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가 만난 아시아인들.
강악수백작 | 2005·04·24 14:07 |
배낭 다니면서 제가 만난 외국인들이 갑자기 떠 올랐습니다. 혼자 뺄뺄거리고 돌아다니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군요. 물론, 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심심풀이 땅콩으로 함 써 봅니다. 물론, 이야기를 하다보면 삼천포로 빠질수도 있습니다. 따지지 마십쇼.


1. 일본인


유럽, 동남아를 돌아댕기다 보면 발에 채이는게 일본애들입니다. 특히 제가 캄보디아를 갔었던 1999년에는 IMF 이후 회사에서 짤린 젊은 애들이 무지하게 나왔더군요.

알고보니 일본은 회사에서 짤리는게, 거의 인생 조지는 거랑 비슷하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하도 강해서, 다른 회사에서도 잘 안 받아준다더군요. 그래서 그 때 만난 애들한테 얼마나 여행을 계획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6개월.”

“1년. 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는 길이야.”

“5개월째야. 이제 중국 가야지.”



이러고 살더군요.. --;; 전반적으로 일본애들은 되게 소심합니다. 걔네들은 90%이상, 일본애들이 없는 데는 가지 않습니다. 특히 “세계를 간다(이게 원래 세계를 걷는다, 란 일본책 번역본입니다)” 들고 다니면서 거기 소개된 데만 가더군요. 일본애들이 있는 숙소, 식당, 그리고 걔네는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도 딱 오야지가 한 명 생깁니다. (그걸 어떻게 정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오야지가 하자는 대로 대부분 하죠. ‘이예(no)’ 라고 말하면 큰일 나는 줄 압니다.



걔네들은 여행 코스도 똑같아요. 98년 쯔음 당시 태국에서 시작해 라오서-중국-실크로드-인도-터키 코스 여행기가 NHK에서 방송 됐었나봐요. 6개월 이상은 죄다 그 코스더군요. --;;


한번은 되게 천사 같은 일본애랑 보름간 라오스를 같이 돌아다녔습니다. 술 먹고 함 물어봤죠.


“니네는 왜 혼내를 안 내보이는데?”



막 고민하면서 짜증을 내더니, “몰라. 그런 말 많이 듣는데, 나도 왜 그런지 몰라.” 그러더군요.

워낙 깊숙히 뿌리박힌 문화라 지네도 왜 그런지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만난 일본 여자애, 라오스 국경도시였는데, (태국이랑 라오스랑 의외로 티격태격하며 살더군요. 따라서 국경도시는 보란듯이 쾌적하게 꾸며놨습니다) 얘는 라오스 ‘내일 가요. 내일 가요’ 하면서 3주째 내일만 외치고 살았다더군요.


동남아 쪽 장기체류 일본애들은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일본 돌아가기 싫은 거죠, 뭐. (익숙해지면, $100 로 보름은 버티거든요) 유럽에서 돌아댕기는 일본애들 보면 또 되게 웃긴데, 제가 92년, 2001년 두 번 갔었거든요. 아마 일본애들은 빠리에서 배낭족 몰골을 보이면 되게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꽤 우아하게 하고 다녀요.

그런데 웃기는 건, 그 옷차림이 죄다 똑같다는 겁니다. --;;; 한국 사람도 옷차림은 비슷하죠. 청바지에 티셔츠. 근데 걔네는 그게 아니라 원피스에 구두, 모자, 스카프, 핸드백 들고 돌아다니는데, 화장한 거까지 똑같아요. 핸드백은 루이뷔통 아니면 프라다.

프라하에서는 꽤 예쁜 일본여자애가 까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데, 똑같더군요. 근데 웃기는 건, 그때가 겨울이라 노천 까페에 앉아있기에는 꽤 추웠을 거라 이겁니다. 그래도 악착같이 우아하게 책 읽으면서 앉아있더군요.

참, 이해 못할 애들입니다. 아마 일본에서 올 유럽 패션 경향이 이러타더라, 소개한 모양입니다. 물론, 유럽 패선경향 대로 입고 다니는 유럽 애들 거의 못봤습니다.

근데 99년에 가서 느낀 건데, 일본 젊은 애들도 많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대단히 소극적이었는데, 많이 적극적이고 활발해 졌더군요. 프놈펜 선(SUN) 호텔에 있는데, 한 일본놈이 다가와서 막 말을 걸더니 자기 지금 뽕 맞으러가니 같아 가자더군요.

음, 미친척하고 쫓아갈려다 참았습니다. --;; 일본 젊은 애들 하는 얘기 가만히 들어보면, 제 앞에서는 예의 바르고, 아시아가 협력해야 한다느니, 한국 경제성장이 대단하다느니, 뭐 이딴 소리 해 놓고 지네끼리 모이면 일본은 이미 유럽이라느니, 다른 나라는 상대가 안 된다느니, 이딴 소리 합니다.

혹은 ‘일본은 미국의 카피예요’ 하며 괜히 불쌍한 척 하기도 하고, 한국이 일본 싫어한다는 거 알긴 잘 아는 모양입니다. (물론, 그런 일본애들을 싫어하며 혼자 다니는 드문 케이스도 있긴 합니다)


인도 역시 일본애들 판입니다. 오죽 했으면 제가 인도인들한테 일본말을 배웠겠습니까. 그리고 95년도 즈음에 터키 여행 바람이 불어서 일본애들이 터키에 우르르 몰려갔었다고 하더군요. 근데, 일본여자애들이 워낙 성에 개방적이다 보니까, 터키 남자애들한테 가죽잠바 하나 사 주고 가이드 시키면서 밤에는 같이 자고, 놀고, 암튼 ‘돈’이 없는 곳에 갑자기 돈이 흘러 들어가면 100% 나쁜 쪽으로 흘러가게 되 있습니다.

한번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에서 일본인 아저씨를 만났는데, 워낙 관광객이 없는 도시라 서로 반가웠죠. 그런데 친해지니까 사진을 보여주는데, 전 세계 창녀촌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더군요. --;;; 그거 가관입니다. 이 인간이 한국에 와서 또 절 불러냈어요. 청량리 가서 찍은 사진 보여주더군요. --;;

암튼 일본 사람들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느낌은, 뭔가 무지하게 순종적이고 체제 순응적이지만 도대체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언제 등에다 칼을 꽂을지 잘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이 대세입니다.


2. 캄보디아인

제가 잊을 수 없는 곳이 캄보디아입니다. 99년에 갔었는데요.

캄보디아, 졸라 불쌍한 역사를 가지고 있더군요. 10년에 걸친 내전과 베트남의 침공, 태국과의 마찰. 99년은 내전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난 후라 그런지 사람들 얼굴이 참 맑아보였습니다.

우선 크메르인(캄보디아사람)과 베트남인들과의 마찰이 의외로 심합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주로 베트남인들인데, 상당히 싫어하더군요.

그리고 그 놈의 지뢰 때문에 불구자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띱니다.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사람들은 되게 착합니다. (99년 기준) 바가지를 씌워볼라고 노력하는데, 그게 얼굴에 다 보여요. ^^;;특히 어린애들이 관광객 상대로 물건 많이 팝니다. 제가 무지한 짠돌이인데, 하도 귀엽고 기특해서 별 필요도 없는 걸 꽤 샀습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맑고, 밝고 희망차 보이던 사람들이 캄보디아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캄보디아 돌아다니다 보면 ‘**향우회’ 티셔츠라던가, ‘**초등학교’ 책가방이 많이 보입니다. 한국에서 간 원조 물품인거 같아요. 심지어 ‘목포행’ 버스도 타실 수 있습니다. ^^;;

근데 캄보디아 경제는 거의 죽음이더군요. 물가, 태국이랑 비슷합니다. 무슨 소립니까? 소득은 졸라 낮은데 물가는 졸라 비싸다는 소립니다. 살기 어렵다는 뜻이죠. 인건비, 이거 웃깁니다. 앙코르왓은 차나 스쿠터를 타야 둘러볼 수 있는데요


□ 1일 스쿠터 대여비 (운전은 내가) = $5.기름값 별도.

□ 1일 스쿠터 대여비 (기사 포함)= $5. 기름값 포함.

이게 뭡니까. 기사 없이 내가 혼자 운전하는게 더 비싸요… --;;; 자본주의 사회에 뭐 이런 이상한 물가가 다 있답니까. 그리고 또 하나 비참한건, 캄보디아 매춘이 장난이 아니란 겁니다. 얼만지 아십니까? 속칭 숏타임 $4-5, 롱타임 $7 이랍니다.


이걸 어떻게 아느냐고 의심하지 마십시오. 전 세계 남자들 모이면 하는 소리는 다 거기서 거깁니다. 심지어 인도는 더 싸다고 하더군요. (티벳에서 $6에 자기 딸 팔고, 그걸로 중고 테레비 샀다는 부모가 신문에 난 것도 읽어봤습니다)


태국도 마찬가지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관광대국=매춘천국’이라고 보시면 거의 맞습니다. 달러 획득이죠. 아시아의 비극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는데, 제가 시아누크빌이란 휴양도시엘 갔었거든요. 하루는 수영 할라고 바닷가에 나가서 수영하는데, 그 넓은 바닷가에, 오로지 단 1명의 코리안과 7명의 캄보디아인밖에 없는 겁니다.


이거 재밌더군요. 혼자 바닷가 전세내서, 여권이나 뭐다 해변가에 내팽겨치고 놀았습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금방 심심해지더군요. 캄보디아 애들하고 놀아볼라고 했는데 안놀아줬어요. --;;


숙소 오다가 구멍가게에서 밀주를 팔더군요. 마셨는데, 눈머는 줄 알았습니다. 술인지 휘발윤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제가 한번은 할 일도 없고 해서 ‘여행자보험’을 한번 테스트 해 봤습니다. 앙코르왓에서 제가 티셔츠를 하나 잃어버렸어요. 상표는 GUESS긴 한데, 세일해서 산거니 한 이만원 했겠죠. 제가 시아누크빌에서 하도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당당하게 말 했죠.


“나 티셔츠 잃어버렸다.”

“있다 3시에 와.”


3시게 갔습니다.


“나 티셔츠 잃어버렸다.”

“앉어봐. 어디서 어떻게 왜 잃어버렸는지 써.”


썼습니다. 대충 구라쳤죠. 솔직히 티셔츠 잃어버렸다고 경찰서 찾아오는 놈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걔네도 참 어이가 없었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구라쳤습니다.


“그거 울 어무이가 미국 갔다가 내 생일 선물로 사 온 건데, 게스라고 그거 비싼 거야. 한 50불 할 껄?”

“진짜?”

“당연하지. 게스 비싼 거야. 물어봐.”


게슨지 인디안인지 잃어버리고 없는데 지가 어케 압니까. 우기면 됩니다. 그랬더니 ‘폴리스 리포트’란 걸 써 줍니다. 크메르어로 써 주더군요.


“야, 영어로 써 줘.”

“됐어. 그냥 가.”


한국 와서 크메르어로 된 폴리스리포트를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며칠 있으니 통장으로 4만원 입금됐더군요.... ^^;;;; 아무튼, 분실물 생기시걸랑 현지 경찰서 가서 폴리스 리포트만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지네가 대충 감가상각해서 돈 입금시켜준다는 걸 몸소 확인했습니다.


다만, 고가의 물건에 대해서는 현지 경찰도 도난을 당한건지 철저히 검사하고 증인 세우고 그런다더군요. 저처럼 한가한 분 아니면 굳이 시도하실 필요는 없는 거 같네요.


크메르 언어는 세계에서 제일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고 합니다. 뭐, 글씨도 이상한데다 발음이 무지하게 어렵습니다. 코맹맹이 소리를 섞어가며 말을 해야 하는데, 도통 안되더군요.


하루는 어떻게 놀다보니 애들이랑 친해져서 동네 학교엘 갔습니다. 저 거기서 한 시간 수업 받았자나요… --;;;;;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애들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업이 시작되어서, 스님이 오셔서 일종의 야학같은 거였는데, 뭐, 암튼 그랬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강악수백작은 캄보디아인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3. 라오스인


한 마디로, 마약의 천국입니다. 라오스 들어가니 오토바이 기사가 한 마디 하더군요.


“원 달러, 원 이어.”


즉, $1만 내면 1년 분량의 대마를 구할 수 있다 이겁니다. --;; 하긴, 여기저기서 자라는게 대마류 나무들인데 오죽 하겠습니까.


라오스 여행의 목적은 보통 고산족, 이라고 하는 북부 산악지대 원주민들의 생활을 보는 게 주목적입니다. 이게, 한 달은 걸려요. 전 보름밖에 안 봤으니 여행이라고 할 수도 없겠죠.


제가 처음 가본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섭긴 무서운 거 같습니다. 느낌이 일반 자본주의 국가와 대단히 다릅니다. 사람들은 ‘무지하게’ 순수합니다. 하지만 장사꾼들은 ‘무지하게’ 사람 뒤통수를 내려치죠. 참 기분 나쁘게 못됐습니다. 솔직히 라오스 물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여행자는 없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물가가 너무나 싸기 때문에 (즉, 라오스 화폐가 너무 가치가 없어서) 도대체 바가지를 씌워도 바가지를 쓴 건지 아닌지 모른다는 뜻이죠.


사회주의 국가일수록 남녀평등이 더 잘 이루어져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원래 모계사회여서 그런지 태국, 라오스 등지에서는 여자들 파워가 훨씬 세 보입니다.


라오스 돌아다니면서 두 가지 놀란 사실이 있는데,


첫 번째는 그들이 ‘지독하게’ 가난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가난이라는 개념도 웃깁니다. 한 번 지나가다 라오스 집안을 흘낏 봤는데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방갈로 형태의 집을 짓고 사는데, 집 안 아궁이 근처에 냄비 두 개 주걱 하나 매달려있는 거 빼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건 완전 무소유 개념입니다.


두번째는, ‘동물’이 도대체 없다는 것입니다. 이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 라오스 북부 지역은 산악지역이거든요? 나무도 많고. 야생동물이야 내가 볼 수 없다고 쳐도 ‘새’는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새도 안보여요. 가끔 돼지를 키우는 집이 있긴 합니다만, 개나 고양이도 못 본거 같습니다. 가이드북을 보니 역시 동물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의 별 고기를 다 먹는답니다. 박쥐, 이구아나, 음 어쩐지 시장에서 국수 사 먹을 때 들어있던 고기가 영 찜찜했는데, 아직도 무슨 고기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촌 동네에선 젊은놈이 이구아나를 하나 잡아들고 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가더군요. --;; 실제로 이구아나를 보면 별로 맛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메콩강의 위력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오스면 강 상류 쪽인데도 불구하고, 강이 거의 바다와 같습니다. 갠지즈, 나일보다는 훨씬 더 웅대한 규모의 강임에 틀림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라오스 사람들은, 고산족들은 특산품 바가지 씌우기 일쑤고, 솔직히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태국에서 평생 여행만 다니던 한국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러더군요. “라오스 사람들 착한 줄 알지만 그게 아니라”고.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음, 너무 길어졌네요.


기회 되면 담 번엔 인도, 이집트 사람들에 대해서 함 말해 볼랍니다.


인도는, 나라라기보다는 대륙이라고 봐야 하겠더군요. 엄청난 다양성 속에 숨어있는 그 기기묘묘한 생활과 사고방식,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과는 거의 무관한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는 나라였던 거 같습니다.


이집트는, 제가 여기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 며칠 밤을 새도 말 못합니다. 그만큼 골 때린 경험도 많았지요. 특히 룩소르의 한 숙소, 주인장이 자기 숙소에 한국 사람들 많이 오고간다고 자랑하며 방명록을 내 밀었는데, 방명록에 선명한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이 숙소에 절대 묵지 마세요. 이 주인 정말 이상한 변탭니다.”


이상의 글은 편견이 가득한 대단히 주관적이 느낌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고럼.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