국의 대중수출이 억제될 것이다. 큰 폭의 금리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나, 한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 통화 약세는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한국의 원유 수입 비용 급등을 통해 인플레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인플레 억제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도 수수방관하고 있지 않다. 정부와 여당인 열린 우리당은 6.15(火) 연구 및 저리 대출을 위한 중소기업 자금을 38억 달러로 거의 배가하는데 동의하였다. 이 경우 5만 5,000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관리들은 기대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고 정부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 감세를 통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헌재 재경부 장관은 이들 프로그램들이 내수에 방해가 되는 대외 변수들을 온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역공을 가한다. 이 장관은 "지금은 인내하면서 지켜보는 게 최상의 정책인 때다"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가 옳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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