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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30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2018.4, 다니엘 튜더/노정태 옮김

몇 년 전인가 신문 책소개 글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저자가 유명 언론의 특파원이였기 때문에 신문에 소개 되었겠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핵심을 찌르는 통찰은 눈에 띄었다. 한국을 표현하는 이 보다 더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저 제목은 한국어판을 만들면서 지은 제목이고, 영문판의 원제는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라고 한다. 나쁘지는 않지만, 한국어 제목에 비하면 울림이 적다. 

다른 나라를 다녀보면, 한국이 이룬 것은 기적이 맞다. 특별한 자원없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이면을 알지 못한다. 경쟁적인 문화 덕분에 이렇게나 빨리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쉬지 못하고,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 경쟁심이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만들었지마, 역설적이게도 그 부작용으로 인해 한국인들의 정서적 생활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되었다. 행복의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한국인들은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5장, 경쟁은 계속된다, 먹고살 만해져도

이 책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쓰이지 않았다. 한국을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 한국인이 다른 국가나 민족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유연함’이 그 중 한 가지 특성인듯 싶고, 유연함의 근본을 무속신앙에서 찾고 있다. 이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 유연함, 실용성, 의심을 허용하는 태도, 다른 믿음을 쉽게 용납하는 것과 같은 무속의 측면은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종교적 관용과, 어쩌면 한국 문화 그 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고 볼 수 있다.    - 21장, 무속신앙, 가까운 곳에서 내미는 도움의 손길
  •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유연성은 갈등과 차이까지 끌어안으며, 이런 요소들이 생산적으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가능케한다. 현실 앞에 기존의 관념을 양보하는 능력을 타고난 한국인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변화를 받아들인다. 한국인의 성격을 규정짓는 또다른 요소는 목표를 정해 집중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능력이다.    - 에필로그, 샴페인은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한국문화에는 절대자에 대한 복종이라는 개념이 없었던것 같다. 불교, 유교 모두 마찬가지로 이런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근대에 들어와 ‘기독교’를 통해 새롭게 유입된 생각으로 보이는데, 유교의 사회적인 신분과 결합해서 오늘날 볼 수 있는 목사에 충성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겠다. 우리 나라의 중심 믿음 체계를 무속 신앙으로부터 시작해서 불교, 유교, 기독교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하는 방식은 이 책을 통해 접한 새로운 생각이다. 

그외 인상적인 구절들...
  • 한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재벌의 거래처가 되거나,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블루오션을 발견해야 한다.     -07장, 네오필리아,  신상예찬
  • 이 ‘삼독’, 즉 탐욕, 성냄, 어리석음 이라는 세 가지 번뇌로 끝없이 고통을 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 22장, 불교와 초극의 힘. 
  •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지속적인 개선에 레이저처럼 집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그것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불교적 사고에 크게 빚지고 있다.     -22장, 불교와 초극의 힘
  • 힌두교는 운명에 순응하라고 하지만, 불교의 심염에는 스스로 정진함으로써 운명을 초월한다는 사고가 깃들어 있다.     -22장, 불교와, 초극의 힘
  • 한류는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경제적 수준을 따라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가시적 현상의 일부일 것이다.   - 15장, 한류, 이제는 우리차례
  • 한국인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국가주의를 최초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까지의 방어적이고 위협에 쫓긴 종류의 것이 아닌, 순수하게 긍정적이고 자부심 넘치는 국가주의였다.    -25장, 방어적 국가주의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