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8, Orion Taraban
유투브에서 Psychacks라는 채널로 유명해진 '오라이언 타라반' 박사가 최근 출간한 책. 문장은 장황하고 중언부언을 반복한다. 아마도 편집자가 적극적으로 수정했다면, 더 나은 책이 되었으리라. 유투버라는 후광 때문인지 저자가 쓴 원문에 별로 손을 안댄 모양. 소프트웨어로 치면 스파게티코드라고 해야 하나, 여기저기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2/3에서 1/2 분량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글이 촘촘하게 씌여졌는가와는 별개로 저자는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 해준다. '(남여) 관계란 가치가 교환되는 방식이다. 이때 교환되는 가치는 서로 동일하지 않은 종류의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비슷한 수준의 효용을 줘야한다'. 가장 간단한 남여관계의 교환은 바로 섹스와 자원(돈, 관심, 시간 등)의 교환이다. 사랑에 의지해 영원을 약속하는 남녀 관계의 속성이란 이처럼 이성적이며 이기적인 것이다. 경제적 연예인간론이라고나 할까? 전제를 이렇게 잡고 생각하면 남녀 관계의 많은 미스터리가 설명된다. 왜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혹하고,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걸 어려워할까? 왜 심순애는 사랑하는 이수일을 버리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을까? 왜 오늘날의 연애 시장은 과거와 달라졌을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들이 정작 결혼하기 힘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의문들이 기본 전제를 바꾸는 것으로 놀랍도록 간단하게 설명된다.
남녀의 연예관계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Attraction/Negotiation/Maintenance.
Attraction은 상대방에게 끌리는 단계이다. 이때 여자들은 대상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훨씬 전부터 상대방을 평가한다. 이에 비해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늦게 상대방을 인식한다.
- Most attraction is not spontaneous. It is responsive, which means that it arises in the presence of certain stimuli.
- Seduction functions through the manipulation of desire.
- men increase their optionality by being visibly competent, whereas women increase their optionality by being visibly attractive.
- The most successful wanters in the Game are like water: they flow. They’re not committed to any given strategy, and they’re responsive to the feedback they receive in their rejection.
Negotiation 단계는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를 정하는 단계이다. 말로 협상하지는 않는다. 흔히 말하는 밀고 당기기를 통해 결정.
- The necessity of negotiating sexual opportunity is the fundamental driver of self-improvement.
- We manipulated ourselves when we narrowed our focus to exclude all other possibilities for action beyond those presented by the other party, which is what limited the effectiveness of our response. And we manipulated ourselves when we refused to tolerate the painful emotion aroused within us, which is what motivated us to surrender to the impulse or consent to the behavioral alternative.
- the more powerful player is the one more tolerant of emotion.
이렇게해서 관계가 성립되면 그 다음은 Maintenance 단계이다. 일반적으로는 결혼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위기가 찾아온다. Disillusion/Attempted Mutiny(주도권 다툼)/Doldrums(권태기). 저자는 각각의 단계마다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여러가지 팁을 제시해주고 있다.
다 읽고나면 너무나 냉정한 분석에 정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꽤 오래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red pill' 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훨씬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설명을 해준다. 이런 측면에서도 남자와 여자 모두 일독을 권할만 하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우리는 현실을 모사할 수 있는 너무나 효율적인 도구인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쉽게 현실을 왜곡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생물이라는 혹은 동물이라는 점은 우리 존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합리화는 할 수 있겠지만, 생물로서의 근본적인 본능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낮아질수는 없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인 배우자를 찾는 일에서도 이 본능과 이성의 균형이 늘 중요한데, 요즘은 대체적으로 지나치게 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는듯 싶다. 다시 한번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생각난다. 우리 문명이 겪고 있는 위기는 남자들이 남자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장. 이 책도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지 남녀관계가 예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듯.
앞으로의 남녀관계는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라는게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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