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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글

단순한 재미로써의 책읽기를 넘어서기

by 중년하플링 2010. 11. 20.
아이튠스에 올라온 'Corey Olsen' 교수의 'How to read Tolkin and why' 를 듣고 나서 정리된 생각들. 아이폰 정말 좋은 놈이다. 미국 중세문학 교수의 강의를 집 거실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해주다니. 또 그렇게 듣게 된 강의가 수십년 동안 책을 읽으면서도 어렴풋하게 고민되던 부분을 콕 찝어서 설명해주다니.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이 나뉜다.
그런데, 책을 좀 읽다보니... 여기에 새로운 구분이 생긴다. 명확한 책과 알듯 말듯 한 책. 조합해 보면 결국 네가지의 책 종류가 나온다.
1. 명확하게 재미있는 책(재미있지만 남는게 없어. 즉 책 읽기 전과 책 읽은 후에 내가 바뀌지 않음)
2. 알듯 말듯 재미있는 책 (최고...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여지가 있음)
3. 알듯 말듯 재미없는 책 (어려워...)
4. 명확하게 재미없는 책 (시간낭비)
예전에는 그저 재미있으면 됐는데, 요즘은 그냥 재미있기만 한 책을 읽으면 부족하게 느껴진다. 달기만 한 식사?

결국 알듯 말듯이라는 부분이 은유인데.. 난 이 부분이 늘 애매했다. 은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은유가 작가가 이야기하는 주제의식을 보다 세련되게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어차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왜 굳이 은유라는 복잡한 장치를 사용해서 전달하는가? 삶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몇 줄로 표현되는 것 아닌가? 만일 철학가가 몇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소설가는 한권의 책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과연 문학의 가치는 무엇일까? 등등...

원래 Corey교수의 이야기는 톨킨의 '반지제왕'을 어떻게 읽을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일단 첫번째 강의에서 톨킨의 작품에 대한 3가지 분석적인 접근법에 반론을 펼치는데...
1. 저자의 실제 삶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
2. 현실 세계의 은유로써 읽는 방법
3. 작품속에 나타난 다양한 고전문학에서의 원전을 찾아서 읽는 방법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 중에 가장 와 닿은 부분은 바로 2번에 대한 이야기.

톨킨은 반지제왕을 은유로 읽는 것을 반대했다. 주로 2차 대전 이야기를 중간계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인데. Corey 교수에 따르면 톨킨은 작가의 은유가 강제되는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지나치게 작가의 주관을 개입시킬 여지가 크고.. 결국 독자를 특정한 목표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톨킨은 오히려 applicable?? 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독자가 이야기의 구조를 현실에 맞춰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상호작용의 주도권이 상당부분 독자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해석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오호... 바로 이거야!

이런걸 일컬어 적극적인 독서라고 하는 건가? 이렇게 되면 독서는 단지 고명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이 원재료를 통해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가 되는 구나!! 아 이렇게 좋은 이론을 왜 아직까지 몰랐을까? 왜 이걸 쉬운말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나?

역시 사람을 죽을때까지 배워야 한다.