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악수백작’입니다. 약속대로 인도-중동 사람들 얘기 들어갑니다.
그런데 걱정이 많이 됩니다. 사실 제 글은 개인적인 편견이 가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길어야 한 두달 만나보고 사람 어케 다 압니까? 외국인이 한국 와서 한두달 있다 가면서 ‘한국 사람은 이래’라고 하면, 좀 너무 단순한 평가 아니겠습니까? 그점 고려하시고 읽어주세요.
먼저 글에서 일본애들 욕 많이 했는데, 사실 좀 미안합니다. 사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저 역시 일본애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국과 일본은 정서적으로 상당히 비슷한 축에 촉합니다. 그러니까 감정적으로 통한다 이거죠. 같이 다니면 그래서 편해요. 어설픈 영어로 한국식 농담하면 웃는 애들은 일본애들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아, 너 그거 유머지?’ 이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아무튼, 들어갑니다만, 별로 웃긴 내용은 없을거 같습니다.
1. 인도인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인도에 대한 제 인상은 ‘대륙’이라는 것입니다. 한 국가의 정체정, 문화, 이런 식으로 인도를 표현하기에 인도는 너무나 광활하고 다양합니다.
▲ 캘커타 거리의 노숙자 ⓒ 엠파스 검색
인도 캘커타 공항에 도착하면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활주로를 달리던 자전거였습니다… 대부분 공항 차가 다니는게 일반적인데 거기는 자전거가 활주로를 달리더군요. --;;; 활주로를 경부고속도로처럼 땜방 처리한 곳도 거기가 처음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리 가득한 까마귀였습니다. 탑골 공원 비둘기만큼이나 많은 까마귀들이 수백 미터를 쫘악- 늘어서 있고, 그 밑에 까마귀만큼이나 많은 홈리스들이 누워있는 그 풍경… 장난 아닙니다. 홈리스들은 길거리 인도위에서 자다가 아침 되면 일어나 이불 걷습니다. 그리고 해질 무렵, 집(?) 청소하고 이불 깔고 다시 눕습니다. 4인 가족이 그러고 살더군요. 도대체 그런 상황에서 애는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할 뿐입니다.
그래서 밤에 걸을 때 조심해야 됩니다. 괜히 남의 집(?)에 침범해서 자는 사람 밟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죠. 이상 기온으로 섭씨 3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니더군요.
인도에서 환전하면 은행에서 돈뭉치를 호치케스로 찍어 줍니다. 호치케스라. 돈이 너덜너덜 하죠. 그래놓고 너덜너덜한 돈은 가치가 없다고 안 받기도 합니다. 도대체 은행에서 준 돈을 안 받으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게다가 인도에서 환전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우연히 만난 한국 아저씨가 환전하는데, “처음이니 $300 정도만 하지 뭐.” 이러길래 제가 말렸죠. 100불 만 해요.
그래도 300불 하더군요. 그 아저씨 300불어치 인도 루피 넣을라고 배낭에 있는 물건 꺼내야 했습니다. 그 정도면 롯데 쇼핑백 하나 가득 나옵니다. 저 역시 100불 가지고 열흘 썼는데, 돈을 써도 써도 줄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더군요. 무거워서 버리고 싶더라니까요. --;;
인도 역시 관광객들이 발로 채이는 동넵니다. 인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신데, 유럽 입장에서는 남한이 훨씬 더 위험한 동넵니다. 언제 전쟁 터질지 모르는 나라에서 제가 온 거예요.
따라서 관광객들한테 바가지 씌우는 상술이 매우 발달했습니다. 믿을 놈 하나도 없어요. --;;; 바가지를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는 게, 아, 물가 싼 나라들은 도무지 물가 적응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인도의 바가지 상술은 이미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강제로 우기거나, 이런 게 아닙니다. 교묘하게 사람이 ‘스스로 바가지를 쓰도록’ 유도하죠.
예를 들자면, 제가 아그라의 한 숙소에 머물때였는데요, 제가 그만 첫 날 작은 화분을 깼습니다. 고민되더군요. 이거 트집 잡아서 얼마를 요구할건지. 그랬는데 의외로, 젊은 주인놈이 쿨- 하게 ‘노 프라블럼.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 인 인디아’ 이러는 겁니다. 하, 고맙더군요.
실제로 인도 여행 다니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 인 인디아’ 입니다. 뭔 짓을 해도, 뭔 일이 벌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한번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고장난 트럭이 도로 한 복판에 버려져 있더군요.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에 그랬다고 생각해 보세요, 난리나지. 그런데 아무도 뭐라 안하고 그냥 피해갑니다. 기차역 철로에 소가 왔다 갔다 합니다. 기차는 소 지나갈 때까지 출발 안하고 기다리죠. 소들은 못 가는데 없습니다. 차 들이 피해 다닙니다.
아무튼, 그 놈이 고마워서 말을 좀 하다 보니 돈을 반반씩 모아서 술을 사 마시잡니다. 그 동네는 술보다 마리화나 구하는 게 쉽습니다. 얼큰하게 마시고 나서 평소 궁금했던 걸 물어봤죠.
“니네는 왜 소 안 먹어?”
인상을 팍 찡그리더니 대답합디다.
“그걸 어떻게 먹니?”
“………”
단순명쾌하더군요. 한국 사람보고 왜 말을 안먹냐, 왜 김치를 먹느냐는 질문하고 똑 같은 질문을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종교적 이유, 이런 거 아니랍니다. 젊은 애들은 어디나 다 똑같습니다. 종교, 부모님 말씀, 이런 거 되게 싫어해요.
아무튼, 좀 친해졌는데 이놈이 자기가 보석상을 한답니다. 인도는 보석으로 유명한 동넨데, 제가 뭘 알아야죠. 그래서 인간적으로 친해졌으니 순진한 마음에 몇 가지 (약 이만원어치)를 샀습니다. 바가지였습니다. --;;;; 10배의 가격을 준 거였더군요. 다음부턴 인도사람이 뭐라고 하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습니다.
또 카쥬라호라는 동네에 갔습니다. 시골 동넨데, 자전거 타고 놀다가 인도 소년 (14살 정도) 랑 친해졌습니다. 자기 집에 놀러가자더군요. 갔습니다. 애가 귀여워서 같이 놀고 있는데, 좀 있으니 아빠가 퇴근하시더군요. 인사하고 차 마시고 있는데 아빠가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 저 라디오는 저번에 프랑스 남자가 주고 간 거야.”
“ 아, 네…”
“ 저번에는 미국 여자가 돈 주고 가서 우리 테레비 샀다.”
“ 아, 네…”
“우리 애 자전거도 외국 관광객이 사 준 거야.”
“ 아, 네…”
“ 외국 사람들은 참 맘이 좋더라?”
“ 아, 네. 안녕히 계세요.”
이러고 나왔습니다. ㅡㅡ;; 사람 마음을 먼저 휘어잡은 다음에 바가지 씌우는 게 특깁니다. 기분 나쁘긴 하지만, 어찌됐든 ‘자발적 기부(?)’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무조건적인 기부’를 요구하는 이집트 사람에 비하면 천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 번은 바라나시에서 노천 음악회를 공짜로 구경하고 있는데, 인도 음악 절묘합니다. 아무튼, 그 ▲ 바라나시 ⓒ 엠파스 검색
러고 있는데 대학생 몇 놈이 다가와서 말을 걸더군요. 그 놈은 브라만이었습니다. 제일 높은 계급이죠. 사실 브라만쯤 되면 배낭족은 상대도 안해줍니다. --;; 제가 보기엔 옷차림이나 생긴 것도 꽤재재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지들끼리는 다 알아보는 모양입디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보고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더군요.
“락.”
“락? 락이 뭔데?”
“음… 왜 비틀즈, 롤링스톤즈 이런 애들 있쟈너.”
지들끼리 한 참 토론하더군요. 비틀즈 모르는 20대는 첨 봤습니다. 잠시 후 아하, 하면서 제게 말하길,
“너 한국애라며. 한국애가 왜 영국 음악을 좋아해?”
“……….”
내가 한국 음악 좋아한다고 하면 니가 알기나 하냐. 하지만 그건 95년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 내가 무지하게 서구화되어있구나. 뭐 그렇게 느꼈죠.
한 번은 길을 걷다가 인도 소녀를 한 번 봤습니다. 하층민이었는데,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 그렇게 지저분한 여자애는 첨 봤습니다. --;;;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걔가 피부병 걸린 개를 끌어안고 놀고 있는 겁니다. 피부병 걸린 개. 혹시 폼페이 다녀오신 분들 거기 피부병 걸린 개들 어슬렁거리는 거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딱 그런 개였습니다. 개 피부병 걸리면 털이 떨어져나가고, 정말 징그럽습니다. 그런데 그런 개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놀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여자아이의 미소가 제가 태어나서 봤던 그 어떤 미소보다 밝고 아름다웠다 이겁니다. 쇼크였죠.
뭐, 인도 여자들 예쁜 건 알아줘야 합니다. 하층민도 예쁩니다. 항공사 사무실에 갔다가 안내 여직원이 너무 예뻐서 30분 내내 그 여자만 보고 있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본 여자 중에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무튼, 맘 뺏기고 돈 뺏기고, 몇 번 당할 뻔 하고 나니 인도사람들 하고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근데 이건 서양애들이 버려놓은 문화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히피운동이 한참일 때, 서양애들이 인도 많이 갔쟈나요. 걔네가 보기에 인도는 에브리띵 이즈 오케이니까 이게 천국이었던 겁니다. 전쟁도 없고, 물가 싸고. 그래서 서양 젊은 애들이 나름대로 무소유(?), 공동가족, 뭐 이런 걸 거기서 시험해 보며 살면서, 택시 타고 돈 없으면 몸 대주기, 가진 돈 다 줘버리고 도 닦기, 뭐 이런 걸 한 거죠.
개인적으로 인도정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계급제도를 철폐했으면, 그것을 대중화 시켜야 할 텐데 전혀 그런 생각 안합니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외국 원조는 받으면서 지네가 사회복지를 할 생각은 안하는 거 같더군요. 참고로 인도 상류층은 돈도 아예 딸라를 쓰더군요. ㅡㅡ;
인도 기차여행은 그야말로 죽음입니다.
▲ 인도의 기차역 ⓒ 엠파스 검색
첫째로, 겁도 없이 3등칸 탔다가 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분위기냐 하면… 단순히 만원기차의 개념이 아니라, 거 머리 위에 짐 싣는데 있쟎습니까? 그 위에 사람들이 닭처럼 일렬로 쪼르르- 앉아있습니다. --;;; 딱 닭이예요. 기가 막히더군요.
둘째로, 기차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근데 이건 좀 이해가 되요. 봄베이-델리-캘커타 한번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먼 길을 가다가 소 떼라도 지나가면 멈춰서 기달려야지, 운전사 밥 먹을라면 쉬어야지. 참고로 제가 처음으로 기차를 탈려고 했던 날 13시간 연착하더군요. 뭐, 그럴 수 있어요.
문제는, 심지어 일찍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는데 있습니다. --;;;
인도 사람들은 기차 한번 탈려면 집에서 한 이틀 전에는 나오는 모양이더군요. 역 앞 광장에다 이불 깔고 자요. 정말입니다. 역 앞 광장이 기차를 기다리는 노숙자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차가 언제 도착하냐고 묻습니다.
가끔 ‘인도를 한달 만에 일주했네.’ 뭐 이딴 사람들 만나면 코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한 달 내내 기차에만 있었단 소리죠. 시베리아를 횡단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봤는데. 그거 한심한 거예요. 무슨 극기 훈련도 아니고, 기차 안에서 일주일 있는 게 자랑할 거립니까?
인도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 역시 그런 자유스러움이 좋고요. 하지만 어설프게 ‘정신적 자유’ 운운하는 사람들 보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요. 상당히 끔찍한 사고 경험담도 들었습니다.
인도는 시간이 없는 동넵니다. 시간 개념을 버리게 되면 참 마음이 편해지죠. 6개월 1년, 금방 갑니다. 100불이면 널럴 보름은 충분해요. 보름이 뭡니까, 한달까지도 갑니다. 가끔 인도에서 도 닦듯이 사는 사람을 보는데.
이 얘긴 좀 해야겠군요. 전 ‘평생’ 여행만 다니는 사람을 몇 만났습니다. 한 아저씨는 캄보디아에서, 또 한 아저씨 부부는 인도에서.
캄보디아 아저씨는 40대로, 고아로 태어나서 소년원도 다녀오고 별 고생을 다 하다가 동남아시아로 빠진 분입니다. 중국에서 무임승차로 기차타고 라오스-캄보디아-태국을 돌아다니죠.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일종의 보따리 장삽니다. 라오스 고산지대에서 진기한 동물을 사다가 방콕에 내다 팔고, 한국사람 가이드도 해 주고.
인도 아저씨 부부는 인천에서 배타고 중국 가로질러 인도까지 왔는데, 중국 가로지를 때 그만 와이프가 임신을 하셨답니다. 그래서 인도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 가서 애를 낳으려고 했는데, 그만 파키스탄 버스 안에서 진통을 시작하셨다더군요. --;;; 같이 있던 일본애들이 도와줘서, 어떻게 병원이랑 연결되서 간신히 애를 낳았답니다. 파키스탄 출생 한국인 1호라고 영사관에서 그랬다더군요. 그래서 선진국 인도에 좀 머물면서, 기온차이가 너무 나니까, 애 좀 크면 한국 들어간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 하면, 여행도 중독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섭니다. 여행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특히 물가가 싼 국가를 돌아다니는 건 정말 푼돈으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의 여행에 맛 들여서 2-3년이 지나게 되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겁니다.
방콕 카우산 로드에 있는 그 수많은 백인 거지들, 외국인이라고 목에 힘주지만 걔네 거지예요. 아시아인들에게 영어 가르쳐준다면서 등쳐먹고 밤에 마약과 매춘에 쩔어 사는 장기 거지들 많습니다. 그나마 걔네는 영어라도 가르치죠. 잘못 해서 한국 젊은이들이 그런 지경에 빠지게 되면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방콕에서 게스트하우스나? 꿈 깨시죠.
여행이 좋은 건,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취직도 안되고, 인생의 미래도 막막하고, 여행을 다녀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낭족으로 눌러 살 생각은 마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특히 인도에서 어설픈 라즈니쉬니, 이런 애들 조심해야 합니다. 인도인들은 인도인들대로 놔 둬야지 우리가 쫓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강악수백작의 생각입니다.
2. 이집트
아, 이집트. --;;; 먼저 한 숨 먼저 쉬겠습니다.
후.
결론부터 말하면, 나 이런 사람들 첨 봤습니다. 이렇게 힘든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중동 지역 사람들이 워낙에 드셉니다. 기가 세요. 장난도 터프하게 칩니다. 이집트인들의 바가지 상술은 딱 한가지입니다.
우기기.
무조건 우기기.
거기가면 사탕수수에서 바로 주스 같은 거 짜서 많이 팝니다. 제가 이집트 글자는 몰라도 숫자는 읽을 줄 알거든요. 한 이집트 여성이 주스를 마시고, 얼마를 내고 거슬러 받는지 옆에서 확인을 다 한 후에야 나도 똑 같은 주스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나한테는 비싸게 받아요. --;;
내가 다 봤다고, 나도 숫자 읽을 줄 안다고, 그거랑 이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고 말해도 우겨요. --;;; 미치겠더군요. 통 사정을 해도 우깁디다.
제가 가이드북을 들고 카이로의 ‘술탄호텔 (젤 싼뎁니다.)’을 찾아갔거든요. 길을 잘 몰라서 아 ▲ 카이로 시내와 나일강 ⓒ 엠파스 검색
무나한테 물어봤습니다. 거기 없어졌데요. --;; 그러면서 저기가 더 좋대요. 그런 거 세계 어디서나 90% 뻥입니다. 이미 태국, 인도에서도 당해봤죠.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됐다 임마’, 그러면서 제 갈길 가면 그때서야 술탄 호텔 가려면 절루 해서 절루 가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가르쳐 주는대로 가보면 거기가 아니예요. --;;;;
인간적으로, 삐끼질을 했는데 안 넘어오면 최소한 무관심해지거나, 올바른 정보를 가르쳐줘서 호감을 갖게 하여 다음번을 기약해야 하는 게 삐끼의 올바른 윤리 아닙니까?
또 한 번은 이집트 박물관 가려고 지나가던 사람한테 (분명히 삐끼가 아니라는 확신 하에) 길을 물었죠. 문 닫았데요. --;;;
또 한 번은 피라미드 구경하려고 버스타고 가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시더라구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강악수백작,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한 시간 너머 걸리는 거리였거든요.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절 보고 대단히 기특해 하더군요. 참 잘 했죠?
그런데 자리를 양보 받은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피라미드 공짜로 볼 수 있는 뒷문이 있대요. 관광객은 돈을 받지만, 현지인들은 ‘길’로 사용되는 그런 데래요. 자기 집이 그 근처니까 같이 가재요. 내가 호의를 베풀었는데, 설마 나에게 거짓말을 하랴, 라는 판단에 쫓아갔어요. 거짓말이었어요. --;;;;
낙타 타고 피라미드 도는 여행알선업체였어요. 미치겠더군요. 10세 이하의 어린이로부터, 60세 이상의 할아버지들까지 카이로 모든 시민들이 다 삐끼였던 것입니다. --;;;
이렇게 며칠 당하고 나면 슬슬 이가 갈리기 시작합니다. 아시아 사람들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룩소르로 갔습니다. 거기 돌덩이로 된 신전 있거든요.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에 있는 이집트 유물, ▲ 룩소르 ⓒ 엠파스 검색
이집트 한번 갔다 오면 그거 우습습니다. 그런 돌들은 이집트 전역에 널렸어요.
아무튼, 룩소르 구경하고 거기서 ‘펠루카’ 라는 돛단배타고 나일강 2박 3일, 3박 4일 유람하는 거 있거든요. 팔자 좋자너요, 배 타고 둥실둥실, 그거 예약 할라고 돌아다니다가 누비아인 만나서 하기로 하고 계약금 3천원 걸었습니다. (참고로, 이집트 남부는 누비안, 이라는 흑인민족이 많습니다. 북부는 아랍계통 이고요)
며칠 후, 펠루카 여행을 갈라고 그 자식을 만났는데, 아 이놈이 딴소리 하는 겁니다. 배가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다른 배 소개시켜줄텐데 그건 좀 비싸답니다. 흥, 웃기지 말라고 했죠. 돈 내 놔라. 못 주겠답니다. 열 받더군요. 돈 내 놔라. 제가 거의 쌍소리를 할 뻔 하면서 대드니까 이 젊은 놈이 알았다고 하면서 쫓아오라고 하더군요.
음, 참고로 가로등 없는 시골길 걸어보신 분은 얼마나 어두운지 아실 겁니다. 룩소르 역시 그래요. 그런데 이놈이 아주 좁고 으쓱한 길만 골라서 가는 겁니다. 오밤중에 흑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것도 안 보여요. --;;;
그렇게 한 30분을 제가 쫓아갔습니다. 열라 무섭습니다. 이를 악물고 쫓아갔죠. 그랬더니 이놈이 배 위에 올라타는 겁니다. 올라타래요. 저 배 위에서 절 칼로 찌르고 강물에 밀어넣으면 감쪽같겠구만. 사방 100미터에는 아무도 없고, 공포가 밀려오더군요. 그래도 올라탔습니다. 씨바, 열받쟈너요.
그랬더니 이놈이 허연 이를 드러내면서 웃더군요. 이러쿵저러쿵 말을 합니다. 저 긴장해서 뭔 소린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기 죽지 않으려고 저도 웃었습니다. 오밤중에 흑인은 이빨하고 눈동자밖에 안보입니다. 그거 되게 무서워요.
‘내 돈 줘, 삼천원.’
이놈이 한 숨을 쉬더니 또 쫓아오랍니다. 쫓아갔습니다. 왠 사무실로 들어가더군요. 아마 펠루카 예약 관련 사무실 겸 지네들의 과다 경쟁을 막는 가격담합 조합 사무실, 뭐 이런데였을 겁니다. 높으신 사람한테 막 뭐라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높으신 사람이 절 불러서 꼭 돈을 받아야겠냐고 하더군요.
‘당근이지.’
삼천원 돌려받았습니다… --;;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아십니까. 호텔로 돌아와 잠을 자면서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3천원에 목숨걸지 않겠다고.
펠루카 여행.
다른 회사 펠루카 탔어요. 좀 비싸도 젤 믿을만한걸 골랐죠. 7-8인용의 쾌적한 펠루카, 사진도 보고 결정했죠. 그런데 막상 당일 12명 태우더군요. --;; 코리아, 홍콩, 덴마크, 네덜란드, 어메리칸 정도의 국적을 가진 다국적 혼합군 12명이 2박 3일 동안 거의 배 위에서만 살게 됩니다.
근데 젤 재수없는 건 어메리칸입니다. 이 새끼들이 왜 재수 없냐면, 영어를 너무 잘 해요. --;; 졸라 나댑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을 하다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면, 다른 나라 애들은 뭔 뜻인지 다 이해해요. 근데 어메리칸만 이해를 못합니다. --;;; 영어를 너무 잘해서 그래요. 게다가 2001년이었으니 미 대선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부정선거다 뭐다 불만이 많더군요. 거기까진 좋아요, 근데 왜 나한테 ‘왓 두유 띵크?’ 하면서 묻냐고요.
내가 미 대선에 부정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뭔 상관이랍니까. 지네가 전 세계를 쥐고 흔들고 있으니, 코리안인 나도 미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젠장.
솔직히 그 놈들 아니꼬와서 영어 잘 못하는 놈들끼리 애써서 ‘넌 직업이 뭐니?’ ‘전공이 뭐니?’ ‘니네 나라는 어떠니?’ 이런 초딩들 수준의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꼭 ‘뭐해?’ 하며 불쑥 끼어듭니다. 그래놓고 아는 척이란 아는 척은 다 하죠. --;; 누가 그거 몰릅니까? 말이 안 되서 생각중인데?? 콱 강물에 밀어넣고 싶은데, 어쩌겠습니까. 참아야지.
네덜란드, 덴마크 애들은 참 귀엽고 예의를 지키려고 무던히 애쓰더군요. 제가 영어를 못 한다고 앞질러 나가지 않더군요. 어차피 제가 하는 영어의 50%는 의성어와 의태업니다. 누구나 다 알아들어요. 꼭 미국놈들이 끼어들어서 문제지.
참, 이집트 동물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이집트 동물원은 카이로 시민들의 휴식처같은 뎁니다. 되게 싸요. 갔습니다. 뭐가 있었을까요? 전 동물원 우리 안에 ‘개’ 와 ‘닭’ 이 들어있는 건 첨 봤습니다. --;;
설명도 되어 있더군요. ‘DOG’ ‘CHICKEN’
하도 이집트 사람들한테 많이 당해서, 누가 접근해오면 겁부터 나기 시작했습니다. 왠 여자애가 말 걸어오길래 얼른 도망쳤죠. 아무튼, 전 국민의 삐끼화가 이루어진 곳이 이집트였습니다.
이집트 사람들 속마음이야 착하겠죠. 그걸 알아볼 기회를 안줘서 문제지. 근데 참 이상한 건, 한국에 와서 사진을 봤는데, 이집트에 있던 때의 제 표정이 제일 환하고 좋다 이겁니다. --;;
제가 변탠가요? 그렇게 당해놓고서도 그 사진속의 제 표정이 제일 환하다니. 하여튼, 시와 근처의 사막에서 지낸 하룻밤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사막은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사막에 누워있으면 바닷속 깊은 곳에 누워있는 기분입니다. 파란 하늘이 바닷물이죠. 실제로 사막 한가운데 조개껍질 같은 거 널렸습니다. 아주 예전에 바다였던 거죠.
그리고 사막에서의 일출, 이거 환상입니다. 사막은 일교차가 워낙 크니까, 태양이 떠오르는 쪽이 먼저 금방 달궈집니다. 따라서 일출시에 바람이 불죠. 그러면 모래바람이 부는데, 이게 거센 바람이 아니라 잔잔한 바람입니다. 즉, 모래들이 지표면에서 약 30센티 높이로 사사삭- 하며 흘러다니는 겁니다.
이거 되게 멋집니다.
음… 요번 글은 별로 재미없었죠? 제가 고생을 많이 해서 그래요. --;;;
아시아가 좋아요. 아시아가.
ⓒ 강악수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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